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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익!!! 싫어!!! 이건 아니야!!! 이건 말도 안돼!!! 어? 꿈이었나?”
“어? 공녀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왜?”
“아, 아니에요. 다행히 꿈이었네요. 지독한 악몽을 꿨어요.
내용이 왠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 고생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빵먹고 죽는 그런 끔찍한 꿈이었어요.”
“저런. 요즘 마음 고생이 심하셨던 모양이군요.
꿈자리가 사나우신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조금 전에 악몽을 꿨습니다.
공녀님처럼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뒷통수에 돌맞고 죽는 그런 꿈이었어요.”
바실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공동 황제시자, 제국의 군신인 그가 그런 말도 안되는 최후를 맞을리가 없지 않은가? 어떤 미친 년이 그런 짓을?
그러니깐 이건 그냥 말도 안되는 개꿈이다.
······
말도 안되는 개꿈 맞지?
그렇게 안심을 하면서도 나는 왠지 모르게 아무도 대답할 리 없는 질문을 어딘가에 해보았다.
다행히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 사실에 안도하며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끔찍한 악몽에 깨어난다고 해서, 마주한 현실이 그렇게 안락한 것도 아니구나. 그 사실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화물이 많이 실린 화물 마차였다.
그리고 그 화물 마차 주변에 상당수의 일행이 무리를 이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목적지는 바로, 나의 고향. 헝가리였다.
와우, 그토록 돌아오고 싶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홀가분한 마음이 아니라, 차라리 거기 그냥 있던 편이 훨씬 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혹덩이를 주렁주렁 달고 말이다.
나는 현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고민거리를 마주하며 지난 일들을 머리 속에서 떠올렸다.
‘미친 황제가 마자르의 사자를 불러 이르되, 내 너에게 황궁에 범한 죄를 묻겠노라 이르니,
이에 공녀가 일어서서 나서며, 나의 아비의 죄를 내가 대속케 하리다 하였다. 그러자 황제가 이르길
보라, 네 동족의 죄를 네가 감히 대속하려 하였느냐?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공녀가 이르길
나의 황제시여, 내 바라건데 그것은 나의 것이요, 나의 몫이라, 삿된 것들을 감히 연관치 말라 하였더라.
그러자 황제가 기뻐하며 칼로 그녀의 어께와 머리를 치며 주님을 대신하여 공위와 영광과 명예를 내리노니
그대를 마자르인의 방백으로 삼겠노라 하였더라. 이에 제국인은 경외하고, 마자르인은 기이하게 여겼더라.’
역사책에는 이 따위 말 같지도 않은 내용으로 기록된 헝가리 사절단 황궁 폭거 사건은
내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통제를 벗어나서 질주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일사천리로 헝가리와 제국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제국의 주도로 재정립되었다.
아마도, 공작님이 거하게 사고치지만 않았으면 환대를 받으며 콘스탄틴노플 회담에서 다뤄졌을 논의가
그냥 제국에서 답은 정해놓고 그냥 헝가리는 대답만 하면 되도록 결정되서 통보된 것이다. 내용은 좀 복잡하지만, 요점만 정리하면 이랬다.
우선, 제국과 헝가리의 외교 관계가 공식적으로 대등한 동맹으로 조정되었다.
우와, 씨발. 뭣도 없는 우리나라, 나날이 승천하는 제국이랑 동급으로 승진했네. 축하 케잌이라도 잘라야 하나?
그리고 종속국에 파견된 제국군이 공식 철수하게 되었다.
크로아티아 테마군과 발칸 타그마타의 분견대가 일제히 귀국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헝가리 본국에서는 환호성을 내질렀다는데, 목에 들이민 칼이 칼집에 들어가면 그게 좀 상황이 좋아진 거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내정간섭 수준으로 개입하던 헝가리에 대한 제국의 관여도 일단 중단되었다.
덕분에 미로크슈에서 도주해서 반 제국, 친 신성동맹을 외치던 망명 귀족들이 대거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나 뭐라나.
여기까지만 들으면, 헝가리가 외교적으로 엄청 남는 장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바로 나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요하네스의 지적대로 제국은 헝가리를 노예에서 동료로 격상시키는 대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요구했다.
그것은 바로 미로크슈 이후 없는 거나 다름 없어진 헝가리의 군을 재편해서, 제국에 우방으로서 방위력을 분담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신생 헝가리군을 편성하고, 통솔한 책임은 바로··· 나한테 던져졌고.
아오, 다시 한번 욕나와. 내 머리 속에 부콜레온 황궁 마구간 저택에서 와인까던 그 한량의 실없는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그게 눈앞에 그림이나 조각이었으면 당장 박살을 내버렸을 것 같다.
니케포루스! 이 미친 자야!!! 당신 정말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책임을 떠안기는 건데?
그래, 쓰발!!! 내가 살짝 미쳐서 갑자기 무대 위에 난입한 건 인정한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피식 한번 해준 다음에 끌어내면 그만이잖아? 근데 그 미친 짓에 끝까지 어울려?
그리고 노린 듯이 나한테 그 짐덩어리를 짊어지게 만들어?
솔직히 말해봐!!! 이 미친 황제야. 당신 첨부터 이럴 생각이었지? 노리고 나한테서 비웃듯이 시선 돌린거지?
그렇게 나 도발한 거 아니야!!! 아아아아악!!! 그래, 생각해보면 그랬어.
내가 친 사고의 대부분의 계기가 시녀장님 탓이긴 하지만, 솔직히 따지고 보면 그 말도 안되는 개수작 다 당신이 넙죽 받은 탓이기도 하잖아?
내 뒷목을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당신이었어!!!
나는 한동안 그 생각에 발광하며 침상에서 날뛰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상황은 흘러갔다.
얼마 후 나는 공식적으로 헝가리 군사 위원회의 의장 자격이 부여되어 본국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에 대해 헝가리 측에서도 무조건 동의를 한 서신이 도착했다.
나는, 낯익은 공작님 서명이 왠지 모르게 덜덜 떨며 한 것 같은 것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얼마나 쥐어패고 받아낸 서류야?
그렇게 나는 내 의사와 무관하게 헝가리군의 편성 책임자, 실질적인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와씨. 이걸로 빼도박도 못하게 매국노 확정이네. 엄마, 나 나라 팔아먹을 걸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어!!!
아니, 공녀님 이름이니 상관없나?
아무튼 나름 영광이라면 영광인 자리에 오르고, 그토록 바라던 귀국을, 되게 안좋은 입장에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한숨이 깊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 속칭 내 사람이라고 분류되는 인간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졌다.
“뭐라고? 공녀님이? 흠, 해군을 내륙으로 전개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라니 다행이군.”
히메리우스, 이 양반아. 지금 그 내륙 우리 헝가리 말하는 거야?
“증말로 우리 공녀 치면 내가 마, 니키 행님 좀 칠라 캤는데, 여윽시 우리 행님이네. 리스펙트함다.”
울프스턴. 가서 물어. 저 술주정뱅이 물라고!!! 참지마!!!
“그럼, 라즐로의 일부분은 나 어디가서 받아요? 데헷, 쥬노가 걍 쥬노 맘대로 가져올까?”
미친 년아!!! 그만해!!! 네가 나서면 장르가 바뀐다고!!!
“그 망할 년한테 또 속았어!!! 뭐, 헝가리 총독? 그 년이 출세하려고 우리를 다 낚은 거라고!!! 이 역겨운 년아!!! 날 얼마나 능멸해야 만족하냐?”
허리는 휘어도 말은 바로 해라, 앙리 이 개자식아!!!
“크흑!!! 마자르의 인과율에 변이가 도래했군. 데우스 레지나, 공포의 여왕이 우리 앞에 캐슬링을 불렀다. 레퀴엠을 연주하라!!!”
블러드 공. 렌필드 경 울어요. 댁도 나중에 혼자 이불 속에서 쪽팔릴 짓 그만 좀 하고!!!
“아, 공녀님이? 다, 다행이다. 얘들아, 전진 정찰보낸 바르다라오타이 귀환시켜라. 지금쯤 부다페스트랬나? 오는데 좀 걸리겠네.”
알베르토, 이 미친 새끼야!!! 경기병대가 본토의 왕궁 근처까지 깊숙히 침투했는데, 그게 어디가 정찰이야?!!!
“공녀님이 헝가리로 가신다니 다행입니다. 참모들, 이제 국경 빽빽하게 둘러싼 병력 뒤로 빼도 될 것 같아요.”
나는 레오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어느 국경? 우리 헝가리 국경? 그걸 빽빽하게?...
“오, 알라여. 당신이 우리 이교도 구원자를 구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부주방장, 감옥 옆에서 끓이던 냄비에 불꺼라.”
휴우. 나는 그나마 정상적인 라드의 말에 안도했다. 근데 무슨 냄비? 그냥 축하 파티 하려고 그런 거지? 사람 끊이고 그러려는 거 아니지?
살짝,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국 군부에서 긴장했다는 말이 왠지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네.
내가 인생을 잘 산건지, 못 산건지 분간을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걸 보면서 살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전략병기 수준의 인간들.
이번 헝가리 귀국행이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 가면 이 인간들과는 이제 바이바이겠지.
그리고 이 인간들 말고도 내가 저지른 대형사고들 과도 작별이고.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즐거워졌다. 아주 잠깐 동안.
“뭐, 뭐라고요? 태자 마마. 지금 뭐라고 하신···”
“어허··· 말씀을 낮추십시오. 지금은 제국의 태자이자 공동 황제가 아닙니다.
헝가리 군사 위원회의 제국 측 주무관으로 파견을 명 받은 바실입니다. 이제 공녀님이 제 상급자이십니다.
앞으로 헝가리에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 나라 속담에 웃는 낯에 뺨 때리랴 라는 것이 있다던가? 완전 틀렸어. 나 지금 저 실실거리는 면상에 한방 날리고 싶어.
그 망할 년 암기 잡아내는 실력이면 충분히 갈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안에 광기에게 필사적으로 저 길치가 사실은 제국의 다음 황제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자제시켜야 했다.
이게 뭐야아아아아!!! 왜 저 녀석이 날 따라오는건데?!!!
귀국에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것이, 순식간에 설렘ㅇ은 사라지고 근심 1+1 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미친 년아!!! 넌 왜 따라오는데? 황궁의 파라코이모메노스이자 리키스카의 수장이 왜 헝가리로 동행해!!!”
“어허, 나 그런 사람 아닌데요. 전 바실 주무관님 가사 수발을 위해 동행하는 귀여운 메이드 쥴리입니다. 다른 사람과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서로의 면상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나는 그 년이 율리아라는 걸 몸으로 확인했다.
“쿠타이! 넌 또 왜 따라와!!!”
“아니, 누나. 그게··· 나도 내키지는 않는데, 좋은 교육 기회라고 황후 마마랑 스승님이 형이랑 동행하랬어.
그리고, 우리 의남매잖아. 동생인 내가 누나 지켜야지.”
이 새끼야. 근데 왜 남매애는 간곳 없고 재밌을 것 같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실실거리는데?
“근위대장님은 또 왜 여깄어요!!!”
“너 땜에 근위대장 짤렸잖아!!! 황후마마가 사병 자격으로 수행하고 와야 복직시켜 준다고, 따라 가라신다.”
아오, 앤. 이 인간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애초에 내가 여기 오게 된 게 너 때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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