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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오늘 여기 나를 찾아온 새끼고양이들에게 쥴리안의 이름으로 한잔 씩 돌리도록 할까? 와인 잔 너머로 비치는 그대 눈동자에 건배.”
“꺄아아아아악!!! 오빠, 내 눈 가져!!!”
“에이전트 카밀의 암벽타기 묘기를 보여드립니다. 1분안에 올라간다로 걸어요. 상품은 천장 위에 별 장식을 따서 선사하도록 하죠.”
“우와아아아아!!! 내 가슴에 별이!!!”
“앤드류 힘 보여준다. 어께 위에 올라가라. 10명까지 올리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해본다. 앤드류 할 수 있다.”
“허억!!!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그리고, 근육 최고!!!”
“마두금 연주를 해보도록 하죠. 대초원의 황혼 빛을 떠올리게 하는 누님을 위해 이 곡을 바칩니다.”
“아아아··· 이 감미로운 현악기의 음률이··· 눈앞에 초원의 바람과 흙냄새가 느껴져.”
경쟁이 과열되었다. 각자 성과를 근거로 개별 평가를 시작한 시점에서 서로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필사적으로 이기기 위해 승부에 집착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서로 자신이 가진 모든 특기를 다 발휘해서 할키스 부녀자들의 지갑을 털어내기 위해 광분하여 달려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일행은 죄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유능하고 성실한 인재들이었고, 그래서 서로가 경쟁을 시작하면서 그 결과는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했지만.
“바실, 지명이다.”
“만세!!! 드디어, 지명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레이디. 클레어의 가게입니다. 환영합··· 어라? 저기··· 어머님? 혹시 연세가···”
“홀홀홀··· 그리 많지 않아. 일흔넷? 일흔다섯? 엔리코 단돌로 놈이 황도 털어먹을 때 스물이었던가? 근데··· 나이가 무슨 문제라도?”
“하하하··· 하하하하···. 아뇨, 문제될 건 없죠.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우리는 지팡이를 의지하지 않으면 걸음도 못걷는 노부인을 응대하는 바실을 보면서, 측은하다는 마음보다는 ‘훗! 바닥은 깔았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 시점에서는 그 정도로 우린 미쳐있었다. 그래서, 바실을 외면하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경쟁적으로 생각하며, 상대를 이길 생각만 가득해서 서로 극단적인 수준으로 서비스를 높여가고 있었다.
“오늘, 왠지 최고급 스파클링을 음미하고 싶군요. 주문해주시는 레이디를 위해, 오늘 파격 서비스를 하겠습니다.”
“파격 서비스라고요? 뭔데요?”
“상의 탈의하겠습니다.”
“여기, 최고급 스파클링 주문이요!!! 당장 가지고 와요!!!”
“한병 더 시키면 몸에 뿌려도 되는데.”
“열병 가져와!!! 다 가져와!!!”
“후후후··· 오늘은 에이전트 카밀로서 경험한 모험들 중에서 최고로 재밌는 것을 들려드리죠. 그건, 바로··· 어쩔수 없는 바람둥이인 내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와 관련된 모험입니다.”
“카밀 공자님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있다고요? 그게, 누군데요? 알려주세요.”
“후후후···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엄청나게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환상처럼 나타났다가, 그림자처럼 사라진 그녀. 날카로운 첫키스를 빼앗고선 사라진 그녀의 발자취를 찾아 저는 정처없는 여행을 떠도는 것이니깐요. 아아··· 나의 사랑, 율리아. 그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어머머머··· 바람둥이로만 알았던 공자님에게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어라? 꺄아아아악!!! 쥴리안? 갑자기 왜 이 테이블에 난입을?”
“이 망할 년아. 라구사 얘기 하기 있냐? 없냐?”
“좀 떨어져 주시죠, 나의 친애하는 동료, 쥴리안군. 와인 묻어요.”
“앤드류 잘 먹는다. 돼지도 한마리 통째로 먹는다. 시켜만 봐라. 다 먹어 버린다.”
“우와··· 기대되네. 여기, 우리 앤드류한테 돼지 한마리요. 어, 벌써 나왔네.”
“엥? 아니··· 저기, 이거 왜 굽지 않은 생돼지가?”
“에이, 우리 북방의 거친 야만인, 앤드류라면 생돼지가 더 잘어울리죠. 으응? 근데, 지금 혹시 말투가 좀 똑똑해진 거 아니에요?”
“아, 아니다! 앤드류 먹는다. 생돼지 더 잘 먹는다. 우걱우걱!!! 우하하! 맛있다.”
“우와. 정말 잘 먹네요. 근데, 왜 잠깐 눈물 본 것 같은 기분이?”
“응애응애. 우리 꾸띠는 애기에요. 우리 누나들··· 아니, 엄마들 가슴에 폭 파묻띠고 띱퍼요.”
“우쭈쭈쭈쭈··· 우리 애기, 그러고 싶었쪄요? 이리 와요, 우리 애기. 여기 우리 엄마 찌찌 먹어요.”
“우와! 우리 엄마 최고!!!”
“우리, 애기!!! 엄마가 사달라는 거 다 사줄게. 이모들도 마찬가지고!!!”
“바실, 또 지명이다.”
“아, 네!!!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클레어의 가게에··· 어, 음··· 저기, 어머님? 살아 계신 것 맞으시죠?”
“흘흘흘··· 잠시 영혼이 나갔다 왔구먼. 종종 그러니, 신경쓰지마. 전에 우리 아는 동생이 착하다고 추천해서 와봤어. 내 90 평생에 이런 곳은 처음이네.”
“아, 네··· 잠시만요. 바퀴 달린 의자를 가져오겠습니다. 저기, 의자에 앉으실 순 있으세요? 침대를 준비할까요?”
“에잉, 망측해라. 처녀한테 침대를 준비하다니. 뭘 하려고 그래··· 어유, 부끄러워···”
“······”
누군가 리미터를 걸었어야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랑 그 기집애는 머리 끄댕이만 안잡았지, 서로 누가 최고인지 자웅을 가리는 것에 혈안이 되서 가게에서 서로 피터지는 경쟁을 했고, 그걸 누가 말리기라도 했다가는 날려버릴 기세였으니깐. 그리고 두 에이스의 피튀기는 경쟁에 가게는 날로 매상 기록을 갱신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클레어는 내가 땡땡이친 주방 일을 대신할 사람들을 구하고, 매상을 정산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믿어지지 않는 성과에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대박이야!!! 이것으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이야. 지금 할키스에서 최고의 화제는 바로 우리 가게야. 아무도 파르스의 가게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고. 오죽하면, 파르스의 가게에서 일하는 애들도 우리 가게에서 놀다가 걸려서 혼쭐이 나겠어? 이것으로 승부는 났어. 이제 며칠 후면 끝날 코티잔 레지나는 우리의 승리야. 큭큭큭, 파르스 녀석, 꼴 좋다. 지금 그 녀석은 이 결과에 당황해서 지인들을 불러다가 대책 회의만 하는 중인 가봐. 하지만, 지가 지금 상황에서 별 수가 있겠어? 크하하하!!!”
그런데, 클레어 사장의 말에 율리아는 살짝 멈칫하며 말했다.
“잠시만요, 사장님. 뭐라고요? 그 녀석이 지금 지인들을 불러다가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고요?”
“어? 응. 그렇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근데, 그게 왜?”
클레어의 말에 율리아가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뭘 하려는 건지 대충 알겠네요. 판을 엎으려는 거에요.”
그녀의 말에 우리 모두는 놀라서 말했다.
“판을 엎는다고? 설마···?”
“뒷세계에서 벌어지는 코티잔 레지나도 말은 품격을 따지지만, 사실 다 뒷골목 인생들의 이야기지. 반칙이나 비겁은 필수사항이라고 봐야해. 실제로 그거 하는 조직들 흔하게 막판에는 서로 칼부림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해. 저 치들도 마찬가지로 승부가 안될 것 같으니, 폭력으로 판을 뒤엎을 생각을 하는 모양이네.”
그런 율리아의 말에 클레어가 당황했다.
“뭐, 뭐라고? 이 비열한 파르스 자식··· 그럼 어떻게 하지? 그들이 습격하는 날은 영업을 하지 말고 문을 닫아야 하나?”
“흥, 문을 닫기는 왜 닫아요? 오히려 더 크게 열어야죠. 사장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최고의 이벤트가 생겼어요. 안그래도 뭐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주네요.”
“뭐, 뭐라고? 그게 대체 무슨 이야기야?”
클레어의 당황한 기분은 율리아가 예상한 습격 당일 겨우 해소될 수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호황을 누리던 가게에 난데없이 난입한 사내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손에 흉기들을 들고선. 그들이 소리쳤다.
“여기는 이제 우리가 접수한다. 전부 나가!!!”
손님들의 비명 소리가 잠시 울려퍼졌다. 그런데, 그런 손님들의 비명을 진정시키는 율리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 레이디들··· 나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자리에 앉아서 지켜 보세요. 오늘, 우리 클레어의 가게에서 선보이는 코티잔 레지나 최고의 피날레 공연, 가게에 난입한 도적들을 상대로 우리 레이디들을 지키는 종업원들의 카발리에 쇼를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공연 시작합니다.”
“뭐, 뭐야? 이 자식들이 무슨 헛소리를··· 다들 덮쳐!!!”
그리고, 십수명의 괴한들은 무기를 들고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 속으로 그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냈다. 유감스럽게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제국 최강의 무역이라는 근위대장에, 그 근위대장과 대등한 대결을 한 환관장에, 그 환관장을 이긴 군신이 나선 것이었다. 뒷세계의 비열한 혈투라기 보다는, 서커스단에서 볼 법한 코믹 액션이 잠시 이어지고··· 겨우 여자들이나 상대하는 종업원 몇 명만 손보면 된다고 믿었을 괴한들은 죄다 박살이 나서 비참하게 가게의 홀에 나뒹굴어졌다.
특히나, 율리아에게 당한 놈들의 최후는 끔찍했다. 하나같이 바지를 벗기고 뒷구멍에 뭔가를 쑤셔박은 쥴리안의 괴악한 취미에 그의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틈으로 그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손님들은 갑자기 가게에서 벌어진 난투극과 손님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종업원들의 신기와 같은 무술 실력에 두려워 하기는커녕, 뭔가 보기 드문 볼거리를 봤다는 표정으로 환호했다. 정말로 율리아의 말처럼 승부의 피날레로서 최고의 이벤트 쇼였다. 그렇게 손님들의 박수와 환호가 끝날 무렵, 가게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파르스였다.
그의 등장에 우리 일행은 다시 긴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파르스의 반응은 좀 달랐다. 그는 당황한 표정이었고, 정말로 황망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지인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 멍청한 놈들아!!! 내가 절대로 그런 식으로 손쓰면 안된다고 했잖아!!! 질 때 지더라도 이건 아니라고. 이렇게 이겨봐야 뭐가 남아!!! 비웃음만 살 것이 뻔하잖아. 이건 정말 아니라고!!!”
에엥? 우리는 파르스 녀석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말린 쪽이었어? 그리고 그런 말을 입증하듯, 파르스는 클레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 애들이 저지른 일··· 미안하다. 관리하지 못한 내 책임이다. 지들 딴에는 뭔가 이런 식으로 겁을 주면 어떻게 될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나는 결단코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머저리들이 결국 저질러 버렸군. 이것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티잔 레지나 승부, 우리의 패배다. 우리의 반칙패를 인정한다. 반칙이 아니더라도 이길 것 같지도 않긴 하지만. 클레어, 너의 승리다. 네가 이겼어.”
“······!!!”
생각치도 못한 그의 패배 인정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내 함성이 울려퍼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겼다!!!”
우리 모두는 손님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과정과 원인은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은 지금 당장은 이겼다는 사실에 우리는 환호하며 지금의 승리를 만끽했다. 유일하게 클레어 사장님만이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파르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도··· 비겁하게 나오지는 않네? 틀림없이 개수작을 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수작 부린 적 없어. 지금도 그렇고, 전에도 그렇고.”
“헛소리!!! 우리 엄마 죽고 나서, 우리 가게 망하게 만들었잖아!!! 그게 개수작이 아니면 뭐야?”
“아주머니가 따로 나를 불러서 부탁하셨어! 자기 죽고 나면, 더 이상 너한테는 이런 가게하면서 살지 않게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뭐? 뭐라고? 어··· 엄마가?”
“너도 기억나잖아. 아주머니는 네가 이런 일하면서 살길 원하지 않으셨던 걸. 그래서, 만류하려고 했는데··· 네가 그걸 들어먹어야 말이지. 가게 죽어도 못넘긴다면서? 결국, 실력으로 굽히게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좀 괴롭히다 보니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잖아. 그리고, 내심 나도··· 너한테 아주머니 들먹이기 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수긍하게 만들고 싶었고. 빌어먹을··· 망할 놈의 남자 오기 덕분에··· 결국 내가 가진 것까지 다 털리고 망했네.”
파르스는 정말로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클레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딱 벌렸고. 그렇게, 할키스에서 벌어진 뒷세계의 최고를 가리는 코티잔 레지나는 어이없는 결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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