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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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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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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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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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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86-1

DUMMY

“너는 구더기다.”


“네··· 네엣?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구더기라니? 꺄악!!! 아악, 다··· 다리가 아파욧!!!”


베스는 걷어차인 정강이를 붙들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지저분한 연병장의 흙먼지가 고스란히 그녀에게 범벅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입고 있는 어설픈 군복 역시 상태가 땅바닥 보다 더 좋은 것이 없었기에 큰 티가 나지 않는 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가해를 가한 장본인은 연이어 발길질을 그녀에게 날리면서, 마치 그녀를 공처럼 굴리면서 소리쳤다.


“누가 대답할 것을 허락했나? 신병!!! 이제부터 너는 아무것도 네 의지로 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숨쉬는 것도 본 교관의 허락을 받고 쉬어라. 그리고 모든 명령을 즉각 이행하지 않으면 지독한 얼차려와 기합이 이어질 것이다. 정신 바싹 차리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라! 고문관 소질이 있다면 그대로 연병장에 묻어버리는 수가 있다.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아는 것은 그냥 제가 구더기 보다 못한 놈이라는 사실과 내가 그런 네 녀석을 인간이 될때까지 갈궈줘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니, 뒈지기 싫으면 정신줄 놓지 말고 굴러!!! 뭐? 멋진 신랑감을 만나고 싶다고? 킥킥킥, 지금 너 같은 구더기한테 그런 것이 가당키나 한다고 생각하나? 절대 무리다. 너 같은 구더기는 그딴 호사보다는 먼저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그래야 겨우 신병 대접을 해줄 한심한 수준이 될테니깐.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나 교관 쥬노 카시우스다. 기억해라. 이제부터 네가 마음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눈앞에서는 개처럼 길 이름이니깐. 우선,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100바퀴다! 뛰어!!!”


“자, 잠시만요. 갑자기 그게 무슨··· 저는 신병이 아니라, 신부가··· 꺄아아악!!! 때리지 말아요. 뛸게요. 뛰면 되잖아요!!! 아아악!!! 살려줘요, 공녀님. 대체 이게 뭐에요!!! 인성과 강한 마음가짐을 가르쳐줄 멘토라면서요!!!”


그건, 나도 묻고 싶을 정도다. 아니, 이게 대체 뭐야!!! 나는 연병장의 멀리서 할말을 잃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곳 콘스탄틴노플에 와서 있었던 일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다. 당장, 오기가 생겨서 베스를 데리고 콘스탄틴노플로 오기는 했는데··· 오고 나서 보니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 동안 제국 쪽 사람들이라고는 죄다 군부와 행정부 의회의 꼬장꼬장한 아저씨들이 전부였고 내 주변에 그녀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여자 지인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심하다 못해,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서 그나마 그녀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멘토들을 어떻게든 연결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큰 기대를 안하고 말했는데, 다들 내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올코트가의 베스를 이곳 황도에서 최고의 아가씨로 만들어 아드리아노플의 맞선 파티에 보이겠다는 작전이 실행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첫번째 수업을 가르칠 멘토로 선발된 사람이 바로··· 쥬노 카시우스였던 것이다.


“아, 그러니깐 그 여자애를 최고로 키워내면 되는 거죠?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해야죠. 언니 부탁인데 당연히 해야죠. 지금 언니가 저에게 부탁을 하는데 아무리 재밌어도 베니스 저항군 애들 불고문이나 하면서 놀고 있을 상황이 아니죠. 당장, 시작할게요. 그 아이를 저에게 보내세요. 제가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교육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저 기집애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뭔가 인성과 강한 마음을 가지는 교육과 관련하여 철학 수업 같은 걸 기대하고 온 베스의 앞에 던져진 것은 낡은 군복과 중장비였고, 그녀가 내던져진 곳은 군형무소 출신들도 보내면 질겁한다는 시설이 끔찍한 신병훈련소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교육은 뭔가 숙녀로서 가져야 할 넓고 강한 마음과 고귀한 인성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단기집중 지옥훈련이었다.


“발걸음이 느리다, 신병!!! 창은 제대로 몸에 견착하고 뛰지 못하겠나? 투구 끈은 제대로 안묶어서 덜렁거리는군. 지금이 전시 교전지역 행군이었으면 넌 서른번도 넘게 저격당했다. 스무바퀴 추가한다! 달려!!!”


“아아아악!!! 안되요. 열바퀴도 못돌겠다고요. 이거 갑옷이랑 배낭이랑 무기가 너무 무거워요. 왜 제가 이런 걸 해야하는 거에요?”


“모든 대답은 다나까로 통일한다! ‘요’를 붙이면 이제부터 푸쉬업 50회다. 계속 뛰어라! 신병!!!”


아무리 봐도··· 신부 수업이나 맞선 파티 대비라기 보다는, 그냥 신병 훈련인데? 그것도 일반 사병도 아니고, 특수전 부대를 위해 따로 준비된 커리큘럼으로. 베스는 처음 경험해보는 말도 안되는 무지막지한 훈련에 엉망진창으로 거의 구르다시피 연병장을 달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쥬노는 어디서 구했는지 빨간 모자까지 쓰고선 몸체에 정신봉이라고 적힌 곤봉까지 휘두르면서 그녀를 잔혹하게 훈련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걸 멀리서 보는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말려야 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어서 오세요. 엘리자베스 올코트양. 저는 마리아 앙겔로스입니다. 근데···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아닙니다.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장애물 통과를 하고 제대로 씻질 못하고 와서··· 그보다는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그리고 다행이고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저의 스승님이라니. 마치 여신님을 뵙는 것 같군요.”


“과찬이십니다. 자아, 그러면 이제부터 자신의 미모 관리에 대해서 수업을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마리아는 자신의 콘스탄틴노플 저택에서 베스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마침, 타이밍이 좋게도, 조지아에서 잠시 총사령부에 현지 동향의 중간보고를 하러 황도에 복귀한 앙리를 따라 황도로 돌아와 있던 마리아는 나의 부탁에 대해서 흔쾌히 승낙하였다.


“공녀님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들어야죠. 그리고 제가 가르쳐야 할 소녀가 사교계의 화려한 데뷔와 멋진 신랑감을 만나기를 꿈꾸는 소녀라고요? 아아아··· 사랑스러워라. 따로 공녀님의 부탁이 아니셔도 제가 직접 나서서 가르치고 싶네요. 저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그 아이를 모든 사람이 눈돌릴 수 밖에 없는 최고의 미녀로 키워보겠습니다. 미모와 관련된 것이라면 저에게 맡겨주세요.”


확실히··· 미모라면 이 언니를 따라갈 사람이 없겠지. 그리고, 실제로 앙겔로스 황가의 황녀로서 한때 제국 사교계의 정점에 섰던 여자이기도 하고. 지금도 다소 빛이 바랬다고는 해도 카르브나 황실이 사교계에 통 관심이 없는 현 시점에서 제국 사교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여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제국 최고의 미녀라고 주장할 수 있는 미인이기도 하고. 그리고 쥬노처럼 정신나가지도 않았으니··· 그나마 믿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자··· 잠시만요. 뭐, 뭐라고요? 지금 제가 뭘 해야 한다고요?”


“어머나, 말씀드렸잖아요. 다시 한번 알려드릴 테니 잘 기억하세요.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그리고 런닝 10km. 이걸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하셔야 해요.”


“잠시만요!!! 마리아 황녀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가 왜 그걸 해야 하는데요? 그게 대체 미용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 제가 배우길 원하는 건 화장술과 옷입는 법이나 장신구를 쓰는 그런 평범한 것이라고요. 이미 체력 단련이라면 방금 전에 쓰러질 정도로 심하게 구르고 왔습니다. 저는 제가 미용을 위해 왜 그걸 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질 못하겠어요.”


“어머나, 곤란하군요. 베스양. 항상 아름다움은 건강한 몸에 깃드는 법입니다. 그러니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아름다움을 담을 그릇을 강하게 단련하지 않으면 안돼요. 저 역시도 그걸 매일매일 하면서 건강과 미용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여전히 납득할 수 없어요. 아무리 봐도 그건 미모를 갖추기 위한 것보다는 무슨 초인을 만들려는 수업으로 밖에 보이질 않아요. 황녀님, 저는 결혼을 하고 싶은 거지, 무슨 전쟁터에 나가려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름다워지기 전에 먼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죽을 지도 몰라요. 그러니 저는 그런 건 따를 수 없는··· 응? 히이이이익!!!”


베스의 얼굴이 창백해지면 비명이 울려퍼졌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아가 날린 펀치 두방이 정확하게 그녀의 양쪽 귀밑머리를 스치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의 주먹에 머리카락은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허공으로 머리카락이 우수수 흩어져 날아갔다. 멀리서 보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 펀치였다. 그런 그녀의 펀치에 베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마리아가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죽으세요.”


“네, 네엣? 죽으라니··· 어째서 그런 말씀을!!!”


“아름답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베스양, 대체 미모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돈 주고 쳐바르고 입으면 생기는 것이 미모인가요? 아름다움이란 곧 생명입니다. 주어진 자신의 생을 걸고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자신의 모습과 존재를 증명하고 그에 대해 타인으로 하여금 경의를 표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모라 부르는 것이죠. 날때부터 미모로 태어난다고 해도 얼굴이 돌에 몇번 뭉게지면 그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허상일 뿐이죠.


자신의 얼굴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게을리하지 않고 갈고 닦아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모라는 것의 본질이자 목적인 것이죠. 네, 그건 바로 생명입니다. 그러니, 미모를 갈고 닦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고, 그건 전쟁터에서 나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사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킬 수 없다면 죽음만이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마리아의 말같지도 않은 극단적인 미모론에 대해서 베스를 할말을 잃고 입을 딱벌렸다고 한다. 그리고 마리아의 말은 이어졌다.


“저 역시도 한때는 날때부터 주어진 미모가 최고라 생각하던 어리석은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그건 앙겔로스 황실의 몰락으로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미모란 곧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아름다워지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것. 그렇게 저는 그 누구에게도 쉽게 짖밟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항상 갈고 닦으며 강해져서, 최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죠. 그리고 그런 저의 노력 덕분에 저는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고요. 보세요, 저의 남편을. 제가 이런 멋진 분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저의 이런 끊임없는 미모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베스의 시선은 마침 지나가던 앙리의 면상에 꽂혔다. 그리고 베스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고 앙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뭘봐? 꼽추 첨봐?”


뭔가, 아름다워져야 할 동기를 격렬하게 사그라들게 만든 마리아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아, 그러니··· 베스양도 저를 따라서 미모의 길을 걷도록 하죠. 그 길에 자신의 목숨을 거세요. 그 정도 각오가 없이는 저런 멋진 미래를 얻을 수 없답니다. 그러니, 자아··· 시작하세요.”


“자··· 잠시만요.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 이전에 해야 할 목적의식도··· 히익!!! 잽 날리지 마세요. 뛸게요. 뛰면 되잖아요!!! 히이이이익!!! 스텝 밟아서 쫓아오지도 마시고요. 달리고 있잖아요!!! 네? 목숨을 걸고 도망치라고요? 안돼요!!! 그 이전에 저 붙들려 죽는다고요. 아아아악!!! 살려줘요!!! 공녀님, 어디 계세요? 제발 살려줘요!!!”


나는··· 도주하는 베스를 추격하며 주먹을 날리며 로드워크를 시키는 마리아를 보면서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달려가다가 어느 과일 장수가 던져준 사과를 허공에서 박살내는 펀치에 스치기라도 했다가는··· 미안해요, 베스양. 저도 살고 싶어요. 저 언니는 살짝 돌면 근처에 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어요. 그렇게, 황혼 속으로 그녀의 살기 위한 질주가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멀어져 갔다.


“호오··· 네가 나에게 지성을 배우러 온 아이라고?”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올코트가의 3녀입니다.”


“카밀라의 특별한 부탁이니 바쁘지만 시간을 내서 널 가르치도록 하지. 근데 다른 것도 아니고, 지성에 대한 것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 날 찾아온 것은 정답이다. 나는 시사와 경제, 행정에 대한 것은 최고의 수준으로 가르쳐 줄 수 있고, 일반적인 교양도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으로 가르쳐줄 수가 있다. 그런데, 각오는 하고 왔느냐? 내 수업은 좀 엄격한 편이다.”


“이미, 죽을뻔한 오늘 수업을 두개나 마치고 왔습니다. 다른 분도 아닌 황후 마마의 가르침이라니··· 그 어떤 것이든 전력을 다해 배우고자 하옵니다.”


“좋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자. 다른 사람들은 방해가 되니 전부 다 나가거라.”


황후 마마의 말씀에 나는 베스양에게 힘내라는 제스쳐를 취한 다음에 안드로니쿠스 근위대장과 같이 황후 마마의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문득 근위대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근데, 공녀. 괜찮은 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후 마마에게 교양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다니.”


“네? 뭐가 문제라도? 지금 황실에서 최고의 지성이신 분이 황후 마마신 것은 틀림없지 않으십니까? 물론, 좀 편향적인 것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고귀한 여성들의 지성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최고시라 생각했는데요.”


“음··· 확실히 최고의 지성이시라는 건 사실이지. 근데, 말이야··· 많이 아시는 거랑 누굴 가르치는 건,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공녀, 저기를 봐바. 황궁 2층에 장식처럼 걸쳐놓은 천들이 보이지? 저거 사실은 장식이 아니야.”


“네? 그럼 저게 뭔데요?”


“저건··· 투신 자살하는 거 방지하기 위해서 둘러 놓은 안전망이야.”


“네에?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다른 곳도 아니고 부콜레온 황궁에서 누가 자살을 한다고 저런 걸 둘러놔요?”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 내전을 마친 다음에 제국이 룸과의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야. 우연히 점령한 지역에서 룸의 포로가 되었다가 전향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틴 바랑기안 가드 선배를 구출했었지. 무려 수십년간 실종되서 죽은줄 알았던 선배여서 다들 놀랄 수 밖에 없었지. 그는 무려 수십년을 룸에 전향할 것을 거부하고 버티다가 마침내 구조가 된 거야. 그래서, 근위대는 모두 그에게 미안함 마음을 느꼈고, 그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며 황궁으로 귀환했지.


그리고 수십년간 지불되지 않았던 연봉을 지불하라고 소리치며 황궁에 알현을 청했어. 그리고 그 알현은 허락되었지. 선배는 의기양양하며 황후 마마와의 알현에 들어가며 나올때는 금덩이를 잔뜩 들고 올거라고 자신만만했어. 그리고 한시간 정도 후··· 우리는 황궁에서 투신하려는 그 선배를 말리려고 수십명이 달라붙어야 했어. 대체, 뭔 대화를 황후 마마와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십년간 룸의 지하감옥에서도 버틴 초인적인 전사가 황후 마마와 겨우 수십분 대화하고선 절망하고 자살하겠다고 그 난리를 친거야.


다행히도, 몇가지 결격 조건을 보완해서 기대한 것보다는 훨씬 못미치는 밀린 급여를 받고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 그리고 우린 모두 그 오랜 시간도 버틴 저 선배를 순식간에 자포자기하게 만든 황후 마마의 독설에 대해서 할말을 잃었지. 그리고 나서 나중에 그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황궁에 장식으로 위장한 안전망들을 곳곳에 걸어둔 거야. 나는, 부디 저 안전망이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걸 위해서 아예 공녀 말고는 황후 마마와 직접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순간, 나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황후 마마 나한테는 왠지 관대하셔도, 실제로는 독설이 쩔어주시는 분이었지? 그런 황후 마마의 독설을 마음의 준비도 없이 기가 약한 사람이 듣기라도 했다가는··· 그리고 그때였다. 누군가 옥상에서 울부짖으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숨쉬어서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멋대로 마신 공기 갚지도 않고 죽어서 죄송합니다. 아아아악!!! 나는 벌레야··· 벌레. 아니, 벌레야 미안해. 아니, 그것도 아니야. 벌레님 죄송합니다. 죽음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옥상에서 나타난 베스는 망설이지 않고 옥상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기겁하였고, 근위대장은 깊은 한숨을 쉬면서 곁에 있는 근위대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아··· 한동안 없더니, 또 시작이네. 뭘 멀뚱히 보고 있어? 안전망에 떨어져서 버둥거리는 거 내려주지 않고. 아이고오, 황후 마마. 좀 작작 하시라고요.”


나는 시름이 깊어지는 근위대장의 한숨 속에서, 만난지 30분도 안되서 정신줄 높고 투신자살을 하게 만드는 황후 마마의 독설에 대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황후 마마께서 나한테는 얼마나 관대한 건지도 실감할 수 있었고. 뭔가, 나름 콘스탄틴노플에 위엄을 보여주려던 일이··· 잘못해서 애 하나 잡는 것 아닌가 몰라 하는 생각은 너무 늦게 떠올랐다는 기분이 들었다. 얘, 정말 살아서 테오군을 만날 수 있을까나? 그리고 그런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화살은 쏘이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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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141-2 +10 22.01.11 673 35 11쪽
294 141-1 +13 22.01.10 709 34 12쪽
293 140-3 +12 22.01.09 758 40 12쪽
292 140-2 +13 22.01.08 729 38 13쪽
291 140-1 +14 22.01.07 736 37 15쪽
290 139-2 +12 22.01.06 706 35 11쪽
289 139-1 +15 22.01.05 719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7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3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5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2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80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50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1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5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4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3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2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7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8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7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7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60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1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2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1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3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1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8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8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3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1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3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5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7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3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5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236 113-1 +12 20.03.13 1,497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3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5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59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9 63 12쪽
227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3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6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7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7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59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4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8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215 103-1 +14 20.01.08 1,761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7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1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6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5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0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91 90 11쪽
205 98-1 +15 19.11.27 1,913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2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9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8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2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7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3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2 96 16쪽
195 92-1 +15 19.11.15 2,400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3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1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29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5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8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3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3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9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7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6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2 84 12쪽
» 86-1 +13 19.09.13 2,194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2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3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3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5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5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2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6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899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7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21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4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3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5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3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7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88 75 15쪽
166 78-1 +4 19.07.24 2,270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2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1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8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9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4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9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50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1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4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3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6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5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8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3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7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2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1 96 13쪽
148 70-1 +6 19.06.07 3,018 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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