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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 목까지 올라왔다 참았다. 그래, 그랬다. 내가 해야만 한다는 일. 그건 바로 이 가게의 주방일이었다. 이 망할 년이 정말··· 지금, 누구한테 감히 부엌데기를 시켜 먹어!!! 라고, 욕이 치밀어 올라왔지만, 그걸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 외에도 다들 이번 일에 대해서 겁나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앉아 있었고, 특히나 우리 제국의 좀 모자라신 공동 황제께서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장님, 저 지명 없나요?”
“없는데.”
“히잉··· 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지명되서 테이블에 불려가는데, 저만···”
“글쎄, 근데 왠지 지명이 안되는 이유는 그냥 거울보면 알 것 같은데··· 어? 뭐라고? 이봐, 바실. 할일이 생겼다.”
“오오오!!! 지명인가요?”
“아닌데. 쓰레기 좀 밖으로 버려달라는데?”
“안돼, 제발!!! 제발, 하느님.”
뭔가, 얘만 다들 잘나가는 와중에 혼자 방구석에 꿔다 놓은 보리자루 신세가 되서 대기실에서 계속 대기하고 앉았다. 와, 씨···. 그래도 근위대장보다는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자들한테 안 먹히나? 어휴··· 근데, 왠지 얘 생긴거랑 하는 짓 보면 납득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왠지 나랑 사이좋게 후방 스태프 신세가 된 우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분을 느끼며, 화려하게 빛나는 홀을 바라보았다. 뭐지? 이 괜히 더러운 기분은? 바실은 그냥 다운된 것처럼 보였지만, 왠지 나는 뭔가 분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율리아 저 년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볼 때 마다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뭔가 가게의 판을 깨는 난입자가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파렴치한 영업이야!!! 이건 반칙이잖아!!!”
파르스였다. 그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클레어를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파르스의 비난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서서 파르스를 막아서며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승부를 가리자며? 그 승부에 종업원이 꼭 여자여야 하고, 손님들이 꼭 남자라는 룰이라도 있었냐?”
“야, 이!!! 코티잔 레지나잖아!!! 고고한 코티잔들이 서로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벌이는 뒷세계의 결투에 이게 무슨 변칙이야!!!”
“아, 씨! 거듭 말하지만 무슨 상관이냐고? 꼬우면 너도 손님으로 여자 받던가? 그리고 다들 즐겁게 잘 놀고 계시는데, 왠 행패야? 지금 네가 하는 것이 더 큰 반칙이라고. 손님은 왕이다! 여기 오시는 손님들의 유흥을 최우선으로 한다! 불문율 잊었냐? 괜히 여기 오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는 손님들 기분 상하게 하지 말라고!!! 안그래요? 손님들? 제 말이 틀린가요?”
“틀리지 않아요! 우리라고 남자들처럼 놀지 말라는 법 있냐?!!! 우리도 놀고 싶다고.”
“우리 오빠들 못 잃어! 이 가게 못 잃어!!! 우리 즐거운 시간 방해하지 말고 얼른 꺼져!!!”
가게의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난입한 파르스를 성토했고, 다른 사람도 아닌 손님들의 항의에 파르스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는 분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이를 갈면서 클레어를 향해 소리치며 나갔다.
“이런 식으로 나왔다, 이거지? 그래 좋아. 끝장을 보자!!! 너 각오 단단히 해야 할거야!!!”
“헹? 두고보라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더라. 자아, 오늘 오신 손님들... 잠시 헤프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방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대신으로 여기 오신 모든 분들에게 스파클링 글래스 와인을 돌립니다. 모두 잔을 들어 주세요!!!”
“우와아아아!!! 사장님, 최고!”
“자아, 다들 건배! 우리 가게의 번영과 오늘 밤의 즐거운 시간을 위하여!!! 하하하!!! 이 정도 호황이라면, 이번 승부에서 우리가 이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수 있겠어!!!
그렇게, 뭔가 우리는 망연자실한 가운데, 밤은 열기로 잠들지 않고 점점 고조되어 갔다. 그리고, 새벽녁이 되어서야 마지막 손님을 돌려 보내고 영업 종료를 한 다음에 졸린 눈으로 정산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 클레어가 놀라서 소리쳤다.
“맙소사. 가게 1년치 매상을 어제 하루 만에 벌었어. 대박이야!!! 우하하하!!! 이 정도라면 승리는 따놓은 거나 다름 없어. 다들, 너희들의 도움 덕이야.”
“하하하!!! 제가 뭐랬습니까? 이거 먹힌다고 했죠? 이제 시작입니다. 파르스의 가게도 틀림없이 이를 단단히 갈면서 준비를 할겁니다. 남은 시간 동안, 최고의 결과를 계속 이어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도 경쟁해야 한다고 한 거 기억하시죠? 자, 사장님. 발표하시죠. 종업원별 매상 순위를 말입니다.”
“어? 그거··· 해야만 하는 거야? 어차피 우리 다 같이 일하는 건데, 그거 발표하면 서로 빈정 상하지 싶은데.”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로 경쟁하고 최선을 다할 동기가 생겨요. 하세요. 어차피 결과는 뻔하지만.”
율리아의 말에 클레어는 머뭇거리다가 정산한 매상 결과를 발표했다.
“4등은 바실, 3등은 꾸띠, 2등은 앤드류. 그리고··· 1등은 쥴리안. 우와··· 역시 쥴리안이 압도적이네. 2등과 3등을 합친 정도의 실적이네.”
“크하하하하!!!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설마하니, 제가 여기 있는 세상 헛경험만 가득한 철부지들이랑 비빌 레벨이 아니죠. 크하하하하!!!”
율리아의 오만에 쿠타이와 안드리니쿠스는 묘하게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율리아는 두 사람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의외로··· 나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얼굴 가득히 이겼다는 표정을 확연하게 드리우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치,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너한테는 이런 거 무리지?’ 그걸 보니 왠지 모르게 사람이 슬슬 열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인 사살을 해버리는 발언을 내뱉었다.
“아, 사장님. 그러고 보니 주방 아줌마도 고생하셨으니 칭찬 좀 해주시죠.”
“으응? 그렇군. 수고 많았어요, 카밀라. 아, 그리고 지금 밀린 설거지랑 남은 청소들 좀 부탁할게요.”
“네? 왜··· 왜요?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그리고 나의 그 질문에 율리아가 대답했다.
“어휴, 주방 아줌마가 업계 생리를 모르네. 원래 종업원들은 낮에는 푹 휴식을 취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야, 최고로 화사한 미소로 손님들을 밤에 맞이하지. 그래서, 우리들은 먼저 들어가서 좀 잘 테니, 주방 아줌마는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쉬러 가시죠.”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율리아는 보란듯이 키득거리며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이··· 이 망할 년이 정말로 한판 붙자는 거지? 지금 저 썅년이 나랑 붙어보자는 거지? 그걸 자각하자, 눈깔이 확 뒤집어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 이 망할 년아··· 먼저 시작한 건 너다. 후회하지 마라!!!”
그리고 나는 분노하며 열기를 불태웠고, 그런 나의 옆에서 한 사람의 잠꼬대가 들렸다.
“히익! 벌써, 새벽이네. 어느새 잠들었지? 어라? 영업 끝났어? 사장님, 저 지명 들어왔나요?”
“아니, 안들어왔는데.”
“안돼, 제발!!! 제발, 하느님.”
다음날, 다시 어둠이 드리우자 가게는 환한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제의 입소문을 듣고 들어온 할키스의 부녀자들은 전날보다 더 바글거리며 가게에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가게가 오픈하였다.
“마이 레이디, 클레어의 가게에 어서 오세요!!!”
“와아아아아아!!!”
여자들은 영업 준비를 마치고 오픈한 가게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밀고 들어와 가게의 테이블과 룸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서로 경쟁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종업원을 소환하려고 안달을 부렸다.
“오우, 이런··· 나를 찾는 우리 새끼고양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군. 이를 어쩌지? 내 몸이 차라리 여러 개라면 좋았을 것을··· 몸이 하나 뿐이라 한번에 한곳 밖에 응대하지 못하는 죄많은 오빠를 용서하기를···”
“아우우우우우··· 아쉬워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다니···”
여자들은 저마다 최고로 인기있는 이 가게의 에이스, 쥴리안을 지명하지 못한 것에 안달을 부렸고, 쥴리안은 그들의 마음을 농락하듯 능청을 부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홀의 중앙의 천장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우하하하하!!! 잠시 지켜보니, 한심하기 그지 없군. 고작, 저런 기생 오래비가 선망의 대상이 되다니. 할키스의 레이디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시오. 저 양아치는 그대들의 애정을 받을 가치가 없는 자라오. 그대들의 열정, 차라리 나를 위해 바치시오.”
“어머머머머!!! 대들보에 사람이? 저 사람은 누구야? 근데, 의외로 멋진 남자? 다··· 당신은 누구시죠?”
그리고 그 멋진 남자가 점프해서 멋지게 테이블 위에 착지하고, 망토를 휘달리며 말했다.
“내 이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카밀, 그저 내 사랑을 받아줄 레이디를 찾아 떠도는 집시 음유시인이라오.”
그래, 씨발!!! 에이전트 카밀 소환이다!!! 네가 남장하고선 에이스란답시고 사람을 개무시했다 이거지? 질수 없다!!! 나는 항상 죽어도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은근 자주 꺼내는 것 같은 카밀 공자를 소환했고, 그 모습에 우리 일행은 물론 가게의 손님들도 할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에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나, 저 사람 소문 들어봤어. 비밀의 귀공자, 에이전트 카밀이야!!! 제국 황실, 행정부, 군부의 추격을 당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을 조롱하고 여인들의 마음을 홀리고 다닌다는 그 전설의 바람둥이··· 그 사람이 여기 할키스에 나타났어!!! 대박! 나 이제 죽어도 좋아!!!”
“우와, 멋진 남자. 나 이제 쥴리안 대신에 카밀로 갈아 탈래. 카밀 공자님··· 혹시 저희가 지명해도 되나요?”
카밀 공자는 멋드러지게 모자를 벗어서 인사하며 대답했다.
“나를 바라는 레이디라면 얼마든지. 클레어 사장님? 잠시 여기서 몸을 의탁하리다. 괜찮겠죠?”
클레어 사장은 뭐가 어찌되었던 재밌으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끄덕. 그리고, 여자 손님들의 환성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전국구급 에이스의 등장으로 가게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모두가 다 기대에 부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 사람만 제외하고. 그 한 사람 율리아가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거 뭐 하자는 짓이냐?”
“먼저 시작하신 거 아니셨나? 우리 사이에 안했다는 개소리는 관두지.”
“그래서, 해보자는 거냐? 이 망할 년아?”
“그래, 해보자는 거다. 이 되다만 색꺄.”
율리아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일그러진 미소를 드리우며 주먹을 내밀었고, 나도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 주먹을 주먹으로 툭 치면서 응수. 깔끔한 선전포고였고 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들의 병림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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