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1
“패티우스와 셀레나가 황도를 떠났다고?”
“그래. 그 망할 기집애. 지가 아무리 용쓰는 재주가 있어도, 황도에서 우리 리키스카 눈밖에 나고선 버틸 재간이 있을리가 없지.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한 모양이지만 우리 입김이 닿은 곳에서 죄다 거절해서 생계가 거덜이 난 모양이더군. 겨우, 패티우스의 의원 급여로 버티다가 결국 그마저도 패티우스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진 빚 때문에 압류가 들어오자, 살던 하숙집 집세도 못내서 황도를 떠나기로 한 모양이더라.”
에휴··· 되게 쪼잔하게 복수한 모양이다. 뭐, 무리도 아니겠지만. 나름 제국을 후덜덜하게 만들 황실 정보 조직을 표방하면서 설립한 조직이 주색잡기만 능하고, 첫 공작에서는 파견 요원이 탈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일벌백계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도 든다. 나는 쪼잔하게 한 짓에 의기양양해 하는 율리아에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지금 두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야?”
“니코메데이아.”
“엥? 거긴 왜?”
“이러니저러니 해도 패티우스 지역구잖아. 자기 연고지역이고 고향이니 무리도 아니지. 뭐, 말로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 대비로 내려간 모양이지만, 그 지역을 꽉 잡고 있고 패티우스에게 이를 가는 제노스가에서 곱게 내버려 둘리가 없지. 벌써, 패티우스의 후임으로 밀 후보도 결정된 모양이더라. 결국, 당선될 일은 절대 없는 절망 귀향이지 뭐. 망할 년놈들··· 어디, 네놈들이 그 최악의 상황에서 정말로 잘 살수 있나 한번 두고 보자.”
나는 율리아를 보면서 차를 한잔 들고선 물었다.
“근데, 괜찮은 거야? 원래 목적을 떠올려봐. 이번 공작의 목표는 패티우스의 정치생명을 끊어 놓는 것이었잖아? 지금까지는 잘됐어. 근데, 만약에 그가 니코메데이아에서 재선이라도 하게 되면··· 상황이 좀 미묘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야? 만약에 그가 다시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게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허사가 될 수도 있어.”
“그럴 일이 벌어질리가 있냐? 그게 절대 불가능한 세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 그 자식은 니코메데이아에서 제노스 가문의 지지를 잃었어. 그 지역의 표몰이를 해줄 수 있는 제노스가의 후원없이 그런 표들을 얻는 것이 가능할리가 있겠냐? 둘째, 그 놈은 객관적으로 봐줄려고 해도 답이 없는 머저리야. 의정 활동도 엉망으로 했고, 군경력도 패전 경험만 있는 놈이 겨우 요하네스와의 인연으로 자리 보전했잖아. 근데 그나마도 최악의 불륜 추문, 그것도 그 지역의 공주님 같은 분을 상대로 잘도 저질렀지. 그게 유권자들에게 용납이 되겠냐?
셋째, 이미 확실한 다음 의원 후보 생겼어. 제노스가에서 패티우스의 전처와 재혼시킨 녀석을 다음 선거에 내밀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더라. 그래서, 니코메데이아의 오래된 슬럼가를 재개발하는 사업을 맡기고 그걸 새로운 사위의 치적으로 삼을 생각인가 보더군. 덕분에 그 동네는 물론이고, 황도에서도 개발로 한 몫 잡으려는 놈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고 있어. 그렇게 모인 사람과 자금은 다 새로운 사위의 압도적인 정치 기반이 되겠지. 그리고 그 사업이 성공하면 룸의 약탈에 많이 무너진 니코메데이아는 콘스탄틴노플에 못지 않은 번영을 누리겠지. 깔끔하게 게임 오버야.”
율리아의 자신만만한 말에 나는 겨우 안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고 패티우스가 의원직까지 상실하면, 자기를 엿먹인 셀레나에게 톡톡히 쓴맛을 보여줄 생각에 가득찬 율리아를 보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율리아의 정보망과 별개로 군부에서 니코메데이아 쪽에 연결된 소식통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면 나에게 꼭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그날의 일을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중간 보고가 들어왔다.
“그냥 쥐 죽은 듯이 지내고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현지 동향에 따르면 패티우스 의원이 거기서 뭔가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전무하다고 합니다.”
보고에 따르면 이랬다. 니코메데이아에 귀향한 패티우스는 도시 안에는 입성할 엄두도 못내고 지난번에 우리가 봤던 셀레나의 하숙집 같은 외곽에 위치한 슬럼가에서 살 곳을 겨우 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야매로 두 사람은 결혼하고 혼인 신고도 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두 사람 정식으로 부부라고 하더라. 와··· 나름 제국 최고위층이었던 양반이 얼마 전까지 가게에서 일하던 철딱서니 없는 한참 어린 애랑 재혼이라니. 뭐, 두 사람이 좋다니 상관은 없다만. 하지만, 좋은 일은 그 정도가 고작인 모양이었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니코메데이아는 제노스 가문이 꽉 잡고 있는 지역이다. 패티우스에게도 고향이기는 하지만 본가가 몰락한 칸타쿠제노스의 먼 혈족이 지역 토호에게 비벼보기에는 택도 없었다. 그래서, 안그래도 괘씸한 연을 끊은 사위가 곱게 보일리 없었고, 그럼 감정을 담아 제노스 일가의 사용인은 물론 그들과 관계된 자들 모두가 다 패티우스에게 돌을 던지고 박해를 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의 슬럼에 자리잡은 이유는 그것이 가장 큰 모양이었다. 그래서, 슬럼가에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겨우 연명하며 밖으로 나올 엄두도 못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생계의 대부분은 셀레나가 책임을 지는 모양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더 이상 전에 일했던 그런 가게에는 나가지 않고, 정말로 고된 일에 속하는 주방이나 세탁을 하는 등의 품을 파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등장에 대해 달갑지 않아 했던 것은 제노스 일가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곳에 사는 현지의 주민들의 반응도 영 시원치 않은 모양이었다.
“저 돼지는 뭐야? 뭐? 제노스 가문의 전 사위였다는 패티우스라고? 그 속물 정치가? 그 인간이 왜 여기 굴러들어와 있어?”
“듣자하니 바람나서 불륜 저지르고 이혼당한 다음에 제노스 가문에서 내쫓긴 모양이더구만. 사내 자식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쯧쯧쯧···”
“전에 군에 있었을 때도 맨날 패전만 하던 등신이잖아? 근데 무슨 놈의 군사위원회 위원장. 허이구··· 저런 놈이 우리 지역 대표라니 원···”
주민들은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던 그의 귀향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멸시하였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인해 그는 정치적 행보는 커녕 밖으로 나오는 것도 어려운 상황으로 집에 틀어박혀 침울해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현지 동향을 보고해준 군부 연락관에게 감사를 하고 별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네? 패티우스 의원이 밖으로 나돌아 다니기 시작했다고요? 설마···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아, 아뇨··· 그게··· 그냥 동네 심부름을 다니던데요. 계란 배달이라던가, 수레를 고친다거나, 대필이나 대독을 해주러 간다거나···”
에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후속으로 연락을 보내온 내용에 따르면 상황은 이랬다. 나름 니코메데이아에 귀향하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제노스 일가에서 사람을 보내 괴롭히는 것도 조금은 뜸해진 모양이었다. 이제는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계속 사는 사람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흘러간 모양이다. 그래서 패티우스에 대한 박해가 좀 진정되었다. 그리고 의외로 그 동네에서 셀레나의 인기가 제법 높아진 모양이었다. 원래 사람 상대하는 일을 했고, 기운이 넘쳤던 그녀는 고된 일을 하면서도 제법 인정받을 만큼 수완을 발휘한 모양이다.
그리고, 패티우스의 불륜 상대라고는 해도, 지금은 정식으로 결혼해서 부인이라고 하고, 자신들이 잘 모르는 타지 사람인 셀레나에 대해서 그렇게 박대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느새 동네 사람들은 셀레나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지내는 이웃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자, 셀레나는 패티우스에게도 출타를 권했다고 한다. 뭔가 정치 활동을 하기 보다는, 그냥 집에만 있으면 살찌니 밖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만나고 한가한 사람들이 할만한 소일거리를 찾으라고 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슬럼가에 빈민들이 많은 곳에서, 나름 엘리트인 그를 필요로 하는 소일거리들은 제법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전히 정치적 행보는 꿈도 못꾸는 처지지만, 동네에서는 그럭저럭 만만하게 불러내서 뭔가 부탁하기 편한 뚱땡이 백수 양반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나는 그나마 조금 숨 좀 돌리고 사는 것을 동정해야 할 지, 아니면 여전히 경계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쉽게 결정을 내릴 근황이 이어서 보고가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에서 사라질 것이라뇨?”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패티우스 의원이 살고 있는 슬럼가는 현재 니코메데이아 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구 난민촌을 배경으로 형성된 곳입니다. 그래서, 그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곧 시행될 예정입니다. 현지의 제노스 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사업 중에 하나이죠. 이미 니코메데이아 시청과 황도의 주무부서의 승인도 받은 사안입니다. 그런데 그 사업이 아마 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려는 모양이더군요. 제노스가에서 새로 들인 사위의 치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일을 가속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리 오래지 않아 그 지역은 철거되고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조금 숨 좀 트이나 싶었던 패티우스는 이제 고향에서도 머물지 못할 처지인 모양이다. 제국의 각 도시들이 황도의 위엄을 부러워하며, 자기 도시들을 새롭게 재개발하는 것은, 최근 중흥하고 있는 제국 여기저기에서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사업이 진행되면 전령의 말처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더 외곽이나 혹은 변방 지역으로 이주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그 양반은 자기 지역구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멀리 사라지겠지. 제법 뒷맛이 씁쓸한 귀결이구만. 나는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뒤로하고 이제는 더 그쪽 동향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전하고 일을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종결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다시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현지 전령이 나에게 생각치도 못한 얘기를 전하러 오기 전까지는.
“뭐? 뭐라고요? 현지에서 폭동이 벌어졌다고요?”
“아뇨. 정확히 말하면 폭동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고··· 강경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첫 삽을 뜬 재개발 공사에 대해서, 슬럼가에 무허가로 지내던 난민들이 개발에 반대하며 일어선 모양입니다.”
“아, 네. 뭐, 충분히 그럴 수는 있는 일이죠. 근데, 그 사실을 왜 저에게? 제가 부탁드린 건 패티우스 의원의 동향이었고, 그나마도 이제 더는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을텐데요.”
“그 패티우스 의원이 이번 일에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보고를 드리는 겁니다. 지금,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제일 앞에 내세운 사람이 바로 그 패티우스 의원이란 말입니다.”
“뭐, 뭐라고요?”
전령이 전한 현지의 상황은 이랬다. 제노스 가문에 의한 철거가 시작되자, 위기를 느낀 그곳의 주민들은 개발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 개발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도리어 그곳의 주민들이 공공지에서 개인에게 매각된 사유지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들의 반대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현지 행정 당국도 제노스 가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제노스 가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력을 투입해서 강경하게 주민들을 몰아내고 개발을 밀어붙였고, 위기에 몰린 주민들은 고민 끝에 대안을 찾게 된다.
그때 마침 주민회의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셀레나. 셀레나는 주민들에게 그래도 현역 의원인 자기 남편에게 자문을 구하자고 얘기했다. 그 동안 왠지 동네 백수 심부름꾼으로 부려먹히면서 나름 익숙해진 패티우스에게 주민들은 더 이상 반감을 가지지 않았고, 덕분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패티우스 의원이 그 슬럼가 주민들의 개발 반대 시위의 대표자로 내세워 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그 개발은 타당한 것이었고, 반대하는 쪽이 불법이었다. 그래서, 제노스 가문은 안그래도 곱게 보지 않던 차에 주민들 앞에 나선 예전 사위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폭력으로 응징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과 같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패티우스의 상황이 가장 최근의 동향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다시 뒷골이 땡기는 기분을 느꼈다. 어휴, 이제는 곱게 물러나는 것도 제대로 안되는 거냐? 꼭 막판까지 그렇게 쥐어터지고 가야 속이 후련하려나.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안 그래도 살짝 죄책감 느껴지는 처사에 더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일이 마무리되겠거니 하며 생각하였다. 뭐, 저렇게 좀 쥐어 터지다 보면 결국 포기하겠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 소식을 듣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다시 소식이 들려왔다.
“뭐? 뭐라고요? 그렇게 신나게 얻어터지면서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 개발 현장을 막아서고 있다고요? 그리고··· 패티우스의 그 행동에 동조해서 그 지역의 주민들도 점점 그 주변에 모여들고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고요?”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갔다. 대충 그러다가 조리돌림 당하고 도망치겠지 싶었다. 근데, 이 뚱땡이가 뭘 잘못 처먹었는지 니코메데이아에서 사실상 왕 노릇을 하는 제노스 가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앉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 녀석의 주변에 처음에는 대표로 앞으로 떠밀고 나몰라라 하던 주민들이 점차 모여들고 있었고. 그래서, 현장의 상황은 점점 시위가 아니라 우려했던 폭동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더는 잠자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콘스탄틴노플에서 니코메데이아는 그리 멀지 않다. 금새 그곳에 도착한 나는 동향 보고를 부탁한 현지 군의 연락소를 들려서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베일을 두르고 그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의 광경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그가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얻어 터져서 부어터진 모습으로, 오래된 슬럼가로 진입하는 길목을 막아서듯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셀레나가 있었다. 자기 서방의 어께에 머리를 기대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에 있었다. 다들 그곳의 주민들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철거를 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빗속에서 버티고 선 그를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두명이면 상관하지 않고 덮쳐서 한바탕 조리 돌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것은 한두명이 아닌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수가 많아도 사실 큰 부담은 없었다. 다들 노인과 어린이와 여자들이었으니깐. 그래서 달려들어 몇 명만 손봐주고 겁을 줘도 금새 해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렇게 단순하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넝마가 된 패티우스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듯이 그를 둘러싸고 비장한 표정으로 같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마치, 잘 훈련된 타그마타 정예군에게서나 볼 수 있을 강렬한 기세가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왜 일이 이 지경이 된거야?
그런데 그때였다. 제노스 가문의 인력들 틈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놀랍게도 내가 익숙하게 하는 사람, 바로 요하네스 의원이었다. 아니, 이 사람은 또 왜 여기에? 내가 그렇게 경악하고 있는 사이에 그가 앞으로 나아갔고, 그리고 패티우스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가 든 우산에 비가 가려지자, 패티우스는 고개를 들었고 그제서야 나타난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선배··· 여긴 어쩐 일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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