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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반역을 도모하고, 공동 황제를 잡아서 죽이려고 하고, 존재 자체가 황실의 부담스러운 녀석이다. 우리도 불편하지만, 본인도 우리가 불편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분간 풀이 죽은 모습을 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왠걸? 그 자식은 그 조치가 시작되자 마자, 언제 자기가 제국과 카르브나 황실에 반기를 들었냐는 듯이, 황실에 살갑게 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오래 전부터 황실 가족의 일원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자신이 허락받은 황궁 출입 허가를 이용해서 오늘 아침과 같은 황실 가족의 풍경에 침입하는 일을 빈번하게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왠지 빡치는 건 나였다.
그 녀석의 나를 노린 듯한 도발에 항상 분위기는 험악해져야 했고, 나는 신경을 갉아먹는 소모전에 지독하게 감정을 소모해야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서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는 시선을 회피하셨다. 아니, 그냥 외면하면 다냐고!!! 이걸 좀 어떻게 해보란 말이야!!! 저 인간 바로 얼마 전에 바실을 죽이려고 했던 놈이라고!!! 이놈의 개차반 황실은 보안 관리도 안하냐? 나는 그런 심정을 담아서, 황궁을 지키는 근위대장 안드로니쿠스에게도 격하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항의에 대해서 돌아온 것은 되려 성질이었다.
“아오!!! 나도 짜증난다고. 그런데 어쩌라고? 황제가 입궁을 허락한 파라코이모메노스를 무슨 근거로 출입 저지하는데? 나도 저 요물 마음에 안들어. 하지만 안막는 것이 아니라 못막는 거라고!!! 제발 부탁이니 네 선에서 좀 정리해!!! 나도 미치겠어. 매일 꼭두 새벽에 황궁 찾아와서, 자진해서 무기 소지 여부 검사하라고, 근위대원들 앞에서 요염하게 옷벗지 말라고 좀 해!!! 근위대원들이 뭔가 새로운 것에 눈을 뜰 것 같다고 하잖아!!! 새벽에 황궁 경계 자기가 서겠다고 너나할 것 없이 난리가 나서 황실 경비가 엉망진창이란 말이야!!!”
저 요망한 년 하는 짓 봐서는 우스타샤의 선대 두목을 아마 칼로 죽이는 것보다 홧병이나 복상사로 죽이는 것이 더 빨랐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렇게 근위대장마저도 두손 두발을 들자, 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저 요망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고, 황실 가족의 평화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를··· 실질적인 이 가정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황후 마마에게 진언하였다. 그리고, 강력한 제지를 건의하였다. 나에 대해 호의적이시고, 율리아를 마뜩찮게 생각하는 황후 마마라면 이번 상황에 대해서 뭔가 조치를 취하시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걔는 그냥 냅둬.”
“어째서요? 지금 그 요망한 것이 하는 짓을 보고 계시잖아요? 그게 용납이 되세요?”
“당연히 용납 안되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너도 봤잖아. 안나 황녀가 대놓고 저러는데 어쩌란 말이야?”
“아니, 그 정도는 가뿐히 무시하셔도 되잖아요. 예전이랑 신분 차이도 정반대인데, 황후 마마께서 그러신다고 뭘 어쩔건데요?”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차라리 황녀의 위세를 부리면서 저러면 거절하고도 남았지. 하지만, 자꾸 친구로서의 신의를 들먹이면서 사람 아픈 곳을 찌르는데 어쩌란 말이야? 약속을 저버린 일도 있으니 외면할 수가 없잖아? 거기다,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내 일생에 유일한 진정한 친구였어. 또래 여자애들이 다들 나 따돌리고, 터무니 없는 요구하는 어린 시절에, 나한테 친구비 안받고 친구해 준 사람은 안나 황녀님이 유일하단 말이야!!!”
아, 씨 눈물나. 황후 마마··· 소시 적에 그런 거 주고 다니셨어요? 전설 속에 회자되던 그 쌍도끼는 어따 팔아먹고 그런 수난을··· 나는 황후 마마의 눈물나는 어린 시절에 할말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황후 마마의 설명이 더 이어지셨다.
“거기다, 공적으로도 내칠 수 없는 이유가 있단 말이다. 우리 집에 와서는 저런 눈뜨고 못볼 기행을 벌이지만, 의외로 환관장으로서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하고 있단 말이다. 그 동안 황실 재정 불균형을 이유로 황궁의 예산을 지독하게 긴축 운영했었다. 나쁜 취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꼭 써야 할 것들마저도 너무 긴축을 해서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었지. 하지만, 알면서도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원래 황실과는 인연이 없는 지방 상인의 천한 사생아가 아니더냐.
그래서, 실용적이지만 너무 권위가 없는 황실이라는 지적을 항상 받아오면서도, 대처할 방도가 없었지. 근데, 그 녀석은 그런 황실의 빈틈을 맡은 직책에 걸맞게 채워가고 있다. 예산 감축이라는 내 방침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황실이 행해야 하는 전통 의례와 공식 의전 등을 하나하나 기강을 잡아가고 있더구나. 그러면서 예전에는 전부 외주도 돌렸던 황궁의 관리도, 이제는 황실에서 큰 낭비 없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결론적으로 말해 저 녀석은 유능하다. 황궁을 관리하는 시종장으로 최고의 적임자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단 말이다. 그러니, 함부로 내칠 수도 없다고.”
속에 열불이 날 수 밖에 없었다. 황후 마마의 말씀대로, 어린 시절에는 전통적인 황실 후계자로서의 교양을 익히고, 잡혀가서는 시궁창에서 최고의 고급 창관을 키워낸 그 녀석의 수완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 녀석이 저런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건수마다 태클을 거는 것이 고작이었고, 덕분에 한동안 평화로웠던 황실의 아침은 오늘처럼 빈번하게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수위가 높아져 가고, 왠지 먹이는 대상이 나인 것 같은 율리아의 만행에 내 인내심의 잔고는 나날이 바닥을 향해 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서, 황제 부부와 바실은 뭔가 도망치듯이 출근을 하자, 나는 그분들이 남겨놓은 부엌을 정리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남아서 바실의 방에 침구를 정리하러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아침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고 연장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침 식사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어느새 사라졌던 율리아가 지금 바실의 방 침대에서 누워 침구에 얼굴을 파묻고 뭔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인내심의 사망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하며, 그 요물에게 물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응? 그야 보다시피 바실의 침구 정리하는 중인데?”
“그게 어딜 봐서 침구 정리야!!! 당장, 태자님 배개에 파묻은 얼굴 떼지 못해?!!! 그리고 당장 태자님의 방에서 꺼져!!!”
나의 말에 율리아는 좀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실의 침대에 느릿하게 앉으며 살짝 빈정대듯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다그치지 않아도, 나름 환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곧 나갈거라고. 하지만, 굳이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은 따로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유?”
“그래. 바로 너와 이야기를 할 것이 있다.”
율리아의 말에 나는 흥분이 식는 것이 느껴졌다. 저 자식, 눈빛이 변했다. 바실에게 야한 수작이나 부리는 그 태도가 아니다. 우스타샤의 주인으로서, 라구사를 손에 넣으려던 희대의 책략가이자 야심가로서 보였던 그 눈빛이었다. 나는 그런 그의 눈빛에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너는 뭔가 내가 사고를 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황실 가족에게 나의 접근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는데··· 슬슬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냐? 나는 더 이상 황실 가족에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아니, 도리어 지금 내 입장에서는 내 목숨보다 더 필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황실 가족이야. 그러니, 네가 주장하는 것 같은 그런 위험한 상황은 결코 벌어지지 않아. 그리고 그건 이미 너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심을 푸는 것도 바보짓이지.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솔직히 좀 이야기 해보라고.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 의심을 못 푸는 것은 또 뭐야? 무슨 바리의 공포처럼 편집증 환자인 것도 아니고. 나에 대해서 지나치게 경계를 하는 이유가 정말로 위험해서야? 아니면 그냥 개인적인 이유야?”
“둘다! 그래, 나 개인적으로도 너 되게 마음에 안 들어. 불쾌하고 거북해. 속에 흑심을 품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걸 실현할 재능을 가지고, 황실에 달라 붙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존재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어.”
“쳇, 죽어도 바실 때문이라고는 말 안하네. 일단, 그렇다 치고 생각해 보자. 그런 이유라면 네가 나에게 제동을 거는 이유도 납득이 가는군. 나 역시도 너랑 똑 같은 이유로 네가 마음에 안 들거든. 나에게 한 말을 그대로 너에게 돌려주지. 속에 흑심을 품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걸 실현할 재능을 가지고, 황실에 달라 붙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년아. 어떤 의미에서 보면 너랑 나는 같은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는 평행선 위에 선 쌍둥이 자매로구나. 만나서, 반가워. 난 율리아야. 언니라고는 부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저 자식의 개소리에 분노하기 보다는 차분해졌다. 왜냐하면, 저 인간이 돌려준다고 한 말이, 정말로 누가 들으면 그렇다고 여기기에 충분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속에 흑심을 품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걸 실현할 재능을 가지고, 황실에 달라 붙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존재? 젠장할 해석과 결과는 좀 다르지만 나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네. 역시, 그런 것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저 녀석은 여건내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 경계심이 강해졌다. 그러나, 그런 나의 반응에 그녀는 조금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맘 같아서는 끝장을 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 너도 그렇지? 하지만, 서로 그러지는 말도록 하지. 피차 그랬다가는, 우리의 주인님을 실망시키는 결과 밖에 안남을테니깐 말이야. 그러니, 이쯤에서 적당한 선으로 신사협정을 맺자.”
“뭐? 신사협정?”
“그래. 나에 대한 혐오와 경계를 그만 멈춰. 적어도 황실 가족들 앞에서는 그렇게 해줘. 피차 불편한 분위기를 즐기는 취미는 없지 않나? 그리고, 너에 대한 소문은 이곳에 와서 상세히 들었다. 대외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제국 내부에서는 엄청난 책략가로 유명하더군. 그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너나 나나 서로 이 거친 세상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지혜와 역량으로 위기를 이겨낸 책략가들이지. 그렇다면, 이런 졸렬한 싸움에 기를 빼지 말고 합리적인 방향에서 대안을 찾자. 그것을 위한 신사협정이다.”
나는 율리아가 말하는 나에 대한 상향 평가에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제안에 조금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신사협정이라며?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오늘처럼 대놓고 도발하며 민망한 짓을 하는 건 자제하도록 하지. 적어도 네 앞에서는. 그리고, 너를 먹이는 수만가지 방법에서 검과 독은 배제하도록 하지.”
“호오··· 어쩐 일이야? 제일 자신있어 하는 걸 스스로 봉인하겠다니?”
“바실이 싫어할테니깐. 그리고, 쉽게 처리해봤자 재미가 없잖아. 그것이 아니더라도, 널 먹일 방법은 차고 넘쳐나거든. 가장 네가 굴욕적으로 느낄 것들 것 아낌없이 준비해 뒀으니 기대해두는 것이 좋아. 그래서, 이것으로 신사 협정은 동의?”
나는 율리아가 나에게 보여주는 강렬한 악의에 질린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회피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을 연기하며 그에게 말했다.
“좋아. 동의하지. 그러니 이제 그만 태자님의 방에서는 꺼져줘. 그리고, 부디 자신이 한 약속은 꼭 지키길 바라.”
“좋아. 그럼 협정이 체결된 것으로 알지. 약속은 틀림없이 지키겠어.”
그리고,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침대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발을 디딘 그가 일어서며 손끝이 머리 위로 올라갔다 크게 휘둘러졌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나는 반보 몸을 돌려 그것을 피하며 스쳐 지나간 그것을 저번과 마찬가지로 허공에서 낚아 챘고, 그리고 그대로 다시 그것을 들고 율리아에게 달려들어 내려 찍으려는 찰라, 그녀가 내 왼손으로 내 오른손 손목을 잡으며 버텼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이 다시 머리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마취침 언급이 없을 때 알아 차렸다! 이 년아!!! 같은 수법에 안 당한다고!!!”
“이번에는 두방이다!!! 받아랏!!! 아앗, 이 망할!!! 너도 집어던질 줄은 예상 못······”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우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다행스럽게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온 쿠타이였다. 쿠타이는 귀가해서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선 이렇게 말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어,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누나, 아침에는 그렇게 싸우더니, 하루 사이에 율리아랑 되게 많이 친해졌나 봐. 그렇게, 둘이서 서로 꼭 끌어안고 사이좋은 자매처럼 곤히 자고 있다니··· 근데, 그만 일어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거기, 바실 형의 침대잖아. 형이 보면 되게 오해할 것 같은데?”
전설적인 책략가라 스스로를 평한 우리들의, 아득하게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싸움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학을 떼는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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