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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주변에 사람이 저런 소리하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그게 바실이라도 오글거리니 제발 그만하라고 할 것 같다. 이 양반··· 뭔가 심상치 않았잖아? 그리고 그건 나만 깨닭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바실의 표정도 뭔가 상당히 기묘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와 바실의 표정을 본 요하네스는 그제서야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갈리아 전기에서 전해지는 담백하고 건조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유치하고 충동적이면서 좌충우돌하는 인간상이 더 근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 결코 얌전하고 차분한 사람 아니었어요. 일생을 여기저기 사고뭉치로 돌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소동을 벌이고 다닌 사람입니다. 그의 양자인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고, 그래서 선대인 그를 신격화할 필요가 있어 건조한 설정을 덧붙였던 모양인데··· 저는 이쪽이 좀더 인간 카이사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그런 그의 말과 글이 그런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지금 여러분께서는··· 천년이 넘는 시간을 위대한 로마 제국의 개조로서 떠받들어지던 시대의 거인의 결코 공개할 수 없는 민낯을 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요하네스 의원이 분석한 그 참담한 결과에 대해 할말을 잃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뭔가 반박하기 힘든 증거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깐.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 요하네스 의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하더니,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갑자기 납득이 되는 당대의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있습니다. 내전기에 가장 큰 의문으로 남은 카이사르의 부관 라비에누스의 배신. 오랫동안 그 원인에 대해 의문이었죠. 그런데 카이사르가 그런 양반이었다면, 그가 올린 보고서를 원로원에서 치욕을 감수하고 읽었을 그의 부관 라비에누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서 카이사르 세력의 2인자가 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벼락 출세도 이해가 되고요. 안토니우스의 성격이라면 그런 카이사르의 말투에 코드가 잘 맞았을 겁니다. 그러니 로마 역사상 가장 빽대가리인 그가 카이사르에게 중용될 수 있었겠죠.
그리고 키케로가 그를 싫어한 이유도 이해가 가죠. 독재에 반대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매사에 진지한 키케로 입장에서 카이사르의 말과 글은 극혐에 가까웠을 겁니다. 브루투스가 그를 암살한 것도 납득이 가네요. 엄마 애인이라는 것도 불편한데, 그 와중에 저런 뒷목잡을 소리나 하고 앉아 있으면서도 연을 끊을 수도 없는 존재가 너무너무 창피했겠죠.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의 사후에 로마 시민들이 보인 반응도 이해가 갑니다. 원래 대중들은 겁나 유치한 거 좋아하거든요. 식자들에게는 끔찍했겠지만, 그런 유치한 말과 글이 대중들에게는 겁나게 잘 먹혔겠죠. 그래서 브루투스의 쿠데타가 실패한 겁니다.
우와··· 모든 것이 다 발상의 전환만으로 해결되어 버리는 군요. 이게 이렇게 단순한 이유였다니. 그리고, 아우구스투스가 기를 쓰고 그의 모든 저술을 죄다 소각한 이유도 명백해지고요. 운이 좋게 그 화마를 피한 이 원본이 없었다면 어쩌면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를 비밀이었습니다.”
돌아버리겠네. 그냥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 편이 좋았을 비밀이라고!!! 그게 왜 지금 눈앞에 나와!!! 인류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이른 물건이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봉인함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베니스에서 보내온 수백개의 고문서 봉인함들. 그리고 그것을 보니 문득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요하네스 의원에게 그것을 물었다.
“의원님.”
“네, 말씀하십시오. 공녀님.”
“아우구스투스가 카이사르의 저술을 다 소각한 것은 신으로 받들어져야 할 그에게 이런 생각치도 못한 인간적인 면모··· 아니, 까놓고 말해서 유치하고 한심한 꼬라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셨죠? 근데, 그 증거가 되는 원본이 여기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봉인 또한 전부 소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개할 수도 없는 이와 비슷한 진실들을 세상에 알리지 않기 위해, 아우구스투스나 혹은 그의 관계자가 진행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오··· 핀포인트로군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공녀님. 이 고문서가 오랜 시간 황실 고문서 창고에서 보관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공녀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것은 황실에서 주도하여 봉인하였을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공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망각할 수도 없는 비밀을 머나먼 미래로 던진 것이지요. 그것들이 더 이상 그 어떤 정치적 영향을 주지 않고, 인류가 이 내용을 충분히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인지가 향상된 시점까지 말입니다. 우리는 그 오랜 봉인을 조금 일찍 열어버린 듯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봉인함이 전부 다?”
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저 너머에 산처럼 쌓여 있는 봉인된 문서함으로 모아졌다. 거기에는 넉넉하게 잡아도 수천권의 문서가 담겨있을 봉인함들이 아직 개봉되지 않은 상태로 다소곳이 놓여져 있었다. 그 말대로 우리는 너무 일찍 열었다. 현 시대의 인류의 인지는 이것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충분히 성숙치 않다. 단 한권만으로도 이것은 과하게 벅찼다. 그런데··· 아직 개봉되지 않은 봉인함이 저 만큼이나 더 있다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황실의 주도하에 차마 공개할 수 없어서 미래로 던진 것들이라면···? 설마, 저 안에 담긴 내용들이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위대한 인물들의 대사들이 마구 왜곡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알렉산드로스 1세
“크큭, 가장 강한 자가 후!계!자!다!”
아우구스투스
“내가 인생에 주어진 배역을 잘 해내었더냐? 그렇다면 좋아요 눌러주시고, 구독에···”
소크라테스
“크큭, 너는 너 자신의 스탯에 대해서나 알아라!!!”
람세스
“나의 진명은 오-지-만-디-어-스(람세스는 잊어라!). 크큭, 짐이 바로 왕 중의 왕이니라!!!”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모든 로마의 길이여. 나에게 통하라!!! 아!피!아! 가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만의 상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전부 두려운 표정으로 뭔가를 상상하고 어쩌면 그것의 진실일지도 모를 내용이 저 너머에 봉인함에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공포에 휩쌓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 사제 출신으로 보이는 어느 학자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손을 들고 말했다.
“저··· 저기, 설마 성경도 들어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 말이 결정타였다. 사람들은 식겁했다. 생각해보니··· 거기에는 정말로 현실에서 물위를 걷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채찍을 휘둘러서 성전을 정화하고, 자신을 배신할 자를 예언하고, 장사한지 사흘만에 살아나신 분이 나오잖아. 근데, 그분이 행여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경으로 여겨지는 그런 말투로 얘기한 내용이 발견된다면? 히이이이이익!!!!!! 실내에서는 소리없는 경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덕분에 빠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바실이 말했다.
“봉인함에 저 책 다시 집어넣고 닫으세요. 고문서의 봉인 해제를 향후 500년 이후로 미루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행여나 나가서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봉인해서 500년 정도 후에 개봉해드릴 테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얼굴에서 강렬하게 지당하다는 표정과 죽어도 그것을 말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보았던 지금의 시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인지 너머의 그 무엇을··· 비겁하게도 후손들에게 쓰루 패스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문서의 훼손 상태가 심각해서 앞으로 이 문서를 파손하지 않고 개봉할 기술이 충분히 발전된 이후에 여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거짓 공지를 발표했다. 500년 후의 후손들아··· 미안해.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이거 너무 내용이... 어휴.
그렇게 잠시 동안 황도에 화제로 떠올랐던 잃어버렸던 제국 고문서의 귀환은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일부 호사가들은 그것이 개봉되지 않고 다시 봉인된 이유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퍼트렸다. 그래서, 뭔가 엄청난 비밀이 담긴 내용을 제국 군부와 황실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소문은 오랫동안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된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거기에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어마어마한 비밀 같은 거 없다고.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보다 낮은 곳을 보게 될 한심함의 끝을 보는 내용만 가득하단 말이야! 자꾸 서류 찾겠다고 황궁을 기웃거리다 근위대에 처맞지 말라고.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나는 조금 마음의 동요가 있었다. 에라이··· 망할 놈의 사내 자식들아. 니들은 꼭 그렇게 유치찬란하게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리냐? 다른 사람도 아닌 옳바른 문체의 표본으로 제시했던 양반의 글마저 그 지경이었다니··· 그걸 필사적으로 정상적인 글로 수정했을 그의 서기관들과 비서 히르티우스와 후계자 아우구스투스가 얼마나 뒷목을 잡았을지 공감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관대해지는 기분도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저 양반마저 그런 문체리면··· 내가 뭘 근거로 옳바른 문체를 주장해. 에라이, 몰라. 다 때려치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누나, 왈라키아 대공님이 오셨어. 누나랑 면담을 요청하던데?”
쿠타이 녀석은 살짝 원망스러운 표정과 행복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 얘가 왜? 아아··· 그 녀석의 손에는 ‘몰다우는 쇠퇴하였습니다’, 3권의 사인판을 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작가 사인까지 받아둔 거냐? 에라이··· 나는 그 녀석을 외면하고 조금 불편한 기분으로 오랜만에 조우하는 왈라키아 대공을 만나러 알현실로 향했다. 여전히 그는 창백한 얼굴로 살짝 광기어린 미소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방문을 본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의외로 사과였다.
“렌필드 스승님에게 잘 전해들었습니다. 우선, 공녀님에게 저속한 문체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아, 아··· 아닙니다. 대공님께서 이렇게 사과하시다니··· 말씀을 거두십시오. 저는 이렇게 대공님의 사과를 받으려고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국의 공문서에 걸맞지 않은 문구들이 있어, 그것이 대공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두려워 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제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몰다우 전선의 정복자인 대공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체 같은 걸로 지적을 하는 것은 주제를 모르는 월권이죠. 오히려 제가 사과를 드려야 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과하였습니다.”
나의 말에 대공은 나와 마찬가지로 사과를 거두라고 말하며, 우리는 잠시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그래서, 잠시 후 자리에 앉아서 그가 그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
“지병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전선의 흥보를 위해서 그렇게 쓰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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