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가 막 퍼줌

116.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

수영장을 왔다 갔다 걷는 건 좋은데 멍하니 걷는 시간이 아깝다.

예하는 따로 아래층에서 세심한 근육운동을 하고 있고.

오한주에게 말했더니 수중 러닝머신을 주문했다.

“돈은 상관없다 하셨죠?”

“네. 이런 것도 있네요?”

“돈 있으면 안되는 게 없죠.”

노트북을 켜서 정보를 찾고 메일을 보며 일처리를 하며 물속을 천천히 걷는다.

언제까지 걷기만 할 지 모르겠네.

오한주가 내 성향을 알았는지 절대 무리해서 시키지 않는다.

운동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노천탕에 누워있거나 방에서 뒹굴 거리거나.

더없이 한가하고 평화로운 시간.

물론 나만 편한 시간이다.

전 세계 모든 기사의 절반이 미래메신저와 관계된 내용으로 쏟아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기업이 파티에 뛰어들고, 비판성명을 내고 생존권투쟁을 벌이고 있다.

개중 가장 시끄러운 것은 페이스북.

그들은 미래메신저의 위협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있고, 생존을 위해 모든 걸 퍼붓고 있다.

특허권침해를 강조하며 모든 언론사에 미래메신저를 매도하고 있다.

돈을 얼마나 쓰는지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사의 기사 대부분이 미래메신저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죽여야 산다.

페이스북의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고, 그들이 기사를 쏟아낼 수록 너무 기분이 좋다.

지들 돈 내서 우릴 광고해 주다니.

천사인가.

페북 경영진은 분명 천사일거야.

아타리 쇼크로 미국의 게임시장이 붕괴되었을 때 적자폭탄을 맞던 미국 닌텐도를 살린 건 동킹콩이었다.

정확히는 동킹콩 표절소송이었다.

1982년 유니버설 픽쳐스는 닌텐도에서 자신들의 킹콩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3년에 걸친 소송결과 먼저 표절을 제기하고 갑질을 한 공룡기업 유니버설 픽처스는 패소했고, 되려 닌텐도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 줬으며 그 드라마틱하고 코미딕한 사건자체가 엄청난 화제가 되어 닌텐도는 미국 게임시장의 압도적 지배자가 되었다.

제 한몸 불살라 닌텐도를 키워준 킹콩.

슬랩스틱 코미디가 무엇인지 보여준 진정한 코미디언.

사랑의 유니버설 픽처스.

사랑의 페이스북.

삼주동안 페이스북이 쏟아내는 비난을 모으고, 그들의 입을 통해 미래 메신저가 광고되길 기다린 후 행동에 나섰다.

“페이스북에서 고소한 내용 중 1041가지는 제가 해답이 될 겁니다.”

기자들 앞에 스냅챗 사장이 나섰다.

한때 페이스북과 비등비등하게 경쟁하다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스냅챗은 미래 메신저가 출시되기도 전에 손을 잡았다.

“휘발 메세지를 비롯한 이상의 기능들은 저희 스냅챗에서 먼저 출시했습니다. 후발주자인 페이스북이 하나하나 베꼈죠.”

각 기능의 업데이트 날짜와 페이스북이 뒤따라 만든 날짜와 유사성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상과 같이 제 회사의 기능을 표절한 페이스북이 미래 메신저에 표절 시비를 걸고 손해배상을 하라는 말은 정말 재미있군요. 왜냐하면 저희는 미래 메신저에 저희의 오리지널 기능을 사용하도록 허가해 줬기 때문입니다.”

스냅챗과 미래 메신저의 계약서도 제출했다.

“이런 기능을 표절하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페이스북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현명한 페이스북에게 배운 대로 스냅챗은 1041가지 표절에 대해 페이스북에 손해배상 7000억 달러를 청구합니다.”

사랑해요 페이스북.

9시간에 걸친 스냅챗 사장님의 기자회견에 미국이, 아니 전 세계가 불타올랐다.

우린 이 싸움을 돈을 바란 법정다툼이나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공짜로 마케팅 효과를 얻는 축제다.

페이스북에 쌓인 게 많은 스냅챗과 긴밀히 공조하며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베낀 내용과 미래메신저가 스냅챗에 돈을 지불하고 가져온 기능을 하나씩 기사화하며 자연스럽게 미래 메신저를 광고했다.

거의 분단위로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삼일 후.

“혹시 MSN을 아십니까? 본명은 Windows Live Messenger이지만 아무도 모르실테고.”

메신저계의 시조새 MS가 나섰다.

“저희가 2015년에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1999년에 출시한 거의 최초의 메신저였던 건 분명하죠. 퓨처 메신저는 출시하기도 전에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 저희에게 와서 일부 기능에 대한 사용을 허가받고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참 훌륭한 기업입니다.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저희가 상상하고 구현한 기능이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겁니다. 그 돈을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이제 보니 정말 현명하군요.

페이스북에서 퓨처 메신저에 제기한 대부분의 표절의혹은 저희 MS에서 먼저 발명했고, 모든 기능에 대해 퓨처 메신저에 사용허가를 해 주었습니다. 사실 다른 기업이 그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사용료를 요구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퓨처 메신저에서 정의구현을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해 왔기에 저희는 칼을 빼 들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표절과 도용이라 제기한 4000여 항목 중 3500여개는 MSN 때부터 있던 기능들이며 저희는 이미 사용권을 퓨처메신저에 넘겼습니다. 추가로 퓨처메신저의 얼마 안 되는 매출로 200억을 제시한 페이스북에게, MSN의 기능을 표절 도용한 대가로 90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할아버지 오셨다.

절해라.

인터넷이 불타오른다.

돈 주고 하는 광고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일주일 내내 10분 단위로 떡밥을 던졌고, 모든 기자가 속보를 냈다.

거인 페이스북은 10분단위로 얻어맞았고, 하도 얻어맞으니 언론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스탠딩다운, 기절한 공룡.

이제 우리도 공식입장을 내야지.

미래 IT의 공동 사장인 김상철과 유성주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철은 몸도 안 좋고 귀찮아했지만, 이런 자리엔 얼굴을 내 밀어야지.

세계적 인사로 키워줄거야.

“그간 많은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타사로부터 기능을 배우고 가져오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는데 페이스북이 왜 저러는 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200억 달러라는 금액을 지불하라는 말에 임원진과 전 임직원이 손이 벌벌 떨리고 미래가 두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대기업의 횡포입니다. 저희는 정당하게 일을 진행하였는데 공룡기업의 횡포에 휘말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임직원들의 혼란으로 회사의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잃었으며, 그들의 무시무시한 소송에 대비하느라 천문학적인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에 1조 달러의 피해보상을 청구합니다.”

중소기업의 슬픔.

우린 글로벌 공룡기업의 간악한 소송전쟁에 휘말려 죽을 거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1조 달러다.

MS 9000억 달러.

스냅챗은 7000억 달러.

도합 2조 6200억 달러의 세기의 소송.

어차피 받을 생각은 없다.

최대한 길게, 요란하게, 시끄럽게, 재밌고 즐겁게 소송을 이어갈 생각이다.

갑질하던 공룡의 추락은 모든 이에게 행복을 준다.

약자인 언더독이 골리앗과 싸워 힘겹게 승리하는 과정은 모두의 응원을 받는다.

오래오래 싸우자.

페이스북아, 제발 끝까지 버텨줘. 힘내! 파이팅!

퓨처 메신저가 출시되면 페이스북이 가장 먼저 행동할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준비했다.

일부러 페이스북의 기능을 대놓고 베껴 발끈하게 만들되 그들보다 먼저 기능을 출시한 기업들에게 사용권을 얻었다.

잘 짜여진 함정.

거침없이 돌진하는 멧돼지처럼 페이스북은 우리의 함정에 뛰어들었다.

사랑해, 페북.

그리고.

[페이스북 해킹. 80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올해만 두 번째]

페이스북이 또 해킹 당했다. 무려 8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데 올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도 9만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생겼다.

-골이예요 골~ 자살골!

-누가 나 좀 죽여줘!

-미래 메신저를 키우기 위해 이 한 몸 불사르련다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미래에서 얘들한테 상 줘야 하지 않냐?

-저거 미래에서 고용한 해커네. 에휴. 뻔한 것도 못보는 어리석은 중생들아

ㄴ ㅋㅋㅋ 음모론에 뇌가 쩔어서 진짜 ㅋㅋㅋ

이 때 알려진 것만 8000만 명이지, 훗날 밝혀지기로 5억 명 넘는 명단이 유출되었다.

페북 사장의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떠돌 정도다.

2011년 한국인 3500만명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가 유출되어 지금도 중국에서 1인당 1원에 팔리고 있으니 페이스북의 유출된 정보 또한 영원히 떠돌 것이다.

보기만 해도 행복펀치가 뿜뿜하는 상황이지만, 예하는 침중한 표정으로 애도를 표했다.

“안타깝지만, 보안기술은 해킹 기술을 이기기 힘들어요. 천개의 갑옷을 둘렀다 해도 바늘만한 틈으로 찔러 들어오는 걸 막기 힘들죠. 게다가 뚫고 오는 바늘은 매년 발전하고요. 쇠갑옷을 둘렀는데 X레이 선으로 뚫고 오면 어떻게 막아요. 페이스북의 보안이 뚫린 건 안타깝지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성심껏 사죄하고 만족할만한 성의를 보여주셔서 잘 수습하길 바랍니다.

예? 저희요? 솔직히 저희도 완벽하게 고객님들의 개인정보를 지켜드릴 자신이 없어요. 직원분이 딴 마음 먹고 빼돌리면 막을 수 없죠. 그래서 요구하지 않아요. 저희는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아요.

해킹이요? 블록체인이잖아요. 100년 후 양자컴퓨터가 발명되기 전까진 해킹이 불가능해요. 네. 우리는 그렇대요. 아무튼 페이스북이 잘 수습하시고 피해본 모든 분들이 단 한분도 빠짐없이 만족할 수 있게 되길 바래요. 저희와의 소송도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대본 참 잘 썼네.

위로하는 척 쌔려갈기기.

모닥불이가 읽었으면 더 좋았겠네.

예하의 발표는 번역이 되어 미국 티비에까지 실렸다.

그 정도로 관심을 끄는 소송이고, 그 모든 게 미래 메신저 홍보와 연결된다.

해킹이 불가능한 미래 메신저.

개인정보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미래 그룹.

사실 미래 메신저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모든 메세지, 모든 방송을 블록체인으로 보호하려면 1초 이상의 딜레이가 걸린다.

특히 빠른 타자를 치는 이들이 메신저에 수없이 컴플레인을 걸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도 방송과 채팅의 시간차 때문에 방송인의 리액션이 느려 재미없다는 평을 받았다.

이 모든 비난을 페이스북이 잠재워줬다.

보안, 보호를 위해서라니!

올해만 두 차례 해킹당한 페이스북과 너무 비교된다.

페북처럼 해킹되는 것보다 낫잖아.

한창 페북과 말싸움을 벌이다가 페북 계정이 잠시 정지당하기까지 했던 미국의 대통령이 미래 메신저에 자신의 홈을 만들고, 페북과 미래 메신저에 동일한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facebook are fired.

생각지도 못한 지원이네.

땡큐.

미국 대통령은 페북 계정이 또 정지당했다.

해킹당한 후 온갖 사기전화를 받게 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까지 추가되자 페이스북이 백기를 들었다.

-저희 소송을 취하하고, 귀 사에 피해보상을 하겠습니다. 다만 1조 달러는 말도 안 되는...

정성이 가득담긴 팩스가 왔다.

즉각 답변했다.

-1조달라

다음날 정성이 더욱 담긴 팩스가 왔다.

-저희가 진지하게 추산하여 미래 임직원의 정신적 피해로 2억 달러와 퓨처그룹 이미지 훼손에 10억 달러를...

-1조달라

으디 감히 지멋대로 전쟁을 끝내려고 해?

선빵 쳐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다냐!

-본 사의 주식 10%에 대해 스톡옵션을...

-1조달라

우린 영원히 함께 가는 거야.

싸우자 공룡아.

-본 사의 AI와 자회사 오큘러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타겟 광고 기술을 무료로 제공...

이번 제안은 좀 혹했다.

특히 유저 타겟 광고 기술은 독보적인데.

-1조달라

공룡이 쓰러지면 그때 줍지 뭐.

당연히 우리의 협상과정은 실수로 실시간 유출되고 있다.

작가의말

페북 싫어하지 않아요 최고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본 글은 그냥 소설입니다

[난의향기]

감상 잘하고 감니다.

[긴삼이]

오케이!1조딸라!

[하행성]

'4딸라' 생각나서 혼자 ㅋㅋ거리다가 뻘쭘. ㅠ

[피아식별了]

ㅋㅋㅋㅋㅋ간만에 재밌었음.역시 누군가 팰때 젤 재밌엉.

[아인토벤]

사딸라!
왜 "포딸라"가 아니고 사딸라고 했냐니까 나중에 얘기하길 왜 그랬지?하시더군요.
아무도 잘못 말한지 몰랐다네요.

[물빛여운]

줍줍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