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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전부 할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과연, 지옥의 꼽추. 지혜라면 군부의 그 누구도 따라올자가 없다는 사악한 악마의 지혜를 가진 자. 그 명성에 걸맞게 그는 지독하게 잔혹한 방식으로 조지아 해방군을 악몽의 수렁에 빠뜨린 것이다. 만약, 그의 말대로라면 타마르 여왕 측에서 왜 승전에도 불구하고 제국에 그런 우호적인 제스춰를 취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악한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사악한 방식을···
그런데, 그걸 들은 요하네스 의원은 그의 사악한 계략에 상당히 감탄한 모야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찬사를 담은 말을 꺼냈는데,간단한 말 한마디로 당황하는 나와 의기양양한 앙리를 동시에 빡치게 만들었다.
“과연, 공녀가 해법을 제시하고, 앙리가 그것을 실행한다. 제국군 최고의 두뇌파 콤비의 조지아 전선에 대한 연계 플레이는 이미 시작된 것이었군.역시··· 이 콤비, 만만치 않군.”
“누가 콤비야!!! 누가!!!” “내가 왜 저 사람이랑 콤비에요!!!”
저번에 도와줬던 사실도 망각하고 진심으로 울컥할 뻔 했다. 이 양반이 지금 누굴 누구랑 엮어? 그리고 희대의 망언을 지껄여 놓구선 뭔가 아빠 미소 드리우고선 흐믓하게 바라보지마. 아오, 확 조져버릴··· 라고 해도 하필이면 왜 이 양반, 울프스턴이랑 절친이냐? 암튼 다들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 마찬가지로 빡쳐서 뭔가 극한 혐오의 눈으로 나와 요하네스 의원을 바라보던 앙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런 일순간의 소요는 바실의 말로 정리되었다.
“일단, 현재 조지아 테마군에 대한 스트라테고스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제 방침은 변함이 없으니, 현재의 전선에 상황에 대해 앙리 경이 자신한다면 그에 대해 더 논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조지아 해방군에 대해서 합리적인 대응을 하라는 흐름을 뇌물먹은 자들의 주장으로 간주하고 배제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현재 해방군과의 전선에서 대응을 하는 것은 계속 앙리 경의 역할로 맡겨두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별도로 조지아 해방군 측의 수뇌부와 외교적 협상을 타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 사령관의 이의가 있으신가요?”
앙리는 진지한 바실의 말에 어께를 으쓱였다. 이견은 없다는 뜻이겠지. 나는 계속 놈들을 서로 쳐죽이게 할 테니, 너는 입발린 소리를 듣고 싶으면 마음대로 듣고 와도 좋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나는 더 없이 차분하고 진지한 바실의 태도와 본인이 직접 협상에 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에 다시 한번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바실은 타마르를 지옥의 꼽추가 직접 유린하도록 놔둘 수 없다는 것일까? 어지간해서는 협상도 항상 현장 사령관에 일임하는 철저한 현장 중심주의에 보기 드물게 예외를 두는 바실의 태도에 어색함을 느꼈다. 그렇게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기분 속에 바실은 회의를 마쳤다.
“좋습니다. 그럼 방침은 결정된 것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밤은 트빌리시 외곽에 주둔한 파견단 병영에서 보내고, 내일 곧바로 전선으로 향하도록 하죠. 가능하면 만찬이나 연회는 최소한으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미리 사과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트빌리시의 안주인께 방문하였음에도 성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고, 손님으로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전해주십시오.”
응? 트빌리시의 안주인이라면··· 앙리의 부인인 마리아 앙겔로스? 아, 맞다. 그 언니도 지금 여기 따라왔지?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런데 그때 앙리가 이죽거리듯이 말했다.
“직접 전하라고 하시죠. 마침, 보내기 딱 좋은 동행도 있지 않으십니까? 공녀에게 전하라고 하세요. 초면인 것도 아니고, 서로 누군가를 엿먹이는 것에 잘 통하는 사이니 만나면 죽이 잘맞지 싶습니다만.”
엥? 나? 나보고 만나고 오라고? 확실히··· 초면도 아니고,바실의 측근이고, 두 사람 주선한 것도··· 본의 아니게 나이니,내가 가는 것이 어색할 것은 없는데. 엿을 먹이기는 무슨 엿을 먹여. 지가 삽질하다 코가 끼어놓구선. 나는 살짝 안내키는 마음을 뒤로 하고 고개를 끄덕여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다녀오죠. 근데, 마리아 부인은 내궁 어디로 가야 뵐 수 있을까요?”
나의 말에 앙리는 여전히 빈정거리듯이 대답했다.
“아마, 이 시간이면 트빌리시 내궁의 살롱에 있을거요. 거기서 무슨 개수작을 부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큭큭큭.”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아내에게도 빈정대듯이 말하였다. 암튼 재수없는 자식. 나는 그런 그를 외면하고, 곧바로 전선에 갈 준비를 하러 도시 외곽에 병영으로 향하는 바실에게 인사를 드리고 오겠다고 말한 다음 홀로 트빌리시 내궁으로 향했다.
들어선 내궁의 모습은 아담한 도시에 비해서 생각보다 웅장했다. 그리고 궁전이라기 보다는 요새의 모습에 가깝게 복잡한 통로와 지형이 어우러져 있었다. 아마도, 칠디르에서 조지아군 4만이 섬멸되지 않았다면 제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곳을 공성전을 해서 차지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왕궁이 아닌 테마의 총독부 안저가 되어버린 탓인지, 사용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살롱을 찾는 것에 조금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한참만에 발견한 살롱을 보고 나는 반가움보다는 짜증이 몰려왔다. 아무튼, 천사의 외모를 가졌다는 이 절세 미녀는 민폐에 있어서도 절세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으니 나는 표정을 다잡고 살롱의 문을 두들기려고 하였다. 그런데, 순간 나는 멈칫했다. 왜냐하면 안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아흑! 핫··· 으으응, 아앗!!!”
“더 쎄게. 좀더 허리를 움직여서. 더더더!!!”
이··· 이게 뭐야!!!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살롱의 안에서는 내 기억 속에 또렷히 남아 있는 마리아 앙겔로스의 신음소리와 내가 모르는 굵직한 남자의 뭔가 명령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이게 뭐야? 이 여자, 설마 이곳 조지아에 와서 외도를? 그런데 그때였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발을 헛디뎌서 얼떨결에 손으로 문을 탁 치고 말았다. 그 덕분에 문소리가 들리자, 안에서는 곧바로 반응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자, 잠시만요.”
뭔가 다급하게 정리하는 소리. 그리고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마리아 앙겔로스가 나타났다.
“아, 고··· 공녀님. 여기는 갑자기 어쩐 일로···”
내 눈에 들어온 마리아 앙겔로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상에 강림한 천사라는 명성이 변함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뭔가 심상치 않았다. 몸은 땀 투성이로 흠뻑 젖은 모습에 막 옷을 챙겨 입었는지 옷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고, 땀에 젖은 천으로 속이 비춰보였다.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와 상기된 얼굴이··· 막 거사를 치르고 오신 것 외에는 다른 것을 짐작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저··· 태자 마마의 인사를 전하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조지아에 들린 김에 얼굴도 뵙고 가려고··· 근데, 뭔가 바쁘신 상황이시라면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바쁘지 않습니다. 안주인으로서 손님에 대해 미리 마중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알리 집사님.”
그녀는 순간 고개를 돌려 살롱의 안으로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안에서는 다부진 체격의 흑인 남자가 나왔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막 옷을 챙겨 입은 듯한 차림으로. 그런 그를 보며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공녀님, 여기는 지금 저희 집안에 대소사를 챙겨주시는 알리 집사님이세요. 예전에 저희 친정을 오랫동안 모셨던 분인데, 이번에 조지아로 오시면서 저를 도와주시러 이 먼곳까지 따라와 주셨어요. 알리 집사님. 이쪽은 제가 항상 이야기했던 카밀라 공녀님이세요. 인사드리세요.”
“안녕하십니까? 공녀님. 알리라고 합니다. 트빌리시 내궁에 콰지모도 집안을 방문해주신 걸 환영합니다. 곧 차를 준비하도록 하죠.”
나는 그의 목소리가 방금 전 안에서 그녀에게 뭔가를 종용하던 남자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였다. 맙소사. 마리아 부인.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신, 앙리가 거시기한 걸로 좋아서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 것 아니었어요? 이제는 애낳고 잘살고 있는줄 알았는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람. 이걸 설마 앙리가 알기라도 하면? 나는 지옥의 꼽추가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곧 나온 다과에도 나는 그저 형식적인 인사와 안부만을 물은 다음에 가능한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티테이블 저편에서 팔짱을 끼고 우리를 감시하듯 지키고 서있는 알리 집사의 시선이 몹시 부담스러웠고, 엄청난 사실을 들켰음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마냥 해맑은 마리아의 모습에 차가 역류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던 것이다. 겨우, 자리를 마치고 난 후, 나는 굳이 트빌리시 내궁에서 방을 내줄 테니 자고 가라는 그녀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달리듯이 트빌리시 외곽의 병영에 마련된 임시 숙소를 향하면서 나는 트빌리시 성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 조지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그 누구도 저지하지 못한 채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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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품을 읽어주고 좋은 평을 남주신 문피아 독자분들께 잠시 따로 감사의 인사들 드립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큰 욕심을 가지 않고 그저 작가의 망상을 끄적이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생각이 날때마다 적당히 연재하는 식으로 써오고 있었습다.
그래서 큰 반응이 없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B사감님께서 올려주신 추천에 생각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주류 소재를 다루지도 않고, 독자분들이 선호할만한 사이다 전개나 클리셰도 없는
작가의 개인 망상만 가득한 비주류 작품임에도 이런 호의를 보내주실 줄은 생각도 못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무리 글쓴이의 개인적인 기호로 적는 작품이라고 해도, 많은 독자분들이 와주셔서 관심을 보여주시고
다음 내용을 예상해 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점이 나태한 글에 좀더 열정을 가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보내주시는 관심만큼 좀더 기대를 가지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송구스럽지만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느끼신 좋은 감정을
추천에 올려주신다면 더욱더 감사드리겠습니다. 좀더 많은 분들의 기대와 관심이 이 부족한 글을 좀더 성실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독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함께 마칩니다. 제 글을 읽고 꼭 행복한 기분이 드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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