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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군이 동쪽의 1차 작전목표인 솔노크를 향해 출진하였다.
본진인 세게드에는 명목상으로는 휴가 중으로 되어 있는 바이갈의 카자흐 기병대만 남겨두고, 실질적으로 전병력을 동원하여 진격한 것이다.
조금, 작전 목표에 비해 조금 과잉 전력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어찌되었건 헝가리군의 재난 구조나 건설 지원이 아닌, 정식으로 진행된 첫출격입니다. 조금의 과시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반란군도 우리의 질적 열세를 알면서도 조금은 경계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첫 전투에서 많은 병사들이 실전 경험을 겪을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전투를 감안해서 말입니다.”
의외로 상식적인 삼돌이 마티의 말에 이견은 없었다.
그래서, 깊이 들여다 보면 암울하지만 겉보기에는 나름 웅장한 전원 출격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참고로, 현재 헝가리군의 병력 규모는 약 6,800명 정도였다. 제국이었다면 1개 군단 규모지만, 병력의 질적 수준을 생각해 보면 그냥 큰 연대 수준 정도려나?
내가 딱히 관여하지 않고 일임해서, 마티가 자기 편의대로 구성한 부대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1 대대의 병력이 1천명으로, 총 3개 대대 3천명으로 구성된 경보병 연대가 있었다.
말이 좋아서 경보병 연대지, 사실상 구성된 병력들은 소작할 농지를 빼앗기고, 어쩌다 보니 우리 군에 모병에 응한 농노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번에 부다페스트 합동훈련에 가서 얻어터지고 온 친구들이기도 한데, 눈물나지만 이 양반들이 일단 우리 주력이라더라.
그리고 마찬가지로 1 대대의 병력이 1천명으로, 총 3개 대대 3천명으로 구성된 기동 연대가 있었다.
기동 연대라고 하니, 뭔가 순발력이 뛰어난 기병 부대처럼 보이겠지만, 이 부대는 전에 율리아가 신랄하게 깠던 그 노점상 하던 마차 부대다.
기원을 따져보자면 마티가 농민반란에 용병처럼 구르던 시절 데리고 다녔던 반군들인데, 운좋게 마차라도 건진 친구들이라나?
전투마차라고 하기는 너무 허접해서, 정말로 운송용으로 쓰거나, 이동식당처럼 쓰는 마차들이 구름처럼 초원을 줄지어 가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2개 연대, 6천명의 병력이 현재 우리 헝가리군의 주력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2개의 부대가 더 있었다.
하나는 역시나 지난번에 뒷목을 잡게 만든, 마티가 데려온 3백명의 메이드로 구성된 의무대였다.
뭐, 처음에는 뒷목을 제대로 잡았고, 여전히 전력과는 무관한 인원이지만, 나름 메이드 출신들이라서 그런지 의무대로는 그럭저럭 쓸만하다나?
지난번 수해 지원에서도 제법 살뜰하게 활약을 해서, 쓸모없다고 생각한 처음의 생각은 많이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야호! 이쁜 언니들! 우리 같이 출전했네? 전투에서 부상당하면 제일 먼저 고쳐줘야 해!”
“꺄악!!! 무슨 응큼한 짓을 할 생각으로 고의로 부상당해 오려고요? 그렇게 들어오면 병동에서 내쫓아 버릴거에요!”
뭔가, 다른 의미로 쓸모있고 호평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부대는 약 5백여명 정도로 구성된, 마티 직속의 본부 기병대였다.
그래도, 나름 기병대를 구성한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과거 유럽을 두렵게 했던 마자르 기병대 비슷한 것이 나오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온 결과는 역시나··· 2명이 말 1명을 돌려가며 타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말이 아니라 노새더라.
“저기, 시간과 예산을 좀 더 주시면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가···”
고대의 공포로 각인된 마자르 기병대가 저 멀리 손을 흔들고 떠나가고, 친절하고 정확한 노새 배달부들만 남았다.
더는 말할 기운도 없어서, 나는 그들을 그냥 본부 기병대로 수긍하고 말았다.
헝가리군은 대충 그 정도로 집계가 되고, 그와 별개로 실질적인 우리의 주력이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부대가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베오울프 연대였다. 내 개인 사병 자격으로 참전한 그들 1천명의 병력이 선봉에 서서 진군하고 있었다.
헝가리군을 보면서는 뒷목이 지끈지끈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주력 베오울프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총 7천8백명에, 기타 동행한 인원들을 포함하며 거의 8천을 넘어서는 병력이 솔노크로 진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부의 실상이야 어찌되었건, 병력수로만 보면 지난번 섬멸된 근위2군의 병력을 넘어서는 대군이었다.
그리고 그 대군이 진군하는 모습을 보니, 제국만은 못해도 나름 그 기세가 웅장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 제국에 공녀로 가서, 어이없게 제국 군부에서 일하면서 얻어걸린 감투로 한 자리 차지했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내 역할은 바실의 인사참모였다.
그 말은 제법 높은 지위였기는 했지만, 실제로 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야전 사령관과는 거리가 있는 내근직이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여전히 야전사령관은 마티고, 나는 군정의 책임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나? 역사와 전설 속에 나오는 대군을 이끌고 지휘하는 명장이 된 뭐 그런 기분?
확실히, 오합지졸이기는 해도 저 정도의 병력이 오와 열을 맞춰 행군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허세가 생기기 마련인 모양이다.
이래서, 남자들이 목숨 아까운 줄 알면서도, 군대에 대한 로망을 가지는 것일까? 내가 겪어보니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그리고, 그건 나 혼자만의 망상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 전에는 단순한 조언자였지만 지금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책임자였다. 그래서···
“행군 동향에 대해서 보고드립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솔노크까지의 예정 행군거리는 약 3일 정도 추정됩니다.”
“공녀, 좀 불편해도 본부기병대는 길 옆의 초지로 행군시키면 안될까? 대열이 늘어져서 보병대와 마주치나봐.”
“연합사령부 규정에 근거해서, 작전 동향 보고 콘스탄틴노플에 공유하겠습니다. 발송은 기본 방식대로 FOB면 되겠죠?”
뭔가, 여기저기서 나의 결정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그 일을 바쁘게 생각하면서도, 묘한 허세가 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 이래서 다들 병사 안하고 장군하려는 거였구나? 뭔가 이렇게 고고하게 앉아서 보고받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바실이 녀석도 평소에 이런 기분으로 다녔던 거야? 짜식이,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으면 누님한테도 좀 나눠주지 지 혼자만 이런 기분 즐겼냐?
뭐, 그래서 결론적으로 뒷목이 제대로 잡히는 오합지졸의 반란 진압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출정에서 묘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암울하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의욕 같은 것도 생기고 있었다.
그래, 이런 만군의 정점에서 군림하는 자리,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그리고 가능하면 그런 권위에 먹칠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깐, 반란 진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라도, 다른 제국에서 만난 정신나간 야전 지휘관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조금은 의욕을 부려보자.
그런 다짐을 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솔노크에서 하루거리를 남겨놓고 있었다.
야영지의 본부 막사에서 마티가 솔노크에 대한 보고를 하였다.
“솔노크는 현재 4개의 거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앙의 솔노크시, 그리고 북쪽 우사츠 주교령, 서쪽의 아보니 영지, 남쪽의 토스첵 영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솔노크의 베르크 백작이 실질적인 이곳의 맹주이고, 동년배인 우사츠의 미콜 주교와 협조하여 영지를 다스리고 있죠.
아보니의 영주 쇼와 토스첵의 영주 메란은 조금 젊은 영주들로 베르크 백작의 휘하라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아보니 쇼는 베르크 백작의 사위이기도 하죠.
그래서, 적의 수괴는 베르크 백작이고, 솔노크의 사령관으로 우리와 상대할 자는 쇼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번 부다페스트 포위에서도 솔노크 병력을 쇼가 이끌고 참전했다더군요.”
“흠··· 그때 베오울프들과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버린 그 친구들 중에 있었다는 말이네요.”
깃발은 들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던 기억 속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떠올리려 애쓰다 포기했다.
일단은 누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당장, 거기서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그런 적이 다시 상대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마티의 설명을 들으며 이번 전투에서 승산이 올라가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서 물었다.
“적의 병력은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요?”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대략적인 추산으로는 약 2천5백 정도로 예상합니다. 솔노크에 1천, 나머지 세곳에 각각 5백 정도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뭐야, 이거? 의외로 할만 하잖아?
근위2군을 분쇄했다고 해서 내심 되게 겁을 먹었는네, 들어보니 뭔가 병력도 그렇고 그 자질도 생각보다는 영 아닌데?
의외로 슬로슈를 제외한 지방 영주들은 뭉치지만 않으면, 우리보다 우위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데, 거기에 이미 부다페스트에서 1승을 손쉽게 거둔 상대라고? 오호라. 이거 너무 쉽잖아?
이미, 한점을 따고 시작하는 작전인데, 거기에 상대방은 지난번의 패전으로 사기와 기세가 엉망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 승리의 공식이었던 베오울프도 마찬가지로 동행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뭔가 마음 속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할 수 있다.
다른 전투들은 몰라도, 이번만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찬란한 승리의 결과는 왠지 모르게 모두 나의 몫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하하하!!! 어리석은 우민들아. 나를 찬미하라. 원조 제국산 승리의 여신이 여기 오셨다.
그렇게, 뭔가 고대 로마시절 개선장군들이 왜 그렇게 쉽게 승리하고 나서,
뽕에 취해서 황제 되겠답시고 난리치다 뒈지는 지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데, 그때 마티가 말했다.
“첫 전투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대지만, 그래도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들이 솔노크에서 틀어박혀 반군의 합류를 기다리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 쪽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신속하게 적을 제압하는 방침으로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솔노크 외곽에서 집결하고 있다는 적군에게, 경보병 연대와 기동 연대를 동시에 투입하여 양적 우위로 밀어 붙이겠습니다.
아군에게 좋은 실전 경험과 승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순간, 마티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을 느꼈다. 헝가리군을 전력으로 전개한다?
확실히, 그러려고 만든 군대니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마티가 제안한 방침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상대가 열악하다고 해도, 저쪽은 실전 경험을 가진 부대고, 아군은 첫 전투에 투입되는 신병이다.
마티의 말처럼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금 내 관점에서는 굳이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도 더 손쉽고 완벽하게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럴 방법까지도 확실하게 손에 쥐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당연히 제안한 방안에 재가가 떨어지리라 생각한 마티에게 찬물을 끼얹는 대답을 전해야 했다.
“네? 이번 전투에서 헝가리군은 후방으로 물리고, 베오울프를 주력으로 사용하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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