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고점매수 저점매도 기부천사
끝없는 추락에 버티던 이들이 하나둘 손절하고, 800만원 아래로 알람을 걸었다가 나오는 족족 주워 먹는다.
해외 사이트도 비슷해서 5800달러까지 떨어지기에 8000달러 아래로 큰 물량이 나오는 족족 주워 먹었다.
띠디디디.
띠디디디.
정신없다.
대세하락론이 시작되면서 절벽 위에서 버티고 버티던 양들이 손가락에 힘이 빠져 추락한다.
내가 받아줄게.
낼름.
거래량은 더 커졌다.
12월 폭등 때보다 더 큰 거래량이 발생했다.
버티고 버티던 이들이 모든 걸 낙담하며 던지고, 구경하던 이들이 혹시나 하며 줍는다.
그 선두는 나.
띠디디디. 띠디디디. 띠디디디.
“오빠. 언제까지.”
나란히 앉아 자기가 맡은 사이트를 거래하는 예하가 물었다.
“몰라. 이번엔 길어. 아마도 사흘.”
굉장히 많은 이들이 손절하면서 엄청난 거래량이 폭발하고 바닥권에서 굉장한 혈전이 벌어졌다.
떨어지다 오르고, 오르다 떨어지고.
분봉으로 보면 미친 듯이 오르내리며 싸우는 차트다.
지난 박상조 이슈는 바닥 친 시간이 하루였다.
이번엔 거래량이 더 크고 3일간 바닥을 때린다.
장기전이다.
최대한 주워야 한다.
너무 바쁘다.
“하아. 다시 오르는데. 아래 매수 걸어?”
“어. 빈 자리에 곧장 매수벽 세워. 계속 바닥을 때릴 거야.”
돈에 끔찍이 시달려본 예하는 돈 번다는 행위자체에 신성함을 느낀다.
물론 그건 나도 같다.
“예하 너 덕분에 방금 10억 벌었다.”
“우오옷!”
금액을 알려주자 예하의 눈이 빨개져서 집중했다.
두 발을 의자위에 올리고 무릎을 세워 안고 숫자를 타다다다 입력한다.
저 집중력이면 예하 얘는 뭘 했어도 무조건 성공했을 애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30여개 사이트에서 동시다발로 알람이 울리고 일일이 먹기 힘들다.
게다가 이번엔 알트코인들도 최대한 살 생각이다.
전처럼 짧은 반등이 아니라 긴 시간 오르니 팔 기회는 충분하다.
워낙 많이 떨어진 알트코인이기에 반등 때도 많이 오른다.
슬슬 다른 큰손들도 몇몇 붙어서 반등을 먹으려 하고 있다.
사바나의 맹수들이 절벽 아래에서 어슬렁대며 위에서 떨어지는 양들을 주워 먹으려 경쟁중이다.
“굿잡 예하! 니 덕에 백억 더 벌겠다.”
우쭈쭈 잘한다.
“오빠 이거 뭐야?”
“이거 사 말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사려던 게 있었는데 없어졌어.”
“아악 놓쳤어.”
“아우. 누구야? 엄청 빨라!”
“아아아아악!”
예하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강해지더니 끝내는 고장났다.
그래.
이거야.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수천억을 구매하고 수조원을 팔면 사람은 다 이렇게 된 다고!
고작 3조원도 못 벌어본 거지들은 이 기분이 뭔지 몰라!
“배 안고파?”
“배고파.”
“밥은?”
“몰라.”
예하가 두 무릎을 세워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난 안 먹어도 되지만, 철저하게 체중 관리하던 예하가 끼니를 걸러 몸매 망가지는 건 싫다.
“에휴. 내가 사올게.”
“아니야! 비서가 해야지!”
예하는 소리치며 전화를 걸었다.
“언니! 참치마요삼각김밥 네개요! 25초 돌려서! 아아앙 놓쳤다아!”
왜 소리치세요.
몇 분 후 벨이 울렸고 예하는 듣지 못했다.
동욱이 가서 경호팀이 사온걸 받아오니 예하가 내 컴퓨터로 손을 뻗고 있었다.
“어디 갔었어? 오빠! 몇 개를 놓친 줄 알아? 빨리 앉아!”
......
코인은 마약보다 무섭다.
“이더 80개. 이더 80개. 알람은 안 울렸는데 사 말어?”
“...... 사세요.”
이더리움 100개로 알람 맞췄는데 알람 없는 것까지 확인하네.
그날 동욱과 예하는 밤새 컴터 앞에 앉아 거래를 했고, 경호팀은 야식을 세 번 사 왔다.
비관론이 크게 우세하니 비트맥스에선 숏포지션이 넘쳐났기에, 숏을 팔고 롱으로 체인지하고 있다.
정신없다.
“안 온다고?”
“...... 예. 사장님. 며칠 후에 보자는 말만 하더니 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허. 허허허. 나 참 우스워 졌구만.”
바람맞았다.
상대가 정한 호텔 커피숍에 가는 중에 바람맞았다.
고작 대학생이고 세력의 미끼인 놈 따위에게.
“허허허허.”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다시...”
“됐어. 차 돌리고 약속 다시 잡아서 말해.”
화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을 뿐이다.
“이게 을의 심정이구만. 아무것도 없는 대학생 놈이 갑이고. 허허허.”
낙화 두 번째 날 가장 큰 거래량이 발생했다.
미친 듯이 거래량이 터지고, 다른 큰손들도 속속 등장했다.
함께 파이를 사냥하는 현명한 투자자들.
야수들이 미쳐 날뛰며 겁먹고 도망치는 초식동물을 사냥한다.
반등 땐 오를 거 같아서 버티고, 하락했을 땐 더 떨어질 것 같아서 파는 초식동물.
2900에서 700까지 내려오는 동안 버티다가 700만원, 절벽 바닥에 도착해서는 자살을 선택하는 초식동물.
고점매수 저점매도가 취미인 기부천사.
폭발하는 최대 거래량이 이 세상에 천사가 얼마나 많은 지 알려준다.
기부 했으면 다신 발들이지 마세요.
띠디디디. 띠디. 띠디디디디.
예하도 나도 전혀 자지 못했다.
옆에서 졸면 반쯤 감긴 눈으로 옆 컴터의 거래를 눌러준다.
물량이 일정량 이상일 때 자동으로 잡아먹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이트마다 서식이 다르니 각자 다른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데...
앞으로 이벤트가 많지도 않고......
띠디디디띠디띠디띠디디디.
예하의 컴터에서 수십개의 알람이 울린다.
시끄러워.
돌아보니 예하가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리고 기절했다.
어깨를 흔들었다.
“예하야. 가서 좀 자다 와.”
“흐에. 어? 나 졸았어?”
“좀 쉬어. 내일까지 달려야 해.”
“죽을 거 같아. 아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예하의 예쁜 목소리가 쉬었다.
“그러면 세수라도 하고 와. 니거까지 하고 있을게.”
“어..... 어. 그래야겠다.”
예하가 화장실로 갔고, 컴 두개로 정신없이 거래를 했다.
......
......
한 시간 넘은 거 같은데......
“예하야!”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기절?
샤워하다가?
졸다 넘어짐?
아니면... 혹시?
걱정과 기대와 설레임과 므흣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예하야! 예하!”
쾅쾅쾅!
대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겠다.
마스터키!
마스터키가 필요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하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다급하게 코에 손을 대니 다행히 숨을 쉰다.
“...참치마요삼각김밥 시러......”
잠꼬대도 한다.
상처는 없다.
잠든 거다.
예하는 잠깐 씻으러 갔다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옷을 다 입은 채로.
걱정이 사라지니 분노로 치밀었다.
옷 벗기 전에 잠들었다고!
이게 제일 괘씸해!
사람을 걱정시켰으면 보상이 와야 할 거 아니야!
서버다운 되면 사료보상은 국룰이잖아!
보통은 옷 벗고 뜨거운 물로 씻다가 노곤노곤 잠든다고!
영화나 드라마도 안 봤어?!!
으이그!
예하를 공주님안기로 불끈 들... 질질 끌어 침대에 눕혔다.
무겁네.
운동을 해야겠다.
하긴 해야겠는데.
필요성은 알겠는데.
너무 귀찮네.
아악 놓쳤어!
정신없어! 이 마우스가 아니잖아.
익숙한 고함소리에 잠이 깬 예하는 멍하니 침대를 바라봤다.
내가 왜 침대에......
컴터 하나로 할 걸! 아 허리야!
아앗.
예하는 컴퓨터방으로 달려갔다.
동욱이 옆으로 허리를 길게 늘여 두개의 마우스를 동시에 움직이며 두개의 거래를 하고 있었다.
저게... 왼손세모 오른손네모 기술이던가.
“오빠, 내건 내가 할게.”
“더 자. 어차피 니 일 아니잖아.”
“히잉. 미안해. 할게. 이제 말짱해. 돕기로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그래. 빨리 앉아.”
예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알람을 기다리며 옆을 슬쩍 봤다.
동욱은 자기가 자고 온 거에 별 말이 없었다.
화장실 간 것까지만 기억나는데 아마 옮겨줬겠지.
멋진 남자.
돈도 잘 벌고 잘생기고 자상하기까지.
괜히 손을 뻗어 볼을 찔러봤다.
“오빠. 으흐흐. 오빵~”
“...... 정신 놨네. 더 자라.”
“아니야. 에헤헤.”
띠디디.
“아아아악. 졸라 빨라. 미친놈들. 이거 프로그램일거야. 썅.”
저런 모습조차 이제 이해된다.
이건 해보면 안다.
마약보다 100배 짜릿한 도박이다.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 코인.
하루를 더 버틴 후 새벽녘.
비트코인 가격은 거침없이 치솟아 900만원을 돌파했다.
해외 모든 사이트도 동시에 올랐다.
찐반등이다.
2박 3일에 걸친 매집전쟁이 끝났다.
“끝이야? 오빠 끝난 거야?”
“어. 아마도... 잔액 확인하자.”
30여개 사이트에 현금으로 남은 금액은 1600억 정도.
3조원의 금액이 전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로 바뀌었다.
“1600 못 산거 아쉽지만 이거면 성공이네.”
“히잉. 더 열심히 할걸.”
“사이트마다 거래량이 달라서 어쩔 수 없었어.”
사이트끼리 비트를 사서 옮기는 건 가능해도 현금이 오갈 순 없다.
대기 중인 현금을 다 쓴 사이트는 물량이 나와도 손가락 빨고 구경해야 했고, 현금이 남은 사이트는 물량이 안 올라와서 살 수가 없었다.
“아까워. 이제 언제 팔아?”
“몰라. 시장을 봐야지. 슬슬 시장 보다가 80퍼 오르면 알람 울릴 거야. 그때 팔면 돼.”
미래를 안다고 말할 수 없으니 시장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걸로 해야 한다.
“80퍼...... 1600억도 샀으면... 히익 1300억 버는 건데 못 버네.”
“...... 버는 걸 생각하세요.”
“얼마 벌었지?”
“80 퍼에 전부 파는데 성공한다면...... 최소 2조.”
“......”
응?
대답이 없네.
돌아보니 돌하르방이 있다.
콕 콕 찍어보니 돌처럼 단단한 예하가 끼기기긱 하며 목을 돌린다.
“구라즐......”
이런 말도 쓸 줄 아는구나.
“계산은 나중에 하고 일단 자자.”
“어... 맞아. 자야지. 자야하는 거지.”
심하게 고장 난 예하가 비틀비틀 자기 방으로 갔다.
잠도 안 올걸.
그날 오후 명동 놋네 호텔 1층 커피숍.
동욱과 조준선이 마주 앉았다.
각자의 경호원이 멀찍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둘이 마주봤다.
“반갑네. 꼭 좀 보고 싶었는데.”
조준선이 말했지만 대답할 필요 없다.
말은 을이 하는 거다.
후달려서 자리를 청한 조준선이 을이다.
“크흠. 그래. 알겠네. 내 알아보니 자네 아버지가 받을 돈이 있더군.”
침묵.
조용히 눈동자만 바라봤다.
“건설사에서 착오가 생겼다네. 하청업체가 도망갔지 뭔가. 덕분에 하청의 하청이었던 자네 아버지가 12억을 받았어야 했는데 반년 째 못 받았더군. 그거부터 줌세.”
아버지는 이걸로 인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반년동안 돈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셨다.
지금은 채 변호사가 해결해주겠단 말과 아들이 벌어들인 계좌 덕에 아들을 믿고 유럽여행을 떠났지만, 지난 반년간의 고생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크흠.”
조준선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15억짜리 약속어음.
신라은행에 가져가면 15억을 입금해준다는 어음이다.
살펴보고 품에 넣었다.
준다니까 받아야지.
“이제 우리사이에 감정은 없어진 거 아닌가? 그럼 하나만 물어보세. 배후가 누구인가?”
조준선의 질문에 동욱의 눈이 빛났다.
적이 착각하고 있다.
그만 좀 괴롭히라고 하소연 하거나 죽여 버린다고 협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적은 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인을 해외 계좌에 숨기길 잘했다.
“그... 그게... 말하면 저 죽어요. 그제도 갑자기 세력이 막아서 못 나왔어요. 살려주세요. 저 좀.”
“하긴. 그렇겠지. 하는 거 보면 프로 그 자체던데. 그래도 내가 구해줄 수 있다네. 해외조직? 펀드? 어차피 한국에선 힘을 못 써. 정체만 알면 바로 깔아뭉갤 수 있지. 재벌의 힘을 무시하지 말게나. 배후만 알려주면 국세청, 검찰을 동원해 바로 박살내겠네. 자네를 구해주고 10억을 주고, 안전을 보장하겠네. 그러니 말해주게나. 대체 누구지?”
고작 10억?
가소로운 제안을 비웃는 대신 뒤를 슬쩍 봤다.
쉰 명의 경호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말하는 동시에 부모님이 죽어요.”
겁먹은 연기. 도봉대 연영과 실력 안 죽었다.
“그렇군. 그래. 인질이었구나. 그럼 일단 공격을 좀 멈춰 달라 전해주지 않겠나? 잠시만 시간 끌어주면 내가 치워주겠네.”
“고마우신 말씀이오나 제가 힘이 없어요. 말은 해볼게요.”
난 좁빱입니다. 내 뒤의 배후랑 싸우세요. 난 당신을 응원해요. 님아 화이팅!
열심히 쉐도우복싱 하세요.
“알겠네. 좋은 소식 전하겠네.”
조준선이 일어서며 악수하자고 손을 뻗었다.
빙신인가.
“저 죽이려고요?”
“허허. 그렇지.”
조준선이 뻘쭘한 손을 회수하고 떠나자 비서진과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갔다.
만나기 싫었지만 잘 나왔다.
적은 자신의 적이 누군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병신들.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시작하길 잘했다.
15억은 교통비.
이후로도 예정된 공작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이틀 후.
탕탕! 탕!
총성이 울렸다.
- 작가의말
김프 13% ㄷㄷㄷ 뭔가 라이브 중계하는 느낌이 되네요
오늘 두편올릴게요
이번에 친구가 꽤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요.... 예하처럼 되요. 차 한대 값 만으로도 미쳐요... 그러니까 소설이 과장하는게 아닌거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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