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
“네가 여긴 무슨 볼일이냐?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고 아침부터 여기에···”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상대라는 건 서로 마찬가지니 따로 지적하지는 말자고. 나도 내키지는 않지만 혼자 해결하기가 좀 뭐한 용건이 있어서 온거다. 어제 그랜드바자에서 있었던 일. 뭔가 좀 아랫 사람들로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냐?”
“호오. 왠일로 네 입에서 정상적인 말이 나올때가 있냐? 네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변함없지만, 그래도 그 지적에 대해서는 동감이다. 그래, 그냥 두고만 보기에는 황후 마마의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방법을 좀 찾아드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본인이 저지른 일도 아닌 수백년 전 어느 몰지각한 여자가 저지른 일로 동명이인의 가족이 고통받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야.”
“훗. 받아들이는 포인트가 그 쪽이냐? 넌 역시, 공녀치고는 너무 시건방져. 황실 가족과 동격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니. 나는 그보다는 향후 황실의 계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설수를 걱정했다. 아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황후 마마의 모친은 곧 바실의 외할머니다. 그리고 그분의 이름이 메살리나라는 것은 나중에 바실의 모계에 메살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일족이 있다는 기록을 남긴다. 동명이인이기는 해도, 무희 출신이셨던 그분의 신분을 생각해 보면 후세에 그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왜곡될 여지가 있고, 그건 곧 바실에게 더러운 혈통이 있다는 식의 트집거리가 되지. 그건 지금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안돼.”
나는 이 녀석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조금 놀랐다. 내가 다소 감정적인 관점에서 상황의 해법을 필요로 했다면, 이 녀석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구나. 그리고, 저 녀석의 말처럼 내가 너무 시건방졌다면, 저 녀석은 너무 바실에 집착하고 있다. 이 녀석과 나와의 같은 목적지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상반된 방향성은 나로 하여금 녀석을 다시 한번 경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일단 우리가 주어진 당면 과제에 대해서는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리고, 그건 녀석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훗, 그래서 일시적인 동맹 제안이냐?”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사안이다. 그리고 같은 이해 당사자이고. 네 녀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그 일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웬수라는 관점에서 각자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좀더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겠지. 콜?”
“콜. 좋아, 협조해 주지. 이번 일에 한해서만 임시 동맹을 맺도록 하지. 너 말로는 동맹이라고 해두고 나중에 뒷통수 치기만 해봐.”
그래서 일단 나는 이번 일에 대해서만은 사안의 심각성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하고 율리아와 협조하기로 결정하였다. 내키지 않는 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능하다는 것은 사실이니 내가 혼자 낑낑대는 것보다는 뭔가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와 함께. 그래서 내가 말했다.
“자, 그럼 이번 일에 대해서 네가 생각한 해결 방법은 뭐지?”
“단순하게 황후 마마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고, 바실의 혈통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메살리나라는 이름을 숨기거나 혹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무리수가 따를 수 밖에 없어. 대중들은 원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가지지. 그러니 행정부와 황실 주도로 그런 식의 공작을 진행하면 오히려 더 관심을 끌어버릴 것이야. 그러니 그런 편법은 불가능해. 그래서, 정공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정공법?”
“그래, 정공법. 메살리나라는 이름에 씌워진 오명을 어떤 식으로든 벗겨내서, 그 이름이 음탕함의 대명사로 치부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야.”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 하지만, 정황 상 황후 마마의 모친이신 메살리나님에 대한 재평가는 큰 소득이 없을 텐데? 공식적인 기록이 너무 부족하고 인지도가 약하셔. 설령 그분이 이름과는 달리 고결한 성품과 과거를 가지신 분이고, 그것을 밝혀낸다고 해도 그저 소소한 미담 정도로 여겨질 거야. 수천년간 음탕함의 대명사로 여겨진 그 이름의 선입견을 깨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오히려, 그런 사실을 부각하려다 되려 그분이 무희였던 사실을 지적당해서 혹 떼려다 혹 붙이는 흐름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그분의 추승을 섣불리 하는 것은 무리수. 지금 우리가 그런 선입견을 타파할 유일한 방법은 그 이름의 유래가 되었던 메살리나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야. 그래서, 그 사람의 재평가를 통해 개선된 인식의 흐름을 만들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바실의 외가의 혈통을 공개하는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해.”
“여기서부터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네.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드네. 수천년간 음란함의 대명사였던 사람의 재평가를 갑자기 그렇게 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어떻게든 그에 대한 방법을 찾아봐야지. 여기서부터는 난이도가 높다고 우회할 수 없어. 각종 문헌, 기록, 야사를 다 뒤져서라도, 당시 메살리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볼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해내야 할 일이야.”
“좋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방향성은 너무나 명확하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어서 좋군. 일을 시작하자. 나는 황궁도서관에서 공식 기록부터 재검토를 시작하도록 하지.”
“그래? 그럼 나는 학술원의 고문서 보관소에서 비공식 사료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어. 훗, 의외로 너 일하는 방식은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네.”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의외로 이런 복잡한 일에, 우리 제법 호흡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게 나와 율리아는 일이 생각보다 명쾌하게 방향성이 잡히는 것을 보고 흡족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라? 씨발, 근데 율리아였잖아!!! 뒈져 이년아!”
“그러고 보니 바실이한테 붙은 공녀년이였네? 어우, 재수 옴붙었어.”
그렇게 우리는 일시적으로 느꼈던 잘맞는 호흡의 착각에서 깨어나 서로를 매도하며 자리를 떴다.
메살리나 발레리아. 각종 문헌 정보들을 다시 한번 재검토하면서 그녀에 대해서 흐릿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로마 제국의 4대 황제인 클라우디우스의 셋째 부인이자 첫번째 황후. 출신으로 따지면 로마의 제정을 처음 열었던 카이사르의 일족인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실의 일원이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아우구스투스의 누이인 옥타비아와 안토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대 안토니아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대 안토니아의 막내 딸인 소 도미티아 레피다이다. 모계의 권리를 존중하는 당시 로마 황실의 기준에서 보면 그녀는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실의 가장 고귀한 신분의 여성 중에 하나였다.
그녀는 16세의 나이에 마찬가지로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일족으로 먼 친척뻘인 48세의 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한다. 클라우디우스는 상술한대로 로마 제국의 4대 황제였지만, 그녀가 결혼하던 칼리굴라 황제의 시기에는 장애가 있어서 집안의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는 처지였고, 그래서인지 앞서 했던 결혼도 두번 다 여자들의 요구로 이혼을 당하였다나? 그래서, 칼리굴라 황제는 나름 일족 관리의 일환으로 자신의 작은아버지 뻘인 클라우디우스에게 세번째 결혼을 중매했고, 그 상대로 추천된 사람이 바로 메살리나 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혼이 있고 얼마 후, 칼리굴라 황제는 근위대에게 암살당했고, 그를 대신하여 황제로 추대된 것이 바로 클라우디우스였다. 집안의 수치에서 제국의 황제가 된 클라우디우스 덕분에 메살리나는 제국의 황후가 되었고, 그쯤에 클라우디우스의 딸과 아들을 낳아 후계자까지 보게 해준 그녀는 명실 상부한 제국의 가장 고귀한 여성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지고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현 시대는 물론 동 시대에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제국의 악의 축으로 떠오르게 된다.
일단 엄청나게 사치스러웠다. 단순하게 낭비하고 흥청망청 대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눈독들인 것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손에 넣지 않으면 못견디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재물들도 그녀의 눈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그녀의 손에 들어가야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특히 유명한 스캔들이 바로 당대 유력자였던 발레리우스 아시아티쿠스가 가진 최고의 정원을 손에 넣고자, 그를 음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다음에 그 정원을 자신의 손에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당대에도 엄청나게 회자된 스캔들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지독하게 많이 음해했다. 뭔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클라우디우스 황제에게 모함해서 궁지에 몰아붙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그러한 그녀의 만행은 일족에게도 예외가 없어서, 그녀의 손에 상당히 많은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일족의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혹은 로마를 떠나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녀의 악행에 대한 비난은 오로지 남편인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몫이 되었고, 덕분에 클라우디우스는 자기 마누라도 관리하지 못하는 얼간이로 매도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로마의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남편인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대신해서, 공식 석상에서 황제라도 된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굴었는데, 그러한 행동의 끝판왕이 바로 브리타니아 원정 개선식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로마 역사상 유일하게, 황제와 개선장군의 몫이었던 로마의 개선식에서 황제를 대신하여 마치 자신이 그 원정을 해낸 것처럼 개선식의 가장 앞에서 나서서 로마에 입성하여, 수많은 로마 시민들과 로마군의 공분을 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은 아주 별일 아닌 것처럼 치부하게 해버리는 최악의 행동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의 지독한 문란함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황제와의 잠자리가 불만이 많았는지, 그녀의 성욕은 본인 스스로도 통제가 안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면 원로원 의원이나 황제의 비서들을 막론하고 남자들과 뒹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러한 자신의 욕망을 거부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특히나, 자신의 어머니 도미티아 레피다와 결혼한 자신의 새아버지 아피우스 실라누스에게도 그런 추파를 던졌는데, 그것을 거부한 아피우스를 클라우디우스 황제에게 모함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아피우스 실라누스 외에도 수많은 남자들과 황궁의 은밀한 곳에서 문란한 행동을 저질렀는데, 나중에는 그것으로도 도저히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서 은밀하게 황궁을 빠져나가 리키스카라는 예명의 창부로 변장하여, 로마에서도 가장 글러먹은 밑바닥의 창관에서 매춘을 저지르며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면 황궁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야사에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증거만 없을 뿐이지 지금도 그렇지만 당대에도 거의 기정사실로서 사람들에게 쉬쉬하던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그것만으로도 도를 넘어섰는데, 문란함에 대한 가장 최악의 것이 더 남아 있었다. 바로 중혼이었다.
이유는 불확실하지만, 그녀는 당시 원로원의 가장 엘리트이며 미남이었던 의원, 가이우스 실리우스와 내연 관계에 돌입했고, 단순히 내연을 넘어서서 그와 결혼식을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인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로마 외곽에 오스티아 항구 건설 현장에 나가 있는 사이에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행동은 결국 그녀를 파멸로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실은 이내 황제의 귀에 들어갔고, 용서받을 수 없는 불륜과 반역을 도모한 그녀는 황제의 비서인 나르시소스가 보낸 근위대의 손에 처형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당연히 그의 내연남인 가이우스 실리우스도 그녀보다 먼저 처형당했고, 그녀가 남긴 자식들도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메살리나를 처형하고 다음으로 맞아들인 황후인 아그리피나는 자신이 전에 결혼해서 낳은 자식을 데리고 시집을 왔는데, 그 자식과 메살리나의 딸 옥타비아를 결혼시켜서, 아들 브리타니쿠스와 함께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공동 후계자로 삼았다. 그리고 그 자는 옥타비아와 브리타니쿠스 남매를 제거하고 황제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그 유명한 네로 황제다.
결국, 그냥 조용히 나대지만 않았으면 일생을 최고로 고귀한 황후의 신분으로 살았을 수도 있었음에도, 그녀의 방탕함은 결국 자신은 물론 자신이 낳은 자식들까지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대를 넘어서 영원히 회자되는 희대의 어리석고 문란한 탕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거기까지 본 나는 문헌을 집어던지고 뒷목을 쥐었다. 이 놈의 제국은 수천년 전의 인간도 내 뒷목을 잡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니, 대체 이걸 무슨 수로 미화해? 뭘 미화하려고 해도 미화할 거리가 없잖아!!!
결국, 제국의 공식적인 문헌을 통해서 메살리나의 재평가를 해보자는 내 역할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실패는 나만의 몫은 아니었다. 다시 조우한 율리아의 표정이 나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공개 기록 쪽에서는 무슨 성과가 있었어?”
“전혀. 파도파도 괴담만 나오더라. 일하던 창관에 문고리가 남자 성기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는 둥, 매춘할 때 가슴에 금칠하고선 했다는 둥. 와, 씨··· 이 언니, 여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폐급인데? 창관에서 제법 오래 굴러먹은 애들도 기겁할 짓을 잘도 서슴없이 저질렀네. 미화는 커녕 조사하면 할수록 이 여자에 대한 혐오감만 더 높아질 지경이야.”
그리고 사이 좋게 뒷목을 쥐고 한숨. 황후 마마께서 마음이 불편하시면서도 그걸 어쩌지 못하고 그냥 놔두라고 하신 이유가 있었구나. 이건, 뭐 수습을 하려고 해도 뭘 할 거리가 있어야 수습을 하던, 미화를 하던 하지. 뭔가 지옥에 사는 색욕의 악마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갈···. 아니, 어쩌면 덮칠까봐 무서워서 도망칠 것 같은 저 색욕마녀를 무슨 수로 재평가를 해? 그냥, 이대로 묻어버리는 것이 최선인가?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나와 비슷한 심정인지 율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 짜증나. 무슨 방법 없어? 라구사에 처박혀 있던 잊혀진 후계자도 찾아내는 실력 좀 발휘해 보라고!!! 그럴 때 들쑤시는 건 잘하더만.”
“그게 넌 줄 알았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묻어버렸을 거였다. 그리고 애초에 생존 인물을 추적해서 찾아내는 일이랑, 수백년··· 아니, 거의 천년도 전에 있었던 일을 추적하는 일이 같은 난이도일리가 없잖아!!! 그건 거의 신화 시대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응? 잠깐··· 신화?”
퍼득,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있었지. 이번에도 가서 아쉬운 소리를 좀 해야 하려나? 의외로 나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이라 얘기하는 것이 불편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황실의 계보와 관련된 내역에 대해서 나름 정적이라고 할 사람에게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면서 자문을 구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대안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와중에, 율리아는 뭔가 해법을 찾은 것을 짐작한 듯 나에게 말했다.
“뭔데?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일단, 가자.”
“가자니? 어디를?”
“자칭 내 정적한테.”
“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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