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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에 공작님과 시녀장님이 화들짝 놀랬다. 그리고 당황하여 그녀를 다시 보면서도 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리도 아니겠지. 어지간한 백작 부인도 저것보다는 장신구를 많이 달고 다닐 것이다. 평소에 사치스러운 걸 혐오하고, 실리 최우선이신 황후 마마의 복식은 거대 제국의 황후로 연상하기에는 지나치게 수수하셨으니깐. 그리고, 황후마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알현실에 그분이 들어오신 것도 납득이 갔다. 비밀이 보장되는 알현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내궁의 주인인 황후 마마 뿐이지. 그러니, 그녀에게는 지금 이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 납득 다음으로 인지하게 된 것은··· 바로, 분노였다. 나는 눈을 부비고 다시 황후 마마를 보았다. 황후 마마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하신 표정이셨다. 그리고, 그 시선이 공작님에게 맞아 바닥에 나뒹굴어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경악은 격렬한 분노로 승화하였다. 그녀가 노기 어리고 황망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헝가리의 특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카밀라의 부친이 오고, 그리고 예정에 없던 황궁으로 바로 왔다고 하여, 바실이 신신당부한대로 황궁 내궁의 주인으로서 특사를 귀빈으로 맞이하러 일부러 왔더니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더냐?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진 이 상황이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냐!!!!!!”
그녀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그러고 보니 바실이 부탁을 한 모양이다. 헝가리에서 오는 특사가 카밀라 공녀의 부친인 템즈 공작이니, 황궁에서 최고 귀빈으로 의전을 진행해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내궁의 주인인 황후 마마가 직접 맞이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공작님은 원래 예정을 무시하고 나를 먼저 찾아온 것이고. 그래서, 마침 일정과 무관하게 황궁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황후마마가 그걸 보러 오셨다가 지금 이 상황을 목격하신 것이다. 아, 이제야 상황이 일목요연하네. 그리고··· 우리는 망했네.
그리고 그것은 공작님도 느끼신 모양이다. 그는 방금 전에 나를 징계하던 기세는 간 곳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황후 마마를 보며 말했다.
“아, 저··· 유도키아 황후 마마십니까? 아, 그···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 헝가리의 특사로 온 템즈 공작, 라즐로 아르파드 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 당황하셨겠지만 제가 설명을···”
“근위대!!!”
공작님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 말을 끊고 곧바로 황후 마마는 바랑기안 근위대를 불렀으니깐. 그리고, 황후 마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십명의 중무장한 근위대가 알현실로 달려와서 무기를 뽑아들었다. 북방의 무시무시한 거인들이 전설의 무구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근위대 장비를 뽑아들고 알현실에 들어오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공포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앞에 선 병사들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공작님을 향하고선 말했다.
“무기를 버리고, 팔을 머리 뒤로 하고, 꿇어.”
“뭐··· 뭣이? 나는, 헝가리의 특사다. 외교관 특권으로 그런 대우는 수용할 수 없다.”
그의 말에 근위대원이 당황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황후 마마의 목소리에서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더 차가운 답변이 흘러나왔다.
“꿇어라.”
“화··· 황후 마마. 지금 이건 외교적인 결례···”
“외교? 나는 지금 내 집에 들어와, 주인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난동을 부린 도적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경고다. 꿇어라.”
그 말에 공작님은 외교관 면책 특권이고, 나발이고 재빨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시녀장님과 나도 다급하게 그 뒤에 꿇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두 사람이 더 나타났다. 환관장 율리아와 근위대장 안드로니쿠스였다. 두 사람도 역시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안드로니쿠스는 갑작스럽게 근위대를 소환한 황후 마마의 모습에 당황하여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황후 마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근위대 긴급 소환을 해서 달려왔더니,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마침, 잘 왔구나. 너도 꿇어라.”
“네··· 네?”
“근위대장 안드로니쿠스, 황후의 이름으로 명한다 꿇어!!!”
그녀의 말에 근위대장은 당황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조건 반사식으로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근위대장의 검을 풀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든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검을 안드로니쿠스 근위대장의 머리에 칼집채로 내려쳤다.
‘퍼어어어억!!!’
“이 모자란 놈. 똑똑히 보아라!!! 지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퍼어어어억!!!’
“제국과 황실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놈이··· 지금 저 도적이 들어와 난동을 벌이는 중에 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었더냐?!!!”
‘퍼어어어억!!!’
“이 모자라고 한심한 놈아!!! 아직도 마적 두목 버릇을 못버린 것이냐? 아비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한 말을 망각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더냐? 지금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해서 근위대장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부정하느냐? 대답하거라!!!”
그녀가 칼집을 내려칠 때 마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그래서, 그 붉은 머리가 피로 물드는 동안 그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그리고 황후 마마의 말에 그는 묵묵히 듣다 대답하였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저의 과실입니다. 황궁과 황실을 지키는 일을 기만하였습니다. 유죄입니다.”
“그렇다면 이의는 없겠군. 지금 시간 부로 안드로니쿠스 근위대장을 임시 직위 해제한다. 근위대, 지금 즉시 이 죄인을 연행해라.”
나는 뭐라고 할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입을 딱 벌렸다. 근위대장의 직급은 제국에서 왕에 준한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 존재했던 제국 내 데스포트들도 근위대장과는 동격으로 여겨졌다니깐. 그 정도의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근위대장이··· 지금 눈앞에서 알현실의 폭행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죄로 직위 해제되고 체포되어 끌려나갔다. 그렇게 되자 당연히 드는 의문이 생겼다. 사건을 막지 못한 사람도 저러는데, 범인은 대체 무슨 결과가 기다리는 거야? 그 생각이 공작님에게도 든 모양이다. 근위대장이 끌려나가기가 무섭게 공작님이 황후 마마를 보면서 소리치셨다.
“화··· 황후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지금 지나치게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나치시옵니다.”
“고정하라고? 지금 네가 감히 누구에게 지시를 하느냐? 헝가리의 시골 귀족 나부랑이가 언제부터 제국의 황후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졌지? 그리고 흥분했다고? 그 쪽이 너에겐 다행일텐데? 지금 내가 흥분해서 다음 행동이 생각나지 않는다만, 침착했다면 지금 네 상황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모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다? 지금 네가 지나치다고 하였느나? 제국의 황궁에 난입하여, 허락도 받지 않고 난동을 부리고, 황궁의 공녀를 폭행한 자가 아직도 근위대의 창에 꿰뚫리지 않고 멀쩡히 입을 놀리는데 어떻게 이보다 자비로울 수가 있지?”
공작님은 황후 마마의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나에 대한 폭행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를 잠시 흘끔 본 그는 조금 전에 기세등등한 모습은 간곳이 없이 기죽은 모습으로 황후 마마에게 말했다.
“황후 마마. 저는 저 아이의 아비입니다. 아비가 자식을 벌하는 것도 잘못되었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것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와, 이럴 때만 아비래.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귀족가에서 가주의 권한은 절대적이니깐. 실제로 그러지는 않겠지만, 아버지가 딸에게 손찌검을 한다고 잘못되었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 지독한 폭행을 집안의 가법이라고 둘러대는 식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공작님의 잔꾀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런 잔꾀는 유감스럽게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 황후 마마는 더 분노한 얼굴로 공작님에게 말하신 것이다.
“아니, 틀렸다. 너는 그런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저 아이는 너의 자식보다, 제국 황실의 공녀로서의 위치가 우선이니깐. 그런 이유로 보낸 아이가 아니었더냐? 생사여탈과 처우에 대해서 제국 황실에 권리를 양도하고 보내는 것이 공녀가 아니더냐? 그렇다면··· 지금 저 아이는 너의 자식이 아닌, 내 소유로 속한 아이니라. 그러니, 저 아이에게 손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와 황제 폐하 뿐이다.
설령 네가 혈연으로 이어진 이라고 해도, 그것은 저 아이가 이곳에 너희 나라가 바친 공녀로 온 시점에서 모든 권리는 말소되고, 우리에게 귀속되었다. 그러니, 지금 네가 한 행동은, 제국의 황실을 무시하고, 황실의 소유에 대해서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허락받지 않은 무도한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헝가리 특사에 의한 제국 황궁 요인 테러 사건인 것이다. 시건방지게 사건을 집안의 일로 축소하여 회피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와, 돌겠네. 근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죽이던 살리던 제국 마음대로 하라고 보낸 것이 사실이니깐. 그리고, 황궁에 입성을 허락받은 시점에서··· 나의 신변의 책임자는 황후 마마와 황제 폐하가 맞기는 하지. 그러니, 넓은 의미로 해석해 보면, 공작님은 정말로 제국 황실 요인에게 테러를 가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녀라는 생각을 하니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다 잘 떠올리지 못했지만 사실 이게 맞기는 맞지. 이게, 또 이렇게 해석되나? 그리고 그 말대로라면··· 공작님은 지금 예전 종주국이고 향후 동맹국이 될 강대국에 와서 정신줄 놓고 황실이 총애하는 인사에게 테러를 저지르는, 죽고 싶어 환장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공작님은 경악한 모양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방금 전에 왕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근위대장이 머리에 피 철철 흘리도록 쳐맞고 연행되어 끌려갔다. 그러면 자신에게 가해질 이후의 상황은? 공작님은 기겁하신듯 갑자기 꿇은 자세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갑자기 내 어께를 끌어안고 머리를 맞대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오해시옵니다. 저는 그저, 오랫동안 보지 못한 딸에 대한 서운함이 겹쳐, 불만을 토로하다가 생각치도 못한 언쟁이 오가느라 그리 된 것입니다. 제가 제 딸을 테러하다니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딸, 템즈의 꽃이라 불리우며 애지중지 키운 제 아이를 제가 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 카밀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아비가 잠시 울컥한 것이지, 내가 너를 어찌 해꼬지 할리가 없지 않느냐? 그렇지? 나의 사랑하는 딸아.”
와, 씨바. 말이나 못하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어쩔 수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겠지. 이 와중에 정말로 내가 가짜라는 것까지 들통나면··· 아마, 본국은 같은 이름의 초원이나 황무지가 되어도 신기하지 않을 것 같으니깐. 어쩔 수 없지만 필사적으로 그저 사이가 좀 토라진 부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에 나름 신속하게 태세전환 하시는 공작님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공작님의 잔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갑자기 황후 마마의 시선이 나를 향하셨다. 그리고, 공작님에게 보여주던 차가운 표정과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네가 선택해라. 너는 누구냐? 네 아비의 딸이더냐? 아니면 황실의 공녀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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