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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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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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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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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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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45-2

DUMMY

부다페스트 왕궁 정원은 봄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단순히 정원에 화초와 조경을 수려하게 단장한 것 뿐만 아니라,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마저도 봄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왜 여기 사람들이, 귀족가 영애들이 이렇게 많이?”


말 그대로였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에서는 마치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듯, 곳곳에 젊은 귀족가 아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던 것이다.

다들 수려하기 그지 없는 세련된 드레스로 한껏 치장을 하고 저마다 티테이블에 모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온 것이 맞나? 지금 마고 공주는 나를 여기서 만나겠다는 거야? 나는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지시받은 것이 그러니 나는 하는 수 없이 정원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들어서자 일제히 나에게 향해지는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죽여 속삭이는 말들이 들려왔다.


“저기 봐. 왔어. 왔어. 저 사람이 바로 그 소문만 무성하던 라즐로 공작의 영애인가봐.”


“제국에 공물로 바쳐진 템즈의 꽃이 바로 저 여자란 말이지? 생각보다는 평범한 느낌인데?”


“쉿, 소리를 죽여. 아르파드의 여우라 불리던 책략가 라즐로 공작의 딸이야. 그리고 우리 적국인 제국을 등에 업고 온 여자고.”


결코, 곱지 않은 시선과 뒷담화들이 나를 두고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기랄. 나도 내가 원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항변은 무의미했고, 나는 서둘러 보고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정원의 중심에 가장 좋은 파빌리온에 위치한 티테이블을 향해 시선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고 공주가 나를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마치 그녀를 호위하듯이, 몇 명의 아가씨들이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아가씨들이 바로 이곳에 가장 지체높은 무리구나.


나는 조금 긴장된 기분을 느끼며, 테이블로 다가갔고 그리고 조금 거리를 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말했다.


“오랜만에 알현드립니다, 마고 공주님. 세게드의 일로 보고를 하러 오니, 이곳으로 안내를 해주더군요.”


“어서오세요. 템즈의 카밀라 아르파드. 아니, 세게드였던가요?”


그녀의 말에, 주변에 영애들이 부채로 입을 가리고 미소를 드리우는 것이 보였다.

아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거, 오늘 마고가 작정하고 나를 먹이려고 여기로 불러낸 거였구나. 귀족가 사교계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바로 그거.

레이디들의 티타임이라는 라운드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 긴장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지난번과는 다르게 더없이 느긋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어··· 송구한 말씀이오나, 보고를 위해 동행하신 다른 분들은 잠시 물러주심이···”


내 정체는 기밀 중에서 기밀이고, 그래서 그걸 노출하는 건 헝가리 왕실 측에서도 절대 피해야 할 일이지.

그리고 지금 이 자리가 오늘 방문한 용건을 논할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조용히 독대를 청했으나 그녀는 상황을 정리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아아··· 뭐, 그러도록 하죠. 하지만, 보고가 그렇게 급한 건 아니지 않나요?

잠시 자리에 앉아서 숨을 좀 돌리고, 차분하게 보고를 듣도록 하세요. 마침 좋은 차도 있으니 말이죠.”


“네? 이 자리에 저보고 동석을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러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요? 그대 역시도 우리 아르파드 일가의 영애가 아니던가요? 자격은 충분하다 싶은데요.”


주위를 살짝 돌아보았다. 표정들이 다들 기세등등하다. 그리고 내가 하녀인 것을 뻔히 알면서 이런 짓을 시키는 마고 공주의 태도.

이거 명백하게 의도된 나를 곤란하게 만드려는 자리다. 여자들 특유의 암투와 화법으로 날 조리돌림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악의어린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네, 초대받지 못한 몸을 이리 동석 시켜주시다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공주님의 배려 감사드립니다. 기꺼이 동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뭐, 그렇다면 그 자리에 앉으세요. 근데, 그 표정은 대체 뭐죠?”


더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괜히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이 해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원래 귀족가의 처자들이라면 이런 것이 정상이지.

디저트, 홍차, 드레스, 화장품, 로맨스··· 뭐 이런 것들을 재잘거리면서 진지하게 논하고, 그 와중에 쓰잘데기 없는 걸로 기싸움을 해야 정상이지.


어쩌면 상식적인 여자들이라면 당연히 익숙해야 할 법도 한 귀족 문화에 대해서,

제국 덕분에 너무나 머나먼 광경처럼 인식하고 살았던 나에게 이런 그녀들의 기싸움을 신선하면서도 엄마 미소로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래, 뭐 기싸움이나 괜히 빙빙 돌려 말하는 이상한 화법으로 뒷다마 까면 어떠냐? 그래봐야 원래는 하녀 신세인데.


그냥, 이런 자리에 앉아서 뒤로 욕하거나 말거나, 뭔가 정상적인 내 또래의 귀족가 처자들의 문화를 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더 없이 해탈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고, 그것을 마고는 되게 불편하게 본 것이다.

아휴, 뭐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오늘 얼마든지 패셔도 받아드릴 용의가 있으니깐요. 아니,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바보 흉내 내며 어울려 드릴께요.


그래서,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는데, 마고 공주의 곁에 앉아 있던 한 처자가 차주전자를 들고 내게 찻잔을 내밀며 말했다.


“일단, 먼저 한잔 드시지요. 방금 내린 차랍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기꺼이··· 음, 향이 좋네요. 응? 근데, 이건 홍차가 아닌 것 같은데요.”


혀에 느껴지는 약간의 쓴맛에 나는 의문을 느끼고 말했다. 그러자, 영애들은 미소지었고, 차를 내린 여자는 과장되게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나, 실수로 홍차가 아니라 쑥을 내린 차를 드렸네요. 이를 어쩌나. 근데, 그걸 뱉지 않고 그냥 드시다니··· 홍차는 잘 모르시나봐요?”


아아. 그런 거구나. 나는 그녀가 던진 귀여운 도발에 다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녀가 던진 도발에 실망하지 않도록 할 말을 고민해서 대답했다.


“저거 실론 산이죠? 실론에서 수입된 홍차는 사실 모르는 편이 낫죠. 베니스 중개상들이 중간 유통 과정에서 이물질을 너무 많이 타니깐요.

그래서, 맛이 끔찍하니 안먹는 편이 낫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홍차는 아쌈이나 다즐링을 드시는 편이 좋아요.


그리고, 쑥차는 쓴맛이 강하기는 한데, 그래서 카자크 귀족들은 뭔가를 집중할 때 자주 내려 마시죠.

하하하, 재밌죠? 야만스럽다고 생각한 유목 민족들이 독서와 집필을 하기 위해 일부러 쓴 차를 마신다는 것이 말이에요.”


나는 나름 재밌으라고 콘스탄틴노플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식량국장 얀 아센이 분노해서 해상으로 온 홍차를 죄다 바다에 던지고, 육로로 오는 아쌈과 다즐링만 유통 허가를 내고 난리가 아니었지.

그리고 망할 쿠타이 녀석이 한족 선생에게 졸다 쥐어박히고 쓴차 마시면서 공부하던 모습도 기억났다.


그래서, 나는 좀 키득거리며 웃음짓게 만든 사건인데··· 응? 이 처자의 표정은 왜 이래?

쑥차는 내가 마셨는데, 표정만 보면 왜 자기가 마신 것처럼 일그러져서 저러나 몰라? 설마··· 상자에 적힌 실론이라는 단어 못읽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영문을 몰라 의아해 하고 있는데, 그녀와 교대하듯이 내게 쟁반과 접시를 들고 온 사람이 있었다.


“템즈의 공녀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오늘 티타임의 다과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한번 맛보시겠어요? 귀국하며 동행한 프랑스 궁정 파티쉐가 직접 만든 롤 입니다.”


“아하. 네 감사합니다. 한번 맛보도록 하죠. 으응? 이 맛과 향은?”


“어머나. 놀라셨나 봐요. 좀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향이 있죠? 그건 바로, 시나몬(Cinnamon)이라는 겁니다. 처음 맛보시는 모양이군요.”


“아, 아뇨.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맛이죠.”


“후후후. 무리도 아니겠죠. 프랑스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시나몬 같은 서민용 향신료는 황궁에서 잘 사용하지를 않아서요. 바닐라는 자주 쓰는데, 시나몬은 너무 흔해서 되려 황궁에서는 잘 안쓰는 편이죠.

전 사실 좋아하는 편인데, 황궁에서는 되려 먹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준비해 주시다니 감사드려요.

그리고 검소하신 영애시군요. 이렇게 대중적인 향신료로 근사한 롤을 만들어내다니. 정말 바람직한 음식이에요. 너무 감사드려요.”


진심으로 맛있게 시나몬롤을 먹었다. 콘스탄틴노플 그랜드바자에서 노점에서 파는 맛보다 더 고급스럽네.

7대 악마 중에 얀 아센을 기용한 것이, 가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도, 서민 생활에는 확실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동방의 향신료가 제국에서는 사치품이 아닌 흔한 생필품이 되었으니깐.


문제는 그 반대 급부로, 너무 대중화되는 바람에 좋아하는 향이 오히려 고급스러운 곳에서는 기피하는 경향까지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황궁에서는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종종 나가서 사먹어야 했던 추억의 맛이다.

그래서, 내가 맛을 음미하며 즐기는데, 왠일인지 그 롤을 내민 영애는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너무 맛나게 먹어서 감격했나?


그렇게 영문을 모르고 시나몬롤을 먹고 있는데, 그런 나에게 말을 건 영애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공녀님께서는 제국에 황궁에 계셨다지요?

그곳에서 뭔가 들려주실 만한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 같은 건 없으셨나요?”


“네? 로맨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말 그대로입니다. 인질로 가시기는 하셨지만, 그곳도 황실이고 귀족가의 문화는 존재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곳에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는 그런 달콤한 로맨스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우리들도 본의 아니게 조국을 떠난 사이에 머문 타국에서 그곳의 수려한 신랑감들을 보며 호사를 누렸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저희 영애들에게 지위와 집안에 걸맞는 멋진 신랑을 찾는 것은 가장 로맨틱한 일이 아니겠어요?

물론,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 사람이 흔치는 않긴 하지만요.

그래서 좀 안타까워요. 특히나 우리 마고 공주님에게 걸맞는 그런 분이 세상에 계실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에 마고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만 두세요. 공녀에게 실례가 되는 이야기군요. 그리고, 제 혼처는 아직 여러분이 걱정할 것이 아닙니다.

저는 아직 결혼하기에 많이 미숙하니깐요. 제가 많이 레이디로서의 품격을 갖춘다면 틀림없이 좋은 분이 나타나시겠죠.”


“하지만, 그래도 로맨스가 두근거린다는 것은 변함이 없죠. 아! 그러고 보니, 카밀라 공녀님은 바이에른의 용공자님과 혼담도 오가셨잖아요?

여러모로 궁금한데요? 그 동안에 겪으신 일들에 대해서 말이죠. 좀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녀의 거절하기 힘든 요구에 나는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사실 그대로.


“하하하. 용공자님은 뭐 바이에른에서 잘 살고 계시겠죠. 베니스에서 거하게 털리시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가셨으니 잘 지내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국은 사실 로맨스라고 할 뭐 그런 이야기가 별로 없는 곳이라서, 저도 딱히 들려드릴 이야기가 안떠오르네요.

절세의 황녀는 지옥에서 온 꼽추한테 시집보내고, 대머리 페도가 신부 후보한테 처맞고, 거세당한 황족이 남동생에게 애증을 품는 뭐 그런 곳이라서 말이죠.

그러니,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셨다면 좀 실망시켜 드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어? 왜 이래? 좀 싸한 얘기는 맞지만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은 없잖아?

나는 뭔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허둥지둥 말을 이어가야 했다.


“그리고, 마고 공주님께 어울리는 상대라면 굳이 멀리서 찾지 않으셔도 제국에도 괜찮은 분이 있지 않나요?”


“응? 누구요?”


“혈태자요.”


“······.!!!!!!”


“나중에 차기 황제로 거의 확실시 되는 분이시고, 제국 역사에 다섯손가락에 꼽힐 무력의 최강자시니, 공주님의 배우자로는 적격이라 생각되는데요?

하하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두분이 서로 자리를 가지실 수 있게 주선을 제가 한번 해볼까도 생각중인··· 응?”


분위기가 더 무거워졌다. 아니 왜? 걔가 뭐가 맘에 안드시나? 내가 봤을 때는 큰 문제 없어 보이는데?

라구사랑 트빌리시를 박살내 놓은 거야, 걔 잘못만은 아니고 애가 너무 띨빵해서 그러시나? 그래도 잘 보면 귀여운 맛도 있는데···

서로의 신분, 지위, 동맹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리 무리한 이야기는 아닌데? 농담삼아 하는 로맨스 토크 아니었어?


근데 왜 반응이 이래? 나는 마치 죄지은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영애들과, 눈에 불길이 이글거리며 나를 보는 마고를 보며 시선을 돌려야 했다.

아니, 그러니깐 내가 이런 거 자신 없다고 말했잖아. 로맨스 같은 거 눈씻고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는 제국 황궁인데.

잠시 동안 지독하게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그리고 나서 마고 공주는 한 영애를 보고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제국이 그렇게 낭만적인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굳이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복식만 봐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국 황궁에서는 다들 공녀처럼 입고 돌아다니시나 봐요?”


“네? 제 옷차림이요?”


예상치 못한 지적에 나는 순간 내 옷을 돌아보았다.

나름 부다페스트에 보고를 위해서 신경을 썼다고는 하지만, 옷차림을 아무래도 왕궁보다는 병영에 어울리는 소박하기 그지 없는 차림이었다.

근데, 문제는 이런 차림이 또 제국 황궁에서는 되려 차려입은 분위기라는 것이지.


집에서는 편한 것이 좋다면서,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황제나 대충 둘러입은 황후 마마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격식있는 차림이었다.

거기 살면서 딱히 복장으로 신경써본 적이 없어서 실감하지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영애들의 차림이 호사스럽기는 했다.

프랑스 풍의 프릴과 레이스가 많이 달린 드레스들이 나름 벽지로 취급되는 이곳 헝가리에서도 봄바람을 연상하게 하는 기품이 있었으니깐.


그에 비해서, 내 옷차림은··· 음, 굳이 위장색으로 염색하는 걸 말리긴 잘한 정도일까?

뭐, 그래서 나는 저 말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심했다. 그러니깐, 저게 바로 그 기싸움 하일라이트지?

화려하면 화려한대로 까고, 소박하면 소박한대로 까고.


나야 뭐 어떻게 까이던 큰 불만은 없는데, 그래도 나름 저쪽이 의도하는 것에 어울려주는 것이 좋겠지?

근데, 그러려고 해도 어떻게 장단을 마주처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제국에서도 나름 저런 사교계가 살아있는 아드리아노플, 거기서 황도를 욕할 때 하던 농담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그걸 써먹어서, 노골적으로 빈정거리려는 의도에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기로 결정했다.


“하하하. 확실히 제국에서는 옷차림이 좀 부실한 것이 사실이죠. 왜냐하면, 황도와 카자크와 니케아에서는 이런 드레스가 필요가 없거든요.

혹시 왜 드레스가 필요없는지 이유를 아시나요?”


“네? 왜 필요없죠?”


“후후후. 듣고 너무 웃지 마세요. 니케아 여자들은 무슬림 문화의 영향 덕에 죄다 히잡과 차도르를 뒤집어 써서 필요가 없고,

카자크 여자들은 말을 타야 하니, 무릎 위로 스커트를 죄다 잘라내서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너무 재밌죠?

근데 결정적으로 황도에서는 왜 필요없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어지간한 처자들은 죄다 눈알이 뽑혀서 어차피 볼 수가 없으니 필요가 없어요. 와하하하!!!”


나는 아드리아노플의 독기어린 농담을 떠올리며,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휴, 죄다 눈알이 뽑혀서 볼수가 없다니. 황도 여자들 눈깔을 전부 다 뽑은 것도 아닌데, 킥킥킥.

제국 문화에 대한 위트있는 농담에 나는 크게 웃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싸했다.


“어, 음··· 다들 왜 그러세요? 얼굴이 다 새파랗게 질려서? 이거 재밌지 않으세요?


재미가··· 없나? 나는 왠지 모르게 파랗게 질린 영애들의 질린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사고가 터졌다.


“우웩!!!”


“꺄아아아악!!! 진정해요. 여기서 토하면!!!”


“시녀들을 불러와! 어서!!!”


몇 명의 영애들이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왜? 아까 전에 홍차에 너무 이물질이 많이 들은 걸 마셨나?

그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몰려와 속에 있는 걸 죄다 쏟아내는 영애들을 들것에 실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마고 공주는 왠지 모르게 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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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141-3 +10 22.01.12 719 36 13쪽
295 141-2 +10 22.01.11 673 35 11쪽
294 141-1 +13 22.01.10 709 34 12쪽
293 140-3 +12 22.01.09 758 40 12쪽
292 140-2 +13 22.01.08 729 38 13쪽
291 140-1 +14 22.01.07 736 37 15쪽
290 139-2 +12 22.01.06 706 35 11쪽
289 139-1 +15 22.01.05 719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7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3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5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2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80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50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1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4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4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3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2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7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7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7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7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60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1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2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1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3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1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8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8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3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1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3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5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7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3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5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236 113-1 +12 20.03.13 1,497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3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5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59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9 63 12쪽
227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3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6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7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7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59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4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8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215 103-1 +14 20.01.08 1,761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7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1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6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5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0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91 90 11쪽
205 98-1 +15 19.11.27 1,913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2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9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8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2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7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3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2 96 16쪽
195 92-1 +15 19.11.15 2,399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3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1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29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5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8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3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3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9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7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6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2 84 12쪽
183 86-1 +13 19.09.13 2,193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2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3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3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5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5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2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6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899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7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21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4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3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5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3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7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88 75 15쪽
166 78-1 +4 19.07.24 2,270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2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1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8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9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4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9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50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1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4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3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6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5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8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3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7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2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1 96 13쪽
148 70-1 +6 19.06.07 3,018 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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