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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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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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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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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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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98-1

DUMMY

그렇게 내가 기가 막힌 신세에 한탄하는 동안 어느새 우리는 사람들이 알려준 우스타샤에서 운영하는 가장 고급 창관인 La dolce vita에 도착했다. 거리에서 보란 듯이 소란을 부린 것은 예측 범위의 메리트를 발생시켰다. 아무리 창관이라도 처음 오는 뜨내기는 일단 경계를 할법도 한데, 우리가 가자 창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우리를 대환영했다. 우스타샤, 만만치 않네. 이미 거리의 정보망이 실시간으로 우리가 벌인 소동을 보고하고 우리를 첨보는 뜨내기가 아닌 돈 좀 있는 호구로 파악한 모양이다.


그걸 반영하듯 약간 험상궂어 보이는 문지기들이 열어준 문을 통해 들어간 창관에서는 지배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La dolce vita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밀 공자님. 부디 이곳에서 최고의 만족을 느끼고 가시길··· 이쪽으로 오시죠. 최고급 VIP를 위한 룸으로 안내해 드리죠.”


“크하하하. 고맙소 지배인. 오늘 이거 제대로 몸 좀 풀어보겠구만. 벌써부터 후끈후끈한데?”


내가 말하면서 깊은 자괴감이··· 엄마, 나 여기서 미친 짓 하고 있어. 집에 가고 싶어.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지배인의 말처럼 최고의 고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창관 깊숙한 곳에 위치한 화려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왠지, 극도로 내부 장식 비용까지 절약한 부콜레온 황궁보다도 더 화려해 보이는 방에서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몸을 뉘이면서 지배인에게 노미스마 금화를 하나 던져주면서 말했다.


“오늘은 일단 한번 둘러보려 온 거니 밤시중들 여자는 부르지 않아도 좋아. 대신에 여기 아가씨들 중에 최고를 부탁하네. 그 금화가 지배인의 의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신속하게 대령하겠습니다.”


“큭큭큭··· 그래야지. 나는 성미가 급하다오.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갈지도 몰라.”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배인은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가 나가자, 나와 바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의 이곳저곳을 조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훔쳐 들을 수 있는 공간이나, 기습당할 비밀 통로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하였고, 바실은 조사를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군요. 앞으로도 잘될 것 같습니다. 역시, 공녀님의 연기는 최고세요.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으세요. 누가 봐도, 졸부 집안의 한심하고 대책없는 얼간이로 밖에 보이질 않아요.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계속 그렇게 한심한 쓰레기처럼 굴기만 해도 이 잠입의 절반은 성공이에요.”


쿠타이가 지 형한테 사람 맥이는 걸 역으로 가르쳤나? 안 그래도 열불나는데 바실의 진지하기 짝이 없는 칭찬에 나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나는 서둘러 아까 전의 거들먹 거리던 자세로 쇼파에 몸을 던지고 바실은 내 뒤에서 정자세로 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지배인과 함께 수많은 미인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자아··· 한번 공자께서 원하시는 대로 골라보시죠. 저희 La dolce vita가 자랑하는 최고의 미녀들을 대령하였습니다. 자아, 우리 La dolce vita의 꽃들아. 여기, 황도에서 오신 카밀 공자님의 재주껏 마음을 빼앗아 보려무나.”


나는 들어온 여자들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와, 씨··· 뭐가 이리 같은 여자가 봐도 눈이 뒤집혀질 정도의 미인들이냐? 물론, 황후 마마나 마리아 앙겔로스나 타마르 여왕 같은 존재 자체가 다른 미인들 정도는 아닐지라도, 어디를 봐도 나보다는 대단한 미인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교태를 부리려는 모습에 알 수 없는 자괴감을 느꼈다. 돈으로 이기고, 여자로서 졌다? 하지만 그런 넋두리를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나는 내게 추파를 날리는 언냐들을 보면서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호오라··· 다들 한 미모들 하는 아가씨들이구만. 역시 라구사는 물이 좋아. 흐흐흐··· 어이쿠, 이 언니는 아주 엉덩이가 일품이구만.” ‘찰싹!!!’


“꺄아악!!! 까르르··· 어머나, 짓궂기도 하셔라.”


“그리고 여기 언니는 가슴이 아주··· 으흐흐···”


“어우야, 응큼하신 도련님이셔라. 응? 근데 왜 신나게 만지고 갑자기 우울해지세요?”


나보다 너무 우월해서. 아, 씨··· 짜증나. 그리고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아무튼 그런 식으로, 바실이 엄지 척을 할 정도로 신나게 난봉꾼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지배인은 우쭐해져서 말했다.


“하하하··· 만족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한번 골라보시죠. 이 중에 공자를 모실 영광을 누릴 꽃을 한번 집어들어 보시죠. 한송이가 아니라 여러 송이여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하하··· 다들 대단한 미인들임에는 틀림없군요. 하지만··· 고를만한 꽃은 없군요. 다들 그만 나가도 좋아요. 언니들 수고했어요.”


나의 말에 지배인은 물론 들어왔던 언니들도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언니들은 잔뜩 희롱을 하고선 고르지도 않은 한량에게 대놓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지배인은 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지배인에게 나는 말했다.


“이봐요, 지배인. 나는 틀림없이 최고의 미인을 주문했지 말입니다. 여기 들어온 아가씨들 미인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고는 아니지 않소? 나는 최고를 원하오. 이곳에서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를 보기를 원한단 말이오.”


“하··· 하지만, 이미 보신 아가씨들이 우리 가게에서는 가장 빼어난 아이들인데···”


“쥴리아가 없었지 않소. 그 소문으로만 들리던 라구사 최고의 미녀. 쥴리아가 말이요.”


나의 말에 지배인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는 왠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며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하하하··· 손님. 쥴리아는 이제 더 이상 가게의 꽃이 아닙니다. 그분은 이제 우리 두목··· 아니, 대표님의 측근으로 이곳 가게의 총지배인을 맡고 계십니다. 소문을 듣고 오신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더 이상 그분은 가게에서 일하는 꽃이 아니오니 그런 부탁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에 바실의 표정에서 당황한 빛이 퍼졌다. 호오라. 그렇게 나오겠다는 말이지? 확실히 그녀의 존재가 그렇게 간단히 노출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흑막들이 그녀를 미끼로 둔 함정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그런 미끼가 그렇게 간단히 나타날 리가 없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에 대비한 대책도 미리 마련해 뒀다. 미끼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면, 미끼가 스스로 걸어 나오게 해야겠지? 나는 미끼가 진짜라면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던졌다.


“이봐요, 지배인. 나는 흔한 양아치지만 그렇다고 도리도 모르는 양아치는 아니라오. 지배인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소이다. 다만,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소. 이미 말했다시피 나는 황도에서 왔다오. 그리고 우리 집안은 카르브나 황실에 나름 줄을 대고 있는 집안이지. 황실에도 물건과 사람을 대는 일종의 채홍사랄까? 이거, 나 좋자고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요. 잘되면 고작 이곳 라구사 정도가 아닌 황궁에서 관심을 보이실지도 모르는 이야기라오. 우리 미친 황제께서는 최고만을 좋아하시거든. 그러니 그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해주시오. 그 이야기를 전했는데도 거절한다면, 나도 남자답게 포기하고 물러나리다.”


나는 최대한 양아치의 허세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반반씩 섞이도록 두리뭉실하게 이야기를 던졌다. 만약에 그녀가 정말 율리아 황녀라면, 황궁에서 미친 황제와 접점이 있다는 사람의 방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기대를 가지고. 그리고 나의 말에 지배인은 역시나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은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것은 지배인이 아니었다.


“황궁에서 오신 귀인이 천한 항구의 작부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리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쥴리아라 하옵니다. 인사올립니다.”


우리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우리에게 절을 올리는 여인의 난입에, 나와 바실은 잠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방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곱슬거리는 금발 머리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생각보다는 장신이었다. 거의 바실과 비슷한 수준? 여자치고는 제법 큰 편이지만 늘씬한 몸매와 균형잡힌 비율이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여 주었다. 그리고, 약간 아랍풍으로 맞춘 듯한 안이 비치는 베일과 무희의 복장이 선정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여기 있는 여자들 중에 최고라고 불리는 것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요염한 미녀였다. 뭔가, 묘하게 느껴지는 이질감과 같은 느낌마저도 매력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이 사람이 정말로··· 율리아 팔라이올로구스? 그리고 미친 황제의 장녀이자 바실의 누나? 뭐라 단언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바실을 보았다. 그녀를 보는 바실의 표정은 복잡했다. 많은 생각이 오가는 듯 보였다. 나는 바실을 대신해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과연, 이곳 라구사 제일의 절색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뜬소문은 아니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밀이라고 합니다.”


“카밀 공자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도에서도 고명하신 공자님의 눈에 차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La dolce vita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가실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손뼉을 치자 밖에서 호화로운 주연상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랍풍 느낌이 섞여서 이국적으로 보이는 룸과 주연상과 그녀와 함께하는 긴장된 주연이 시작되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는 원만했다. 그녀는 우아하지만 색기어린 말투가 섞인 화술로 즐거운 대화를 이끌었다. 역시, 그냥 몸만 굴리는 것이 아닌 고급 창부라서 그런지 아는 것도 많았고, 식견도 넓었다. 그리고, 대화만으로도 사람을 매혹하는 기술이 있었다. 정말로 내가 아니라 남자가 잠입을 했으면 매혹당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는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유려한 말솜씨로 주연을 흥겹게 이끌었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여자, 의외로 자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수준이 아닌,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보일 정도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가 진짜 우리가 찾는 타겟인지 파악하려는 의도는 난항 중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후후후, 그대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지? 이곳에서 사용하는 예명이 아닌 진짜 이름을 알고 싶군.”


“어렸을 적에는 다른 이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는 그저 쥴리아일 뿐입니다.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름이 설령 기억이 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이제 앞으로도 영원히 쥴리아니, 저를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대의 미모가 정말 아름답군. 그래서, 그런 그대를 낳으신 어머님께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야. 아마도, 그대의 어머님도 그대처럼 밤하늘의 별빛과도 같이 빛나는 미인이셨겠지?”


“호호호··· 어머나, 카밀 공자님께서 제 어머니에게 관심이 있으시다니 의외로군요. 설마, 다른 질 나쁜 손님들처럼 모녀를 한꺼번에 상대하고 싶다는 그런 저속하신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실망인데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 그대의 어머님이 궁금하여···”


“네, 그것이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카밀 공자님께서 도리를 아시는 신사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뭔가 단서를 찾으려는 말들이 빙빙 돌거나, 혹은 흘려지며 핵심적인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상황은 나와 바실을 점점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촉박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서둘러 이탈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여기서 이런 식으로 기약없이 시간을 끌었다가는···


“이제, 슬슬 밤이 깊어가는 군요. 주연을 좀더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좀더 긴밀하게 모실 준비를 할까요?”


나는 슬며시 베일을 벗어 어께를 드러내는 그녀를 보면서 흠칫했다. 더는 안돼!!!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같이 밤을 보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럼 내 정체는 순식간에 들통난다. 더는 여기서 시간을 끌 수 없다. 결국, 이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노출되거나 의심을 살 각오를 하고 그녀를 직접 도발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내게 상당히 밀착하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색기를 부리는 쥴리아의 시선을 회피하며 바실을 보았고, 바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어흠···. 즐거운 시간 중에 죄송합니다. 공자님. 하지만 오늘은 이만 여기서 마무리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어? 아하하··· 그, 그렇구나. 나의 충직한 하인 바실아. 내가 잠시 그녀의 미색에 혹해 정신을 놓았구나. 나의 불찰을 이해해다오. 그리고, 쥴리아 양. 오늘은 아쉽지만 이제 나는 그만 일어서야 할 것 같소.”


“흐음? 그러신가요? 지배인에게 듣기로는 저를 보기 위해 먼 곳에서 큰 결심을 하고 오셨다고 하여, 틀림없이 깊은 밤까지 서로 좀더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일어나시는 걸 보니 무슨 급하신 일이라도 있으신 모양이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아쉽지 않은 투였다. 아마도, 그녀의 기준에서 보자면 우리는 그냥 처리해야 할 진상 손님 정도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나는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아아아··· 그대를 두고 이렇게 일어서야 하는 죄많은 이 몸을 용서하시길 바라오. 하지만, 집안에서 명한 중대한 임무가 있어 서둘러 가보지 않으면 안된다오. 어차피 이번에도 허탕일 것이 뻔한데, 황도에서는 왜 이리 사람을 번잡스럽게 하는지. 하지만, 나름 중차대한 일이라 가지 않을 수가 없다오. 당장 두라초로 가는 배편을 타고 그곳으로 가야 한답니다. 두라초에 오래 전에 실종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오래 전 공황위 시대에 사라졌던 팔라이올로구스의 마지막 후예에 대한 정보가 거기 있다고 하더군요.”


화살은 쏘아졌다. 이제는 명중 여부만이 남았다. 나와 바실은 긴장하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아··· 그렇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시겠네요. 아무쪼록 그 여행을 무사히 마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찾아뵐 수 있기도 기대하겠구요.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일말의 표정의 변화도 없이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우리를 배웅하였다. 어라? 역시··· 꽝이었나? 바실은 당황하여 지금 하인 신분으로 위장한 것도 잊고 뭔가 말을 걸어 보려는 듯 했지만, 그녀는 뒷걸음질로 우아하게 인사를 올리고 방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은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나와 바실은 허탈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고, 나오는 길에 황후 마마가 들으셨으면 피가 꺼꾸로 솟구치셨을 유흥업소 계산을 치뤘다.


영수증 보고, 잠시 바실이 기절할 뻔 하고, 정신 차린 다음에 가게의 어께들 칼 뺏어서 뽑을 뻔 했다는 건 그냥 넘어가자. 요금이 너무 비싼 덕분인지 금화를 받아들고 만면에 미소를 띈 지배인은 웃으면서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가게의 최고급 하우스 와인을 하나 드리고 싶군요. 받아 주십시오. 특별한 귀빈들에게 드리는 것으로, 이번에는 쥴리아님이 몸소 좋은 것으로 골라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좋은 밤이 되셨기를 바라며, 다시 찾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허탈한 마음으로 우리의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쿠타이와 안드로니쿠스에게 잠입의 결과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들은 안드로니쿠스는 안도와 실망이 뒤섞인 기분으로 말했다.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 생각이 너무 앞서간 모양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설마하니, 황녀의 본명을 살짝 바꾼 예명을 쓰는 창부가 정말로 본인일리가 없겠죠. 함정이란 의심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흔한 이름이니 우연히 사용한 것인 모양입니다.”


“역시 그런 걸까요? 전 왠지 그녀가 풍기는 이미지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녀가 그분이라고 거의 확신이 드는 기분이었는데··· 거래 명세서에 기록된 율리아와는 무관한 사람인 걸까요?”


나는 바실이 말한 두라초의 중개조직에서 넘겨준 거래명세서를 물끄러미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스펠링도 동일하고 그저 읽는 법만 다른 율리아라는 이름. 그리고 그 뒤에 잉크로 덮어써서 지워진 팔라이올로구스의 성으로 짐작되는 부분. 그리고 우스타샤가 운영하는 창관, La dolce vita. 그리고 그곳에 있는 쥴리아란 이름의 고급 창부. 나 역시도 반신반의 하면서도 기대를 살짝 하긴 했는데. 역시 아닌 건가? 나는 거래명세서의 먹칠이 된 부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누나, 제법 멋드러진 러브레터를 받아 왔는데?”


쿠타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우리가 받아온 와인병의 내용물을 버리고, 병을 들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와인을 버리고 나자 유리병 내부가 보였다. 그리고 그 내부를 통해 와인 라벨의 뒷편에 적힌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바실이 그걸 읽었다.


“내일 밤 12시, 민체타 탑 전망대. 이··· 이것은?”


“둘중에 하나겠죠? 카밀 공자님을 사모하여, 다시 한번 보고 싶었거나. 아니면 그녀가 우리가 찾는 그 사람이 맞거나. 저는 후자에 걸고 싶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찍은 것이 맞은 것 같아요.”


이 자식이 아무래도 나 놀려먹을 10년 짜리를 하나 제대로 건진 분위기다. 카밀 공자 이야기는 왜 자꾸 들먹여!!! 하지만, 그런 나의 짜증과 무관하게 와인 라벨의 미묘한 위화감으로 그 메모를 찾아내다니. 역시 유목 민족의 육감과 이 녀석의 재치는 인정해야 하나보다. 그렇게, 우리에게 전달된 쥴리아의 전언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끊어질 것 같던 실마리를 이어갔다. 아니, 어쩌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머리 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자리 잡은 쥴리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애써 억누르며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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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143-2 +12 22.01.16 697 43 12쪽
299 143-1 +14 22.01.15 705 31 13쪽
298 142-2 +8 22.01.14 700 36 13쪽
297 142-1 +10 22.01.13 688 35 13쪽
296 141-3 +10 22.01.12 718 36 13쪽
295 141-2 +10 22.01.11 673 35 11쪽
294 141-1 +13 22.01.10 708 34 12쪽
293 140-3 +12 22.01.09 757 40 12쪽
292 140-2 +13 22.01.08 729 38 13쪽
291 140-1 +14 22.01.07 736 37 15쪽
290 139-2 +12 22.01.06 706 35 11쪽
289 139-1 +15 22.01.05 718 37 12쪽
288 138-2 +10 22.01.04 756 38 14쪽
287 138-1 +13 22.01.03 770 38 12쪽
286 137-2 +12 22.01.02 812 45 14쪽
285 137-1 +28 22.01.01 994 63 11쪽
284 136-2 +61 20.06.30 2,571 104 26쪽
283 136-1 +14 20.06.29 1,224 50 13쪽
282 135-1/2 +18 20.06.27 1,179 56 16쪽
281 134-2 +12 20.06.26 1,149 59 12쪽
280 134-1 +7 20.06.25 1,171 55 11쪽
279 133-2 +13 20.06.24 1,268 57 11쪽
278 133-1 +22 20.06.23 1,402 54 11쪽
277 132-2 +16 20.06.22 1,229 50 12쪽
276 132-1 +17 20.06.21 1,214 51 13쪽
275 131-2 +16 20.06.20 1,193 47 16쪽
274 131-1 +10 20.06.19 1,213 45 20쪽
273 130-2 +13 20.06.03 1,281 54 12쪽
272 130-1 +10 20.06.02 1,080 46 15쪽
271 129-2 +12 20.06.01 1,026 50 13쪽
270 129-1 +12 20.05.31 1,046 47 16쪽
269 128-2 +4 20.05.30 1,027 44 13쪽
268 128-1 +5 20.05.29 1,127 46 12쪽
267 127-2 +8 20.05.28 1,164 44 13쪽
266 127-1 +9 20.05.27 1,306 54 17쪽
265 126-2 +15 20.05.22 1,218 59 11쪽
264 126-1 +10 20.05.21 1,232 50 13쪽
263 125-2 +16 20.05.20 1,159 62 12쪽
262 125-1 +18 20.05.19 1,121 57 13쪽
261 124-2 +15 20.05.18 1,106 54 13쪽
260 124-1 +15 20.05.17 1,442 53 15쪽
259 123-2 +9 20.05.16 1,141 55 11쪽
258 123-1 +16 20.05.15 1,302 59 12쪽
257 122-2 +17 20.04.28 1,520 65 12쪽
256 122-1 +11 20.04.27 1,398 58 12쪽
255 121-2 +16 20.04.26 1,367 54 15쪽
254 121-1 +14 20.04.25 1,392 54 14쪽
253 120-2 +16 20.04.24 1,428 54 19쪽
252 120-1 +20 20.04.23 1,480 75 15쪽
251 119-3 +11 20.04.09 1,632 76 18쪽
250 119-2 +18 20.04.08 1,350 67 11쪽
249 119-1 +9 20.04.07 1,312 60 17쪽
248 118-2 +10 20.04.06 1,265 60 14쪽
247 118-1 +16 20.04.05 1,334 60 17쪽
246 117-2 +8 20.04.04 1,337 52 19쪽
245 117-1 +8 20.04.03 1,558 66 22쪽
244 116-3 +56 20.03.21 1,886 96 22쪽
243 116-2 +84 20.03.20 1,802 56 13쪽
242 116-1 +14 20.03.19 1,409 57 12쪽
241 115-2 +13 20.03.18 1,301 56 16쪽
240 115-1 +9 20.03.17 1,194 48 19쪽
239 114-2 +11 20.03.16 1,290 58 20쪽
238 114-1 +16 20.03.15 1,305 50 16쪽
237 113-2 +19 20.03.14 1,370 53 20쪽
236 113-1 +12 20.03.13 1,497 54 23쪽
235 112-2 +13 20.03.05 1,582 70 17쪽
234 112-1 +13 20.03.04 1,421 62 17쪽
233 111-3 +6 20.03.03 1,333 55 13쪽
232 111-2 +7 20.03.02 1,342 58 15쪽
231 111-1 +10 20.03.01 1,427 60 12쪽
230 110-2 +7 20.02.29 1,474 56 16쪽
229 110-1 +11 20.02.28 1,559 61 17쪽
228 109-3 +16 20.02.17 1,718 63 12쪽
227 109-1/2 +13 20.02.15 1,648 61 19쪽
226 108-2 +20 20.02.14 1,643 60 13쪽
225 108-1 +20 20.02.13 1,763 66 16쪽
224 107-2 +19 20.02.08 1,836 78 13쪽
223 107-1 +16 20.02.07 1,806 71 14쪽
222 106-2 +15 20.01.19 2,056 84 14쪽
221 106-1 +14 20.01.18 1,959 88 15쪽
220 105-2 +19 20.01.13 1,993 93 14쪽
219 105-1 +16 20.01.12 1,864 82 16쪽
218 104-2 +14 20.01.11 1,846 78 11쪽
217 104-1 +10 20.01.10 1,858 78 14쪽
216 103-2 +17 20.01.09 1,944 79 17쪽
215 103-1 +14 20.01.08 1,761 83 18쪽
214 102-2 +16 20.01.07 1,734 79 12쪽
213 102-1 +12 20.01.06 1,786 81 13쪽
212 101-2 +8 20.01.02 1,774 70 13쪽
211 101-1 +16 20.01.01 1,771 83 14쪽
210 100-2 +17 19.12.31 1,725 83 15쪽
209 100-1 +8 19.12.30 1,758 68 16쪽
208 99-2 +19 19.12.24 1,824 75 16쪽
207 99-1 +22 19.12.23 1,750 78 14쪽
206 98-2 +38 19.11.28 2,489 90 11쪽
» 98-1 +15 19.11.27 1,913 87 19쪽
204 97-2 +15 19.11.26 1,921 102 11쪽
203 97-1 +15 19.11.25 1,973 83 13쪽
202 96-1/2 +13 19.11.24 1,961 89 21쪽
201 95-1/2 +17 19.11.21 1,928 87 18쪽
200 94-2 +19 19.11.20 2,006 90 12쪽
199 94-1 +17 19.11.19 1,970 85 12쪽
198 93-2 +13 19.11.18 2,085 82 13쪽
197 93-1 +15 19.11.17 2,131 79 15쪽
196 92-2 +23 19.11.16 2,241 96 16쪽
195 92-1 +15 19.11.15 2,398 79 18쪽
194 91-2 +25 19.11.04 2,662 108 16쪽
193 91-1 +21 19.11.03 2,480 104 14쪽
192 90-2 +12 19.11.02 2,328 83 12쪽
191 90-1 +20 19.11.01 2,544 95 17쪽
190 89-2 +34 19.10.20 3,037 115 13쪽
189 89-1 +16 19.10.19 2,472 79 14쪽
188 88-2 +17 19.10.18 2,342 69 14쪽
187 88-1 +15 19.10.17 2,398 83 15쪽
186 87-2 +12 19.09.16 2,485 89 14쪽
185 87-1 +17 19.09.15 2,245 81 13쪽
184 86-2 +14 19.09.14 2,200 84 12쪽
183 86-1 +13 19.09.13 2,192 74 19쪽
182 85-2 +16 19.09.12 2,350 77 14쪽
181 85-1 +10 19.09.11 2,502 71 15쪽
180 84-2 +15 19.09.04 2,512 93 16쪽
179 84-1 +10 19.09.03 2,414 72 14쪽
178 83-2 +15 19.09.02 2,593 86 17쪽
177 83-1 +17 19.09.01 2,730 104 20쪽
176 82-2 +20 19.08.09 2,985 111 19쪽
175 82-1 +15 19.08.08 2,898 112 12쪽
174 81-2 +17 19.08.07 2,776 95 11쪽
173 81-1 +15 19.08.06 2,719 97 12쪽
172 80-2 +9 19.08.05 2,562 85 12쪽
171 80-1 +6 19.08.04 2,442 72 12쪽
170 79-3 +24 19.08.02 2,424 93 17쪽
169 79-2 +9 19.08.01 2,282 74 16쪽
168 79-1 +7 19.07.31 2,255 79 15쪽
167 78-2 +13 19.07.25 2,287 75 15쪽
166 78-1 +4 19.07.24 2,268 75 18쪽
165 77-2 +7 19.07.21 2,251 80 17쪽
164 77-1 +2 19.07.20 2,390 71 14쪽
163 76-2 +4 19.07.19 2,476 77 14쪽
162 76-1 +10 19.07.18 3,008 82 16쪽
161 75-3 +15 19.06.23 2,842 104 17쪽
160 75-2 +16 19.06.22 2,747 117 20쪽
159 75-1 +21 19.06.21 2,649 94 19쪽
158 74-3 +17 19.06.20 2,540 93 13쪽
157 74-2 +8 19.06.19 2,453 81 13쪽
156 74-1 +8 19.06.18 2,481 79 12쪽
155 73-2 +4 19.06.17 2,385 74 12쪽
154 73-1 +5 19.06.16 2,463 75 12쪽
153 72-2 +7 19.06.15 2,457 76 16쪽
152 72-1 +5 19.06.14 2,522 88 13쪽
151 71-2 +16 19.06.10 2,616 149 13쪽
150 71-1 +7 19.06.09 2,701 96 15쪽
149 70-2 +9 19.06.08 2,650 96 13쪽
148 70-1 +6 19.06.07 3,016 9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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