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정의 구현3
사건 사고는 항상 끊이지 않으며 온갖 끔찍한 범죄가 줄을 잇는다.
그러하기에 범죄자에 대한 기억도 오래가지 않는다.
미래 커뮤니티엔 온갖 범죄자의 신상정보가 실시간으로 떠돈다.
처음엔 국가가 반대했고, 우리는 프로그래밍 상 잡을 수 없다며 손을 놨다.
그 결과는 의외로 반향이 적다.
인천여고생의 초등학생 납치토막살인사건.
가해자의 정보가 사적으로 공개되었고, 전국민이 다 봤지만 먹고 사는 게 바쁘니 금세 기억에서 휘발된다.
워낙 대형사건이 많고 새로 등장하는 악질이 넘치니 모든 범죄자를 줄줄이 외우고 사는 건 어렵겠지.
그래도 한두 명씩 기억하는 사람들,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범죄자의 출소 후를 찾아내 정보를 올리니 성범죄자가 화장품방문판매를 하는 따위의 미친 짓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선량한 사람이 보호받을 권리이고, 흉악범이 동네에 흘러들어왔을 때 알 수 있게 해주는 자기보호권이다.
[A제약사에 연구비 1000억 몰아준 식약처장, 200억 받은 증거]
[상남시로부터 7년간 2900억의 시 발주 공사를 독차지한 A건설사. 건설과장이 받은 것으로 밝혀진 리베이트만 300억]
[모든 시의회에는 발주를 몰아주는 건설사가 있다. 왜?]
[5시 퇴근 후 밤10시에 청사로 와서 퇴근카드 긁는 성실함. 세종시 공무원 82명 무더기 고발.]
[내 땅값을 올리기 위해 지방국도 설계를 바꿨다. 추가된 터널만 3개. 고위공무원 11인의 차익 800억 이상.]
[구청장 사촌동생의 떡볶이집. 야식비 결제만 매달 2억. 현장 공무원은 먹어본 적 없다.]
[철원에 관광레저타운? 국회의원 7명이 뭉친 세금 900억 탈취 현장]
[수상하게 휘어진 도로. 이유는 건교부 차장의 선산.]
[단독) 특정기업을 위한 항구와 철도건설.]
[노인분을 위한 일당 3만원 공공근로. 271명 중 160명은 이름만 올렸다. 도장수집한 공무원의 앵벌이 현장.]
[밤꽃축제. 배정된 200억 중 30억만 투입되었다. 나머지 170억은 어디로?]
하나 하나가 게이트로 발전할 거대한 비리가 쏟아진다.
주공사태 저리가라 할 만한 사태가 쏟아져 나온다.
[참기름 미투운동? 전국 모든 군부대의 참기름은 간부 몫?]
별 시답잖은 것까지 다 훔쳐먹는다.
세금 500조가 뿌려지는 현장은 사람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개판이었다.
눈먼 돈, 남의 돈, 먼저 먹는 게 임자.
빼먹을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빼먹는다.
걸려도 약간의 감봉과 인사상 감점 약간 먹을 뿐, 몇 년 지나면 같은 방식으로 빼먹던 윗사람이 챙겨줘서 끌어올려준다.
쉽게 잘리지 않으니 철밥통인 거다.
-당장 익명커뮤니티를 폐쇄하십시오.
“아.. 그게.. 저희가.. 기술적으로.. 그러니까..”
-미래 커뮤니티 자체를 닫으시오. 이건 국가의 지시요. 이걸 어길 경우 당장 본사를 압수하고 강제 셧다운 하겠소!
“어..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의 비난을... 거기 얽힌 모든 아이티 회사들의 피해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지금 의혹만으로 고통 받고 피해보고 있잖습니까! 무죄추정원칙! 죄가 나온 사람이 퍼지는 건 봐주겠는데 이건 아니되오!
“에... 최선을.. 다해.. 방도를 강구해 보겠습니다.”
-예! 최대한 빨리.
국가가 나섰다.
범죄자의 인권.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아직 범죄자는 아니구나.
수백억을 훔쳐 먹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인권위가 나섰다.
“수고하셨어요 부장님.”
“아닙니다. 앞으로도 맡겨 주십시오.”
말 더듬으며 전화응대를 한 서비스팀 부장이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갔다.
시간만 끌면 된다.
명쾌한 답변을 왜 해.
본사를 압수해도 미래커뮤니티를 정지시킬 수 없다.
블록체인 서버분산 기업.
사용자가 존재하는 한 셧다운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손잡고 일제히 인터넷을 끊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정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시간을 끄는 사이 폭로가 줄을 잇고, 점차 누구도 손 쓸 수 없는 파도가 된다.
이런 게 지금까지 어째서 밝혀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고 대담한 범죄가 매일 수십 건 씩 폭로된다.
미래방송과 신문으로 폭로되고 사람들의 분노가 정부로 쏟아지자 눈치만 보던 언론들도 우리와 어깨동무했다.
[여당 중진의원. 211억을 받아챙긴 정황 충격.]
[모 건설사의 미분양 펜트하우스. 야당의원이 살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는 정치색에 따라 반씩 나뉘어 있기에 여당편은 야당을 공격하는 기사만 주구장창 냈고, 야당편은 여당이 얽힌 비리를 폭로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죄도 전부 여당의 짓으로 몰아가며 도배했다.
공무원이야 정권이 바뀌어도 그 자리 그대로 있기에 철밥통이건만 무조건 현재 집권한 여당이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
결과적으로 모든 언론, 모든 기자가 심층취재하고 우리와 정보공유하며 부정부패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ㅋㅋㅋㅋ작은윤씨를 건드리면 아주좃되는거야
-윤형 믿었사옵니다
-하... 대체 왜 이러는 지 모르겠네요 왜 죄없는 사람을
ㄴ?
ㄴ?
-부정부패없는 나라?
ㄴ 앞으론 그렇게 되겠네
-윤형이 포상금 다 줄 수 있냐?
ㄴ 다해봐야 10조 안 되겠네. 절반 준댔잖아 껌값이지
ㄴㄴ 5조가 껌값 이ㅈㄹㅋㅋㅋ
ㄴㄴ회수된 것의 절반 준댔으니까 더 줄어들걸
ㄴㄴ 그래도 너무 큰 돈 아닌가
ㄴㄴㄴ 이걸 개인이 보상하는 게 웃기지 나라가 보상해야지
ㄴㄴㄴ 맞네 이걸 왜 윤동욱이 결제하는데? 나라는 뭐하고
ㄴㄴㄴㄴ 나라는 지금 윤동욱 죽이기하고 있슴미다만
여론을 움직인다.
내가 포상금을 전부 주면 내 손해가 클 뿐 아니라 1회성 이벤트로 그치게 된다.
개인이 나라의 비리를 밝혀 줄줄 새는 세금을 막아줬으면 상을 받아야지 수조원의 포상금을 지불하는 건 잘못 됐지.
나라가 지불해라.
정신 차리고 사죄하고 니들이 지불하라고.
그래야 외국 지사들도 부정부패 포상금을 시작할 수 있지.
움직여라 여론아.
인식의 변화는 기술 발전보다 느리다.
2000년대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2010년대 전국민이 모두 휴대용 녹화기와 녹음기를 갖고 다니는 시대가 열렸다.
덩달아 비리가 줄었지만, 없어지지 않았다.
바닥부터 개처럼 충성하며 라인타고 올라간 썩은 귤은 어떻게든 한탕 해 먹고 빠지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내부고발자를 추방하는 사회시스템을 믿고 있었다.
밑에서 갈리고 상사의 욕받이로 살아가던 이들은 증거를 챙기면서도 참고 인내하며 버텼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주자 세상엔 부정부패의 흔적이 너무 많았음이 밝혀졌다.
어렴풋이 나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마저 밝혀진 숫자를 보고 경악할 지경.
채인수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훨씬 자잘한 세금 빼먹기가 줄을 잇고 있었다.
일당 만원에 3시간 마을 청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간에 옷 갈아입고 사진 세 번씩 찍어 유령인원을 채우느라 고생하셨다.
심지어 사망한 지 2년 지난 분이 공공근로했다는 폭로마저 나왔다.
미친.
만원씩 100명 일당을 빼돌리면 매일 100만원이네.
음.
인생 걸고 도전할만하군.
[대통령. 엄중수사 지시.]
[특검 부장검사. 사건 덮는 대가로 5억 수수 포착.]
[사회인권밝은시민단체. 공무원혐오중단 촉구]
[익명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마녀사냥]
정신없다.
매일매일 핵폭탄이 터진다.
여당은 우릴 쏘고 야당을 쏘고 내부총질을 하고 부패한 공무원을 쏜다.
야당은 여당을 쏘고 공무원을 쏘고 우릴 쏘고 내부총질을 한다.
정부 각부처는 우릴 쏘고 언론을 쏘고 야당을 쏘고 여당도 쏜다.
언론은 다 쏜다.
서로 내일이 없는 것 마냥 포탄이 난무하고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공무원들이 같은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은퇴한 선조를 쏜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살한다.
줄 지어 자살한다.
“아놔 시발. 분위기가 바뀐다.”
채인수는 ‘이러다 다 죽겠으니 적당히 덮자는 여론’을 보며 욕을 했다.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죽음에 관대하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아는 사람이네요.”
“에휴.”
물론 죄짓고 뻔뻔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이구만 전 대통령보다야 양심 있겠지만, 문제는 이대로 봉합하면 관련자들이 더 해먹을 거라는 것.
그리고 부패한 이들은 자살한 이를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살인자로 매도한다.
관련 사건은 그대로 덮이고, 세금을 훔쳐먹은 자살자의 가족과 관련 범죄자 수십 명이 수십억을 챙긴 채 건물주로 전직한다.
자살한 이가 줄을 잇고, 애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반격이 시작되었다.
[미래그룹의 목적? 나라를 무너뜨릴 셈인가]
[3년. 미래그룹이 한국을 지배하는 데 걸리는 시간]
[누구를 위한 폭로인가. 웃고 있는 윤회장(사진)]
엌 시발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을 저기 갖다 붙여?
놀랍게도 이런 기사가 먹힌다.
서로 총질하던 여당, 야당, 언론, 공무원 각부처가 일제히 우리에게 총질한다.
사람들은 놀랍도록 착하고 순수하기에 같은 거짓말을 100번 들으면 사실인 줄 안다.
그리고 같은 거짓말을 열 개의 다른 경로로 들으면 더욱 강하게 믿는다.
진짜 금방 세뇌된다.
이쯤 되면 자살한 이들이 스스로 죽은 게 아니라 누가 죽인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어때요?”
“덮고 싶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지. 꿈틀도 못하고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한국은 철저하게 사적 제재를 배제한다.
죄를 지을 경우 국가가 선고한 죗값만 치르고 2차, 3차 응징을 철저하게 막는다.
징벌적 형벌이 아닌 교화목적의 형벌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된 순간부터 죽을때까지 2차 응징을 막고, 죄를 씻은 후엔 다른 이와 똑같이 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가해자의 신상을 철저히 보호하는 이유다.
우린 그런 거 없다.
익명커뮤니티에 다 쏟아내고, 국가인권위가 아무리 지우라고 해도 지울 방도가 아예 없다.
수만, 수십만의 범죄자.
너무 많기에 그들 모두를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일 쏠리는 건 끔찍한 흉악범이고 잡범 따위 신상공개 돼 봤자 오히려 동정을 산다.
사람들 스스로 판단하는 거다.
누가 기억해야 할 쓰레기고 누가 잊혀져도 될 잡범인지 사람들이 기억하고 정보를 업데이트 한다.
국민은 국가가 지도하고 인도해야 할 어린 양이 아니기에.
국가가 재단해 죗값을 메기는 게 아니라.
국민 스스로 판단하고 기억한다.
“죽어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려야 해. 그래야 오히려 자살이 줄지.”
[해도해도 너무한 미래그룹, 자살한 공무원의 가족에게 강제추징 강요]
지랄해도 멈추지 않는다.
세금 수십억 빼먹어 아들 딸 유학 보내고 강남아파트 한 채씩 사줬는데, 명의 이전했다고 회수 못하는 게 말이 돼?
자살한 사람 우선으로 파고들어 그 가족과 친척들의 수상한 재산을 폭로한다.
전쟁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야한다.
“슬슬 항복해 줬으면 하는데.”
대통령님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고 예하와 해피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
딱히 정권에 관심 없고, 기업활동하며 법과 규율을 준수하며 성실히 살 테니 그냥 내버려둬 달라.
우리의 입장은 수차례 보냈다.
끝냈으면 좋겠다.
한 달 간 폭로된 액수만 20조가 넘고, 그걸 다 주려면 10조가 넘는다.
국가가 사죄하고 끝내면 좋겠는데.
뚜루루루.
내 비밀 전화.
핵심인사와 가족만 아는 전화가 울린다.
CIA 한국 지사장이다.
“여...”
-메신저!
받자마자 칼리 페르난도가 소리치고 끊었다.
곧장 메신저에 들어가니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다.
그 중 페르난도의 메세지를 열었다.
-국정원 출발. 간첩죄. 빨리 탈출.
“인수형!”
- 작가의말
정치쌈이 되지 않도록 여당 야당을 특정하지 않도록 없는 일을 만들어냈으며 실제 한국은 깨끗할겁니다... 아마...
참기름은... 제가 군생활때 대대뽀급두돈반 몰아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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