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재택근무
“중고차는 충분히 돌아본 거 같고, 다음으로 갈까요?”
“에? 또?”
“왜 이렇게 많아?”
“메타버스잖아요. 가상현실.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당장 미래메신저의 영역이 두 배로 커진대요.”
“힉. 그럼 끝이 없겠다.”
“그래서 방송 시간이 아홉시간이잖아요.”
“흐에에에. 배고파아아.”
-ㅋㅋㅋㅋ모닥불살려~
-넌 못도망간다
-#계약 #자본치료 #위약금
예하가 중고차관을 나와 재택관을 눌렀다.
아까부터 들썩이던 위워크의 주가가 화면에 재택관이 나오는 순간 로켓을 쏘며 치솟았다.(주:실제 위워크는 비상장)
손형 고맙지?
“재택근무를 도와주는 앱이예요. 한 군데 방문해 볼까요? 언니들 이거.”
셋에게 준비된 사원증을 주고 지도에서 성수동 미래애니메이션을 찾았다.
“집에서 컴퓨터로 출근하는 거예요. 건물 입구에서 보안카드를 찍고 출근.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 애니 93사무실로 가요.”
자신의 일터를 찾아가니 30명 정도의 작화가가 일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이름표가 붙은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일은 어떻게 해? 고글 꼭 써야 해?”
“아뇨. 고글은 회의 할 때만. 일은 컴퓨터로 하면 되요. 미래 애니는 그림을 그리는 게 일이니까 이렇게 일하면 되요.”
각자 그림판에 낙서를 하니 그게 가상현실 컴퓨터에도 똑같이 뜬다.
괴발쇠발 그림.
“캬하하. 제시 그림 완전 못 그리네.”
“에헤헤. 민지언니는 금손이다.”
“그치? 나만 잘 그리네. 이런 똥손들. 쯧쯧. 어디 가서 그림으로 밥벌어먹지도 못하겠네.”
치솟던 위워크의 주가가 주춤하더니 마구 흔들렸다.
사람들의 심리가 주가에 반영되는 건 언제봐도 재밌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 팀장급 관리화면에 떠요. 즉, 사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죠.”
“어. 그럼 출근할 필요가 없겠네.”
“그렇죠. 일하다가 회의를 소집하면 고글을 쓰면 되요.”
셋이 고글을 쓰고 회의실로 가니 10명의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동의 받은 미래 애니메이션 직원들이다.
“반가워요.”
“평소처럼 회의할게요. 우선 3-9 작화 다시 해주시고, 그리고 2-11 12는 수정해야겠어요.”
“저희 팀 오늘 야근해야겠는데요.”
“그리고 다음 주까지 챕터 4까지 쳐내야 하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요.”
“사람을 늘려주세요.”
회의실은 기존의 화상회의처럼 사람 얼굴이 나열된 화면이 아니다.
내가 회의실 안에 들어간 것처럼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고개를 돌릴 때 마다 그 자리의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머리 위에 스피커 마크가 뜨고, 고글 쓴 채 하는 제스쳐도 똑같이 나타난다.
다만 표정변화가 거의 없어 조금 무섭다.
가벼운 인사만 한 후 곧장 현장에서 하는 회의가 진지하게 이어졌다.
여자 셋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다가 회의가 끝나자 나왔다.
-ㅋㅋㅋ인턴의 하루
-사람불러놓고 뭐하는겨
-수습사원은 원래 가만있는 겁니다
“뭐야? 왜 이렇게 진지해?”
“우리 초대된 거 맞아?”
“컨셉 같은데요. 헤헤헤. 이렇게 회사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나 봐요.”
“뭔가 맘 상한당. 설명 좀 해주지.”
“아... 미안해요.”
“제시 잘못이 아니지. 채변사장님 잘못일걸.”
“작가 언니가 컨셉 과하게 잡은 거 아닐까?”
“어쨌든! 이렇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거였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회사생활을 잘 모르는데 보안,,, 그런 게 중요치 않나? 미래 애니는 괜찮아도 안 되는 회사가 많을 거 아냐?”
모닥불이 대본에 나온 질문을 읽었다.
“그렇죠. 그래서 미래그룹은 재택근무를 선택한 직원에게 전용컴퓨터를 줘요. 오라클과 협력해서 만들었고, 회사에서 깔아주는 프로그램 외에는 아무것도 설치할 수 없어요. 이래도... 뒤에 카메라 달아서 자료를 뺄 수도 있지만, 그런식으로 회사 자료 빼는 건 현재도 막지 못하니까요. 어쨌든 보안에 관해선 나름 대비를 했고, 정말 중요한 자료라면 재택근무로 할 수 없겠죠.”
-미래는 다 계획이 있구나
-재택근무, ㅅㅂ과장새끼 좀 안봤으면 좋겠다
-복도 지나면서 일부러 엉덩이 스치는 한남들 ㅅㅊ 다 죽어라
-지옥철 해방인가?
“그러겠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강하지 않을까? 일 제대로 하는 지 계속 볼 거 아니야? 누군가 보는지 안 보는지 몰른 채 계속 집중해 하는 것도 되게 짜증날 거 같은데. 감시당하는 기분도 들 거고.”
이번엔 민지민지가 질문했다.
“미래 그룹에서 분석한 걸론 재택근무가 스트레스가 더 강할 거래요. 그리고 업무효율도 더 좋을 거래요. 그래서 우리는 재택근무를 하면 임금을 30% 더 올려줄 거래요?”
“응? 집에서 일하는 데 돈을 더 준다고?”
“와이? 왜? 이상해!”
“우선 회사에서 나가는 회식비나 밥값, 사무용품과 사무실 비용이 줄어요. 그걸 임금에 포함해 주는 대신 각자 사는 거죠. 그리고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이 좋고, 업무스트레스가 더 많으니까 그걸 감안하는 거죠. 임금 더 받고 집에서 일할래? 아니면 기존 임금으로 출근해서 일할래? 를 묻는 거죠.”
“와. 나 같으면 집에서 일하겠다.”
“지옥철! 빠이빠이~ 사요나라~ 짜이찌엔!”
-지옥철 ㅅㅂ
-출근 한 시간 반 걸리는데 ㅅㅂ 나도 좀 재택근무
-성추행 없어지겠네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의 주가가 +10%에서 주춤하고는 나락으로 갔다.
재밌는 현상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파괴한 동일본지진이 발생한 순간 엔화 환율이 폭락했다.
그리고 15분 후 엔화가 폭등했다.
지진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린 탓이다.
모든 전문가가 정답을 맞추는 게 아니다.
위워크와 관련된 말이 나오자마자 폭등한 위워크 주가는 사무실이 필요 없어질 미래가 나오자 폭락했다.
마치 회사가 부도난 것처럼 순식간에 -50%를 찍었다.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주가도 함께 폭락했다.
손형 미안해.
공매도를 걸어놓았으면 큰돈을 벌었겠지만, 우린 이제 그런 푼돈을 먹을 정도의 체급이 아니다.
푼돈 노리다가 주가조작으로 잡혀갈 수 있다.
아깝다. 수천억 벌 수 있었는데.
“미래 그룹은 다음달부터 70만명의 사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묻는대요. 원한다면 월급을 더 받고 재택근무를 하는 거죠. 실제로 사무실 인원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선택한다면 회의도 XR에서 해야하니 출근하나 재택하나 비슷하겠죠? 저희는 최대한 재택근무를 장려할 겁니다.”
재택근무의 기준.
미래 그룹이 만든다.
당장은 간을 보며 우리의 효과를 분석하겠지만, 코로나 시대가 오면 삽시간에 전 세계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자리를 잡기 위해 서두른 감이 있다.
“전 직원이 재택근무야?”
“아뇨. 절반만 가능하대요. 근무형태에 따라 출근해야만 하는 부서가 많대요.”
“출근충 불쌍해.”
“언니... 그 발언 위험해.”
“힉.”
-난 인사팀인데 출근이냐?
-경영지원은?
-아니 그보다 너희 미래그룹 아니잖아 백수잖아
-아 맞다 취직이 먼저지
-ㅋㅋㅋㅋㅋㅋ
“복잡한 서울에서 출퇴근에 매일 세시간을 낭비하고, 좁고 답답한 지하철에서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넓고 안락한 교외에서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보살펴주세요. 재택근무의 시대. 미래그룹이 이끕니다.”
“아... 제시야. 갑자기 아나운서 톤으로 하지마.”
“힝. 대본에 써 있어요. 따로 편집해서 메인으로 올린다고.”
서울, 수도권의 닭장에서 월급의 절반을 주거비용으로 지불하며 살 필요가 없어진다.
지방, 넓고 편안한 집에서 살 여건을 먼저 만들어줘야 사람이 지방으로 분산된다.
방송과 동시에 모든 회사가 재택근무에 관해 문의해왔다.
재택근무가 문제없이 가동된다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메타버스가 세상을 바꾼다.
“숙제 끝?”
“아뇨. 멀었는데요.”
“하앙. 배고파.”
“대피령! 삐요삐요! 모닥불 언니 배고프면 깨물어.”
“ANG!"
끝내 모닥불이 민지민지를 깨물었다.
“언니. 밥먹으러 가요. 일단 옵션 좀.”
예하가 설정을 누르고 안전거리 5M를 눌렀다.
“이건 뭐야?”
“5M안에 사람이 들어오면 그래픽이 사라지는 거예요. 5M 밖 사람만 표시되죠.”
“아하. 그럼 아까처럼 덥치는 사람은 없겠네.”
“네. 그래도 멀리서 이상한 행동하는 사람은 못 막아요. 그건... 좀 오래 걸릴 것 같대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관리팀에서도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할 수가 없대요.”
허공좃질, 손딸질, 뻐큐난사 등 온갖 정신병자가 들끓겠지.
이건 못 막는다.
“옵션 설정 됐으면 가봐요.”
어나더 어스 - 2nd 어스 관
“이어스?”
“세컨드 어스래요.”
“언니 진정해. 전 세계에 무식이 탄로나고 있어.”
모닥불이 발끈했다.
“알아. 알거든. 흥. 너 언니가 살짝 틀렸다고 막 무시하고 면박주고 구박하는 거 아니다.”
여자 셋은 다시 시청 앞에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비슷한 홍보방송을 같은 시간에 시작했기에 벌써 꽤 많은 이들이 들어와 접속해있다.
“와아아.”
“진짜다!”
“제시! 무표정제시!”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시청앞 사람이 계속 많아진다.
달려오던 사람들이 5m 이내로 오면 사라진다.
이런 관종은 평생 막을 수 없겠지.
셋은 한동안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우리가 갈 곳은 파주 문화예술공연장이에요. 슈슈슝.”
지도를 확대해 목적지를 누르니 공연장 입구에 도착했다.
들어가려는데 입장료 10미래블록을 낼 지 물어본다.
“입장료?”
“네. 공연 입장료예요. 지불 누르고. 됐어요. 들어가요.”
셋이 들어가니 낯익은 얼굴이 있다.
“루비언니!”
“반가워 제시!”
둘이 손을 잡고 방방 뛰다가 스테이지 앞으로 함께 걸어갔다.
“어? 이분은 왜 안 사라져?”
서먹한 사이인 모닥불이 존칭하며 물어봤다.
“파티요. 서로 찐친등록 되어 있으면 안사라지고 간섭도 가능해요. 잡아 당기거나 밀거나.”
“아하. 모르는 사람은 접근하면 사라지고?”
“네. 안 그러면 아까처럼 놀랄 수도 있잖아요.”
“하긴. 그런데 여긴 왜 왔어?”
모닥불의 질문을 루비가 받았다.
“제가 말씀 드릴게요. 오늘 미래 엔터의 새로운 보석 세븐펄즈가 데뷔합니다. 데뷔무대를 무려 세컨드 어스에서 가져요.”
메타버스 공연으로 데뷔.
“앞으로 가요. 1등석에서 보죠.”
맨 앞 가장 좋은 자리에 여자 넷이 들어갔다.
철망이나 설치물은 무시하고 지나쳤고, 무대 앞에 몰려있던 사람들도 거리가 좁혀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방 5m에 일행만 있고, 그 너머론 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쾌적하네. 그런데 좀 썰렁해. 공연 느낌이 덜하네.”
“옵션을 1m나 10cm로 바꾸면 되죠. 그럼 주위에 사람이 가득 찰 거에요.”
“아하. 우리는 유명인이라서 이 옵션이지. 냐하하. 자기입으로 막 유명인이래.”
“언니 유명인 맞잖아.”
“방송이라서 몰려든 거지. 방송 끄고 변장하고 돌아다니면 아까 같은 일은 없어서 편할 거 같다.”
“그러겠죠. 어? 시작해요.”
무대 위에 7명의 여자가 대형을 갖추고 올라왔다.
곧장 시작된 파워풀한 댄스.
미래 아트 스쿨에서 1년간 갈고 닦은 연습생. 2000명 중에서 고르고 고른 베스트 그룹.
연습생 대우가 좋고, 교육내용도 확실하기에 미래 아트 스쿨에 재능 있는 연습생이 다 몰려들었다.
1년 사이 타 기획사에서는 미래 그룹을 찾아와 쉴 새 없이 오디션을 보고 인재를 뽑아갔다.
연습생 중 가장 유능한 이들은 당연히 우리가 선점했다.
미래 아트스쿨은 기부형식의 재단이지만, 손해만 볼 생각은 없다.
미래 엔터, 미래 스튜디오와 자연스레 연계해 글로벌 그룹과 가수, 배우를 펑펑 쏟아낼 생각이다.
예하만큼이나 예쁘고 각자 개성이 뚜렷한 여자아이돌 일곱의 공연을 루비와 예하가 애잔하게 바라봤다.
- 작가의말
위워크는 비상장입니다 글의 편의를 위해 상장한 걸로 가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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