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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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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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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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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03-1

DUMMY

소소익선. 언젠가 쿠타이가 바실에 대해서 평하면 언급했던 말이다. 자신이 존경하는 회음후라는 어떤 장군이 말했던, 지휘하는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로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바실에게는 그와 정반대의 의미로 그를 평했다. 말 그대로, 병력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내는 바실의 전공을 보고 그렇게 언급했던 것이다. 어이없지만 사실이 그랬다. 바실이 전설로 남은 전투는 항상 병력이 적보다 소수인 경우가 많았으니깐. 그런데 그런 그의 말도 안되는 전공 중에서 가장 전력이 적었던 상황을 꼽자면, 틀림없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라구사 전투일 것이다.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 없겠지만, 우리 전력은 정말로 두명이 전부였으니깐. 처음에는, 들으면 자기 귀를 의심할 이 전력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나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몸을 웅크리고 굴뚝으로 뛰어들어요. 좋아요. 착지. 주민 여러분 실례합니다. 그리고 한번 더 실례하겠습니다. 자, 공녀님. 우리가 나온 굴뚝을 의자로 틀어 막아요. 하나, 둘, 셋!!! 됐어요.” “크아아아악!!! 살려줘!” “아악, 좁아!!! 뭔가 막혔어.” “위로 올라가!!! 어라? 안되잖아!!!”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들고 온 석궁으로 사격해! 발··· 어라? 크아아악!!!” “석궁을 들고 올라오길래 틀림없이 여기서 매복할 거라고 생각했지. 아마추어구만. 쿼렐은 석궁을 빼앗길 걸 생각해서 한발만 가져왔어야지. 공녀님! 합류 지점으로 이동하세요.”

 

“저쪽에 옥상에 있다.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어라? 크아아아악!!! 왜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거야!!!” “아, 실례. 여기 가설 옥상이야. 그리고 공녀님이 밑에서 지탱하는 비계의 기둥을 톱으로 썰고 있었거든. 나 혼자는 괜찮지만, 장정 십여명 무게는 못버티지.”

 

“저쪽으로 쫓아가!!! 놈들이 건너편 옥상으로 뛰어 갔다. 그대로 따라 붙겠다. 나도 뒤따라서 점프!!! 어? 으아아아악!!! 저 여자가 허공에서 착지도 못했는데 발길질을!!!” “히이이익!!! 태자님. 저를 휘둘러서 공격하시면 어떻게 해요!!!” “아, 죄송. 너무 급해서. 근데 되게 제대로 발길질로 후려갈기시네요.”

 

정말로 그 녀석의 말처럼 우스타샤가 박살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녀석의 말도 안되는 대응력을 보면서 어이를 상실했다. 이 자식··· 전에 트빌리시 농성전에서도 느꼈지만, 상대방을 테크니컬하게 엿먹이는 것으로는 가히 악마도 울고 갈 지경이다. 평소에는 황궁에서 자기 방도 못찾는 길치가 갑자기 처음 오는 라구사의 건물들 옥상을 배경으로는, 마치 자기 안마당을 누비듯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황당할 정도의 타격을 먹이면서 공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들도 사악하기 그지 없어서, 우리를 추격하는 우스타샤의 행동대원들은 짧은 시간 사이 수십명이 넘게 행동불능 상태가 되거나 혹은 땅바닥에 내팽겨쳐져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정말로 조력자라고는, 오로지 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바실은 무슨 물 만난 고기처럼 우리를 추격해온 우스타샤 행동대원들을 제압해 나가고 있었고, 그 수가 백을 넘긴 시점에는 지가 한 말처럼 오히려 놈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녀석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자식··· 정말 사람 맞아? 그런 나의 의문에 바실이 대답했다.

 

“익숙한 곳일수록 평소에 보지 못한 곳에 허점이 있기 마련이죠. 낡은 난간, 느슨한 계단 손잡이, 평소에 가까워 보였던 임시 가교. 그런 곳들만 잘 이용하면 어김없이 잡히는데요? 저는 제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워요. 그러니 지지 않는 거죠. 그리고, 적들의 자질이 너무 수준 이하네요. 평소에 시민들 겁주는 것에는 특화된 모양이지만, 발 디딜 곳이 불안한 곳에서 싸우는 것엔 초보자들이군요. 그리고 평소에 공격을 당해본 적도 없었는지, 성질만 내고 침착하게 대응할 생각을 못하네요. 덕분에 시끄럽기만 하고.

 

그리고 긴장감도 없어요. 제가 절대로 죽이지 말라고 한 거 기억하시죠? 괜히 그런 거 아니에요. 사망자가 나오지 않으니, 놈들에게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없어지죠. 옥상에서 떨어진 동료를 봐도 무슨 코메디 보디는 것처럼 느껴질 거에요. 자기가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공녀님의 서포트는 제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훌룡하세요. 이제는 딱히 제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가 하려는 의도를 알고 움직여 주시니 작전을 짜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역시, 저랑 공녀님은 뭔가를 하는 것에 있어서 상성이 좋은 것 같아요. 장담컨데 제가 경험했던 사람 중에 최고의 파트너세요.”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덕분에 나는, 영문도 모르고 쇼파를 난로에 처박고, 난간을 발로 차서 분질러 놓고, 나무 받침에 톱질을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 이불을 마구 펄럭이다가 바닥이 뚫린 마루에 깔아두고··· 뭔가, 삽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해놓고 최고의 파트너라는 찬사를 들었다. 아, 씨 뒷목. 난 대체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의 그런 황당함과 무관하게, 우리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는 뭔가 주변에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렉터궁을 중심으로 들리는 교전 소리는 여전했지만, 시가지에서 들리는 우스타샤의 것으로 보이는 선동 소리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우리를 잡으러 마구 몰려오던 우스타샤 놈들이 어느 순간 서서히 겁을 집어 먹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무리도 아니지. 올라가는 족족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서 여러군데가 깨지고 있고, 가만히 있어도 쫓아와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을 박살내놓고 다니는데, 아무리 이 동네에서는 한 주먹하는 놈들이라도 버티는 것이 무리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 확연하게 그들의 공세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주변의 상황은 뭔가 진정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바실이 돌아다니면서 잔뜩 주어 모은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잡동사니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역시, 민간인은 어쩔 수 없군요. 훈련받은 병사라면 지금 적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 오히려 몰아쳐야 할 것을 인지할텐데, 오히려 자기네 피해에 질려서 슬금슬금 물러나다니. 지금까지 대충 우리가 몇 명 정도 잡았죠?”

 

“백오십명 정도 세다가 나중에는 포기했어요.”

 

“그럼 우스타샤의 전력은 거의 소진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민병대 출신이라고 하지만, 범죄 조직으로 전향한 자들이 운영할 수 있는 적정 병력은 사오백이 고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실전에서는 써먹지 못하고 대신 싸워줄 카탈루냐와 베니스를 끌어들였겠죠. 저 정도 피해라면 써먹을 수 있는 가용 인력은 거의 다 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헐. 두명이서 정말로 수백명을 때려잡았어. 그것도 일방적으로. 나는 라구사 길거리 여기저기에 부상당해서 바닥을 나뒹굴면서도, 감히 옥상 위를 올려다 볼 엄두를 못내는 우스타샤의 행동대원들을 보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자식··· 정말로 위험한 바보구나. 그 말도 안되는 걸 정말로 해내다니. 나는 바실의 말도 안되는 능력에 할말을 잃었다. 이 일은 나중에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지는 않았지만, 라구사에서는 오늘 이후 암묵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무리해서 하려다 신세를 망치는 사람을 두고 ‘황제의 허락없이 옥상에 올라가듯 한다.’ 라는 속담이 생겨났다나 뭐라나.

 

일단 그런 나중 일은 뒤로 미뤄두고, 나는 그 말도 안되는 승리를 거둔 바실을 보고선 당장 우리에게 처한 다급한 상황을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런 일방적인 사냥은 그만 두고 저희도 어서 렉터궁으로 가서 근위대장님과 합류하도록 하시죠. 아직 렉터궁은 교전이 이어지고 있으니 어떻게든 거기로 가서 가에타니 렉터에게 저들을 진압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네, 그렇게 해야죠.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여기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어요. 지금까지 저희는 우스타샤의 전력들의 대부분을 저들이 익숙치 않은 이곳 건물들 위로 유인하고 기습해서 제압하는 것에 성공했죠. 군이라면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곧바로 안전한 후방으로 퇴각해서 전력을 재정비하겠지만, 이들은 군인이 아니고 민간인들이죠. 그리고 뒷세계의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 물러서기 보다는 무의미한 고집과 오기를 부리게 될 것입니다. 소위 뒷세계 사람들의 체면 같은 것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런 억지를 부리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니, 그게 가능한 사람을 불러오겠죠.”

 

바실의 말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증명하듯이 우리가 있던 건물의 옥상으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보면서 바실이 말했다.

 

“우스타샤의 두목, 율리아노스 형님이 나서실 수 밖에 없겠죠. 어서 오세요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옥상의 계단으로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틀림없이 조금 전에 수도원 종탑에서 우리를 보고 조롱하듯 조소하며 떠난 무장을 제대로 갖춘 율리아였다. 그의 요사스러운 얼굴에서는 지독한 분노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중성적인 목소리로 바실을 보면서 말했다.

 

“쥐새끼 같은 놈. 그 종탑에서 이렇게 빨리 탈출하다니. 쥐구멍으로 도망치는 재주는 있는 모양이구나.”

 

“그러는 형님은 너무 도망치는 재주가 없으시네요. 아직도 스스로 나락이라 부라는 곳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되려 적응하시다니 말입니다.”

 

“네 까짓 놈이 감히 내가 겪은 고통을 알지도 못하면서. 지상에서 가장 고귀한 몸으로 태어나, 시궁창 밑바닥에 굴러 떨어진 고통을 경험해본 적이 있느냐?”

 

“네 확실히 저는 형님이 겪은 것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제가 보는 곳은 지금 이곳처럼 항상 하늘과 맞닿은 곳이었으니깐요.”

 

율리아는 바실의 말에 더 분노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옥상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실과 어두운 계단에서 올라온 자신의 모습이 바실의 말과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더 분노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말했다.

 

“너는 자격이 없다. 고귀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시련을 겪어본 적도 없는 자는, 만인의 위에 설 자격이 없단 말이다.”

 

“아뇨, 고귀함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시련은 겪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황제는 만인의 위가 아닌 아래에서 받드는 자입니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구나.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나눌 논쟁의 결과는 검으로 가릴 수 밖에 없고, 한쪽의 죽음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

 

“아뇨, 생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제가 옳고, 형님이 틀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당신을 죽이지 않고 이김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바실의 한마디도 지지 않는 대꾸에 율리아는 분노했다. 그래서,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가느다란 세검을 들고 박차고 내질렀고, 바실도 마찬가지로 달려나가며 옥상의 싸움 중에 빼앗은 검을 들어 휘둘렀다. 맑고 선명한 금속성 소리가 라구사 하늘에 울려퍼지며 두 형제의 숙명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검과 검이 불꽃의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 불꽃의 춤에 어울려 두 왕자도 검무를 선보였다. 아직도 여기저기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라구사 중심의 한 건물 옥상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대결은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위대한 영웅들의 대결처럼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의 대결에 감히 끼어들 엄두를 못내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한걸음, 두걸음. 발이 움직이며 칼날이 선을 그렸고, 공격과 방어가 어우러지며 굉음과 불꽃을 튀기는 모습은 마치 미리 합을 맞춘 전문 무용수들의 고난도의 군무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다른 점이 있었다.

 

소박한 모습에 정석적인 검격으로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이룬 바실의 움직임에 대비하여, 화려한 복장으로 머리칼과 옷자락을 흩날리며 아슬아슬한 공격 위주의 움직임을 보이는 율리아의 모습은, 마치 서로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조금 섬뜩한 생각이었지만 그건 마치 황위를 두고 싸우는 형제의 모습이 아닌 서로 애증을 담아 그것을 표출하는 남녀의 대결처럼 보였다. 나는 그 결투의 유일한 관객으로서 그런 불길한 모습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대결에 흐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바실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겁한 방법을 쓰기는 했지만 지하 수로에서 안드로니쿠스를 상대로 대등한 검술을 펼쳤던 율리아의 실력은 폄하하기 어려웠다. 특유의 요사스러운 검술은 대인 결투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균형잡힌 대응을 하는 바실을 아슬아슬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바실의 실력도 결코 낮은 편은 아니지만, 뭔가 정석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바실의 방식은 변칙이 난무하는 율리아의 공격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확연히 불리한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의 대결은 율리아가 바실을 일방적으로 벽으로 몰아붙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국 ‘채애앵!’ 맑은 금속성과 함께 서로 검을 맞대고 겨루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황은 확연히 바실에게 불리했다. 벽을 등지게 몰린 바실은 지척에서 서로 검을 마주하고 밀어붙이는 율리아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율리아는 그 상황에 희열을 느끼는 듯 환희하여 소리쳤다.

 

“고작 이 정도 실력이더냐?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누가 누굴 구한다는 말이더냐!”

 

“그러는 형님의 실력은 대단하시군요. 이 정도 실력이라면 제가 아는 전사들 중에서도 거의 최상급입니다.”

 

“말했지 않더냐. 나락에서 기어올라왔다고. 내가 어떻게 우스타샤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선대 두목의 목은 내 손으로 베었다. 나를 그 오랜 시간 계집 취급 하며 유린했던 그 놈의 목을 내 손으로 직접 베었단 말이다. 너는 네 손으로 그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베어본 적이 있더냐!!! 아마 없을 것이다. 고작 그 정도의 실력으로 그런 건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야.”

 

“네, 말씀하신 대로 저는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 저는 형님처럼 홀로 고고하게 하기 보다는, 제 주변에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해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저 하나의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와 같이 힘을 합치면 저보다 더 강한 사람을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녀님, 지금이에요!!!”

 

바실의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율리아가 흠칫했다. 그리고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와 율리아는 동시에 황당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두 사람에게서 한참 거리를 두고 서서,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갑작스러운 바실의 말에 어벙하게 대답했다.

 

“제··· 제가 뭘요?”

 

그리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율리아가 고개를 다시 황급히 돌리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바실!!! 이 자식이 날 속였··· 크헉!!!”

 

그러나 율리아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바실이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머리를 뒤로 젖히고 고개를 돌린 율리아의 면상에 들이박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로마 2천년 역사에 전례가 있었을까 싶은 황제 박치기를 본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바실의 기습은 유효했고 율리아는 순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바실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칼을 휘둘러 율리아가 쥐고 있던 손을 쳐내 그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율리아는 그 기세에 뒤로 쓰러지며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바실은 칼을 그녀에게 대며 말했다.

 

“다 끝났습니다, 형님. 저의 승리입니다. 그만 항복하세요.”

 

나는 나를 이용해서 율리아의 틈을 만든 바실의 꾀에 어이가 없었다. 얘도 알고 보면 은근 사악한 면이 있단 말이야. 저 율리아를 속여 넘기다니. 하지만, 일단은 이긴 건 이긴 거다. 나는 안도의 마음을 느끼며 율리아를 안쓰럽게 보며 항복을 종용하는 바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눈에 율리아의 묘한 움직임이 보였다. 율리아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웅크리고 얼굴을 가린 손 끝이 움직이는 방향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이내, 내 머리 속에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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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139-1 +15 22.01.05 719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7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3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5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2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80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50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2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5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4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4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2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7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8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7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7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60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1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3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2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3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1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9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8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3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1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3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5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8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3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5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236 113-1 +12 20.03.13 1,497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3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5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59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9 63 12쪽
227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3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6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7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7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60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4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8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 103-1 +14 20.01.08 1,762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7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1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6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5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0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91 90 11쪽
205 98-1 +15 19.11.27 1,913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2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9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8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2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7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3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2 96 16쪽
195 92-1 +15 19.11.15 2,400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3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1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29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5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8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3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3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9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7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6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2 84 12쪽
183 86-1 +13 19.09.13 2,194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2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3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3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5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5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2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6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899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7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21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4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3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5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4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7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89 75 15쪽
166 78-1 +4 19.07.24 2,270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2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1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8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9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4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9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50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1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4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3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6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5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8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4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7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2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1 96 13쪽
148 70-1 +6 19.06.07 3,018 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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