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벼락부자가 막 퍼줌
중국이 미래블록을 전격 수용한 이후 미국에선 다시 최고위 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도 양적완화 옹호론자 칼 막스가 목소리를 높였고, 그와 함께 하던 트럼프가 야당대표로 회의에 끼어들었다.
“당장 잡아들여야 합니다. 시간을 더 끌면 안 됩니다!”
칼 막스의 열연에 양적완화 비관론자인 안드레 루스텔이 딴지를 걸었다.
“그럼 스테그플레이션은 어떻게 잡을 겁니까? 지금 미래블록이 힘을 얻는 이유를 모르십니까? 에너지가격 폭등에 소비자 물가 폭등, 식량가격 폭등에 비료가격까지 폭등하고 있어요. 이건 경제 대공황 이상의 충격을 줄 겁니다. 이걸 어떻게 잡을 겁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미래블록을 받아들이는 게 시장의 충격도 적어요.”
“그건 그때 생각하고, 일단 달러 패권을 지켜야지. 양적완화를 할수록 미국의 이득인데 이걸 어떻게 포기합니까?”
“달러패권이고 뭐고 시민들이 죽는다니까! 경제가 무너지면 자살자가 속출할텐데 그 죄업을 누가 받을 겁니까!”
칼 막스와 안드레 루스텔이 서로 멱살을 잡을 정도로 격하게 부딪쳤다.
둘의 논쟁을 한참 보고 있던 트럼프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뭐? 대공황이 오면 뭐가 어때서!”
“아니 당신은! 대통령이었던 자가 미국에 대한 애국심이 없습니까?”
“내가 뭐! 그깟 대공황쯤 오면 뭐가 문젠데?”
“당신은 문제가 없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닥치지.”
“이런 멍청한 놈. 경제가 뭔지도 모르는 상아탑 학자는 이래서 안 돼.”
안드레와 트럼프가 서로 욕설을 하며 부딪쳤다.
“뭐라고요? 당신 지금.”
“대공황이 오면! 미국에 이익이야.”
“어?”
“과거 경제대공황때 미국시민이 고생했지. 하지만, 국가단위로 보면 서유럽이 박살나서 세계1위 영국이 그 자리를 미국에 내줬지. 기준화폐란 그런 거야. 기둥이 흔들리면 가지는 더 크게 흔들려. 미국이 조금 흔들려도 미국의 부는 유출되지 않아. 대신 거기 종속된 외국의 부가 미국으로 들어와.”
1928년 경제대공황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 여파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날아갔다.
당시 세계 최강국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은 잘 쳐줘도 세계 3위였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유럽의 경제가 미국에 예속되었다.
1차세계대전 때 미국의 무기를 받아쓴 빚이 남아있던 것이다.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시장에 뿌려진 달러를 회수시켰고, 일시적으로 달러의 가치가 올라갔다.
미국에 빌린 무기값을 지불해야 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어떻게든 달러를 구해다 바쳐야 했고, 달러가 모자라니 국민들의 금을 강제로 몰수해 미국에 갚았다.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적당히 강대국이었던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어주었고, 달러를 기준화폐로 만들었다.
미국의 위기가 미국을 부자로 만든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때는? 미국도 흔들렸지. 하지만 미국의 부는 미국 내에 있었어. 오히려 유로 통합으로 성장하던 EU가 박살나고, 폭주하던 중국이 반토막 났지. 왜냐? 미국이 기준화폐니까. 기둥이니까.”
미국에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망하고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되고, 수많은 부동산 투기꾼이 몰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부는 미국 안에 남았다.
미국인의 부가 미국의 다른 부자에게 쏠린 것이다.
한편 미국의 달러에 종속된 세계의 경제는 더 크게 흔들렸다.
나무의 기둥이 흔들리면 그 끝에 매달린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
미국의 달러와 채권을 긁어모으던 중국은 성장동력을 잃었고, 유럽은 독일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경제위기를 겪어 아이엠에프를 찾아 헤맸다.
미국의 위기는 미국를 더욱 부자로 만든다.
“지금 주가를 봐. 전세계 모두 조정중인데 미국만 오르지? 여기서 미국 주식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더 크게 폭락해. 그렇게 박살난 주식을 미국은 쓸어 모으기만 하면 돼! 이게 기준화폐의 지위야. 호황일때도 좋지만 불황이 오면 다들 달러를 찾기 때문에 미국에 더욱 이익이 돼! 이탈리아 스페인 따위는 그냥 훅 하고 불어서 박살낼 수 있다고.
크게 봐! 개개인이 아닌 미국을 보라고! 니가 애국자라면! 니가 미국을 위한다면! 불황을 기뻐해야 해! 기준화폐 달러는 불황에 더 큰 돈을 벌어다 주니까! 그래서 우린 미래블록을 없애야 하는 거라고!”
애국자 트럼프의 연설에 안드레 루스텔이 입만 뻥긋 거렸다.
지켜보고 있던 바이든이 칼 막스에게 물었다.
“저 말이 맞습니까?”
“네. 차마 말하지는 못했지만, 그게 맞습니다. 역사적으로 불황을 지날 때마다 미국의 부는 더욱 커졌고, 세계 경제를 잠식해왔습니다. 왜냐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우리가 달러를 찍기 때문이죠.”
기준화폐.
달러의 가치가 내려가면 전세계에 투기광풍이 분다.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 전세계 버블을 쓸어먹는다.
기준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세계의 부를 쓸어 모았다.
“차라리 그걸 먼저 말하지 그러셨어요. 국무장관님. 한국에 항모를 보내세요.”
애국자 트럼프의 솔직한 발언이 현재 대통령 바이든이 결단하게 만들었다.
“예.”
미군이 움직인다.
그와 함께 명분이 움직인다.
[세계를 죽이는 미래바이오의 엔돌핀]
미래바이오가 마취용으로 발표한 엔돌핀의 해악이 검증되었다.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데 마약보다 제조비용이 저렴하며, 재료를 구하기 쉬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인체성분이기에 마약성분으로 검출되지 않는 악마의 약.
미래바이오가 만든 악마의 약에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미래바이오를 해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합성엔돌핀 조제식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졌다.
마치 누군가 작정하고 뿌린 것처럼 그 효과가 과장되어 퍼져나갔다.
[마약 엔돌핀. 조제법은 미래 커뮤니티에서.]
악마의 마약이 떠돌고 있다. 만드는 법을 알아내는 건 참 쉽다. 미래그룹이 만든 미래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 아무데나 가도 찾을 수 있다. 동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콩가루, 닭가슴살 등을 이용해 만드는 간편한 마약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는 것이다.
미래그룹의 의도는 무엇일까? 어째서 이토록 제작이 간단하고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미래 커뮤니티에 퍼지게 하는 것일까?
익명성이 생명인 미래커뮤니티는 미래그룹조차 관리할 수 없다.
그저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도록 지갑 출금이 불가능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상대가 수익을 원치 않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
[커뮤니스트의 재건]
우리는 냉전시대를 잊었던가? 공산주의의 무서움을 잊었던가? 현재 세계 2위 강국 중국의 잔인한 짓을 보고도 느껴지는 게 없는가?
미래그룹이 커뮤니스트의 선봉장임이 밝혀진지 오래다. 그런데도 그를 옹호하는 당신은 혹시 공산주의가 아닌가?
물러나라. 미래그룹 해체에 동조하라. 당신이 자유를 사랑한다면 미래그룹을 무너뜨려라.
하아... 북한 때문에.
[세계 최대 PMC는? 미래경호]
놀랍게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기업 용병단체 중 세계 최대 그룹은 미래그룹이 만든 미래경호회사다.
이미 아이티 대통령 호위, 엘살바도르 수도 치안 유지 등, 국가 급 무력에 끼어들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경제를 독식하는 미래그룹이 무력까지 쥔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윤동욱의 세계지배 음모는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커뮤니티에 떠돌던 음모론이 이제 공식 언론에 나오고 미국 상원 의원의 입에서도 쏟아진다.
[우리는 세계를 개인에게 줄 수 없다]
마음껏 발행할 수 있는 가상화폐에게 지구의 경제를 맡길 수 없다.
지금까지는 돈을 함부로 챙기지 않았지만, 지구가 종속된 후에는 그가 함부로 돈을 찍어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미국정보의 발표에 따르면 미래블록과 동일한 암호화폐를 즉시 발행할 수 있다고 한다. 막무가내로 미래블록을 막는 게 아니라 국가가 공정하게 관리하는 훌륭한 암호화폐가 생기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미래블록에게 세계의 미래를 맡겨선 안 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들어온다.
동시에 오키나와에 집결한 미국 태평양 함대가 규슈로 이동했고, 한국에 공식 통보했다.
-일주일 안에 미래그룹 주요인사와 윤회장의 친인척들을 체포해 미국에 넘겨라.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모든 무력을 투사하여 목적을 관철시키겠다.
한국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애국자 단체가 친미 시위를 하고, 친일 단체가 동조했다.
친 미래그룹 성향 단체가 성수동 본사를 보호하고, 공산주의 단체는 거기에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요상하게 만든다.
정치권에서도 버리자 말자로 말싸움이 일었다.
미국이 칼을 뽑았으니 이길 수 없다.
미래그룹을 보호하려다가 알카에다를 보호하던 탈레반처럼 녹아 없어질 수도 있다.
시민의 여론과 정부의 여론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중.
따르릉.
-저기여. 그... 윤동욱 제보하면 백만달러 아직도 유효해요?
“어... 네. 어디있죠?”
무심코 전화를 받은 CIA 칼리 페르난도가 대충 물었다.
-위치만 말하면 되는 거죠? 바로 입금이죠?
“사실 확인되면 바로 입금 합니다. 어디 있는데요?”
제보는 개뿔.
제보로 알려질 만큼 쉬웠으면 우리가 그렇게 고생했을까?
-세컨드 어스의 창동아레나에 있어요. 2분 전 쯤에 무대 위로 올라갔어요.
거기라면 어딘지 안다.
윤회장의 무수골 저택 인근에 있는 작은 공연장.
거기에 윤회장이 있다고?
칼리 페르난도는 피식 웃었다.
“네. 사실 확인해보고 맞으면 입금합니다.”
대충 대답하고 끊었다.
내가 왜 제보전화 따위를 받은 거지? 하...... 누가 내 것까지 연결 시킨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창동아레나?”
“지금 발표하고 있다고?”
“창동아레나에 제시도 함께?”
주변이 왁자지껄하다.
모두가 전화를 받으며 메모하고 있다.
모두의 전화가 연결되어서 지부장의 전화에까지 넘어온 듯 하다.
설마?
진짜?
“출동! 창동아레나로 가자!”
다들 전화를 받으며 달려갔다.
성수동 인근에 자리한 CIA 지부에서 수십대의 차량이 출동했고, 친미성향의 경찰을 꼬득여 동부간선도로를 통제했다.
외교적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두 국가는 전쟁 직전의 상황이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전쟁을 막으면 좋지.
그렇게 달려간 창동 아레나.
“저기... 페르난도 지부장님. 그... 세컨어스라고 했는데......”
“뭐?”
“게임속이라고......”
“아......”
창동아레나는 텅 비어 있었다.
미래 게임즈에서 출시한 어나더 어스의 세컨드 어스.
공연 전시 미팅 중심의 세컨드 어스는 현실세계가 구현되어 있고,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 곳엔 창동에 있는 공연장도 구현되어 있었는데 1년 전부터 미래게임즈가 독점 임대해왔다.
임대했지만, 아무런 공연도 이뤄지지 않던 곳의 문이 열렸다.
미국이 최후통첩한 날짜를 이틀 남긴 날이었다.
무대가 열리고 무대 위에 윤동욱이 나타났다.
“관리인님?”
게임 속 관리인을 호출하자 현실에서 호출 받은 이가 접속했다가 기절할 듯 놀랐다.
“공지 올리고 퍼트려 주세요.”
버스터콜.
회장님이 집합하라신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창동아레나에 아바타들이 속속 들어온다.
천 명을 수용하는 곳이지만, 겹쳐지면 사라지기에 무한정 수용된다.
모여든 이가 만 명을 넘어섰을 때 무대 위에 가만히 서 있던 윤동욱이 입을 열었다.
“저는 제 전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미국이 강경대응을 할 경우, 이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아니면 미국을 이길 수 없다.
은퇴선언.
27살이면 은퇴하고 여생을 즐길만한 나이지.
- 작가의말
기승전허생전
후원감사합니다. 너무너무 힘이납니다
미래바이오 엔돌핀은 한 쳅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므로... 편집 ㅜ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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