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쇼핑2
다음날 칠레 북부로 이동했다가 칠레 국방부의 헬기를 얻어 타고 시찰을 나섰다.
칠레 최북단 사막지대.
연평균 강우량 1mm인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볼리비아와의 전쟁으로 획득한 영토.
볼리비아가 이 땅을 되찾으려 해서 언제든 무력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땅.
전쟁으로 획득할 땐 아무 쓸모도 없는 사막이었지만, 이 쓸모없는 지역이 세계 최대 구리매장지이며, 세계 최고의 리튬생산지역이었다.
볼리비아가 억울해 하며 되찾으려 하는 것도 이해해 줘야 한다.
오죽 억울했으면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가 언젠가 되찾을 고토를 꿈꾸며 해군을 육성할까.
볼리비아는 이 지역을 되찾은 이후를 꿈꾸며 나라 속 작은 호수에 해군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
“어 오빠 저쪽으로 가면 소금호수다 소금호수!”
국경지대 근처로 오니 예하가 지도를 짚으며 호들갑 떨었다.
사막 저 너머에 전에 방문했던 우유니소금호수가 있다.
“어...... 리튬 광산은 어디죠?”
“5분 더 이동하면 됩니다.”
헬기가 잠시 이동하자 거대한 광산지대가 나왔다.
광산? 염전이다.
신안염전같은 시설이 사막 한 가운데에 끝없이 늘어서있다.
리튬은 땅을 파서 캐내는 게 아니라 특이하게도 천일염처럼 염전에서 채취한다.
리튬이 녹아있는 염수를 말리고 정제해 리튬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건조한 칠레북부 날씨마저 리튬 생산에 최적화 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한국의 70년대처럼 노동자들이 소금 밀듯 염수를 밀며 정리하는 게 보인다.
“기계화가 덜 됐네요.”
“예. 아직은 기계값보다 인건비가 싸다보니.”
“헐...... 일단은 알겠어요.”
광산노동자들은 칠레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받는다고 한다.
대신, 이곳에선 물 한 방울도 사서 먹어야 한다.
타지에서 수송해오는 그 모든 게 서울보다 비싸다.
건조하고 더운 사막지대에서 땀 흘려 일해 놓고 받은 임금 대부분을 물 사는 돈과 회사 급식비용으로 뺏기는 구조.
당연히 광산주의 친척들이 그런 2차업체를 차려 꿀을 빤다.
그것들만 좀 손봐도 노동자 수익구조가 안정되고 충성도로 이어지겠지.
한국은 195번째 산유국이다.
그만큼 석유는 세계 곳곳에서 난다.
수많은 산유국이 있고, 수없이 많은 업체가 경쟁하니 석유사업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
반면 전기차 산업의 핵심인 구리, 리튬은 칠레 북부 좁은 지역에 뭉쳐 있다.
볼리비아와의 영토분쟁지역이며 미중무역갈등의 직격탄을 맞는 곳.
여러 요소가 합쳐져 5년 후 이 땅은 세계의 화약고가 된다.
볼리비아 뒤에서 콕콕 찌른 중국이 칠레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고 미국이 개입하면서 대리 세계전쟁 양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 실제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무력투쟁이 끊이지 않고, 덩달아 세계는 구리, 리튬 부족사태로 난리가 난다.
이는 볼리비아의 주된 수입원이 된다.
-돈을 주면 도발하지 않으마.
뭐, 이런 협박의 뒤엔 중국이 있다는 게 정설이고.
미리 끼어들어 획득했으니 역사가 좀 달라지겠지.
내가 이곳 광산에게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다.
“볼리비아와 연계는 시작했지요?”
“예. 군부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가 염전시설을 만들고 노동자를 대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군사독재국가 중 하나인 볼리비아인지라 우리가 직접 노동자를 다룰 수 없다.
볼리비아 서남부에 염전을 만들어 리튬을 뽑아내면 2차전지 생산공장까지 연계하기로 했다.
다만...
“언제 뺏길지 모르는 거 조심하고, 사람은 되도록 파견하지 마세요.”
“예. 알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지사엔 한국인이 없다. 전부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볼리비아 지부는 언제 군부의 인질이 될지 모른다.
리튬이 생산되는 순간 국가에서 막무가내로 몰수해 갈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가면서도 아무도 생산기지를 만들지 않는 거지.
“실제 산출되는 3년 후면... 미래 그룹의 힘은 국가의 힘보다 커질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얌전히...”
“예. 알겠습니다.”
칠레와 볼리비아에 전세계 거의 모든 리튬이 매장되어 있다.
염전시설을 갖춰 말려 정제하면 된다.
큰 돈 벌 욕심내지 않고, 얌전히 이권을 나눠주면 양국 정부도 조용히 돈만 챙기겠지.
딱 그 정도만 원한다.
노동자의 환심을 살 계획이 착착 진행중이고, 광산 노동자들에게 저렴하게 물과 식료품을 운송할 회사도 차렸다.
가격협상이 끝나고, 인수해 제대로 운영하려면 1년 쯤 걸리겠지.
시기도 딱 적절하네.
칠레에서 전용기를 타고 호주로 갔다.
광산 몇 개를 쇼핑하고 아프리카 지부티로 갔다.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동아프리카 툭 튀어나온 땅의 작은 나라 지부티.
내전이 끊이지 않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예맨 사이에 낀 나라로, 수에즈 운하에서 이어지는 홍해의 가장 좁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해적선이 많은 소말리아 해역 바로 옆이다.
바로 이 소말리아의 해적선이 지부티를 먹여 살렸다.
“예하야. 지부티가 뭘로 먹고 사는 지 알아?”
미군 기지에 딸린 해변 별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
“어... 음. 석유?”
“아니. 군부대 임대료.”
“에? 그게 뭐야?”
“이 나라는 작고 약해. 옆 나라 에리트레아에서 쳐들어온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고, 소말리아는 아주 개판이고, 에티오피아도 무섭고, 바다건너 예맨은 지난달에 사우디를 드론폭탄으로 공격했어. 아주 무서운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데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해.”
“에... 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자국 함선을 보호하려고 여러 나라에서 이 나라에 주둔기지를 설립했거든.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하려 하면 이곳에서 군함이 나가 구출하거나 지켜주는 거야. 지부티 정부입장은 한개 국가만 허용한 게 아니라 아예 올 사람은 다 들어와라 이런 식이었어. 프랑스군, 미군, 중국군, 일본자위대, 예전엔 러시아까지 주둔했어. 덕분에 각국 군대도 얌전해. 주한미군처럼 건방지게 행패부리면 전 세계에 외신이 기사를 쏘는데 그러면 일개 군인은 박살나는 거지.”
“힉. 그럼 돈 엄청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나라도 주둔비 내야 해서 난리잖아.”
“그치? 그런데 반대야. 여기는 국가 산업이 군사기지 빌려주는 거라니까. 강대국들이 돈을 내고 들어와 주둔하는 거야. 트럼프가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하라며 압박하지? 지부티에는 한마디도 못해. 소말리아 해적을 막으려고 들어왔는데 방위비를 내라고? 주둔비 내기 싫으면 나가셈. 이게 지부티 입장이고 미국은 얌전히 돈을 지불하면서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어.”
“헐. 차이가 뭘까.”
“글쎄......”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한마디로 설명하긴 힘들지.
지부티처럼 주한미군에게 주둔지 땅값 내놔! 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동화처럼 단순한 게 아니니까.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땅이기도 해. 인구 백만에 군대가 1만밖에 되지 않는 약한 나란데 아무도 공격할 수 없어. 소말리아가 미친척하고 지부티를 공격한다? 즉시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과 전쟁선포를 한 거야. 에티오피아 반군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해도 지부티 앞에선 조절 잘하게 되지.”
“그래서 여기로 온 거구나.”
“어.”
“신기하다. 아예 전 세계 군대를 모았더니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었네.”
“이건 지부티가 잘한 거지. 자원도 없고, 산업도 없는 가난한 나라인데 각국 병사가 뿌리는 돈과 주둔비 덕에 먹고 살만하게 되었으니까. 이게 정부의 역할 아닐까. 국가 최고 브레인이 모인집단이면 국가를 잘 살게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정부는 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국가를 잘살게 하려 움직이는 정부.
세금을 안 들키게 빼돌리려 거짓말 하는 정부.
거의 모든 국가가 후자처럼 움직인다.
심지어 미국마저도.
지부티처럼 정부가 국가를 잘 살게 하려 움직이는 나라는 세계에 몇 개 없다.
“신기해. 뭐랄까. 곤충의 생존전략 같아.”
“너... 지금 백만 지부티인을 모욕한 거 같은데?”
“힉. 농담! 죄송합니다! 실수했어요!”
“그래. 착하다 예하.”
“헤헷. 바다 예쁘다.”
“어.”
맥주를 짠.
이슬람 국가지만 미군기지 내에선 상관없다.
지부티에 머무르며 각국 수반을 만났다.
아프리카 각국의 지사장이 정부 관료와 함께 방문해 광산개발에 대한 조약를 체결했다.
보통 장관급이 오지만, 국가 대통령(이라쓰고 군사독재자)가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게 나의 위상이다.
[미래그룹-앙골라 자원협약]
앙골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금일 미래그룹의 자회사 미래자원개발과 앙골라의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사진) 미래그룹 회장 윤동욱(24)과 앙골라 대통령 로렌스가 악수하는 모습
이 협정으로 미래그룹은 앙골라의 활동중인 유전 두 곳과 철광산, 다이아몬드광산을 운영하며 추가 개발지역도 획득했다.
놀라운 것은 협정에 나타난 미래자원개발의 이익배분 계획이다.
광산운영을 통해 획득하는 이익금은 50%를 앙골라 정부가 갖고 10%는 미래본사로 가져간다. 나머지 40%는 농경지 조성 및 수로 건설, 의료시설 건설 및 의약품 지원, 교육에 쓰인다.
광산을 운영해 얻는 영업이익 중 10%만 가져가는 대신 적자가 날 경우 모두 미래그룹 본사가 떠안는 이 계약은 멀티플 10배만 잡더라도 이자를 생각하면 200년 연속 흑자운영을 해야 본전이 나는 계약이다.
알다시피 광산이란 게 100년이나 파낼 수 없으며 아프리카의 특성상 내전, 혹은 지배자가 교체되는 순간 적자가 확정된다.
과연 24세 부자의 시선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가.
기자의 질문에 윤회장은 딱 한마다 ‘영향력’ 이라는 말을 던졌다.
여기서 기자는 과거 아프리카 네트워크를 꿈꿨던 페이스북이 아프리카 무선인터넷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손절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n8728 : 좋은 말씀 좋은데 요약 좀 ㅅㅂ
-요르문트: 아프리카에서 광산 운영해서 돈 뿌리겠다
-피스트 : 돈 절대 못 버는 계약함
-초류 : 왜 저런 짓을 하지 나나 주지
ㄴ나도
-난향 : 근데 좀 멋있다
ㄴ너도 할 수 있어 돈을 졸라 뿌리면 돼
ㄴㄴ졸라 간단한데 불가능하넼ㅋㅋ
-그린라테 : 영향력, 뭔소리냐?
-바람의수정 : 딱 보이는데. 교육 의료, 식량 지원을 한 미래그룹 물건을 쓰겠지 그걸로 본전 건져야지
-엑스 : 못 건질듯 부도날 듯
-크리티카 : ㅇㄱㄹㅇ ㅃㅂㅋㅌ
앙골라를 시작으로 수단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각국 장관 총수 등이 와서 계약을 하고 갔다.
돈 벌 생각 없이 뛰어들었기에 계약 자체는 순조로웠다.
다만 매년 적자를 감안해야 하고, 언제든 광산을 뺏길 걸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돈 벌 생각 없이 막 퍼주는 건데 반군이 점령해도 완전 뺏지는 않겠지.
광산을 운영하되 적자만 보지 않으면 된다.
투자금은 버렸다 치고, 운영비용에서 본전만 유지하면 그걸로 아프리카에 영향력이 된다.
우선은 교육.
“무료 학교 하나에 천만원.”
“그거밖에 안 해? 아니 비싼 건가?”
“중고폰 100대와 인터넷 중계기, 관리인 세명, 끝.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몰려와서 중고폰 작은 화면으로 미래대학 강의 들으며 공부하겠지.”
땅바닥에 뭉쳐 작은 중고폰 화면으로 강의를 들어야 한다.
힘들겠지만 이나마도 없던 게 아프리카다.
광산계약을 맺은 스물 아홉개 국과 농장조성 조약을 맺었고, 세계식량계획(wfp)와 농촌진흥청이 함께 한다.
농촌진흥청은 예전부터 아프리카에 농업기술 전수사업을 해 왔고, 생돈을 뿌리던 이 적자사업은 각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국책사업을 따오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제 미래그룹이 합류하니 관계수로조성과 댐 사업 등 대규모 사업으로 이어지겠지.
교육과 농업 기부.
본전만 유지하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이는 세계를 바꾸게 된다.
아프리카 다 내 땅.
“오빤. 너무 착한 거 같아.”
“어. 맞아.”
이제 인정하자.
난 착하다.
진정한 아프리카의 지배자가 될 때까진 착한 포지션을 유지한다.
- 작가의말
내 목표는 세계정복임 아무도날막을수없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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