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벼락부자가 막 퍼줌2
베네수엘라 지하 방공호에는 송출실이 마련되어 있다.
네 개의 카메라가 사방에서 찍어 사람을 이미지화 하면 메타버스 세계에 현재 나의 모습을그대로 투사할 수 있다.
이런 장비가 없으면 세컨드 어스 내에선 표정 없는 아바타로 나가게 되니 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사방에 카메라가 자리한 곳에 서서 제대로 송출되는 지 확인한 후 세컨드 어스에 접속했다.
컨트롤러를 통해 창동 아레나에 들어갔고 사람을 불렀다.
“녹화되고 있죠?”
“옛! 미래방송으로 방송 시작했습니다!”
관리자 아바타가 이등병처럼 대답했다.
“시작할게요. 저는 제 전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창동아레나 입구로 뒤늦게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차곡차곡 들어와 겹쳐져 사라지는 사람들.
전광판에는 만명을 넘겼다는 말이 뜨더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일단,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걸 말해야겠네요. 얼마를 기부하느냐? 이게 제일 궁금하겠죠?”
긴 연설을 하기 전에 사람들의 집중부터 끌어모아야 한다.
“일단, 제 이름으로 된 부동산과 자동차 등등을 합치면 20억 정도 된다네요. 중고로 팔아서 기부할 거니까 10억 정도 건질 수 있겠죠.”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다 법인 이름으로 썼으니.
“그리고 코인. 재작년에 7조원을 투자해서 불린 코인 자금은 지금 790조원이 되었습니다. 110배 정도 벌었네요.”
메타버스 송출을 위해 고글을 쓰지 않았다.
그래야 내 표정이 생생하게 송출된다.
대신 정면의 모니터엔 내 아바타의 정면 화면이 나오고, 그 옆엔 미래그룹 공식방송에서 내가 발표하는 모습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엔 미래방송의 댓글창이 올라가고 있다.
-와우 미친.
-ㅅㅂ 돈이 돈을 버네
-네? 얼마라고요? 얼마?
-형 나 1억만
- ㄴㄴㄴ 다 기부한다잖아 새끼야
“네. 전부 기부합니다. 그러려고 지금 알리는 거잖아요. 제가 어디에 언제 얼마 투자해서 어떻게 회수 했냐면요.”
2020년 얌전히 비트코인에 몰빵해서 10배의 수익을 거뒀다.
2021년초에 수백개 알트코인에 분산해서 10배의 수익을 거뒀다.
열배 곱하기 열배는 백배.
참 간단하다.
“코인으로 그만큼 벌었고... 그리고 비상장 유망회사에 투자. 미래벤처투자를 통해 제 재산을 뿌렸는데 대충 70배 올랐다네요. 이것도 제 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였으니 사람들이 몰랐겠죠. 이게 340조원 정도 됩니다.”
이름만 얼핏 기억나는 비상장 기업들.
거기 뿌린 돈이 평균 100배의 수익을 거뒀다.
대신 아직 상장하지 못한 기업들과 알 수 없는 나비효과로 망한 회사들도 있기에 70배 수익이다.
-와우 미친.
-아.... 저게... 말이 돼?
-내부 정보... 라기엔 진짜 타율이
-비상장사 투자 위험한 거 모르냐? 100개 투자하면 그중 하나 성공하는 게 비상장 투자다
-70배...... 저건 진짜 재능이다
저런 댓글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쨌든 오늘 난 잘난척 하러 나왔다.
지금껏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참아야만 했다.
돈 많은 놈이 돈 자랑하는 것만큼 꼴불견인 것도 없으니.
하지만 이제 참지 않아!
전 재산 기부한다고!
마지막 기부하는 길에 자랑 좀 하는 건 괜찮잖아!
내가 투자한 회사. 투자할 당시 분위기와 평가를 보여주고, 거기 투자한 자금을 통해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그렇게 4년에 걸쳐 70배 수익을 거둔 신화를 보여줬다.
배 아파하는 놈, 찬양하는 놈, 구걸하는 놈. 모두 내게 기쁨을 준다.
창동아레나엔 침묵만 감돈다.
발표자 외엔 소리내는 게 금지된 공간이다.
하지만 전광판의 진입자 숫자는 10만을 넘어 25만에 다가서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들어와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이렇다.
그리고 전세계로 송출되는 공식방송은 사천만 명 이상이 집계되었다.
각국의 지사에선 내 말을 급하게 발번역해 자막을 붙이고 있겠지.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모르던 내 자산이야. 이거 전부 기부할 거고.”
말이 길어지니 자연히 반말이 나왔다.
채팅창에서 하도 신이시어 하며 찬양해대니 진짜 신이 된 것 같다.
“미래홀딩스가 가진 미래그룹 지분이 63%. 최근 미국의 공세로 미래그룹 가치가 떨어져서 3경 정도 되더라. 즉, 미래홀딩스의 지분가치는 2경 정도야. 그리고 미래홀딩스 지분 중 내 지분은......”
두구두구두구.
아 신난다.
즐겁다.
재밌다.
이 맛에 돈 뿌리는 거지.
“100%야.”
이거야.
순간 침묵.
채팅창이 얼어버린 게 너무 기분좋다.
스사사사삭.
멈췄던 채팅창이 거꾸로 흐르는 폭포수처럼 우수수 올라간다.
뭐라 쓰여졌는지 읽을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르기.
그러다가... 느려졌다.
어? 저거?
“터... 터진다. 채팅금지......”
내가 보고 있던 미래방송 화면이 멈췄다.
미래메신저가 토렌트식 데이터분산 방식을 채택한 이후 방송이 터진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예하야?”
“응?”
“지금 시청자 수가 몇이야?”
“아. 2억.”
“2억?”
“어......”
2억명이 동시에 채팅을 쳤나보다. 미친듯이 연타했나보다.
지구의 인터넷 망을 니들이 이겼어.
대단하다.
55만 명 들어와 있던 창동아레나의 사람도 25만으로 줄었다.
30만 명이 튕겨나갔네.
“죽은 사람들이 부활하도록 잠시 기다립시다.”
-아멘.
“어디야!”
창동에서 성수동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칼리 페르난도가 소리질렀다.
-지부...
“너 말고 그놈! 트래픽 찾고 있잖아!”
-특정하기엔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최초로 뿌리는 곳이 있을 거 아니야? 어디선가 송출하는 데이터를 받고 있을 텐데!”
-그게... 창동아레나에 들어간 사람들 전부 최초의 시드입니다. 데이터 분산처리라는 게 각자의 시각 데이터를 모아서 뿌리기 때문에!
“그래도 윤동욱이 자기의 이미지를 뿌리는 묵직한 데이터는 있을 거 아니야? 찾아! 입을 막아야 해! 당장 찾으라고! 어떻게든 찾아!”
본사에 남아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래머는 고뇌했다.
50만 개의 시드가 세계로 뿌려진다.
그들 각자의 시드 크기는 다르다.
개 중 가장 무거운 것 중 하나가 최초의 데이터, 윤동욱 본인일 테지만... 50만 개의 익명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건데.
세계 모든 통신사의 데이터가 여기 쏠려 있는데 그걸 검색할 데이터는 어디서 끌어오고.
‘이걸 어떻게 찾냐고!’
불가능한 명령.
하지만 어떻게든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찾지 뭐.’
시간 끌다가 기술적 불가능을 말해주면 되려나.
월급받고 사는 직장세상이 원래 그렇다.
직장좆같네.
“어. 대충 부활하고 올 사람들 온 거 같으니까 다시 할게.”
전광판에 적힌 숫자는 70만.
메타버스를 통해 접속한 인원이 70만 명이다.
부활한 미래방송에 접속한 이는 2억 살짝 넘겼고.
“다들 조용조용히 채팅쳐. 연타 금지. 지구의 트래픽은 약하고 어리니까 살살 해야 해.”
주의를 주고 준비된 연설을 다시 살폈다.
“내 전재산이 에... 그러니까 100조 단위는 우수리 떼고 2경 2000조 정도 되네. 물론 몽땅 기부할 거니까 걱정하지는 말고. 이걸 어떻게 정리할 지 말해줄게. 알다시피 이 돈을 한 번에 모두 회수할 수 없어. 한 번에 시장에 던지면 개폭락할 테니까 현재의 주주분들이 큰 피해를 볼 거야.
그래서 1년에 걸쳐 조금씩 정리할 건데 정리 방법은 우선 각국 정부와의 협상이야. 알다시피 미래그룹, 특히 미래바이오나 미래아이티는 영향력이 너무 커. 그래서 하나의 국가에 몰아주면 새로운 패권국가가 발생하게 돼.
사실 내가 보유하는 게 가장 좋지만, 세계가 날 못 믿어서 이런 혼란이 발생한 거잖아. 그러니 전 세계 각국 정부에 지분을 분배해 하나의 국가가 미래그룹을 지배하지 못하게 만들거야. 각국의 인구와 경제력에 따라 비율을 정해 당일의 가격에 블록딜을 할 거야. 이러면 시장의 충격은 덜하겠지.
이렇게 내 지분의 절반을 뿌리고 나머지는 시장 가격에 매일 조금씩 내놓을 거야. 누군가 매집하는 사람이 있겠지. 주식회사니까 지분이 의결권을 정하고 배당을 받게 되니까. 내 생각에 이렇게 하면 미래그룹의 주가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살짝 오를 것 같아. 지분이 전 세계에 분산되니 누구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회사를 망치지 못할 테고.”
내가 기부한다고 말한 순간 모든 미래그룹 주가가 폭락했다.
어찌됐던 투자의 신이었던 내가 손을 뗀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말하자 주가가 다시 폭등했다.
“그리고 1년 후 모든 지분을 정리했을 때 미래그룹의 주식 보유수, 지분을 살피고, 미래그룹 사업을 허용한 정도에 따라 내가 기부한 자금의 집행 비율을 정할 게. 나도 사람이니까 막무가내로 막는 국가보단 미래그룹의 사업을 허용한 국가에 좀 더 주고 싶거든. 이런 식으로 2경 2000조를 정리해서 각국에 막 퍼줄게. 어때? 만족하지?”
-정리의 신 ㅋㅋㅋ
-주가 폭등한다아아아
-아 ㅅㅂ 바닥에서 팔았네 나락 가는줄 알고 ㅅㅂㅅㅂ
-ㄴㄴ 네 믿음이 부족한 걸 왜 한탄하느냐
-저거 한국에 1%라도 오려나?
-경제순위로 따지면 8번째로 많이 오겠지
“자, 이정도면 내가 기부하는 방식을 이해하겠지? 그럼 다음 말을 해보자. 내가 왜 기부하느냐? 어...... 사실 미국의 주장이 맞기 때문이야. 탈중앙화. 미래블록은 중앙은행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생겨난 블록체인 코인이야. 그런데 내가 주인이고, 난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지. 이러면 탈중앙화가 아니지. 미국의 주장이 맞아. 그래서 이제 주인 없는 코인이 되어야 해. 탈중앙화의 완성. 사실 미래블록을 만들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야.”
세계 2위 부자인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밀었다.
제작자가 손 뗀 코인.
장난으로 만든 코인.
그딴 코인을 블록체인의 정답이라고 밀어붙였다.
왜 도지코인일까?
진짜 미친놈이라서 그런건가?
아니다.
도지코인에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손을 떼고 해킹할 수 없는 도지코인은 앞으로 영원히 누구도 함부로 발행할 수 없다.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처럼 주인이 마음대로 발행할 수 없는 코인.
이게 탈중앙화 코인의 핵심조건이다.
미래블록도 주인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나 또한 미래블록의 주인임을 포기해야 한다.
“자, 미래블록을 버리는 건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어. 그런데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어. 왜냐? 살려달라고. 미국형들. 나 살려줘. 이제 거지야. 그러니까 좀 살려줘. 군대 물리고 한국에 선전포고도 하지 마. 어서 후퇴해. 돌아가. 부탁이야.”
미국에 말하지만, 사실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다.
살려줘.
지구의 트래픽마저 깨부순 힘으로 미국의 발호를 막아줘.
부탁이야.
“도와줘 형들. 난 죽기 싫어. 어... 좀 더 깊게 들어가 볼까? 애초에 버릴 생각이었던 미래블록을 만들고, 미래블록을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했던 의도 말이야. 내가 왜 이랬는지 이제는 알 수 있겠지? 난...... 어...... 돈은 충분히 벌었고, 어차피 평생 쓰려고 해도 다 못 쓸 만큼 벌었어. 그래서 좋은 일 좀 해보고 싶었어. 지금 세계 경제에 불어닥치고 있는 징조들. 이걸 최대한 피해 없이 막고 싶었던 거야. 이번에 다가오는 버블 붕괴. 그걸 막으려고. 어. 이해할 수 있으면 고맙겠는데. 어. 미래블록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 예측 가능해? 내 얘길 좀 들어볼래?”
이제 기준화페를 욕할 시간입니다.
- 작가의말
왜 도지코인인가... 제가 머스크가 아니므로 저건 상상한 겁니다 다들 알잖아요 100% 허구인거
병풍폰은... 그냥 상상한건데 벌써 등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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