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시총 1위
“오빠아. 운동하러 가자아아아.”
“해야지. 하긴 할 건데. 지금 너무 바쁘다. 봐봐.”
열일곱개의 모니터에 세계 곳곳의 차트가 띄워져 있다.
요즘 핫한 브라질 채권창을 비롯해 대부분 허세로 열어놨다.
하지만 예하는 모르지.
“후엥. 오빠 너무 일만하면 건강을...... 알았어. 내일은 꼭 같이 해.”
“그래. 약속.”
지키지 못할 약속.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하려고 하면 너무 귀찮아.
예하의 끈덕진 권유를 물리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사람에겐 이런 평화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2018년 9월.
코인시장은 완전히 죽었다.
거래량은 1/20로 줄었고 코인게시판에서 하루 종일 헛소리를 떠들던 수많은 네임드들이 떠나갔다.
비트코인은 700만원 근처에서 큰 움직임 없이 옆으로 질질 흐르고 있다.
-비캐561층 : 삼각수렴 후 바닥다지기 중입니다. 이번에 쏘면 더욱 크게 쏩니다. 늦기 전에 올라타세요
ㄴ 이 아저씨 아직 이러고 있네
그러게.
진짜 끈질긴 아저씨다.
몇몇 차트충이 나와서 진지하게 바닥다지기 설을 뿌리고 있다.
더 이상 내려가지 않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이론이 몇 남지 않은 시장에 팽배하게 퍼지고 있다.
과거의 난 이때 전 재산을 올인 했고 11월에 멸망했다.
-내수익률 5000배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아직 안 내린 흑우 없제 ?
미래를 아는 현자께서 스포해준다.
한 번 더 떨어진다.
튀어라.
언제나 그렇듯 부정론을 올리면 욕설이 달린다.
후훗.
멍청한 놈들.
미래블록을 출시하면서 약간 걱정을 했다.
코인 전체가 신뢰성을 회복해 내가 알던 차트가 깨질 걱정.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보다.
양적완화 버블까진 예정대로 가겠지.
코인시장을 한번 둘러보고 주식차트를 봤다.
봄여름을 걸쳐 전 세계가 함께 상승했다.
뚜루루루.
-어. 동욱아.
“순진형. 포지션 변경해요. 하락으로.”
지금부터 내년 1분기까지 모든 주가가 떨어진다.
하루하루 등락은 모르지만, 분기별 등락은 대략 알고 있다.
-전부?
“네. 두 배 세 배 최대한 레버리지 올려요.”
-자금이... 우리 자금을 감당할 수 없을걸.
벌써 그렇게 되었나.
“얼만데요?”
-33조.
“헐. 언제 그렇게 쌓였대요.”
-벌어들인 게 9조, 추가로 들어온 게 절반. 해외에서도 5조 정도 들어왔고.
외국에서도 들어오기 시작했구나.
블랙록이 5000조 굴리니까 150배 늘리면 비슷해지겠네.
“한국만 하지 마시고 외국으로 분산해요. 하락포지션이니까 한국에서만 먹으면 욕먹겠네. 차라리 한국 비중을 줄이고 외국 위주로 해주세요. 미국이면 레버리지 열 배도 감당할 수 있겠죠.”
-그래. 레버리지 위험성은... 말할 필요 없겠지.
“그리고 돈 남으면 페북 공매도 쳐요.”
-페북? 지금 분위기 너무 좋은데.
“좋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우리 메신저 출시되면 크게 흔들릴 거예요. 관련 아이티 위주로 공매도 쳐요.”
-그래. 알겠다.
페이스북.
주식과 별 연관 없는 삶을 20년 살았지만, 페북의 주식차트는 곳곳에서 많이 봤다.
너무 많이 등장해서 외울 정도.
페북 차트가 유명한 이유는 10년 후부터 10년간 시총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
지금은 시총 6위의 SNS 기업이지만 앞으론 인터넷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된다.
사실 내가 만드는 미래 IT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코코아톡으로 한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코코아 그룹은 메신저를 통해 거의 모든 사업으로 뻗어나가며 엄청난 위력을 뽐내고 있다.
한국의 라인톡은 일본의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 만화의 본고장에서 웹툰을 장악하는 등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자기들만의 웨이보로 10억 메신저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한중일 3국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나라에서 SNS 1위를 차지한 게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잘나가는 SNS가 거의 다 페이스북 거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구인중 인터넷 사용가능 인구의 80%가 페이스북 앱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10대를 중심으로 한 다음세대에겐 페이스북메신저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10년 후엔 한국 메신저 1위를 차지한다.
코코아톡이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영역확장을 생각하면 페북은 전 세계에 그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페북블록체인 리브라는 만약 출시된다면 순식간에 전 세계 결제 시스템과 환율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국가와 기업에게 견제 받아 끝내 출시하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우리는 처음부터 미래블록을 낸 후 메신저를 출시하는 것이며 중앙서버 없이 자체 생태계가 생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페북블록체인처럼 외압을 받더라도 관리자 없이 생태계가 굴러가게 만든 것이다.
리브라 출시가 금지당하고, 트럼프와 싸우고, 내후년부터는 애플과 사생결단을 치르지만 끝끝내 이겨내고 시총 1위가 되는 페이스북.
하지만 이번엔 다르겠지.
우린 너흴 벤치마킹 하고 있지만, 너희가 당할 견제를 미리 피하고 있다.
시총 1위는 미래메신저꺼다.
“후후후후. 존나 시발 짱. 개쩔어 시발. 크하흐흐흐”
-동욱아. 동욱아.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시발. 전화 안 끊었나.
아놔 갑자기 엔돌핀이 확 돌아서.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끊어요.”
-야. 야.
딸깍.
“아 씨발 쪽팔려. 제길.”
누가 몰래 엔돌핀 주사를 놨나.
띠리리리.
또 권순진이다.
“왜요?”
-김하나 팀장이 보고할 게 있다는데, 베네수엘라......
아. 지금인가.
베네수엘라 몰락하고... 옆 나라에서 석유 터지고.
“살 수 있는 기업 다 사요. 닥치는 대로 사고요, 현금 대신 식량으로 지불해서 최대한 사요. 추가로 가이아나도 최대한 투자해 주세요. 석유와 인프라 위주로.”
석유가 터져 세계적 부국이 되는 가이아나.
떡상하기 전에 사자.
베네수엘라는 올해만 물가가 만 배 올랐다.
식량 수입이 전혀 안되면서 전 국민의 평균체중이 20kg 줄어들 정도로 기아에 허덕이며 실제로 사람이 굶어죽고 있다.
그 와중에 정치권은 미국과 싸움을 벌이고 있고.
실시간으로 미국과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침을 바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생필품과 식량 90%가 중국산인걸 보면 말 다했지.
나중가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중국이 삼킨다.
그걸 우리가 스틸한다.
석유만 뽑아내도 손해 볼 일 없는 나라니까.
“음.”
이 정도 스케일이면 운동할 시간 없는 거 맞지.
나 진짜 바쁘다고.
23세 나선혜는 스케줄비서로 채용되었다.
채용 된 후 모시게 될 이에 대해 교육받았다.
본사 대표급 인물.
한국 지사장 채인수보다 훨씬 높은 인물.
최대한 조심해서 일해야 한다.
정보통제도 심하다.
그래서 근무조건이 좋다.
주4일 8시간 근무에 월급은 기본 500.
이 얼마나 감동적인 근무요건인가.
나선혜 외에 스케줄 비서가 한명 더 있고, 수행비서가 둘 뽑혔다.
네 명이서 두 명씩 출근하며 스케줄과 수행을 담당한다.
교육받으며 보니 모두 23~24세 여자고 예쁘다.
그때 살짝 고민했다.
수행비서는 보통 남잔데.
혹시 다른 접대를 해야 하나.
그래서 이렇게 조건이 좋은가.
다른 이들도 이걸 걱정하며 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다더라.
그리고 일이 시작되었다.
아침 9시 수행비서와 스케줄비서가 방문해 잠이 덜 깬 윤동욱에게 보고서뭉치를 전달하고 하루 스케줄을 보고한다.
그러면.
“귀찮아요. 집에서 전화로 처리할게요.”
얼굴도 안 본다.
보통 이런다.
이러면 그날 하루 종일 전화나 받고 대기하면서 노는 거다.
BJ제시, 이예하의 남친이라더니 우리 따위 여자로 보이지도 않나보다.
알고 보니 이예하 주변에 남자가 얼쩡대는 게 싫어서 여자위주로 뽑았다더라.
쳇, 남자의 질투.
오늘은 주 4일 근무가 겹쳐 네 명 모두 출근했다.
무수골 사옥의 비서실에 모인 네 명.
비서실이 더 발전하기 위한 회의를 하는 날인데... 할 게 없다.
“심심해.”
“흐아암. 나 오전에 자도 될까? 어제 클럽에서 달려서.”
“하아. 너무 심심해.”
윤동욱이 밖에 나가면 수행비서가 따라가는데, 무수골 집안에만 있으면 전혀 할 일이 없다.
스케줄 비서는 윤동욱의 예전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걸려오는 전화를 처리한다.
온갖 잡스러운 전화를 적절히 응대하고 그중 중요한 전화를 메모하는 게 일.
대부분 쓸데없는 대출권유전화다.
“화투 가져와봐.”
화투나 치자.
띠리리리.
“조용! 빕이다!”
띠리
두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네. 네. 네.”
전화를 끊었다.
수행비서와 스케줄 비서들이 모여들어 눈을 빛냈다.
“뭐래? 뭐라셔?”
“라면 하나 끓여 달래.”
“하아. 일하고 싶다.”
대 실망.
오늘 본관에 출근한 건 특급 스페인요리사와 그 도제들.
사장들 가족과 본관의 경호팀과, 관리팀 등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5성 호텔 급 음식을 먹고 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쉬는 날도 본관에 들러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직원 복지는 최곤데.
“라면 하나 끓여 달래요. 순정으로.”
일주일에 하루만 나오며 매달 1억을 받는 특급 쉐프가 좌절했다.
“날 시발 뭘로 보고!”
하며 요리사 모자를 바닥에 던졌지만 사표까지 던지기엔 너무도 큰 월급이다.
특급 요리사의 라면이 완벽한 꼬들꼬들함을 유지하며 배달되었다.
띠리리리.
보스의 전화기가 울렸다.
나선혜는 관성처럼 전화를 받았다.
“여...”
-동욱아. 너 시발 연락 끊었냐? 얼굴 좀 보자. 오늘 동기들 다 모이기로 했다!
“여보세요. 저기...”
-억. 동욱이 폰 아니에요? 잘못 걸었나?
“맞는데요. 누구세요?”
-대학 친구 오상욱인데요. 그쪽은요?
“저는...... 여자친구 힉. 아... 말 전할게요. 바빠서.”
달칵.
어떡하지?
나선혜가 당황해서 전화를 끊었다.
“왜? 뭔데?”
미국 출장을 따라갔던 수행비서 공은진이 물었다.
“은진아... 나 사고 친 거 같아.”
좆 된 거 같습니다.
나선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해성사를 했다.
전화번호리스트는 여러 묶음으로 나뉘어 있다.
VIP의 정체를 아는 이는 생일과 각종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세트에 돈의 제한이 없다.
VIP의 정체를 모르는 이는 VIP가 평범한 24세 청년인 걸로 위장해줘야 한다.
VIP가 그러길 바란다.
그래서 기자나 언론에서 전화가 오면 잘못 걸었다는 식으로 자르고, 예전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받지 않았다가 VIP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VIP가 나중에 전화하거나 톡으로 대화한다.
그런데 실수로 전화를 받았다.
거기다 실수로 여친이라고 소개해버렸다.
평범하게 위장하라는 지시가 머릿속을 꽉 채워서 엉겁결에 대답해버린 것이다.
한참 상황을 설명하고 수습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선혜는 팔려가는 소 마냥 윤동욱의 집으로 갔다.
의리 있는 비서실 인원이 함께 해줬다.
매의 눈을 한 경호원 둘이 적당히 떨어져서 따라왔다.
띵동.
“예. 무슨 일이죠?”
자다 일어났는지 VIP가 눈을 반쯤 닫은 채 문을 열었다.
“저...... 사고 쳤습니다. 제가 여친이라 말해버렸어요. 제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습니다.”
나선혜가 비장한 각오로 죄를 고했다.
- 작가의말
페북에 뒷돈 받은 거 없고요... 주식산거 아니고요... 그냥 상상입니다
누구든 앞돈 만원 주시면 미래의 시총1위기업명을 바꿔 유언비어를 퍼트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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