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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금 뭐가 어쩌고 어째? 현실을 인정하라고? 내가 시궁창에서 구를 때 가장 많이 들었고, 가장 증오한 말이 바로 그거였는데, 그걸 여기서 다시 듣네. 야, 이 새끼야!!! 한판 붙어!!! 뒷세계의 룰에 따라서 정식으로 너한테 도전을 신청한다. 코티잔 레지나(Courtesan Regina : 창부의여왕)다!”
야, 왜 갑자기 네가 더 흥분해서 그래? 그리고 뭐시기? 코티잔 뭐?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에 파르스는 흥미로운 표정을 얼굴에 드리웠다.
“호오··· 동업자셨구만. 그리고 코티잔 레지나라. 뒷세계에서 경쟁하는 두 가게의 경쟁이 너무 과열될 때,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발생한 매출을 비교해서, 이긴 쪽만 남고 진쪽은 장사를 접는 그 치킨 게임. 제 정신 가진 두목들도 엄두를 못내는 그걸 여기서 제안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 이거, 갑자기 흥분되는데? 이봐, 근데 자신있는 거야? 이 승부··· 해보나 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다 망해가는 가게에 종업원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가게 이길 수 있겠어? 우리 가게 제법 할키스에서 알아주는 곳이라고.”
알면 알수록 괴담만 늘어가는 뒷세계. 그딴 웃기지도 않는 경합이 있었어? 그리고 그걸 얼씨구나 하고 먼저 제안하면 어떻게 해? 저 녀석의 말처럼 정말로 뭔가 해보기도 전에 진 승부라는 생각 밖에 안드는데? 그리고 그것에 동의하는 듯, 클레어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율리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뭔가, 묘한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지가 더 흥분해서 클레어와 바실을 보면서 말했다.
“나를 고용해, 클레어. 내가 저 자식의 콧대에 한방 제대로 날려주겠어.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너를 도울 거야. 그렇지? 바실?”
“네? 모··· 모두가요?”
그러나 율리아는 바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클레어에게 말했다.
“이대로 포기할거야? 엄마의 일생이 담긴 가게잖아!!! 저런 깜도 안되는 양아치한테 날려 먹을 셈이야? 우리를 고용하고, 그 승부 받아! 저 자식 박살내 버리고 누가 진짜 이 바닥의 주인공인지 보여줘. 결정해. 네 의지에 달렸어.”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시큰둥하던 클레어의 표정에서 의욕 같은 것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파르스를 보며 말했다.
“그래, 한판 붙자. 어차피, 네 녀석도 여길 치워버리기 위해 바라던 바잖아? 지는 쪽이 가게 접는 조건으로 승부를 내자.”
“큭큭큭··· 별 생각없이 찾아왔다가 되려 희소식을 얻어가는 군. 좋아. 코티잔 레지나, 받는다. 말도 안들어먹는 고집불통, 차라리 이 방법이 속편하겠군. 준비를 마치고 연락하라고. 나는 언제라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일정은 핸디캡으로 네 쪽에서 정하는 대로 받아주지. 어차피, 승부는 뻔하지만 어디 한번 자웅을 가려보자. 크하하하!!!”
그렇게 파르스는 광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율리아와 클레어를 제외한 우리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아니, 지금 이 기집애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모두가 망연자실한 가운데 율리아 만이 열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 다섯 손가락에 꼽을 흑역사로 기록될 할키스의 코티잔 레지나는 너무나 어이없는 계기로 시작되어 버렸다.
잠시 후, 조금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에 우리는 클레어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우리끼리 율리아 성토 대회를 열었다.
“아니, 형님.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승부를 걸어버리셨어요? 대체, 그걸 어떻게 수습하시려고···”
“아니, 애초에 에파미논다스 경의 유지를 받들어 권력을 동원하지 않고 도움을 주기로 한 건 너잖아. 그리고 당사자가 바라는 건 가게의 유지고.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한 행동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는 것은 사실이잖아.”
그 말에 내가 끼어들었다.
“아니, 이 미친 기집년아!!! 그게 어디가 적절한 방안이야? 지면 죄다 털리고 이 바닥 뜨는 승부잖아? 근데 이길 승산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데, 어디가 적절하냐고!!! 너 설마 조기에 이 가게 클레어 사장이 접게 만들어서 새출발 시킬 생각으로 저지른 거냐?”
“미쳤냐? 걸어온 승부를 지긴 왜 져!!! 이길 거야! 죽어도 이길 거라고. 라구사의 시궁창에서 여기까지 기어올라온 나다! 내가 설마하니 할키스 깡촌의 주점에 발릴 거라고 생각하냐? 나, 율리아야! 우스타샤의 주인이었던 율리아라고!!!”
“옥상에서 개수작 부리다 물리적으로 제압된 주제에 허세 부리지마! 거기서야 조직도 있고 무력도 용납되었으니 먹혔겠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이 안되잖아! 애초에 여기 상황을 봐! 망하기 직전인 가게에 우리 다섯명이 더 뭘 어쩌라고!!!”
“아, 젠장할!!! 그래, 인재 부분에서는 최악인 건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보기도 전에 포기할 셈이냐? 난 그렇게는 못해! 만약 내가 그랬으면, 나는 지금도 우스타샤 전대 두목의 무릎 위에 앉아서 앵앵거리며 애교나 부리고 있었겠지. 빌어먹을 내가 뒤져도 그렇게는 못살아. 그러니, 내 앞에서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라는 말은 집어치워. 정 안되면 내가 몸으로 때우면 될거 아냐!!! 까짓 거, 내가 좀 비위 상하는 거 참고 구르면, 할키스 사내 자식들 나한테 안넘어 올 놈이 있으리라 생각하냐? 여기 사는 사내 놈들 죄다 빨아먹어서라도 승산을 만들 테니 해보기도 전에 못한단 소리는 집어치워.”
헐. 그 말의 막장스러움을 넘어서, 정말로 작정하면 저 년은 해내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할말을 잃었다. 그래서 그 말에 제동을 건 사람은 내가 아닌 바실이었다.
“당신의 주인으로서도 그렇고, 동생으로서도 그렇고, 그건 금지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아, 네··· 알겠습니다. 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럴 생각은 저도 없으니 만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의 주인이시여. 일단, 그것은 정말로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더라도, 미리부터 포기하진 마시죠. 세상을 살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때마다 그것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때로는 내키지 않는 승부라도 부딪쳐야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스승이신 에파미논다스 경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나요?”
율리아의 환관장 모드로 한 말에 바실은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만류할 수 없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바실에게 율리아가 쇄기를 박았다.
“일단, 먼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죠. 이곳의 상황을 점검하고, 파르스의 가게를 조사하고, 할키스의 동향을 조사해 보도록 하죠. 나를 알고, 적을 알고, 지리를 판단하라. 용병의 기본 아닙니까?”
결국 바실이 졌다. 바실은 율리아가 내지른 사고에 깊은 한숨을 쉬면서도 일단은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실의 동의를 확인한 율리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멀리서 우리를 보고 있던 클레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합의 끝났어. 이제부터 우리는 코티잔 레지나를 진행하는 기간 한정으로 너의 고용인으로서 너를 도울 거야. 이제, 당신이 우리의 고용주니 우리를 하대하도록 하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율리아입니다.”
“네가 부추겨서 얼떨결에 저지르긴 했지만,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뭐, 될대로 되라지. 잘 부탁한다, 율리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잘 부탁해.”
“아, 네···”
여러분께서는 지금 제국의 공동 황제와 근위 대장과 카자크족 후계자와 헝가리 공녀와 선대 황실의 황손을 고용인으로 둔 전설의 레전드급 고용주를 보고 계십니다.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거야? 우리는 좀 떨떠름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그것은 바로 시장조사. 율리아는 대략적인 할키스의 사정을 클레어에게 탐문한 다음에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 각자 일을 분담해서 조사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뭔가 이런 일에 익숙한 율리아의 지시를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그년의 말대로 조사에 임했다. 그리고 반나절 정도 후에 다시 가게에 모인 우리는 정보를 공유했다.
“일단 가게 상황을 살펴봤다. 낡은 실내 장식도 장식이지만, 내부 구조에 마모가 심하더군. 어차피 수리를 한번 하긴 해야 할 곳이었다.”
“파르스의 가게는 정말로 할키스의 명물이 맞더군요. 외부에서 딱 봐도 돈을 제법 많이 쓴 듯이 화려하고 멋진 외관이고, 거기 일하는 여성분들도 다들 아름답고 수려하시기 그지 없더군요. 그래서, 사람들도 바글바글하고요. 동네 남자들은 모두 거기 가고 싶어서 안달인 모양이더군요.”
“할키스의 항구를 돌아보니, 확실히 경기가 나쁘진 않아 보였어요. 하지만, 내전의 피해를 많이 당한 곳이라서 그런지 묘한 불균형이 보이더군요. 내전 당시 젊은 남자들이 많이 끌려가 사망해서 그런지, 한참 일할 나이의 남자들의 수요가 많아서 난리인 모양이에요. 덕분에, 남자들이 돈벌기가 어렵지 않아 파르스의 가게가 성업을 이룬 것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이 바닥에서 이번 일에 영향을 미칠 곳은 파르스의 가게 밖에 없는 모양이더군. 여자들 소식통을 좀 캐어보니 다들, 집안에 남자들이 파르스의 가게에 가는 것에 불만이 가득한 모양이더라. 클레어의 가게는 물론 다른 그런 종류의 가게는 안중에 없는 것 같았어.”
율리아는 찬찬히 우리가 모아온 정보들을 통해서, 뭔가를 이리저리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조금 날카로운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어느 순간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방법을 찾았다. 파르스의 가게를 상대로 이길 방법이 한가지 있었어.”
그의 말에 우리는 물론 클레어의 표정에 놀라움이 번졌다. 뭐, 뭐라고? 이길 방법이 있다고? 어떻게? 클레어가 물었다.
“무슨 방법이지? 현재 처함 상황만 생각해 보면 어딜 봐도 우리가 열세인데? 가게도 너저분하고, 할키스에서 인지도도 떨어져.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파르스의 가게에 일하는 수준으로 매상을 올려줄 수 있는 미인 종업원들을 구할 방법도 없어.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인거지?”
“하나씩 이야기하도록 하죠, 사장님. 일단 내부 장식은 조금 손을 보도록 하죠. 많이 손볼 필요는 없어요. 최대한 가게의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내부 장식을 우리 일행들이 하도록 하죠. 우리 다섯명이면 1-2 주 정도면 가능할거에요. 제가 그걸 설계하고, 인건비는 우리 인력만 사용하면, 아마도 선친이 남기신 유산 한도 내에서 공사가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그··· 그게 가능해? 뭐, 그럼 좋아. 그렇다면 바닥으로 떨어진 인지도는 어떻게 하고?”
“그것은 가게의 내부 장식을 다시 손보고, 가게를 새로운 방식으로 영업한다고 흥보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그리고, 파르스의 가게와 경합을 벌이는 사실을 가지고 입소문이 퍼지게 만들죠. 할키스 최고의 가게와 대등한 입장에서 승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원래, 사람들은 최고와 최악의 싸움을 좋아하고, 묘하게 마음 속으로 후자가 이기길 바라거든요.”
율리아의 말에 클레어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일단 가게에 사람들이 관심은 가지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가게 내부만 손보고 관심만 끌어봐야··· 근본적으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잖아. 결정적으로 우리에게는 파르스의 가게를 넘어설, 손님을 끌어올 종업원이 없어. 지금, 어디가서 그런 아이들을 구한단 말이야? 설마, 율리아 네가 그걸 다 감당할 생각이야? 확실히 너 정도라면 사람을 끌어모으겠지만··· 너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고.”
“뭐, 사실 범죄 영역에 대해서 허용을 해준다면, 저 혼자서 못할 것은 아닌데··· 그랬다가는 누가 난리를 칠 것 같아서 철회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을 듯 하군요. 방법이 있어요. 이번 일에 대해서 저쪽 가게에 승산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말이에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거에요.”
“발상의 전환? 그게 뭔데?”
그리고 클레어의 말에 율리아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손님으로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받도록 하죠.”
“······!!! 뭐, 뭐라고? 손님을 여자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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