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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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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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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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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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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113-1

DUMMY

내 이름은 바실. 제노바 공화국의 작은 섬, 티노 섬 출신의 바실이다. 말이 좋아서 제노바 시민이기는 하지만, 부와 영광은 모두 본토 사람들의 몫이고, 제노바의 부속령이고 너무 작아서 사는 인구는 겨우 50여명에, 통상 항로와도 벗어나 있어 한달에 한번 오가는 정기선이 아니면 나갈 수조차 없는 작은 섬 출신은 어디가서 제노바 시민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것이다. 나는 그런 작은 섬에서 제빵 일을 하는 어머니와 우연히 섬에 들린 그리스 선원 출신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내 이름은 제노바에서는 좀 생소하지만, 제국에서는 나름 흔한 이름인 바실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에 큰 의미는 없었다. 그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섬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니깐. 엄마는 풍랑으로 인해 돌아가셨을 거라고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선원들이 그렇듯이, 그에게 어머니와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간 항구의 찰나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가 안계셔도 어머니의 생활력은 강했고, 섬의 생활은 외부의 소요와 무관하게 항상 평화로웠기에, 내 어린 시절은 그리 불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그 섬의 지독한 평화로움이었다.

 

흔히 소년들이 다들 그렇듯이 나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었다. 신화와 전설 속에 나오는 영웅이 되서 적을 무찌르고, 사람들을 구하고, 아름다운 미녀와 사랑에 빠지고 싶었다. 그런 소망을 가진 나에게 티노섬의 일상은 지독하게 지루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정해진 것처럼 강요되는 제빵사의 운명은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걱정하고 만류하려 하셨지만, 나는 그것에 순종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고, 본국에서 세금 징수도 종종 까먹을 정도로 이름없는 섬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계기가 생겼다.

 

티노 섬에서 유일하게 또래 친구였던 마리오. 그 녀석도 항상 나와 같은 생각으로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석은 섬으로 온 정기선에서 생각치도 못한 소식을 가져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성지를 탈환하는 십자군이 다시 결성된다는 소식이었다. 온 유럽의 내노라 하는 용맹한 기사들과 귀족들이 동쪽에 성지를 탈환하러 가는 위대한 모험에 오르고, 그 대장정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는 용병대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딱히, 대단한 경력이나 재주가 없어도 건강하기만 하면 그 위대한 성전에 참여시켜 준다는 말에 나는 눈이 뒤집혔다. 결단을 내리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 엄마의 쌈지돈을 훔쳐서 마리오와 함께 정기선에 올랐다. 언젠가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와서, 그 돈을 열곱절로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마리오를 꼬득인 어느 용병단의 모병인을 따라서 용병단에 입대했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싫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 마시는 독한 술에 만취했고, 고참들이 들려주는 무용담에 가슴이 설레였다. 훈련도 힘들기보다는 즐겁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쌈짓돈을 다 털어도 부족해서 선급여를 떼고 지급된 장비를 받았을 때는 날아갈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전설속의 영웅이 된 기분이 들며 나는 창과 단도를 휘둘러 보았다.

 

그런 기분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부대의 분위기도 최고였다. 오랜만에 성사된 십자군의 기치 아래, 수많은 기사들과 용병들이 모여들었고, 어느새 수만에 가까운 병력이 된 우리들의 군세는 그 위용만으로도 무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성스러운 십자가와 깃발을 들고 가는, 강력한 우리의 무리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부대원들은 다들 성지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의 길목에 있는 낡은 제국의 황도에서 한몫 챙길 생각으로 사기가 높았다. 예전에 베니스가 그곳을 털고선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병사가 넘쳐났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강렬한 동기가 되어주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우리의 군세는 그때보다도 강했고, 제국의 역량은 그때보다도 약했다. 지난 수십년간 내전으로 몰락하고, 겨우 내전이 종식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제국이 힘을 회복했을 가능성은 없었다. 우리 고참들은 자기들도 한참 전에 선배들한테 전해들은 콘스탄틴노플의 보물과 미녀들을 논하며, 그것들이 우리들의 것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선제 공격으로 적의 보급기지를 확보하고, 거기 잔뜩 있던 닭들을 죄다 구워먹으면서 우리는 다가올 승리를 미리 축하했다. 그 믿음은 다음날 결전 장소였던 미로크슈에서 아군이 적을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서 더 확고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악몽이 시작되었다. 뒤늦게 제국군 우측으로 합류한 기병대가 우리 좌익을 강타할 때만 해도 우리는 별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저, 제국이 내지른 최후의 저항 정도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우리 좌익이 그 부대를 이끈 지휘관에게 버터처럼 뭉게지고, 그 다음에 그 기병대가 우리 중앙의 배후로 쇄도하고 질주하여, 그대로 우리 십자군의 주력부대가 집결한 우익으로 달려가는 순간 상황이 심각한 것을 깨닭았다. 그래서, 우리 부대를 비롯한 중앙의 후방에 있던 부대들이 일제히 그걸 막아서려고 했지만, 직면한 순간 그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닭았다.

 

은빛으로 빛나는 중갑옷으로 무장하고, 유럽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기동을 하는 기병대는, 마치 하나하나가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 같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는 마왕이 있었다. 전신을 검붉은 전신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그 괴물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마왕. 그가 바로 제국의 군신 혈태자였다. 그 혈태자의 등장만으로 전투는 의미를 상실했다. 우리 부대는 그 마왕의 공세에 허수아비처럼 무너져 내렸고, 용병단의 단장과 고위 간부들은 치명상을 입거나 사망하여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의미없는 저항을 하려다 걷어차여, 바닥에 나뒹굴며 멀리서 우리 우익이 제국에 짖밟히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처음으로 목격한 전쟁의 실상이었고, 현실의 잔혹함이었다. 한때, 분위기에 휩쓸려 벼락 부자가 되고, 끝내주는 미녀를 안고, 영웅이 되는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독하게 확실하게 자각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미로크슈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지옥 같은 시간은 거기서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혈태자의 추격은 맹렬했다. 한때 성지 탈환의 기치를 올리고 출발한 십자군은 제국군의 추격에 부상자를 외면하고, 아군도 밀쳐버리고 아수라장에 가까운 퇴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제국군의 추격이 멈춘 헝가리 국경에서 이미 십자군은 뿔뿔히 흩어지고 거기 소속한 부대들은 죄다 와해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숱한 패배를 겪으면서 목숨을 부지한 것이 신기할 정도의 참패였다. 그래서, 그 패전으로 우리 부대에게 급여를 지급할 고용인 마저도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부대 대장도 숨을 거뒀다. 고용인과 대장이 사라진 부대에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칼부림 밖에 없었다.

 

장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묻거나, 혹은 부대에 얼마 남지 않은 자금을 독차지하려 싸웠고, 어제까지 동료였던 선배들에게 우리는 칼부림을 해야 했다. 부대는 분열과 내분을 거듭하며 서서히 무너져갔고, 방황을 하다가 결국 교황령 남쪽의 작은 도시 안치오에서 해산했다. 해산이라고 해도 이미 남은 병력도 얼마 없어서 그저 뿔뿔이 흩어진 것에 불과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건질 수는 있었지만 수중에 한푼의 돈도 가지지 못하고 버려졌고, 이런 한심한 몰골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곳 안치오를 떠나지 못하고 막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된 것이다.

 

어둠이 깔리는 거리를 걸으며 문득 지중해를 보니 저 너머에 있을 내 고향 티노 섬이 생각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옛 쓰라린 추억을 너무 많이 떠올렸다.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다. 그러면서 내쉬어지는 한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갑한 마음이 달래어지지는 않는다. 지금,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한때 영웅이 되겠다는 부픈 마음을 안고 떠나서,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막일로 입에 풀칠하는 시궁창 인생이라니. 내가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만류하는 어머니의 쌈짓돈을 훔쳐서 나온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그때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만이 남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지독한 고생을 하지 않고, 지루하더라도 섬의 제빵사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내가 다 망쳐버렸다. 이렇게 거지꼴이 되어 돌아갈 수도 없는 고향과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러던 차에 어느새 나는 목적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깨닭았다. 안치오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퍼브. 당장, 내일 먹을 끼니도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모처럼 받은 급여를 이런 식으로 쓰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퍼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적당히 북적거리는 퍼브 안은 나와 같은 부두의 하류 인생들이 죄다 모여있었다.

 

얼마 전에 벌어진 베니스 전쟁의 여파 때문일까? 제국령과 교황령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곳 안치오에서는 나와 비슷하게 부대가 와해되어 버려진 용병들, 공포공의 마수를 피해 달아난 요인들, 그 외에 기타 다른 사유로 흘러든 뜨내기들이 우글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와의 악연인 그 놈이 퍼브를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고선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이, 바실!!! 여기야. 이 형님이 미리 와서 자리 맡아놓고 있었지. 클라라, 네 서방님 오셨다. 어서 오늘 여기서 제일 좋은 와인을 대령해라. 겸사겸사 내것도.”

 

“뒈져, 병신아! 바실, 저 새끼 여기 들이지 말라고 내가 경고했지? 내 말 먹으면 니들 다 내 손에 뒤진다.”

 

나는 화를 내는 퍼브의 여급 클라라에게 사과하고 어쩌면 내 불행의 근원일지도 모르는 내 악우, 마리오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밀린 외상값이 얼마야?”

 

“킥킥킥··· 얼마 안돼. 얌마, 내가 설마하니 너한테 맨날 외상값이나 갚아달라고 보자고 하겠냐? 그런 거 신경쓰지마. 그런 건 너 사모하는 우리 클라라 언니한테 네가 얼굴만 많이 비춰주면 대충 해결된다고. 괜히 갚지 않아도 돼.”

 

“까고 있네. 너 자꾸 나랑 클라라 엮으려고 하는데, 좀 적당히 해라. 난 별 생각도 없는데, 왜 네가 더 난리냐? 사실, 클라라 좋아하는 건 너잖아.”

 

“에이, 뭔소리야? 내가 저 순악질을 왜 좋아해? 거 술맛 떨이지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소리나 하고 앉았어.”

 

반응이 놀랄 정도로 솔직하네. 사실, 나도 클라라가 싫지는 않다. 나름 절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네에서는 먹어주는 미인이니깐. 하지만, 마리오 녀석이 클라라에게 꽂힌 것도 그렇고, 우리 처지가 누구 책임질 처지도 아니니깐. 그리고, 내심 클라라가 빠지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아직도 내 가슴 속에 조금 남아 있던 어린 시절 영웅의 꿈 때문일까? 왠지 클라라 보다는 좀더 극적인 상황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동경하게 된다. 뭐, 지금 거지꼴인 나에게는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꿈이지만. 그때 마리오가 나를 보며 넌지시 이야기 했다.

 

“야, 바실. 들어봐 바. 내가 죽여주는 정보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집어치우고 술이나 마셔. 또 무슨 삽질을 하려고 그러는데? 기억 못해? 전에 네가 한자리 시켜주겠다거나, 한 몫 챙길 수 있다는 사기꾼에 몇번을 속았는지? 언제까지 용병대 시절에 꿈에 젖어서 동네 건달들 똘마니 노릇이나 할건데? 그거 지옥인 거 미로크슈에서 겪었잖아? 이제 그만 정신차려.”

 

“정신차리면 뭐? 너처럼 해안 청소부 겸 야경꾼 해서 얼마 버는데? 그걸로 고개 들고선 우리 고향에 돌아갈 수 있어? 죽을 때 까지 일해도, 푼돈도 건지지 못하고 안치오에서 뜨내기로 겉돌다가 객사하겠지. 넌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는 못살겠어. 어떻게든 한 몫 잡아야 해. 그렇지 않고서는 고향에 떳떳하게 돌아갈 수가 없다고. 이게 나 좋자고 하는 일이야? 그래봤자 난 고아니깐, 맘대로 돌아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너는 어머님 돈 들고 도망치고 무슨 면목으로 돌아갈건데? 난 네 걱정도 겸해서 이러저런 것들을 알아보는 거란 말이야.”

 

이 녀석이 유감스러운 것은, 멍청해서 하는 짓은 다 실패만 하는데, 친구로서는 나름 진심이고 올곧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를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것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문제지. 나는 답답한 마음을 너무 물을 많이 타서 밍밍한 와인을 들이켰고, 그걸 동의로 생각했는지 마리오가 내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세한 정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들리는 소문이 있어. 지금 이곳 안치오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상에서, 엔리코 단돌로가 이끄는 베니스 해방 조직의 사략 함대가 누군가를 쫓아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야. 아니, 이건 거의 기정 사실이야. 오스티아에서 그 선박의 이동을 목격한 사람들이 실제로 있어.”

 

“에엥?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아무리 베니스 해방 조직의 함대가 강력해도, 여기 일대는 제노바의 영향권이고 남쪽에는 제국 함대가 주둔하고 있잖아? 그 놈들이 무슨 수로 여기서 추격전을 벌인다는 거야?”

 

“물론 그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지. 그래서 곧 제노바 함대와 제국 함대가 이곳의 소요를 눈치채고 몰려올 것을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그들은 오늘내일 중에 아마도 여기보다 살짝 남쪽에 위치한 폰차 섬 근처에서 그들을 따라 잡아서 목적을 달성하고 도주할 것이 틀림없어. 한마디로 말해서 조금 남쪽에서 한바탕 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거지. 너도 해안 야경꾼이니 잘 알겠지만, 그런 해전이 벌어지고 나면 틀림없이 육상으로 도주한 배나 혹은 물에 빠진 화물이나 사람들이 해변가에 몰려오기 마련이지. 거기서 잘하면 우리도 한 몫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냐?”

 

“고작 생각한 것이 그런 해안가 약탈이냐? 꿈 깨라. 그런 것이 우리 같은 잔챙이한테 몫이 떨어지는 건 엄청난 혼란 시기나 가능하지. 지금 같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소규모 해전으로 벌어진 유류품이나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그리고, 그것도 동네마다 제법 힘주는 건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수거할 것이 뻔하잖아? 우리 몫은 꿈도 꾸지마. 영양가도 없고, 소득도 없을 것이 틀림없어.”

 

그러나 나의 그런 핀잔에 마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말했다.

 

“아니야. 이번에는 그런 시시한 수송선이나 난민선이 털리는 일이 아니라고. 지금 베니스 저항 조직이 왜 위험을 무릎쓰고 제해권도 없는 적진에서 그런 추격을 감행하겠어? 그 배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들도 필사적인 거야. 그러니깐 그 배에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아니, 사실 소문도 아니지.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대충 알려져 있으니깐.”

 

그의 말에 나는 조금 호기심이 일었다.

 

“그게 뭔데? 무슨 엄청난 금은보화라도 되는 거냐?”

 

“음··· 금은보화도 있데. 근데, 그걸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엄청난 것이 거기 타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듣고 놀라지 마. 그 배에는··· 헝가리가 지난 번에 제국에 패전하고 종속된 다음에 그 대가로 보낸··· 아르파드 왕실의 공녀가 타고 있다는 소문이야.”

 

마리오의 말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헝가리의 공녀라고? 그러고 보니, 헝가리는 지난번에 미로크슈에서 제국한테 참패하고 종속국으로 떨어졌었지? 덕분에 신성동맹에서도 빠져 나왔고, 그래서 우리 부대는 헝가리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이곳 이탈리아까지 도주해야 했었다. 그 헝가리에서 제국에 보낸 공녀가 그곳에 타고 있다면, 지금 제국의 손에 무너진 베니스의 해방 조직에서 눈에 불을 켜도 추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만. 그리고, 그 배에 실린 것이 사람이든 보물이든 만만치 않은 값진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히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마리오가 말을 이어갔다.

 

“어때? 잘하면 이번 기회에 한몫 잡는 것도 꿈은 아니야. 그러니깐 바실. 나랑 같이 한번 가보자. 혹시 또 알아? 우리 같은 잔챙이도 한몫 잡을 것이 흘러들어올지도. 거기서 물에 빠진 공녀의 시녀들을 구하고 생명의 은인으로 인연이 될지도 모르잖아?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안그래? 그래서, 멋지게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거야. 밑져도 잃을 것도 아니니, 한번 해 볼만 하지 않겠냐?”

 

“다 좋은데, 그거··· 네가 알 정도라면, 루카 중대장도 아는 것 아니냐?”

 

“야이씨··· 그 인간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 중대장은 무슨 놈의 중대장! 그 자식은...”

 

그때였다. 누군가 퍼브로 들어오면서 흥분한 마리오를 보면서 말했다.

 

“귀가 간지러운 걸 보니, 누가 내 뒷담화를 하는 모양인데··· 마침, 여기 쥐새끼들이 있었군. 마리오, 네놈이냐?”

 

“히이이익!!! 아··· 아닙니다. 루카 두목님. 제가 그럴리가 없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마리오는 험담하던 당사자와 그들의 부하들의 난입에 태도를 정반대로 뒤바꾸어 굽신거렸다. 그리고, 나도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눈을 내리 깔았다. 들어온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루카, 한때 우리 용병 부대의 중대장이었던 놈이다. 중대장이라고 하지만, 지휘 능력이 우수해서 된 것이 아니라, 부대가 사분오열되던 중에 간부들이 서로 죽여대면서 빈 자리를 거의 힘으로 차지한 놈이다. 원래부터 포악하고 비열한 놈이었고, 그래서 다들 싫어했다. 하지만, 그런 성질이 용병대가 해산하고 병사들이 각자 흩어지는 와중에는 한 몫을 했다.

 

놈은 자기처럼 성질이 더럽고, 명예보다는 약탈이나 강간에 특화된 놈들을 모아서 이곳 안치오에 작은 뒷골목 조직을 만들었다. 악랄한 놈이지만, 뒷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오히려 재능이고, 용병대 출신으로 나름 전투 경험도 있던 터라 조직은 순식간에 성장해서 나름 여기서 제법 목에 힘주는 조직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한때 마리오는 그 인간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처음에 한패가 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였으니깐. 하지만, 이내 그런 후회는 사라졌다. 어차피 나나 마리오 같은 소심한 놈들이 저 잔인한 인간 백정들과 어울리는 건 무리니깐. 그리고 마리오의 입장에서 보면 더 치명적인 것이···

 

“부하들아. 니들은 여기서 놀아라. 나는 위에 올라가서 따로 쉴 테니. 이봐, 주인장. 방은 비워 뒀겠지? 조금만 있다가 클라라 올려 보내.”

 

“두··· 두목.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클라라는 그런 일을 하는 아이가 아닌···”

 

“뭐라고? 지금 다시 말해 보겠나? 퍼브 주인?”

 

“아, 아닙니다. 올라가십시오. 항상 쓰시던 방입니다. 그리고, 클라라··· 미안하다. 준비를 해다오.”

 

루카의 표정에서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드리워졌고, 클라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왠지 모르게 우리를 향했다, 이내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본 마리오의 얼굴에서 분노와 수치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 녀석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루카의 부하들에게 그 표정을 들킬 수는 없어서 그저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말로는 영웅을 꿈꾸고, 한몫 잡을 생각을 하지만··· 예전 동료였던 자들에게 시선조차 맞추지 못하는 우리는 그저 가장 밑바닥의 쓰레기에 불과했다. 흥은 깨졌고, 잔혹한 현실에 우리의 술자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게, 우울한 기분을 안고 나는 마리오와 헤어져서 내 거처로 돌아왔다. 아마도, 마리오 녀석은 분노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자학하며 또 마셔대겠지? 나는 술기운에 보이는 내 거처를 돌아보았다. 거처라고 하기도 좀 민망한, 해안에 대충 지어진 해안 경비소. 안치오 항구 조합에서 말이 경비원이라지만 사실상 청소부 겸 막노동꾼으로 고용하며 내준,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거지 같은 집으로 들어가며 문득 달을 보았다. 으응?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은 밀물이 가장 많이 밀려오는 만조였었네. 그걸 보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해변가로 걸어갔다.

 

사실, 마리오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이곳 안치오의 해변에서 나름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원래 안치오 앞바다의 정상적인 해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종종 이렇게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한 날 중에 만조 때는 해류가 역류하여 잠시나마 남쪽에서 북쪽으로 해류가 흐르는 시간이 존재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제법 쎈 해류인지 상당히 먼 곳에서 여기까지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이, 언젠가 남쪽 어디선가에서 수송선에서 유실했다던 화물이 황당하게도 우리 경비소 앞에 해안가에 흘러 들어온 것을 본 다음부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의외로 잘 안알려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만조 때가 되면 종종 해안가를 돌아보는 것이 나의 은밀한 습관이 되었다. 물론, 흘러 들어오는 것은 다 시시한 잡동사니들 뿐이지만, 언젠가 벌크통에 담긴 와인과 은화가 몇푼 들어있는 어느 선원의 짐보따리를 발견하고 나서는, 나는 그것이 괜찮은 부수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실 그것을 살짝 기대하며 해안가를 걸었다. 그러면서, 아까 전에 마리오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베니스 해방 조직이 추격하는 배에 제국에 보내진 공녀가 타고 있다고? 만약에 그 배가 좌초되거나, 침몰한다면 거의 확실하고, 그렇지 않고 해상 교전만 벌어져도 상당한 화물이 바다에 유실된다. 사람들은 정황 상 여기보다 남쪽에 위치한 폰차 섬이나 테라치나의 해안에서 그걸 기대하겠지만, 의외로 운이 좋다면 그 중에 일부는 역류한 해류를 타고 이곳으로 흘러 들어올지도 모른다. 큰 기대는 안하지만, 만약에 운이 좋아서 귀중한 물건 하나라도 건진다면, 내 팔자를 고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해안가를 걸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었으나 얻은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내심 했던 기대를 자조하며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래, 그런 입맛에 맞는 일이, 가만히 앉아있던 내 눈앞에 벌어질리가 없지. 그래서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라였다.

 

“어?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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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165-1 +5 22.05.02 472 24 12쪽
345 164-2 +8 22.05.01 467 25 12쪽
344 164-1 +2 22.04.30 471 27 12쪽
343 163-2 +2 22.04.29 491 28 13쪽
342 163-1 +7 22.04.28 521 28 14쪽
341 162-2 +21 22.04.10 790 40 14쪽
340 162-1 +10 22.04.09 581 34 13쪽
339 161-2 +5 22.04.08 525 27 12쪽
338 161-1 +4 22.04.07 526 32 12쪽
337 160-2 +6 22.04.06 561 32 12쪽
336 160-1 +7 22.04.05 562 38 12쪽
335 159-2 +10 22.03.11 816 40 14쪽
334 159-1 +5 22.03.10 621 42 14쪽
333 158-3 +6 22.03.09 576 36 14쪽
332 158-2 +14 22.03.08 616 33 12쪽
331 158-1 +9 22.03.07 564 29 15쪽
330 157-2 +8 22.03.06 587 34 14쪽
329 157-1 +7 22.03.05 575 43 12쪽
328 156-3 +13 22.02.22 754 39 12쪽
327 156-2 +10 22.02.21 601 35 13쪽
326 156-1 +7 22.02.20 584 35 12쪽
325 155-3 +12 22.02.19 630 37 16쪽
324 155-2 +11 22.02.18 594 35 13쪽
323 155-1 +10 22.02.17 614 35 13쪽
322 154-2 +6 22.02.16 618 32 12쪽
321 154-1 +10 22.02.15 641 39 13쪽
320 153-2 +11 22.02.05 728 48 14쪽
319 153-1 +20 22.02.04 645 38 11쪽
318 152-2 +11 22.02.03 636 38 13쪽
317 152-1 +9 22.02.02 652 41 12쪽
316 151-2 +10 22.02.01 636 35 16쪽
315 151-1 +8 22.01.31 680 34 17쪽
314 150-2 +8 22.01.30 678 39 13쪽
313 150-1 +9 22.01.29 659 38 12쪽
312 149-2 +7 22.01.28 657 35 12쪽
311 149-1 +11 22.01.27 684 34 12쪽
310 148-2 +8 22.01.26 662 35 12쪽
309 148-1 +14 22.01.25 700 41 13쪽
308 147-2 +9 22.01.24 672 43 13쪽
307 147-1 +8 22.01.23 713 37 13쪽
306 146-2 +7 22.01.22 687 36 12쪽
305 146-1 +13 22.01.21 697 41 13쪽
304 145-2 +18 22.01.20 740 45 17쪽
303 145-1 +4 22.01.19 663 33 12쪽
302 144-2 +15 22.01.18 716 45 13쪽
301 144-1 +9 22.01.17 713 38 12쪽
300 143-2 +12 22.01.16 698 43 12쪽
299 143-1 +14 22.01.15 706 31 13쪽
298 142-2 +8 22.01.14 700 36 13쪽
297 142-1 +10 22.01.13 688 35 13쪽
296 141-3 +10 22.01.12 719 36 13쪽
295 141-2 +10 22.01.11 673 35 11쪽
294 141-1 +13 22.01.10 709 34 12쪽
293 140-3 +12 22.01.09 758 40 12쪽
292 140-2 +13 22.01.08 729 38 13쪽
291 140-1 +14 22.01.07 736 37 15쪽
290 139-2 +12 22.01.06 706 35 11쪽
289 139-1 +15 22.01.05 719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7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3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5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2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80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50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2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5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4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4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2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7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8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7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7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60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2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3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2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3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1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9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8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3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1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3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5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8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3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5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 113-1 +12 20.03.13 1,498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3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5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60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9 63 12쪽
227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4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7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7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7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60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4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9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215 103-1 +14 20.01.08 1,762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7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2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6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5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1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91 90 11쪽
205 98-1 +15 19.11.27 1,913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2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9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8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2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7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3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2 96 16쪽
195 92-1 +15 19.11.15 2,400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3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1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30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5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8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3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3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9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7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6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2 84 12쪽
183 86-1 +13 19.09.13 2,194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2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3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3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5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5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2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6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900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8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22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5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5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6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5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8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90 75 15쪽
166 78-1 +4 19.07.24 2,271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3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2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9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9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4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9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50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2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4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3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7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5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8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4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7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3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2 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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