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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번 솔노크 공략은 반란 진압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전투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불안감이 있는 헝가리군보다는 베오울프가 나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울프스턴 경, 어떠신가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흠··· 뭐 크게 이의는 없어. 이래저래 우리가 훈련시킨 친구들, 아직 실전 내놓기 불안한 건 교관으로서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지.
거기다, 이번 전투에 그런 큰 의미가 있다면 확실히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여서 승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
그렇다면, 그 친구들 좋은 실전 경험을 놓치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가 나서는 편이 좀더 정치적으로는 안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지.
말만 하라고.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감사합니다, 울프스턴 경. 그리고 마티경, 들으셨죠?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 작전에서는 그 어떤 불안한 변수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조금 탐탁치 않으셔도 이번 작전에는 제 사병대를 주력으로 투입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마티는 조금 황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한숨을 쉬면서 나에게 말했다.
“하아.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사령관으로서 군사 위원장의 의사결정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뭐죠? 베오울프를 투입하는 것에 무슨 문제라도? 뭔가 우려되는 것이 있다는 투로 들리는데요?”
마티는 조금 고민을 하더니, 다시 한숨을 쉬며 나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확실히, 베오울프는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유럽 최강의 군사 집단입니다. 그분들이 간다면 승률은 정말로 9할 이상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금 마음의 우려가 남는군요.
왜냐하면, 이번 작전은 단순히 힘으로 적을 위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반란이라는 것은 의외로 전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전투 이외의 적에 대한 이해와 상황의 공감이 크게 죄지우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정예병의 전투력보다는, 빼돌린 식량을 들고 온 노병의 지혜가 더 유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소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정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냐에 따라 반란 진압의 판도가 달라지곤 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예기치 못한 변수에 의해, 전투에서는 우위를 가지고도 진압 자체는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마음이 듭니다.”
지금, 이 양반이 뭐라는 거야? 그러니깐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뭐 그런 말 아니야? 근데, 그렇다면 베오울프가 더 적합한데?
베오울프 연대. 노르만 계열의 북방의 거인들로 구성된 그 누구나가 다 공인하는 서유럽 최강의 전투집단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외로운 늑대 울프스턴에 의해 인솔되면서, 그들은 항상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그것은 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국 정규군보다도 더 후한 대우로 고용된 그들에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그래서, 사령관 의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약탈이나 강간 등의 짓은, 한심하고 수치스러운 짓을 넘어 혐오스러운 수준으로 치부되었다.
무리도 아니지. 가만 있어도 대우가 아쉬울 것이 없는 양반들이 전쟁터에서 그럴 이유가 없으니깐.
그래서, 급여 충분하고, 대우 좋고,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양반들은 다른 방향으로 삶에 긍정적인 성취감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그리스 철학으로 맛깔나게 논쟁하는 거라던가? 아오, 다시 떠오르는 뒷목 크러쉬.
아무튼, 내가 경험하고 확인한 베오울프는 등따십고, 배부르고, 전투력은 끝판왕이고,
그래서 그 한가함과 안락함을 주체하지 못해 이제는 사회 공헌에 이바지 하는 착한 머저리 호사가들이었다. 그래서 헝가리군 교관으로도 알뜰히 써먹었고.
근데, 걔들이 외국 출신이라고 솔노크에 가서 민심을 저버리는 그런 만행을? 나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베오울프는 그런 부대가 아닙니다. 민심이 이반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뇨, 제 말은··· 민심이 이반된다는 말이 아니라, 도리어 현지 상황에 익숙치 못한 부대가 공교로운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입니다.”
뭐? 누가 무슨 상황에 처해? 지옥문 열려서 사탄의 군세가 지상에 강림해도, 씨익 웃으면서 악마 대가리부터 깔 생각할 베오울프가 공교로운 상황?
나는 마티가 지나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답했다.
“지나친 우려입니다. 마티 경의 걱정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니나, 이번에는 조금 자제하고 작전을 베오울프에게 일임하도록 하죠.”
“하하하. 그래, 마티 사령관. 우리가 알아서 놈들 제대로 손 좀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우리 부대와 같이 후방에서 대기하고 작전을 관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울프스턴 경.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리고, 결코 적을 만만하게 보지 마십시오. 자칫하다, 적들에게 주도권을 잃으시면 큰 낭패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믿고 맡겨보라고. 우리 애들보고 교관님들 어떻게 싸우나 잘 구경하라고 전해주게.”
그렇게, 솔노크 공략의 작전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날, 마티의 의견에 대해 경청하지 않은 것을, 뒤에 사무치게 후회하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내 생애 처음 내가 직접 자신만만하게 승리를 확신하며 주도한 군사 작전에서, 그토록 큰 낭패를 볼거라는 사실도 말이다.
다음날, 아군은 체글레드와 아보니 사이에 위치한 중간지점으로 진군하고, 그곳에 막사를 세우고 멈춰섰다.
베오울프는 그곳에서 주둔하지 않고, 동쪽으로 더 나아가 아보니성 인근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그들이 멈춰선 것은, 진을 치고 기다리는 적을 발견한 다음이었다. 아보니성 외곽으로 적의 부대가 이미 성밖을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병력은 대략 1천명. 기억은 흐릿하지만, 깃발 보니 전에 부다페스트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구만.”
“역시 예상대로 아보니 쇼가 솔노크 방면군의 선봉으로 나섰군요. 자기 병력에다가, 3곳의 영지의 병력을 지원받아 출전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보니 쇼의 친우이자 토스첵 메란은 병력 파견만 하고 본인은 직접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뭐지? 원래 솔노크를 지키는 두 젊은 기수로 쇼와 메란이 콤비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쇼만 출진하다니? 연합군의 지휘권 일원화 때문일까요?”
“뭐, 둘이 나오던, 혼자 나오던,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일단은 칭찬해 주지. 성에 틀어박히면 어쩌나 했는데, 저렇게 제 발로 처 맞으려 나와주다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구만.
좋아, 가자. 공녀, 출진하도록 하지. 뒤에서 무운을 빌어줘.”
“알겠습니다. 큰 걱정은 안되지만, 부디 무운을. 그리고, 가능하면 베오울프를 상대할 저 가련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길.”
“큭큭큭. 살살 치는 것이 더 어렵지만, 그래도 공녀 부탁이니 최대한 노력해보지.”
그리고, 베오울프는 언덕 아래에 도열한 적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티와 소수의 장교들과 같이 언덕 위에서 벌어지는 교전을 목격했다. 상황은 단순했다.
베오울프 1천명. 솔노크군 1천명. 둘다 길게 늘어선 횡진이었다.
그리고 횡대와 횡대가 서서히 거리가 가까워지고, 긴장감이 지켜보는 우리들에게 감돌았다. 그런데, 의외로 더 긴장해야 할 부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베오울프야 뭐··· 설렁설렁 병사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가벼운 분위기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베오울프의 진격에 솔노크군의 반응은··· 우왕좌왕하고 있어? 뭔가 병사들은 질린 얼굴로 허둥대며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령관, 마티의 말에 의하면 아보니 쇼라고 했던, 그는 왠지 모르게 살짝 멍한 표정으로 의욕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못한 표정으로 내린 전진 명령에, 병사들은 반발하고 참모들은 반대하고 뭔가 난장판이었다.
그러는 사이 점점 베오울프는 가까워졌고, 이내 부대는 교전 범위에 들어섰다. 그리고, 두 부대는 마찰했다.
유감스럽게도, 서로에게 격렬한 전투의지를 가지고 격돌한 두 부대가 내는 격렬한 전쟁의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들리는 것은···
‘퍽퍽퍽퍽퍽퍽퍽!!!!!!’
둔탁한 구타음만 울려퍼졌다. 베오울프는 내가 내린 명령에 충실하게도 적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그래서, 살이 찢어지고 뼈가 뿌러지는 잔혹한 흉기의 난도질이 아니라, 방패와 견갑을 이용한 구타와 제압이 이행되었던 것이다.
적군은 거인들의 구타에 허무하게 나자빠졌다.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악!!! 아악!!! 도망쳐! 어서 도망쳐!!! 저건 못당해. 부다페스트에 그 거인들이 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빌어먹을 베르크!!! 우릴 죽을 자리로 내밀었어!!! 뒈져버려!!! 어서 도망쳐! 쇼 영주님, 도망치십시오! 이건 의미없는 개죽음입니다!!!”
전황은 문외한이 봐도 확연했다. 순식간에 솔노크군은 붕괴되었고, 전장에는 나자빠진 병사들과 도주하는 놈들이 가득이었다.
나는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보고, 내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하며 미소지었다. 그래, 이제 안심이다. 그리고 솔노크도 금방이겠군.
그리고, 말고삐를 후방의 헝가리군 주둔지로 향하면서, 동행한 마티를 비롯한 장교들에게 말했다.
“나머지는 울프스턴 경에게 전권을 일임하고 후방으로 돌아가도록 하시죠.
혹시 모를 반군의 지원군이 오는 것만 경계하고 있으면, 그리 오래지 않아 솔노크는 우리 손에 떨어질 겁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최대한 뭔가 있어보이게 연출하겠다고 생각하며, 가능한 쿨한 느낌으로 지나가듯이 말을 던졌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말에 장교들은 뭔가 감동한 듯이 감탄하며 소리쳤다.
“오오오!!! 역시 공녀님은 다르시군요 초전에서 한치의 예상도 다르지 않게 압도적인 우세입니다.”
“과연 제국에서 고초를 겪으시면서도, 그들에게 우월한 군사 교리를 배워 오셨다는 말이 뜬소문이 아니었군요. 이번 작전 전개, 실로 감탄했습니다.”
“이제 솔노크도 멀지 않았군요. 베오울프가 곧 오래지 않아, 솔노크의 맹주 베르크를 잡아오는 것도 머지 않은 듯 합니다.”
뒤 돌아보지 말자. 표정 관리하자. 하지만 나는 입꼬리가 자꾸 치켜 올라가는 것을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와우, 이거 생각보다 짜릿한 기분인데? 바실이 녀석, 왜 맨날 애가 무한긍정인가 했더니, 이런 일만 맨날 겪으면 사람이 없던 인성도 절로 생겨나고 좋아지겠다.
아무튼, 어색하지 않았어, 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제 전투가 종결되고 수습에 나선 전장을 뒤로 하고 귀환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 희소식도 한가지 더 울려퍼졌다.
“적의 대장을 잡았다!!! 어서 포박해!!!”
훗! 마무리까지 완벽하군. 오늘 저녁이면 확보한 아보니 영주를 협박해서 아보니 성에 진입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곳을 거점으로 공세를 확대하면 다음주면 솔노크를 함락하고, 세게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 속에서 뿌듯함을 느끼며 솔노크는 이만 됐고, 다음 작전을 어찌해야 할지 생각하며 귀로에 올랐다.
2주일 후.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베오울프 연대가··· 솔노크는 커녕, 아직 아보니 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돈좌된 상태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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