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그래도 한국
중국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 방송에서 중국공산당을 싫어한다고 대놓고 말했던지라 꽤나 의외였다.
중국은 나를 ‘초청’했고, 중국 주요도시에 미래그룹지사를 공산당이 제공하며 각종 편의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안 가요.”
미쳤다고 중국 갔다가 잡혀서 죽으라고.
“어. 당연히 가면 절대 안 되지. 그냥 이런 제의가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왜 저러는 건데요?”
“싼샤댐이 무너진 날 중국이 정보를 통제했잖아. 징저우 같은 경우 공산당과 군인만 탈출했고, 일반인들 전부 갇혔고. 그날의 증거가 미래 커뮤니티로 아주 잘 정리되어 퍼지고 있어. 사람들은 지금 폭동 직전이고.”
댐 붕괴 후 나흘간 수위가 올랐고, 이 후 열흘간 서서히 빠졌다.
침수구간의 90%가 복구되었다.
2주.
홍수로 고립 되었된 사람이 1억 명이고, 탈출한 이재민이 3억 명이다.
청소하고 재건하기 이전에 나라에서 식사를 챙겨줘야 하는 인원이 4억 명이다.
당장 먹을 게 전혀 없는 사람들이니 나라가 챙겨주지 않으면 전부 굶어죽는다.
전염병도 돌고, 야간에 추워서 얼어 죽는 이도 나온다.
이 와중에 구호물품 빼돌려 팔아먹는 공산당원이 속출하고, 의약품을 사제기한 회사가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사망자는 공산당 발표로 700만 명이고 해외언론 추산은 평균 8000만 명이다.
아무도 공산당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미래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의 자체통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싼샤댐 정보만 통제하게 해 달래. 대신 그간의 피해보상을 몰래 해 주겠대. 아주 저자세야.”
중국 공산당은 체제붕괴 직전이다.
어떻게든 살기위해 미래그룹에 돈을 바치고 정보통제를 하려고 한다.
“꺼지라고 해요.”
“어... 그리고 별개의 청이 있는데 우리가 거절하더라도 중공은 미래그룹을 환영할 것이고 모든 은행에서 미래블록을 받아들이고 미래핀 사용을 허가할 것이고 위안화-미래블록 스왑을 권장하겠대.”
“권장이요?”
“어.”
“무슨 의미일까요?”
“첫째로 중국 화폐가 좆 됐다는 거고.”
위안화 가치가 폭락했다.
피해가 워낙 많으니 폭락은 당연하다.
재건을 위해 공산당이 돈을 찍어 뿌릴 테니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둘째로 달러 유출을 막겠다는 거지.”
홍콩민주화시위를 계기로 중국지사가 철수했고 위안화-미래블록 교환이 끊겼다.
하지만 지사를 해산하지는 않았다.
일부러 대만으로 이전한 중국지사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중국 내 사용자 10억 명을 위한 번역서비스와 각종 상품 사용을 도왔고, 공안의 눈을 피하는 법을 꾸준히 알렸다.
중국 내 일평균 사용자 7억 명.
그들은 데이터 공유를 통해 미래블록을 벌고, 그걸 쓴다.
그런데 은행에서 현금화 하지는 못 한다.
현금화 하지 못하는 미래블록을 이용하는 이유?
굳이 현금화 하지 않아도 충분히 쓸 수 있다.
물건을 팔아 미래블록을 벌고 필요한 물품을 미래쇼핑에서 결제해서 들여오면 된다.
각종 무역상품의 경우 미래블록을 이용하면 국제환거래, 비자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2%가량 저렴하다.
수십, 수백억 단위의 거래에서 2%는 기업의 명운을 바꿀 만큼 큰 금액이다.
오히려 미래블록을 얻기 위해 달러를 미래블록으로 바꾸는 경우가 더욱 많다.
개개인의 경우 해외 소액결제로 미래블록을 사서 미래게임즈, 미래뮤직 등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중국의 달러가 미래블록으로 꾸준히 유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달러가 유출되는데 위안화 폭락으로 더욱 가속화된다. 이걸 막겠다는 거네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자칫하면 위안화 자체가 마비될 수도 있어. 미국과의 갈등에 미래블록까지 막혀있으니 위안화 스테그플레이션이 터질 수도 있어.”
“냅두면 공산당 망할까요?”
“글쎄. 지금은 반반.”
“음......”
중국 공산당은 이긴 것 같다.
그렇지만.
중국 공산당이 망하지 않길 바란다.
“공산당 망하면 중국 더 무서워질 것 같은데.”
세계 인구의 1/4이 중국인이다.
막말로 중국 내수시장 1위를 차지한 기업은 그 순간 글로벌 1위 기업이 된다.
모든 산업섹터에서 이렇다.
돈 잘 버는 기업을 중국공산당이 해체해 나눠먹기를 반복해서 중국이 이정도지, 중국이 정말 제대로 된 나라였다면 이미 미국도 뛰어넘을 수 있다.
중국인은 싫지 않지만 중국은 싫다.
중국인이 중국 공산당에게 괴롭힘 당하는 건 그들 잘못이다.
이게 내 입장.
“그래서? 공산당을 돕자고?”
“아뇨. 우린 일개 기업이잖아요. 미국정책을 따르자고요. 우리가 감히 정치에 끼어들지 말고요. 위안화-미래블록 스왑은 트럼프한테 물어봐요.”
“절대 안 된다고 하겠지.”
“네. 그 대답을 받아와요. 미국이 거절해서 어쩔 수 없다. 중국 내에서도 달러로만 거래하지만, 정식 서비스는 개시하겠다. 이거면 되겠네요.”
중국에 재진입한다.
가장 좋은 형태로.
구형재가 여기까지 봤을까.
어쨌든 궁지에 몰린 중국은 감히 미래그룹을 적대할 수 없다.
가뜩이나 힘든 데 적을 추가하는 파라과이식 막장테크*를 타진 않겠지.
“중국지사는?”
“들어가면 인질 되겠죠. 지금처럼 대만에 둬요. 형식적으로 공산당이 열어주면 알바 한 두 명 뽑아서 청소만 시키고.”
“크크크. 완전 악당이네.”
“먼저 때린 건 그 놈들이죠. 날 죽이려고 하기도 했고.”
죄책감을 가라앉히는 데 든 시간은 보름.
내 잘못 아니라고 자기세뇌 하는 데 걸린 시간도 보름.
내가 지시한 적 전혀 없다.
비밀로 간직하되 매몰되지 않는다.
채인수가 옆에 앉아있는 예하에게 중국 제안의 의의와 이걸 방송으로 어떻게 발표해야 하는 지 설명했다.
예하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진짜 좋다.
“어... 그리고 일본... 이건 좀 힘들겠다.”
“일본은 왜요?”
“한국에서 일본 전체를 욕한 사람 고소할 거잖아. 이게 만여명이야.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 전체를 욕한 사람도 고소를 해야지. 이래야 형평성이 맞잖아.”
“네. 그렇죠.”
“일본에서 한국 전체를 욕한 인원이 최소 천만명...... 이걸 어떻게 다 고소하냐? 고소해봤자 일본 법원에선 전원무죄 판결할 거고, 우린 천문학적인 돈만 쓰는 거지. 오히려 비웃음만 살 거야.”
“너무 많긴 하네.”
옆에 있던 예하는 많이 놀랐는지 토끼눈을 떴다.
“일본 왜 그래? 왜 그렇게 한국을 싫어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질문하니 엄청 귀엽다.
예하를 안아 무릎에 앉혔다.
“형 내가 설명해도 되요?”
“어. 둘이 연애하세요. 난 일하러 갈 테니 메신저로 말하자고.”
눈치 좋게 빠져주네.
채인수 이사람 참 괜찮은 양반이야.
자택 2층에 둘만 남았다.
“일본이 한국을 왜 싫어하냐면... 음. 한국의 LCD 산업이 엄청난 적자를 보다가 세계 1위를 달성했어. 무제한 치킨 게임으로 일본, 대만 업체들을 굶겨죽이고 드디어 전세계 시장을 먹었어. 그런데 갑자기 중국이 끼어들었지. 국가에서 무제한 투자를 해주고, 물건값을 국가가 보조해줘서 싸게 팔았어. 한국업체 입장에선 상대가 안 되는 거야. 완전 반칙이잖아. 결국 세계를 석권한 LCD를 접고 시장을 완전 뺏겼지. 이러면 중국이 싫지 않아? 이래도 중국이 좋아?”
“그래도 그건 반칙이잖아.”
“그치. 그럼 다른 예를 들어... 중국, 베트남은 너무 가깝고. 예하야 세이셀 기억나?”
“어. 완전 예쁜 거북이섬.”
“어. 그 나라. 자. 한국과 세이셀의 관계를 보자. 두 나라 사이에 감정이 있을까?”
“없겠지.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겠지.”
“그래. 그런 두 나라가 있어. 그런데 어느날 세이셀이 기적처럼 성장했어. 반도체가 성장해서 세계 반도체를 휩쓸고 그 여파로 한국의 반도체 회사는 적자로 문을 닫았어. 세이셀의 백색가전,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업이 성장해서 세계 1위가 되고 한국의 관련회사들은 다 망해서 문을 닫고 나라전체가 실업자로 넘쳐나게 되었어. 이렇게 되면 한국인은 세이셀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어... 으. 세이셀이 비겁한 수를 쓰지 않았다면 세이셀을 미워하면 안 돼.”
“그래. 착하네.”
“우이씨. 애기 취급하지마.”
귀여워.
“일본이 그랬어. 한국의 산업이 성장하면서 세계 1위가 된 품목들을 보면 전부 일본이 1위였던 제품들이야. 버블붕괴로 일본이 정지한 순간 한국이 치고 들어가서 장악했지. 전세계 디스플레이를 독점하던 일본이 이제는 디스플레이 제로가 되었어. 예하 너처럼 공정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극히 일부 있겠지만, 대다수는 한국 때문에 못 살게 되었다, 라고 생각해. 이러니 일본이 한국 싫어하는 건 당연한 거지.”
“에... 그래도... 우린 잘못이 없는데.”
“그래. 일본이 나쁜 거지. 지들이 멍청해서 망했는데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건 어이없지.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래. 그래도 예전엔 강하게 표출하지는 않았어. 자기들이 못나서 뺏긴 거니까. 그런데 아베는 정치생명을 혐오에 몰빵했어. 정치인을 미워하지 말고, 외국을 미워하세요. 일본 내의 문제를 보지 말고 외국을 증오하세요. 극우정치고, 증오정치야.
이게 히틀러식 증오정치인데 사실 굉장히 잘 먹혀. 아베는 러시아와 영토문제로 다투고, 한국과 독도문제로 다투고, 중국과 영토문제로 다퉈. 외국과 매일 싸우니 일본인 입장에선 아베가 뭔가 하는 것 같고 그전까지 ‘스미마셍스미마셍’ 총리만 보다가 저런 큰소리 치는 총리가 멋져 보이지. 그래서 아베의 지지율도 총리 역대 최대야. 인기 있는 이유야 몇 가지 더 있지만.”
“힝. 자기 지지율을 위해 한국을 욕한다고?”
“어. 총리가 그러니 밑에 정치인들도 매일 한국을 욕하고, 돈 벌고 싶은 사람들도 한국을 욕해서 돈을 벌고, 그런 헛소리를 백 번 천 번 들은 사람들은 덩달아 세뇌되어 한국을 욕하고 있어.”
“못 됐다. 그럼 쫓아내야 하는 거 아냐? 오빠 돈으로 쫓아내자.”
얘 봐라. 내가 왜 그래.
“아베의 정치기법은 개인 지지율을 위해 국가를 망가뜨리는 정치야. 그놈이 하는 모든 정책은 일본의 미래를 무너뜨려 현재 자기 지지율과 바꾸고 있어. 아베는 영원해야 해. 아베 덕에 일본이 더 빠르게 무너질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아프다는 소리가 있던데.”
보약 한 첩 해 드려야겠군.
천년만년 장수하셔서 일본을 말아먹으소서.
“잔인해. 선량한 일본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아. 하지만 자국 정치인을 그렇게 냅둔 건 그들 잘못이지. 내 잘못 아님.”
“그래서... 일본 고소는?”
“후우... 그게 문제네. 뭐... 형식적 고소만 해야지. 뭐.”
타다다닥.
채인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채인수가 곧장 답장했다.
-어. 그보다 너 면담요청 받았다.
내가 받는 면담요청이 하루 평균 300건이다.
지금도 저택 정문밖엔 50명 이상의 기자와 사회단체거지들이 장사진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전부 거절한다.
채인수가 따로 알린다는 것은 중요한 면담이라는 뜻.
-누군데요?
-국정원 4과 부장과 과장. 비밀방문이야. 정문에 있어.
......
-그 씹쌔끼요?
-어 그 씹새끼.
여기 와서 납치는 못 할 테고.
하지만 미친짓을 할 확률도 있고.
-일단 만나보죠. 코로나 검사 확실하게 시켜서 만나요. 경호팀 준비하고.
-네 시간 정도 걸리겠네. 콧구멍 깊숙이 찔러줄게.
-네. 깊숙이
국정원.
국가의 뜻을 가져온 건가.
아니면 뒷돈을 원하는 일탈인가.
어쩌면 밀담 결과에 따라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겠다.
- 작가의말
*파라과이 전쟁 :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사회를 갖춘 남미 1위 부자 파라과이는 우루과이에 시비를 걸다가 브라질에 선전포고! 하고 동시에 아르헨티나에 선전포고! 하는 미친짓을 벌여(인구1:20) 싸우다가 항복할 타이밍에 전멸할지언정 항복은 없다! 고 끝까지 싸워 남녀비율 1:9의 전설속 아마조네스 국가가 되었답니다.
막장테크의 최고봉
대역물은 실제역사를 못이기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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