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비욘드 어쓰3
“미래메신저는 20억명의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저희는 이제 대기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 높은 하늘 아래에서 20억명의 가입자가 자유로이 미래메신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지구 너머 새로운 영역. 이 비전을 위해 저희는 수익을 포기합니다. 수익을 바라는 게 아닌 대기권을 감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넓고높은 공간에서 함께 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괜히 비슷한 메신저 잔뜩 만들지 말고 우리 거에 합쳐서 대기권에서 함께 삽시다.
이런 제안이다.
수익창출 제로.
니들이 치킨게임을 걸어도 우린 피해가 없단다.
서버렌트가 그런 뜻이란다.
알지? 기업구조는 전부 분석했을 거 아니냐.
우린 고정비가 거의 없단다.
치킨게임 해봤자 니들 돈만 깎여나간단다.
쓸데없는 댓글을 보다가 대본을 읽었다.
“AI, 검색엔진, VR, 메타버스. 미래메신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이 많은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따로 있고요. 그들에게 부탁드립니다. 함께 대기권 밖 또 하나의 인류영토를 꾸며봅시다.”
진지하게 손을 내민다.
어설프게 달려든 페이스북을 처부수고, 진지하게 달려든 애플과 싸워 이겼다.
하지만 숨통을 끊진 못했다.
그들에겐 거대한 시설과 수많은 특허가 있고, 쌓여있는 유보금이 산더미 같다.
하나씩 싸운다면 이길 수 있겠지만 힘들고 오래 걸린다.
그리고 상대가 반칙을 쓴다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좋은 전투다.
“상상해 보세요. 지표면을 떠나서 대기권의 넓은 영토에서 사는 세상. 거긴 험한 산도 없고, 인간이 살 수 없는 바다도 없고, 왕래를 막는 철조망도 없어요. 그저 넓고 그저 광활한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ㅋㅋㅋ몽상가구만ㅋㅋㅋ
-저쯤해야 세계1위부자가되는거냐
-동우기 약해요
-경찰아조씨여기에요여기
“광활한 하늘에 새로 만들어진 자유로운 생태계. 미래메신저의 목표입니다. 거기에 사신다면 당신을 둘러싼 모든 울타리가 사라집니다. 높은 곳에는 이슬람의 히잡, 한국의 범죄자 신상보호, 미국의 총기난사같은 끔찍한 것이 없습니다. 저희를 속박하는 불합리한 울타리가 전혀 없는 곳입니다. 저는 모든 인류가 대기권밖 미래메신저의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길 바랍니다.”
-???
-이메진 데어~ 노 컨츄리~
-?? 이게 몬 개소리야?
진짜 주제다.
지금까지는 빌드업이었다.
“두 달 전 미래메신저는 중국에서 퇴출당했습니다. 미래메신저 중국지사는 철수해야 했죠. 일주일 전엔 미얀마 군부로부터 퇴출당했습니다. 지사는 압수되어 우리회사의 모든 재산을 뺏겼으며 모든 자료를 검열 당했습니다. 외국계 직원은 전부 쫓겨났고, 현지에 채용한 내 사람들은 모두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이어 두번째 퇴출국가가 나왔다.
자칫하면 전세계 모든 독재국가에서 쫓겨날 수가 있다.
거의 모든 국가가 미래그룹을 싫어한다.
법 밖의 메신저가 중국을 어떻게 혼란에 빠뜨리는지 봤기에 다들 통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면 없애고 싶어 한다.
심지어 한국도 미래그룹을 싫어하고 통제하고 싶어 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다보면 그들이 각국에 로비를 해 미래메신저를 퇴출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의 비전발표를 준비했다.
“그 결과 어떨까요? 중국은 미래메신저 사용을 막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얀마에선 오히려 미래메신저 사용이 늘었습니다. 미래메신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며 통제할 수 없는 공기입니다. 왜냐하면 미래메신저 생태계는 대기권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놈의 대기권밖ㅋㅋㅋㅋㅋ
-근데 솔까 좀 멋있다
-진짜 못 막냐? 인터넷을 끊으면 되잖아
ㄴ 그럼 나라가 석기시대로 돌아갈텐데?
ㄴㄴ 아항
“저희는 각국 정부를 존중합니다. 저희에게 요구하는 건 최대한 들어드립니다. 다만 타국과의 연결마저 막으라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건 불가능합니다. 기술적으로 안 됩니다. 저희의 활동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며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탈중앙화는 10년 전에 시작되었고, 저희가 아니어도 탈중앙화는 가속화됩니다. 서로 협력하면 더 좋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막무가내로 적대하지 말아 주십시오.”
간곡히 협박드립니다.
감히 핍박하면 니들 나라 망한다.
탈중앙화.
모든 울타리의 해체.
작게는 가족이란 울타리고, 직장, 지역이란 울타리를 넘으면 가장 단단하고 높은 국가라는 울타리가 나온다.
이 모든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게 탈중앙화다.
“알다시피 미래메신저는 관리자가 없어도 작동됩니다. 서버를 모든 사용자가 제공하고 공유하며 모든 정보는 사용자에게서 나와 사용자에게 갑니다. 탈중앙화엔 저희 제작진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만들었지만, 해킹하거나 조작할 수 없습니다. 관리자의 권한은 끔찍한 불법을 삭제하고 각국에 신고해주는 게 한계입니다.
또한 저희가 없어도 미래메신저는 그대로 돌아갑니다. 여타 기업처럼 회사를 문 닫게 하면 서비스가 종료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당장 미사일을 쏴 저와 미래IT 모든 직원이 죽는다 해도 마스터코드가 사라질 뿐 미래메신저는 영원히 존속합니다. 저희가 죽거나 미래그룹이 사라지더라도 미래메신저가 만든 생태계는 대기권밖에 퍼져 영원히 활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생각 없이 퇴출하지 말아주십시오. 인류가 인터넷을 없애지 않는 한 저희는 영원합니다.”
탈중앙화에는 관리자도 포함된다.
관리자의 관리마저도 벗어나야 진정한 탈중앙화다.
-어 좀 멋있다 그래서 뭔소리야?
-건들면 깨문대
ㄴ우리애는 안 문다고욧
ㄴㄴ 아오 개맘충들극혐
-대충 전설이 되겠다 그런 소린듯
-별이 되겠다 재밌었는데 서버살릴수없나
-제시가 발표해도 되잖아 왜 고추가 발표하는데?
“저희는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대기권 밖 새로운 영토에 빠르게 정착할수록 유리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습니다. 저희는 국가와 적대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지시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먼저 말해주십시오. 불가능한 것을 강요하신다면 저희는 손을 놓고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글로벌 기업과의 전쟁은 차라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너무도 뚜렷하기에 전쟁도 최대한 이성적이다.
이제부터 상대할 국가란 것은 미친놈이다.
정치라는 게 그렇다.
정치는 이성이 없다.
온갖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을 벌인다.
그래서 종잡을 수 없다.
중국의 퇴출은 의도했지만, 미얀마가 우릴 퇴출시킨 건 정말 의외였다.
대체 왜 퇴출시켰는지, 무슨 배짱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비전발표를 서두르는 것이다.
미친놈의 미친 짓이 전염되기 전에 백신을 놔야 한다.
간곡한 협박으로 미래메신저가 나아갈 길과 잠재된 힘을 보여주고, 우리를 죽여 봤자 혼란은 그대로니 차라리 협력하자고 손을 뻗었다.
미래메신저가 퍼진 순간 각국의 정보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이제라도 그걸 깨닫고 우리에게 지랄하는 대신 어떻게든 이익을 얻는 쪽으로 가자.
나는 전 세계 모든 정부를 협박하는 발표를 했다.
-제시 어케 꼬심?
-아재서요?
-형나 햄버거 먹게 10억만 굽신굽신 조흥은행 0122-1144
-내가 너에게 협력해주겠다 계약금 1억베리를 내놔라
-그래서 형 재산이 얼만데?
굉장하군. 짜릿해.
이 선전포고에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다니.
“내 재산은... 니들 돈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을걸.”
반짝반짝.
댓글창 옆에 작가글이 떴다.
-대응핮마요
나도 모르게 대답했네.
-마! 내 재산이 을만지 알고! 마! 내가!
-ㅋㅋㅋㅋㅋ패기지린닼ㅋㅋㅋ
-진짜스웩을보았다
-ㅋㅋㅋㅅㅂ반박할수가없네
-일단 우리끼리 합쳐볼까? 과연 점마보다 못한가. 나 91000원
-나 상전 1주 주주임
ㄴ 올~
벌집 쑤신것마냥 발끈하는 키보드여포들.
재밌네. 귀여워.
이 맛에 인터넷 방송하는 건가.
“이상 윤동욱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물러났다.
화면에서 나오니 시원한 공기가 감싼다.
스타일리스트가 달려와 얼굴의 땀을 닦아줬다.
“저 자리 덥네요.”
“그래도 이정도면 최상이예요. 다른 방송은 아예 뜨거워요.”
“네.”
잠시 비었던 화면에 예하가 등장했다.
화면이 화려하고 우아하고 풍성해진다.
-캬 정화된다
-아까 그 오징어는 왜나온거냐
-첨부터 우리 제시가 발표해도 되는거였는데
-담부터 제시가 전담하도록 해
예하 너 여럿에게 민폐끼치며 살아왔구나.
“어려운 얘기 듣느라 고생하셨어요. 지금부터 질의응답 받을게요. 네 음담패설 안 돼요. 발표 안에서만 질문하세요... 라고 해봤자 제멋대로일 테고 알아서 작가님이 골라주시겠죠.”
예하의 진행은 여유롭고 편안했다.
이제 경험 좀 쌓였다 이거지.
온갖 개드립이 난무하는 채팅창을 보던 예하가 말했다.
“울 오빠 너무 멋있지 않아요? 원대한 꿈. 꺄아. 인류의 영역을 넓힌대. 개척자! 콜롬부스! 짱짱. 네? 조용히 하라고요? 네. 질문이 들어올 때까지 뭐할까요? 노래나 할까요? 헤헤헤. 오랜만에 무반주로. 헤헤헤. 뭐할까나.”
예하가 노래하는 걸 듣고 싶은데 수행비서가 다가왔다.
“사장님. 사장단과 오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 가요.”
예하에게 간다고 손을 들자, 방송중인 예하가 살짝 눈인사를 보낸다.
저기 앉으니 조명 때문에 주위사람 아무도 안보이던데 예하는 조명 너머 어둠속의 나를 한눈에 알아본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구나.
빌딩 지하의 회사 식당으로 갔다.
무수골 본관에서 그러한 것처럼 회사 식당도 요일마다 다른 특급 요리사가 와서 요리를 해 준다.
덕분에 본사 직원들의 만족도는 최상.
절반 이상이 하루 세끼를 회사 식당에서 해결한다더라.
쉬는날도 나와서 밥 먹고 가고.
식당 한켠 프라이빗 룸에 들어가자 형들이 있었다.
“수고했어.”
식당 한쪽의 모니터에 회사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예쁜 예하가 보랏빛향기를 부르고 있다.
화면을 보는데 내 앞으로 음식이 나온다.
평양냉면인가.
“다 보냈어요?”
먹으면서 물어봤다.
“어. 답변은 조금 기다려야 할 테고. 구글에 보낸 제안서는 이거야.”
채인수가 종이 한장을 밀었다.
구글과 협상할 내역들.
“상철이랑 유성주 사장이 도울 거야.”
IT 사장 둘이 저쪽에서 식사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김상철은 고개 숙이고 냉면만 먹고 있다.
“네. 이게... 중요하죠?”
“1년을 앞당길 수 있으니까.”
“알았어요.”
다시 제안서를 보면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덜 질겨서 좋네.
여전히 음식 맛을 즐기지 않으니 비싼 음식이나 삼각김밥이나 별 감흥이 없다.
배만 채우면 된다.
“회의실로 가죠.”
가장 늦게 식사한 나를 다들 기다렸기에 즉시 이동했다.
자리 잡고, 아이티 전문가들에게 항목 하나하나 설명을 듣다보니 약속시간이 되었다.
미래메신저에 들어간 후 비밀초대로 구글 사장을 불러놓고 화상연결을 켜 놓았다.
미래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 모든 나라와 부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해킹시도도 빈번하다.
사내 개발팀의 경우 아예 인터넷 선을 끊었고, 검색용 컴퓨터를 따로 둘 정도다.
전화는 100% 감청당한다고 생각중이다.
그렇기에 비밀대화가 필요하면 미래메신저 내에서 화상회의로 진행한다.
아직 블록체인을 뚫는 기술은 없으니까.
“반갑습니다. 구글 사장 선다 마두라이입니다.”
인도 최고의 아웃풋 아저씨가 등장했다.
유성주의 통역을 받으며 인사했다.
“윤동욱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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