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위그선
12월 첫 주 지부티를 떠났다.
11월 내내 아프리카 국가수반을 만나 만찬하고 억지로 웃고 악수하느라 힘들었다.
“쉬자.”
“어어어어어~ 힘들엉~”
괜히 한다고 했어.
물론 내가 나섬으로서 상대도 국가 통령이 나와 급이 높아지긴 했지만, 다신 하지 말아야지.
전세기를 타고 필리핀 마닐라 공항으로 갔다.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협정서에 사인하고 세부로 갔다.
“오빠? 이거 뭐야?”
부두에 배 대신 비행기가 떠 있었다.
바퀴 대신 거대한 튜브를 달고 있는 수상비행기.
“위그선. 배야.”
“배라고? 수상비행기 같은데?”
“일단 타셈. 이거 타고 갈 거야.”
“옙!”
위그선을 타고 타우바트 섬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진짜 휴가다.
신안군도의 미래수산 첫 양식장.
시설비 2억짜리 양식장 30개를 이어 붙여서 하늘에서 보면 8차선 고속도로처럼 보인다.
양식장 하나당 7*7m 크기의 양식 그물이 20개씩 있는데 그런 양식장 30개가 일렬로 붙어 있다.
구역별로 물고기창과 문어창과 전복창이 일렬로 늘어서있고, 그 사이에 김양식과 미역양식, 사료용 해초양식줄이 있다.
물고기만 기르면 산소부족이나 사료과다 투입으로 적조현상이 일어나 집단폐사할 수도 있다.
설계 단계부터 해양전문가 40여명과 경력이 긴 어민들이 고문으로 참가했다.
앞으로도 전문가들이 계속 붙어 있으면서 산소수치나 수중 플랑크톤 등 환경영향을 꾸준히 체크한다.
어쩌다보니 책임자가 된 무수골저택 연못관리인 류안구가 선언했다.
“미래수산의 1호 양식단지가 조성되었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양식단지 곁에 바지선을 가져다놓고 행사를 했다.
미래홍보 방송 및 수많은 취재진과 정부관계자가 모여 있다.
“이제 첫 번째 피딩이 있겠습니다.”
짝짝짝.
카메라가 일제히 항구 쪽을 향했다.
저 멀리 항구에서 비행기 한대가 수면을 달리더니 떠올랐다.
“우오오오.”
수면을 스치듯 떠오른 비행기가 양식장 상공을 지나기 직전 해치를 열었다.
촤라라라라락.
시속 200km로 날아오는 비행기가 물살을 튀기는 소리.
투도도도도독.
비행기에서 사료가 뿌려지는 소리.
일렬로 이어진 우럭 그물 위를 날며 사료를 쏟아냈다.
“와아아아. 콜록. 크륵.”
“대단해 으아 짜. 뭐야.”
가루가 된 사료 일부가 사방으로 날려 축하인파를 덥쳤다.
새우와 중국산잡고기와 조개껍질과 해초를 갈아 섞은 사료가 송화가루처럼 나풀나풀 날렸다.
마이크를 잡은 류안구가 얼굴에 붙은 사료가루를 털어내며 설명했다.
“아아. 이런 부작용이 있군요. 그래도 이건 양식업계의 혁명입니다. 양식장 운영에서 노동력의 90%는 물고기 사료 주는데 소비됩니다. 비행기를 이용해 피딩하게 된다면 양식장 노동의 90%가 줄어들며 이를 통해 양식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해상 양식장 일은 사료 주는 게 거의 다다.
항구에서 얼어있는 무거운 사료 수톤을 배로 옮기고, 배에서 양식장 위로 옮기고, 양식장에서 녹이거나 갈아서 배합한 후 양식 그물에 뿌려준다.
이걸 하루 두 번 이상 반복한다.
초대형 양식장이라면 크레인이 있는 배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단가가 안 맞아 인력으로 하는 형편이다.
이걸 비행기로 뿌릴 수 있다면 인력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노동자들은 그물 수선이나 생선을 출하 할 때만 일하면 된다.
“수산일보 이청우 기자입니다. 비행기 값이나 기름값을 생각하면 인건비와 큰 차이가 없지 않겠습니까?”
-어 맞네
-뱅기? 걍 불체자 쓰는 게 싸지
-ㅋㅋㅋㅇㄱㄹㅇ
-불체자여영원하라! 미래아웃
- 윗새끼 컨셉 이상하게 잡았네
미리 준비한 기자가 미리 준비한 질문을 했다.
그래도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질문일테니 훌륭한 조작이라고 생각하자.
류안구가 준비된 답을 했다.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피딩을 한 비행기는 새로 개발된 위그선으로 수면에서 2~5m를 떠서 나르는 배 입니다. 최대 시속 500km 최고 고도 140m로 기존 비행기보다 느리고 높이 날 수 없습니다. 대신 수면을 스치듯 날아 수면장력을 이용하기에 운용비가 항공기의 삼분의 일 수준이며 공항과 활주로가 필요없고 제작비용은 십분의 일 수준입니다. 즉, 양식장에서 이용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그선 제작비용은 18억이고 하루 종일 운용해도 150만원이면 된다.
노동자 7명의 임금으로 30개 양식장에 피딩할 수 있으니 엄청난 이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자 임금은 오르고 위그선 운용비용은 줄어들 테니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다.
미래위그선.
미래벤처투자에서 2년 전 50억을 넣고 지난해 500억, 얼마 전에는 1200억을 넣어 아예 인수했다.
정식 자회사다.
“게다가 군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함선은 아무리 빨라도 100km를 넘을 수 없습니다. 한편 위그선은 최대 500km로 달릴 수 있습니다. 한반도 해역을 침범하는 밀수선이나 불법어선들. 이제 해경의 고속정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 미래 위그선은 낮에는 양식장에서 쓰지만, 야간에는 해경소속이 되어 비상출동을 하게 됩니다. 혹시나 전쟁이 날 경우에는 전부 군용선으로 징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선박 사고나 침몰에도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시속 60km로 사고 해역에 다가가는 것보다 열배 빠르게 출동할 수 있으니 구조활동에도 최적의 효율을 보일 수 있습니다.”
-헐, 대박
-저건 좋네
-정보충)물에 빠진 구조요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장문충 꺼져
-수온에 따라 다르지
-어쨌든 나쁘지 않네
-미래수산이 바다에 깔리면 해안 전역에 저 비행기가 대기하는 거잖아
-비행기 아님 배임
-어쨌든
“그래도 군용으로는 약하지 않습니까? 헬기보다 느리고 수면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마하 3으로 나는 전투기보단 약하지만 가격을 생각해 주십시오. 최첨단 군용기 한 대가 9000억인데 위그선은 한 척이 20억입니다. 각종 레이더와 무기를 탑재해도 100억입니다. 군용기 한 대와 위그선 90척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어차피 레이더로 잡아 미사일을 쏘는 전투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위그선은 수면에 붙어 날기 때문에 레이더 명중률이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당연히 헬기와의 전투도 가성비 생각하면 20대 1로 싸울 수 있죠.”
-시발외쳐갓성비
-근데 저건 무섭겠다 100만 위그선 러쉬하면 ㅋㅋㅋ
-어휴 짱개냐? 100만 위그선 지랄
-근데 이게 이득 아니냐? 어차피 레이더 싸움인데
-밀덕들 출동해봐, 누가 이기냐
정해진 질문에 대답하며 양식장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존 어민에 대한 지원계획, 지역사회 활성화 방안 등을 알렸다.
위그선을 통해 해경과 국방부, 각종 공사의 양보를 얻어냈다.
국가적으로도 위그선을 다량 보급하는 건 비상시 국가 안보에 큰 힘이 된다.
이를 무기로 국가연구단체의 양식기술과 사료기술 여럿을 받아냈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
사실 사고확률을 생각하면 위그선 양식은 손해다.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살 수 있게 최대한 안전장치를 달았지만, 사고 한번 나면 20억이 날아간다.
국방부의 협력과 데이터축적을 위해 위그선 30척을 기증했고, 양식장 운영을 하며 쌓인 데이터와 숙련된 조종사들은 국가 안보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에 30척을 기증한 것처럼 필리핀에 20척을 기증했다.
그를 통해 필리핀 각종 사업을 따냈고, 거기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필리핀 복지사업에 재투입된다.
영향력을 위한 협정.
사실 한국보단 섬 7000여개로 이루어진 필리핀에서 위그선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
게다가 현재 필리핀의 대통령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잡는 게 아니라 몽땅 쏴죽이는 강경정책.
그들과의 전쟁에 위그선은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지지율 90%에 앞으로도 쭉 집권할 두테르테와는 잘 지내야 한다.
“우와. 많네.”
타우바트 섬 남쪽 선착장에 위그선 열 척이 메어져 있다.
필리핀에 기증한 것과는 별개로 미래보안이 갖고 있는 선박이다.
군용으로 쓰일 수 있는 무기를 개인이 소유하기 위해 두테르테에게 선물로 20척을 주었다.
“어. 심심하면 날아다녀도 되고, 바다를 날다가 착륙해서 낚시해도 되고.”
닥똥놈이 좋아하겠네.
수면을 날다가 여기다 싶은 곳에 내려앉아 낚시하고.
“이제... 쉬자~”
“엉. 에헤헤. 좋다. 아프리카는 좀 힘들었어.”
“무서웠고.”
“어. 무서웠고.”
지부티의 미군기지 안에 있었는데도 왠지 무서웠다.
다신 가지 말아야지.
타우바트 섬에서 조용히 쉬는 동안에도 그룹은 꾸준히 움직였다.
시총 700조의 미래쇼핑에 이어 미래 게임즈, 미래 뮤직 등 자회사 10여개를 순차적으로 상장시켰다.
전부 미국에 상장하면 좋겠지만, 글로벌 지사의 정치적 요구와 관계 때문에 각국에 분산 상장했다.
미래 게임즈는 뉴욕증시 상장첫날 1300조를 찍었고, 미래 뮤직은 일본에 상장해 170조 평가를 받았다.
독일에 미래 중고차를 상장했고, 한국엔 미래 웹툰을 상장했다.
각국에 분산한 덕에 공모가는 더 올랐다는 평가다.
지분 평균 70%를 미래 홀딩스가 보유하고 상장공모로 30%를 뿌렸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이 420조인데 이 돈 전부 광산투자에 들어갔다.
4차 산업 선두기업의 1차 산업 광산투자.
모든 투자자가 의문을 갖지만 어쩔.
10년 후를 보는 투자자는 나 밖에 없다.
“아들~”
“우왕! 예쁜언니이~”
12월 셋째 주가 되자 가족과 친척들이 왔다.
예하는 민서를 안고 뱅글뱅글 돌고, 예하 어머니 장례식에도 왔던 부모님은 예하를 더더욱 아껴줬다.
새해가 될 때까지 여기서 함께 쉬기로 했다.
가오리와 닥똥도 왔고, 권순진이 왔다.
미래펀드의 사장인 권순진과 전 세계 미래펀드 지사장 포함 400여명이 타우바트 섬에 휴가차 모여들었다.
이제부턴 금융에 집중 할 시간.
2020년이 코앞이다.
아, 그전에
“인수형. 요즘 중국 커뮤니티에서 우한폐렴인가 뭔가가 떠들썩하던데요.”
-그래? 늘 있는 일이지. 독감 변종이야 항상 있는 거야.
중요한 일은 메신저로 말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는 전화로 한다.
대체 세계 몇 개국에서 도청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로라도 도청 당해야 하는 대화다.
“암튼 조사해주세요. 그게 주가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잖아요.”
-야야, 그건 좀 오버다. 전염병은 항상 있었어.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에볼라. 2년마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 땅콩 알레르기 사망자의 100분의 1도 안 되고. 주식시장에 충격도 그리 크지 않아.
좋아 이런 자세.
도청하는 사람들 잘 듣고 계시죠?
“어쨌든요. 시료 얻어서 우리 바이오에도 전달 해봐요. mrna 연구용으로 쓰게.”
-그래. 일단은 알았다. 조사해보고 시료도 구해볼게. 하아. 중국인데 말 들어주려나. 하.
“미래 커뮤니티에서 우한 쪽 커뮤니티 뒤져보세요.”
이러려고 만든 익명커뮤니티거든요.
-알았어. 보고서 준비시킬게.
“네. 수고해요.”
잘 들으셨죠?
제가 배후가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안 돼요.
어서 보고서 올리세요.
- 작가의말
글속의 위그선은 판타지입니다 안전성 문제를 잡는데 10년 이상 걸릴거 같아요...
그리고 밀덕분들... 위그선 90척과 F16 한대 싸우면 누가 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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