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벼락부자가 막 퍼줌5
“지금 어떤 뉴스가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섣불리 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건 강국의 자유니까 놔두고, 미래블록의 핵심가치를 말할게.
지난 10년간 사는 게 좀 어땠어? 더 잘 살게 되었어? 아니면 더 못 살게 되었어? 한 명 한 명의 상황은 다를 테니 일반적으로 보자고. 세 가지 지표만 보면 돼. 임금상승률. 물가. 주가. 전 세계 평균적으로 지난 10년간 주식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이 올랐어. 양적완화의 영향이야. 덩달아 물가도 올랐지만, 부동산 상승률보단 낮아. 그리고 임금도 올랐지만, 물가보단 낮아. 물론 이건 국가마다 달라. 베트남처럼 뛰어오른 국가가 있고, 태국 필리핀처럼 추락한 나라도 있지. 어쨌든 세계 평균이 이렇다고.
무슨 뜻이지 이해 돼? 노동자는 일해서 돈을 벌고 매년 월급이 오르지만, 물가 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에 매년 더 못 살게 되었어. 반면 원래 부자였던 이는 금융자산이 물가보다 높게 올랐으니 더욱 부자가 되었어. 이게 양적완화의 일반적인 현상이야. 가장 대표적인 게 일본이고, 현재 일본이 박살난 이유도 여기에 있어.
그렇다면 미래블록이 기준화폐가 되면 어떻게 될까? 국가마다 다르지만,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은 3%로 고정돼. 왜냐면 매년 미래블록이 3%씩 늘게 되니까. 덩달아 금융 수익도 3%로 고정돼. 똑같은 이유로. 임금상승률은 모르겠어. 국가마다 정책에 달려 있으니까. 그래도 3% 근처에서 비슷하게 오를 거야. 이해되지?
이게 완벽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정하게 돼. 물론 여기에 정치적 속셈이 끼어들고,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악법이 나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전 세계 평균은 이를 따라갈 거야. 이게 미래블록의 핵심 가치야.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건 불가능하지만, 지금보단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들어줘. 이게 블록체인이고, 탈중앙화고, 미래화폐인 거야.”
내가 긴 얘기를 하는 동안 예하가 내내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송출실 문이 열리고 도윤정과 사람들이 들어왔다.
비상사태가 일어났으니 지시를 받으려는 건가.
그들이 예하와 속닥이는 걸 보며 말을 이었다.
“노동가치 상승. 말하고 보니 빨갱이 이론처럼 들리지만 조금 달라. 사람들이 일한 노력의 대가가 적어도 금융수익 상승률과 비슷해져야 한다는 거야. 금융수익이 크게 늘어날 때 노동가치는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면 일할수록 거지가 된다는 뜻이잖아. 노동가치가 금융수익과 함께 가는세상. 이게 미래블록이 만들 가장 중요한 가치야. 그리고 내가 앞으로 수행할 기부의 방향이기도 해.”
두괄식.
기부한다고 말해 시선을 모으고, 할 말 한 후, 마지막에 기부의 방향을 말한다.
화면 밖에서 도윤정이 할 말 많은 지 움찔거리지만, 하던 말을 끝내야 한다.
“우선 식량. 언제나 식량이 가장 중요해. 코로나 이후 세계 식량사정이 악화되어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이건 앞으로 몇 년 더 지속될 거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굶어죽게 된다고. 양적완화의 부작용 중 가장 큰 폐해지. 나 혼자의 힘으로 큰 일은 하지 못해도 굶어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비료를 뿌릴 거야. 향후 10년 간 여기에 8000조 정도 쓸 거야.
문제는 되팔럼들. 비료를 지원하면 그걸 국민에게 팔거나, 무기용 화약으로 바꿀 놈이 분명 등장해. 지금 이 자리에서 경고하건데 그런 일이 생기면 그 나라에 대한 기부는 그 순간 끊겨.”
북한에 비료를 주면 그걸 화약으로 바꾼다.
북한에는 비료를 줄 수 없다.
세계에는 북한과 비슷한 독재국가가 100개 넘게 있다.
그들 모두가 기부품을 갖고 장난칠 가능성이 있다.
기부품은 순수 기부형식으로 배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금을 한 번에 집행해선 안 된다.
정신 나간 독재자가 뒤통수를 치면 이후 준비된 기부사업이 중지되도록 해야 비료가 논밭에 뿌려질 수 있다.
“두번째는 화폐경제 통일에 대한 기부야. 미래블록이 자리 잡으면 각국 화폐는 힘을 잃게 될 거야. 지금처럼 국가가 마음대로 찍어 뿌리는 미친 짓, 양적완화를 할 수 없게 되지만 반면 약소국을 보호하는 자국 환율 낮추기 정책도 불가능해져. 유로화 통합으로 유럽의 약소국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미래블록으로 통일되면 세계 대부분의 약소국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거야. 물론 지금처럼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달러를 쓰던 짐바브웨,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는 더 좋아지지만, 어쨌든 장점 하나를 잃으니 보상을 해 줘야겠지. 7000조를 물류인프라 구축에 쓸게. 항구를 만들고, 고속도로를 만들고, 공항을 만들어 줄게.”
식량과 물류.
현재도 식량이 남는 국가가 있지만, 그걸 사람들이 굶어죽는 국가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식량 자체의 가격보다 식량을 썩지 않게 몇 달씩 보관하면서 옮기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류비용을 줄이는 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다.
내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 모든 건설주가 폭등했다.
해운 항공 조선 등 물류 관련주들도 폭등한다.
내가 베네수엘라에 있건 말건 미국에게 잡혀 죽건 말건 일단 폭등한다.
저러다 내가 죽으면 폭락하겠지.
“이상의 사업은 당연히 각국의 노동자를 고용해서 하겠지. 그 과정에서 똑똑한 사람은 기술을 배워 써먹을 수 있을 테고. 이 자체도 기부라고 생각해. 1경 5천 조 정도면 어느 정도 식량 물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도로망이 개선되면 탈중앙화 시대에 이동수단이 없어서 자국의 산골짜기에 고립되는 건 없어지겠지. 앞으로 세상은 더 자유로워 질 거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거야.”
탈중앙화.
화폐의 탈중앙화는 블록체인으로 이뤄낸다.
오프라인에서의 탈중앙화는 더 걸린다.
7000조에 달하는 물류인프라는 고작 한 걸음 더 내딛게 만들 뿐이다.
국적포기가 자유로워지고, 해외로 이민이 자유로워져서 모든 국가가 독재, 통치가 아닌 서비스업으로 바뀔 때 오프라인 탈중앙화가 이뤄진다.
고작 한 걸음.
하지만 여전히 독재자 아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겐 크나큰 변화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존에 하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할게.”
“강의 들으세요. 강의.”
루비가 소리쳤다.
학생 50명을 앉혀두고 유명 래퍼의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은 날먹 강의.
미래아트스쿨의 많은 부분이 미래대학 동영상으로 대체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쌤요. 공식방송 틀면 안 돼요?”
“수업은 이따가 해요. 어차피 녹화잖아요.”
“어? 우리얘기 나온다.”
우리얘기?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식에 불안해하던 루비의 귀가 쫑긋했다.
결국 공식방송을 틀었고, 메타버스 안에서 윤회장이 하는 발표가 흘러나왔다.
-기존 사업들. 미래아트스쿨이나, 미래애니메이션, 미래대학 등은 반쯤 기부사업이었어. 적자가 얼마가 되던 내 돈을 투입하던 사업이었지. 하지만, 내 모든 걸 기부하기로 했잖아. 이 회사들은 자금의 문제가 생길거야. 그러므로 앞으로 10년 간 운영비를 넣어줄게. 거기서 흑자가 난다면 주주들이 나눠가져도 좋아. 여기 들어갈 자금이... 계산하지는 않았는데 대충 500조 정도 될 거야.
“와아아! 안 쫓겨난다!”
“살았다아아!”
수많은 가수와 배우를 배출한 미래아트스쿨의 어린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폭락하던 한국의 엔터주들이 폭등했다.
드라마스튜디오와 연계해 수많은 영화 드라마를 쏟아내고, 한국을 잠시나마 세계 1위 컨텐츠 강국으로 만든 미래아트스쿨은 최소 10년간 자금문제를 겪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걸 보면서 루비는 화면을 바라봤다.
윤동욱.
해를 못 봤는지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다.
어디 지하에 숨어있겠지.
함께 가서 도와주는 게 나았으려나?
아냐. 곁에 있는 건 예하 혼자서도 충분해.
난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자자, 다시 수업 듣자.”
루비는 기존 동영상 강의로 채널을 돌렸다.
“아... 쌤요.”
“조금만 더 봐요. 울오빠 잘생겼다.”
“제시누나 나올때까지마안.”
“니들 그러다가 점수 커트 당해서 쫓겨나면 슬프지 않겠어? 커트아웃 당하면 꿈을 접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잔혹한 정글.
그 어떤 학교보다 경쟁이 치열한 재능의 세계.
루비가 모진말을 하며 래퍼의 동영상으로 바꿔 틀었다.
“그리고 교육. 주로 자금이 들어가는 곳은 미래대학이 될 거야. 세상의 모든 지식을 볼 수 있게 만들게. 그와 함께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영상기기를 보급하고 교육할게.”
독재자는 백성이 똑똑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구만 씨가 과외를 금지하고, 통금해제, 화투보급, 프로야구 등 볼거리를 제공했듯이 독재자는 백성들이 멍청해지고 단순해지고 정치에 관심이 없길 바란다.
전 세계 모든 포퓰리즘과 독재정치의 일반적인 방향이다.
그래서 미래대학의 보급이 어렵다.
미래대학에선 각종 농업기술, 프로그래밍 지식 등을 배울 수 있지만, 사상과 역사도 들어있다.
독재자가 싫어하는 지식이 미래대학 안에 다 있다.
지금까지는 미래대학을 만들어 각국에 동영상 강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꿈에 한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했다.
정치발전은 언제나 기술발전보다 느리다.
이미 권력을 쥔 정치인은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래그룹에서 24시간녹음기 폰로이어에 이어 두번째로 발명한 기술, 블록체인 투표.
이 또한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선거만 끝나면 부정투표의혹이 일지만, 정작 블록체인투표로 바꾸는 건 여당 야당 모두 반대한다.
이게 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학교가 없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동영상 강의를 보급할게. 1인당 한 개는 불가능해서 백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조그마한 중저가 폰 화면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그거라도 시작해야지. 이걸 허가해줬으면 해.”
지금까지는 독재자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는 제3세계 아이들이 미래에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행하는 순수기부사업이야. 그런데 거절한다면 난 많이 가슴 아플 거 같네. 그 나라에 준비된 기부를 취소할 만큼 슬플 거 같아.”
돈을 퍼준다.
막 퍼준다.
항구, 도로, 철도, 공항을 지어주고, 비료를 퍼준다.
단, 미래대학의 동영상강의를 보급해야 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허가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막는다면 모든 기부행위가 취소되고 미래블록으로 통합되는 미래세계에서 튕겨나가게 된다.
세계 100여개 국가의 독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10년.
3경에 달할 기부사업이 끝날 시간.
그 시간동안이라도 전 세계에 교육을 보급한다.
역사를, 독재자의 통치문제를 교육받은 아이들이 자라나 군인이 되어, 자국 민간인에 대한 발포를 거부해야 독재가 끝난다.
그래도 독재자를 내쫒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어쩔 수 없지.
한국처럼 국민 스스로 들고 일어나야 바꿀 수 있지 외부에서 바꾸려 해봤자 소말리아처럼 무정부상태가 된다.
“그리고 기존에 준비된 위성 통신 데이터 인프라 산업에 1000조를 더 넣을 거야. 모든 나라가 미래블록 생태계 안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조치야. 물론 직접 혜택을 받을 각국 통신사에서 돈장난하면 끊어버릴 거니까 순수한 기부로 나눠주도록 해. 통신비 내리라고. 그리고 다음으로...”
기부 방향을 설명하는 동안 예하와 도팀장 등이 걱정가득한 표정으로 대책을 논하고 있었다.
“계속 말했더니 힘드네. 잠시 쉴게. 예하가 노래할거야. 예하야.”
내 부름에 예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꼭 지금 노래를 해야 해?’ 라고 눈으로 묻길래 다가갔다.
“괜찮아. 노래해. 별거 아니야. 어차피 네 노래의 목적이 힘든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거잖아. 너도 네 노래에 힘을 받을 거야.”
“어... 어. 알았어. 힘낼게.”
잠시 망설이던 예하가 통기타를 둘러메고 카메라 앞으로 나갔다.
“반가워요. 제시예요.”
-ㅗㅜㅑ
-캬... 미모가 더 상승했다
-언니 진짜베네수엘라에요?
-보고싶었어요~
-제시만세
채팅창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끼들아. 내가 얼마를 썼는데 나보다 예하를 더 환영하냐?
“신곡 준비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작사 작곡 다 했지요. 제목은 하루살이의 내일. 노래할게요.”
예하가 스탠드 마이크 두개를 가져와 기타와 입에 각자 맞췄다.
뚜둥뚱둥.
어쿠스틱 기타반주.
존 덴버의 컨츄리 로드 느낌의 편안한 반주가 나온다.
힘을 빼라는 말을 듣고 예하가 갑자기 만든 노래.
장송곡같은 이상한 노래만 만들던 예하가 유레카! 하더니 잠깐사이에 뚝딱 완성한 노래.
그런데 좋다.
너무 좋다.
예술이란 참 모르는 거다.
예하의 목소리가 나오자 세상이 평화에 잠겼다.
- 작가의말
식량가격 상승이 심상치않네요 중국이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대요
버블이 터진다면 식량문제가 트리거가 될 것 같아서 초반부터 슬쩍슬쩍 넣어놨는데... 캬... 나란 남자. 너무머쪄...
소설속에선 중국의 싼샤댐 붕괴 등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