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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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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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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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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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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09-1/2

DUMMY

“유··· 율리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어머나··· 이게 누구야? 라구사에서 천한 소녀의 마음을 빼앗아 놓고선, 아무런 기약도 없이 사라져 버린 카밀 공자님이 여기에 계실 줄이야. 흐윽··· 보고 싶었습니다. 카밀 공자님. 그대를 보고 싶어서 이 먼 콘스탄틴노플까지 와서도 그리워만 했는데, 이곳에서 당신을 만나는 군요.”

 

이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갑자기 군중 속에서 난입한 율리아는 그곳에 있는 모든 시민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저렇게 말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랜드바자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집중되며 군중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그랜드바자에 나타난 절세 미녀와 그녀가 막아서는 한 괴한의 관계에 대해서 상당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모퉁이로 꺽어져서 멀어지고 있을 두 사람을 생각하며 다급한 마음에 군중들이 안들리게 낮은 목소리로 율리아에게 말했다.

 

“너 이 자식··· 당장 비키지 못해?”

 

“그럴 수는 없지. 설마하니 내가 잠자코 네가 거사를 파토내는 걸 두고만 보리라 생각했어?”

 

“이 미친 년아. 애초에 전제 자체가 글러먹은 일이거든!!! 그런 개수작을 부리고 일이 잘 돌아가기를 바라면 안되지. 난 이 망할 거사 반댈세. 그러니 절대로 이것이 성사되지 못하게 할거야. 너는 나를 막을 수 없어.”

 

“하이고··· 무서워라. 그래, 확실히 작정하고 달려드는 걸 막을 방법은 없겠지. 그런데, 말이야··· 카밀라 공녀는 난감할지 몰라도, 카밀 공자는 왠지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뭐, 뭐라고?”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그랜드바자의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동네 사람들!!! 여기 좀 보세요. 여기 그 이름도 유명한 카밀 공자가 그랜드바자에 나타났어요!!! 황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방탕하고, 가장 무도하기 짝이 없는 마성의 귀공자가 자신을 추격하는 제국 행정부를 보란듯이 비웃으며 이곳에 나타났답니다.”

 

뭐!!! 뭐야!!! 이 미친 년이 갑자기 이게 무슨!!! 그런데 그때였다. 우리의 대치를 호기심을 가지고 보고 있던 군중들이 율리아의 말에 다들 놀라 저마다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마성의 귀공자, 에이전트 카밀이라고? 라구사의 폭풍 이전에 나타나 그곳에 모든 처녀들의 마음을 빼앗고 사라진 그 마성의 남자가 황도에 나타났다고?”

 

“그냥 여자들만 홀리는 것이 아니래. 듣자하니 그 무시무시한 판데모니움 행정부를 자기 마음대로 농락하고선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더라고. 지금 판데모니움 행정부가 대노해서 저 사람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더라고.”

 

“꺄아아악!!! 정말로 소문으로 들리던 것처럼 멋진 남자. 근데 갑자기 이곳 황도의 중심에는 왜 나타난 거지? 자기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제국 행정부의 중심지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왜 갑자기 그런 위험을 무릎쓰고?”

 

그런 군중들의 반응에 율리아가 마치 대답하듯이 말했다.

 

“아아아··· 나의 마음을 빼앗아간 잔인하고 나쁜 남자··· 라구사에서 그렇게 나의 마음을 희롱하고 사라지고선, 왜 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제 앞에 나타나 가라앉은 마음을 흔드시나요? 황도 경비대! 그리고 근위대!!! 제발 저 사람을 좀 잡아가세요. 여자의 마음을 훔치고선 반성하지도 않고, 다시 나타나 뒤흔드는 저 사람의 죄목은 절도. 저 사람을 붙잡아 주세요!!! 제발요!!!”

 

야, 이 미친!!!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러나, 그런 율리아의 과장된 연기가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누군가 소리쳤다.

 

“뭐라고? 행정부에서 지명수배한 범인이 그랜드바자에 나타났다고? 어서 출동해!!! 병력을 그랜드바자로 보내!!!”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도시 경비대와 근위대원들의 군화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 이게 무슨 짓이야!!! 그리고 그에 당황하는 나에게 율리아가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얼른 도망칠 시간 아닌가? 행운을 빌어. 아, 그리고 한가지 조언해 주자면,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나름 퇴장도 멋지게 마성의 귀공자 카밀로서 도망치는 것이 좋을 걸? 군중 심리 알지? 받아줄테니 한번 멘트 날리고 너 잘하는 벽타기랑 옥상달리기로 사라져.”

 

이 썩을 년이 정말!!! 하지만, 머리 끄댕이를 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정말로 저 너머 사방에서 사람들이 나를 잡으러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그랜드바자의 기둥 요철을 잡고, 내 동작에 놀라는 군중들의 머리 위로 타고 올라가서 천장의 대들보 위를 달리며 소리쳤다. 그 자식이 충고한 것을 충실하게 말이다.

 

“하하하!!! 나의 사랑, 율리아. 지금은 제국의 손에 그대를 두고 가지만, 언젠가 그대를 다시 찾으러 오리다. 그때까지 나를 기다리도록 하시오. 나, 카밀이 그대를 데리러 올 때 까지 말이요. 그리 오래지는 않을 것이오. 아하하하하!!!!!”

 

“아아아··· 내 사랑. 그 말을 약조로 기다릴게요. 꼭 다시 나를 데리러 와주세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군중들은 나를 잡으려고 달려오는 병사들을 방해하며 나의 도주를 도와주었다. 젠장할,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기는 한데··· 나는 내 안에 사무치는 자괴감으로 낙하하지 않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이 망할 년아!!! 대체 왜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그렇게 나는 눈앞에서 목표를 놓치고 필사적으로 분노한 병사들의 손에 잡히지 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달렸지만, 의외로 병사들의 추격은 끈질겼다. 그래서 어느 샌가 시간도 오후 늦은 시간으로 넘어가고, 장소도 그랜드바자를 지났음에도 그들의 추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제기랄, 빌어먹을 근위대장. 근위대 기강을 너무 심하게 잡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유능해!!! 결국 나는 숨이 턱밑에 차고, 더는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멀리서 나를 추격하는 추격자들의 고함소리는 여기저기 울려퍼지고 있었다. 젠장할, 더는 도망은 못치겠고 어떻게든 숨거나 하지 않으면··· 그런데 그때였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숨겨드릴게요.”

 

정신없이 달리다 어느 어두운 회랑에 접어들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그렇게 말했다.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이지 않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가리킨 예상치 못한 회랑 측면의 빈틈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잠시 후, 나를 추격하던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여기 누가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아, 네··· 그 사람이라면 저를 지나쳐서 저 회랑 반대편으로 달려갔어요.”

 

“쳇,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엄청 빠른 놈이군. 반드시 잡아야 한다. 판데모니움 행정부와 황후 마마의 엄명이다!!! 추격해!!!”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나를 숨겨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갔어요. 그만 나오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면부지의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다니, 은혜를 갚게 성함이라도··· 히이이익!!! 당신은?!!!”

 

“전에 한번 짧게 뵈었죠? 카밀라 공녀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나 팔라이올로구스입니다.”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니 오늘 내가 추격하던 목표인 안나 황녀였다.


나는 생각치도 못한 그녀의 등장에 한동안 말을 잇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태자님은 조금 전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예전에 살던 이곳은 혼자 돌아보고 싶다고 하니, 그 의사를 존중한다고 하시면서 돌아가셨죠.”

 

“네? 예전에 살던 곳이요? 그럼 여기가···? 블라르케르나이 황궁?”

 

나는 어느새 과거 그녀가 살았던 제국의 옛 황궁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리고 겨우 정신이 들면서 여러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바실이 돌아갔다고? 그럼 맞선의 결과는? 식당에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그리고 지금 그녀는 어떻게 나를 알아차린 거지? 여러가지 의문으로 혼란스러운 찰라 그녀가 먼저 선수치듯이 나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같이 걷지 않으시겠어요? 마침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그녀의 옆에서 걸었고, 그녀는 황궁이라지만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자신의 추억의 장소를 돌아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선 감사드려요.”

 

“네? 무엇을 말입니까?”

 

“목적과 과정이 어찌되었던 간에, 이렇게 저희 모자가 제국에 용서받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요. 공녀님의 역할도 작지 않은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아··· 감사를 받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 불안하게 생각하는 쪽이라서요.”

 

“흐음. 그래서 오늘도 하루종일 저희를 따라오셨던 건가요?”

 

그녀의 말에 나는 숨간 흠칫했다. 어? 그걸 어떻게? 나름 들키지 않게 잘 변장하고 조심해서 따라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말했다.

 

“일생을 누군가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위협 속에 살아온 삶이라서요. 그런 것에는 조금 민감한 편이죠. 안심하세요. 태자께서는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으니깐요. 다음에는 좀더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미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뭐, 그래도 저는 알아차리겠지만.”

 

왠지··· 율리아의 엄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조금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래서, 아드님을 투입해서 긴급하게 저를 막아 서게 하신 건가요? 방해를 받지 않고 볼일을 보시려고?”

 

“아뇨. 율리아가 공녀님을 막아선 건 그 아이 독단이에요. 나름 그 아이도 공녀님이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우리를 몰래 미행하고 있었거든요. 뭐,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지려고 두 사람이 마주치게 일부러 모퉁이를 돌았던 것은 의도한 것이 맞지만 말이죠.”

 

“그래서, 조용하고 좋은 시간을 가지셨겠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의도하신 바는 이뤄내셨나요?”

 

나의 비아냥에 가까운 말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대답했다.

 

“공녀님.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오해에요. 확실히 율리아가 한 행동이 좀 과하긴 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것을 제 선에서 거절하는 것이 정답이겠죠. 하지만 조금 호기심이 생겼어요. 내가 여러분과 같은 나이였을 때 지옥을 방불케 했던 이 도시를 다시 낙원으로 바꿔놓은 이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니키와 유도에 대해서는 이미 알아요. 그들은 충분히 그럴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죠.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지금의 영광과 더불어 앞으로의 미래까지 희망을 채워낸 우리의 새로운 주인에 대해서 저는 조금 알고 싶어졌어요. 알아야지만,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랬어요.”

 

무엇을 납득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고, 여전히 모호하지만 대충 의미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공녀님,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분수에 넘치는 것을 바라는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랍니다. 저는 이미 깊은 절망을 겪었어요. 살고 싶은 생각마저 접게 만드는 지독한 절망을 오랫동안 맛보아야 했지요.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제 생은 끝나리라 여겼어요. 하지만, 그것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죠. 잃어버린 저의 아이가 돌아왔고, 어둠 속에서 나와 살 자유를 얻었고,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제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인생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고의 자리에 대한 무의미한 욕망으로 남은 생을 망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한 삶이고,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에 이뤄지리라 믿지 않았던 기적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제게 돌아온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 모두를 사랑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받은 것만큼 그분들에게도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마음만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기적에서 모두가 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에요. 오늘 하루는 그것을 확인하는 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길지 않은 하루··· 저는 많은 것을 보았어요.

 

히포드룸의 평화로운 풍경과 시민들의 자유, 그리고 새로운 디저트를 보았습니다. 시민들의 것이 된 대황궁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드높은 황권의 위엄을 보았습니다. 그랜드바자의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번영과 희망의 열기를 보았고요. 그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예전에 제국에서는 꿈꿀수 조차 없었던,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기적이죠. 저는 그 풍경의 일부로서 감회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답니다. 그 풍경화를 덧칠해 나가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이겠죠. 내가 여러분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대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감사하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말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다소, 모호한 대답이기도 하였지만,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그녀를 너무 오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마친 그녀가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앞으로의 일들을 잘 부탁드려요, 공녀님. 아니, 지금은 카밀 공자님이시던가요?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 율리아랑도 친하게 지내주기를 바라고요.”

 

“황녀님. 전자도 감히 약속드리기 어렵지만, 후자는 단호하게 거절하겠습니다. 제가 황실의 파라코이모메노스와 좋은 사이가 될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군요.”

 

“어머나? 그런가요? 우연인가요? 율리아랑 똑 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그럴때마다 저는 그 아이에게 얘기하죠. 그렇게 싫으면 제발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에요. 대화 중에 바실 태자님보다 더 많이 언급하면서 노골적으로 싫어해서 솔직히 많이 궁금했어요. 근데, 공녀님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니 뭔가 마음이 놓이네요. 두 사람은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정신 나간 아줌마야!!! 그게 대체 무슨 미친 소리야!!! 나는 기겁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지만, 그녀는 별다른 동요가 없이 그저 흐믓하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너머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있다!!! 지명수배자, 카밀이 블라르케르나이 성벽에 있다. 맙소사, 옆에 있는 사람은 설마··· 안나 황녀? 경비대!!! 어서 증원을 불러와!!!”

 

맙소사. 돌아갔던 추격자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당황하는 나를 보면서, 안나 황녀가 웃으며 말했다.

 

“자아, 어서 도망가세요. 공자님의 정체는 비밀에 붙일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치잇! 일단은 몸을 피해야 할 것 같군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황녀님.”

 

그리고 나는 황급히 난간으로 뛰어올라 성벽을 타고 추격자들의 반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안나 황녀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부디, 무사히 도망치시길. 나의 사랑스러운 카밀 공자님. 그리고, 태자님의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우려하는 것 같은 그런 일이 아니니깐요. 율리아는 뭔가 살짝 기대를 한 모양이지만, 저는 그분에게 원래 이야기 했던대로 하람릭(Haremlık)의 마흐람(Mahram)이 되어달라고 했고, 그분은 그것을 흔쾌히 수락하셨어요. 그러니 그 일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안나 황녀에게 그게 무슨 뜻인지를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돌아가서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턱밑까지 추격해온 경비대들을 피해서 달려야만 했으니깐. 잡히면 죽는다. 그래서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그래서 그날 늦은 밤까지, 황도 콘스탄틴노플의 경비대와 근위대는 난데없이 출몰한 마성의 귀공자 카밀을 잡느라 한바탕 난리를 쳐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카밀이 버리고 간 커다란 모자와 망토만을 발견했을 뿐, 카밀의 체포에는 실패하였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덕분에 황도에서 벌어진 한바탕 난장판을 본 어느 지나가던 웃는 나무가 그려진 녹색 기사는 그걸 보고 말하기를···

 

“우와, 나는 존나 윈터펠에 가만히 있어야겠다.”

 

···라고 말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북쪽으로 떠났다나 뭐라나. 그리고 나는 죽을 것 같은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아오, 이 망할 놈의 율리아. 그리고 망할 놈의 쿠타이. 이 망할 놈들아!!! 제발 내 인생에서 좀 나가!!!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으니, 그저 의미없는 내 근육통으로 인한 신음 소리와 같이 허공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황도의 블라르케르나이 황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성당에서 어떤 의식에 참석하였다. 그리 많지 않은 하객들이 모인 의식이었지만, 그 면면이 다들 제국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가벼운 의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동네방네 떠들 것은 아닌 듯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바실레이오스 카르브나, 그대는 안나 팔라이올로구스의 마흐람으로서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

 

“네, 맹세합니다.”

 

“안나 팔라이올로구스. 그대는 그대의 하람릭의 마흐람으로서 바실레이오스 카르브나를 믿고 따를 것을 맹세하겠습니까?”

 

“네 맹세합니다.”

 

“이것으로서 두 사람의 언약과 의례가 성사되었음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나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바실과 안나의 의례를 보면서 며칠 전에 있었던 요하네스와의 대화를 머리 속에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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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144-1 +9 22.01.17 713 38 12쪽
300 143-2 +12 22.01.16 697 43 12쪽
299 143-1 +14 22.01.15 705 31 13쪽
298 142-2 +8 22.01.14 700 36 13쪽
297 142-1 +10 22.01.13 688 35 13쪽
296 141-3 +10 22.01.12 718 36 13쪽
295 141-2 +10 22.01.11 673 35 11쪽
294 141-1 +13 22.01.10 708 34 12쪽
293 140-3 +12 22.01.09 757 40 12쪽
292 140-2 +13 22.01.08 729 38 13쪽
291 140-1 +14 22.01.07 736 37 15쪽
290 139-2 +12 22.01.06 706 35 11쪽
289 139-1 +15 22.01.05 718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6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2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4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1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79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49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1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4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3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3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1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6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7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6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6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59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1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2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1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2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0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8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6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2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0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2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4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7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2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4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236 113-1 +12 20.03.13 1,497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2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4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59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8 63 12쪽
»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3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6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6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6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59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3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8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215 103-1 +14 20.01.08 1,761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6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1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5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4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0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89 90 11쪽
205 98-1 +15 19.11.27 1,912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1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7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6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0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5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1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1 96 16쪽
195 92-1 +15 19.11.15 2,398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2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0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28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4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7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2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2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8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5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5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0 84 12쪽
183 86-1 +13 19.09.13 2,192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0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2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2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3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3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0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5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898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6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19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2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2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4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2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5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87 75 15쪽
166 78-1 +4 19.07.24 2,268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1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0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6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8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2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7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49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0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3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1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5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3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7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2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6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1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0 96 13쪽
148 70-1 +6 19.06.07 3,016 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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