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명분만들기2
미래그룹이라고 놀고 있던 건 아니다.
악성 음모론과 비난을 위한 비판이 줄을 잇는 동안 미래그룹에서는 하나하나 반박기사를 냈다.
“반갑습니다. 특별방송을 맡은 민지민지에요. 여기는 모닥불 언니요.”
공식방송 또한 하루 종일 해명방송을 하고 음모론을 덮는데 노력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나의 루머를 해명하기 위해선 100개의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100가지 증거를 읽지 않는다.
그러므로.
“봤지? 트럼프 트윗! 완전 양아치잖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말을 해줘야 한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면 그걸 우리가 내야 해요. 트럼프가 말했잖아요.”
“그래서 트럼프가 계속 돈 찍어내라고 한 거구나.”
“한국의 외환보유액 세계 8위래요. 미국이 돈을 찍으면 한국이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손해를 본 다는 거예요.”
“미국이 돈을 찍어서 미국인에게 뿌리면 그 부담을 한국이나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짊어진대. 트럼프가 직접 말했잖아!”
“공짜 점심은 없다!”
“하지만 미국은 공짜 점심을 먹었네.”
“우리가 미국에게 점심을 사줬어요!”
“매일!”
“미국이 돈을 뿌리는 건 우리에게 돈을 모아서 뿌린 거였어요!”
“와... 우린 우리도 모르게 돈을 뺏기고 있었네.”
“미국 나쁘다!”
“미국 나쁘다!”
모닥불과 민지민지의 티키타카.
“그럼 미래블록은 다른가요?”
“대안이지. 미래블록이 통용되면 미국이 저 짓을 못해.”
“일본도 저 짓을 못하고 중국도 안 되고.”
“왜냐? 국가가 돈을 찍어 뿌려도 기준점인 미래블록이 중심을 잡으니 우리에게 방패가 될 수 있는 거니까.”
“달러를 뿌리면 모든 달러의 가치가 공평하게 떨어져요. 한국은행이 한국 돈을 뿌리면 모든 한국 돈의 가치가 공평하게 떨어지고요.”
“즉, 국가가 돈을 찍으면 우리의 재산이 줄어든다는 거지?”
“네. 그런데 재산을 미래블록에 넣어두면?”
“와우! 피난처구나! 방파재! 삼발이! 방공호!”
“그렇죠. 국가가 제멋대로 우리의 돈을 뺏으려 할 때 미래블록으로 피난가면 되는 거에요.”
“왜냐? 앞으로 미래블록은 함부로 찍어내지 못하니까.”
“지금은 은행에 돈을 맞기고 미래블록을 발행하지만, 앞으로는 상호거래를 해야 해요.”
“돈을 내고 콩나물을 사듯이, 미래블록을 각국 현금으로 거래하는 거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미국이 달러를 찍으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 그래도 지금까지는 달러를 갖고 있어야 했어.”
“기준화폐니까.”
“모자라면 IMF한테 다 뺏기니까.”
“그런데 앞으로는?”
“미래블록에 돈을 넣어두면 장난쳐 봤자야.”
“달러를 마구 찍어서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요? 무슨 상관이래요. 우린 미래블록을 갖고 있는데.”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래블록의 상대가치는 올라가.”
“즉, 각국 정부에서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의 돈을 빼앗던 행위를 못 하게 되는 거에요.”
“이게 미래블록의 가치입니다.”
“우리가 지켜온 탈중앙화의 목표죠.”
“그러니 지켜주세요.”
“우리한테 죄가 없는 거 알잖아요.”
“대한민국 정부 사랑해요.”
“한국인 여러분 고마워요.”
“지켜봐 주시고 지켜 주세요.”
“도와주세요.”
“미래그룹이 이번 일로 버는 돈은 없어요.”
“우리가 만드는 생태계는 우리 모두를 위한 거예요.”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의 돈을 뺏던 양적완화에 대항하기 위한 자기방어 행위에요.”
“우리. 함께. 이겨내요.”
하나하나 해명해봤자 이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이야기를 해야 한다.
트럼프의 트윗을 기준으로 양적완화의 진짜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린다.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현금의 가치가 폭락했음을.
부동산이 오른 게 아니라, 현금의 가치가 폭락했음을.
공짜로 뿌린 돈으로 미국인 전체가 최저시급의 네 배씩 소비하는 건 사실 공짜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동의 없이 빼앗아 온 돈이라는 걸 알린다.
현재의 적은 미국.
미국이 딱히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달러가 기준화폐기 때문에 달러의 지위를 뺏으려면 미국과 싸울 수밖에 없다.
적의 한정.
지구인 모두와 싸우는 대신, 미국이라는 적을 앞에 두고 나머지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맞다. 모닥불 언니,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가 두 개인거 알아요?”
“에? 진짜? 미국... 캐나다달라?”
“아뇨. 미국 달러를 두 개 나라가 찍는대요.”
“정말? 어딘데?”
“미국과 북한이래요.”
“아아아 북한. 그런데 그거 우스갯소리 아니야?”
“그렇겠죠. 그런데 불가능하진 않아요. 미국이 외계인의 기술로 달러를 찍는 것도 아니고, 국가단위로 도전하면 어느 나라든 달러를 찍을 수 있대요. 사람들이 위조지폐를 만들지 못하는 건 처벌이 무서워서이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래요. 그런데 북한이 매년 천만 달러 정도로 작은 금액만 찍어내면 이건 잡아낼 수 없대요.”
“하긴... 미국이 북한에 가서 돈을 못 찍게 막을 수도 없겠네.”
“그렇죠. 북한이 미친듯이 찍으면 미국이 제제하겠지만, 어차피 경제 제재는 항상 해왔고, 소액씩 찍는 건 막을 수 없대요.”
“중동에서도 찍겠네. 반미 국가라면 국가단위로 할 수도 있겠어.”
“그렇죠. 그런데 여러 나라에서 달러를 찍어내 지구 전체의 달러가 많아지면!”
“우리의 재산이 줄어드는 거네. 한국은 달러보유액 세계 8위니까.”
“하아. 참. 우린 우리도 모르게 뺏기며 살아왔어요.”
“억울해. 우리는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데.”
“화폐가 많아질수록 내가 일해서 번 돈은 계속 줄어들어요.”
“누군가 공짜점심을 먹을 때마다.”
“우리가 가난해져요. 코로나 위기 이후로 미국의 실업급여가 미국의 최저시급의 네 배래요. 미국이 달러를 찍어서 실업급여를 뿌리고 생활안정기금을 뿌리고 그러한 게 일하는 것보다 네 배래요.”
“아, 나 그 소식 들었다. 미국의 트럭운전사들이 일하는 대신 실업급여 받으면서 놀아서 미국에 간 한국의 화물선들이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한대. 미국의 스쿨버스 운전사가 없대. 다들 실업급여 받으면서 논다고. 미국의 도미노피자는 주문량이 폭증하는데 배달하는 사람이 없어서 적자가 낮대.”
“그렇게 미국인들이 놀면서 국가가 찍어서 뿌려주는 돈으로 배부르게 먹고 살아요.”
“그런데 공짜점심이 없으니.”
“미국이 찍어서 뿌리는 달러만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세계 각국에 뿌려진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고, 우리가 갖고 있는 달러의 가치가 낮아진 거죠. 미국인들이 놀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만큼 세계각국에서 좀 더 열심히 일해서 그들을 먹여 살린 거죠.”
“결국 우리가 미국을 먹여 살린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달러가 기준화폐니까!”
“맞아요. 지금까지는 달러가 기준화폐였으니 어쩔 수 없었지요. 게다가 미국은 공짜점심을 먹는 방법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양적완화라는 사기가 통하는 걸 알아냈으니 앞으로 영원히 돈을 찍어서 국민에게 뿌릴 테고, 미국인들은 영원히 놀면서 잘 먹고 잘 살았겠죠. 그외 지구인들은 영원히 미국인들을 모시고 살아야 했고. 하지만?”
“미래블록!”
“미래블록이 기준화폐가 되면 세계가 공정해져요.”
“미래블록이 기준화폐가 된다고 해도 더 잘 살게 될 일은 없겠지.”
“그저 공정해질 뿐이죠.”
“공짜 점심 없이 각자 일한만큼 먹고 살게 되는 거에요.”
“그러니.”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미국을 욕하면서 살려달라고 한다.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양적완화의 문제점을 말하며 도와달라고 한다.
미래블록이 옳다는 것을 알리고, 국가가 찍어내는 화폐의 문제점을 알린다.
그렇게 지지자를 모으고, 옹호자를 모아, 방패로 세운다.
[윤동욱의 재산은 얼마일까?]
미래그룹의 모든 기업은 미래홀딩스 아래에 붙어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미래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다섯개의 익명 펀드가 20%씩 보유하고 있다. 파나마, 솔로몬, 바하마 등 조세회피처에 자리한 이들 펀드가 미래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윤동욱의 지분은 얼마만큼일까?
3조원의 초기자금을 당시 24세였던 윤동욱이 전액 지불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현재까지 그의 의도로 그룹 전체가 움직이는 걸 생각한다면 그가 최대주주임은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래그룹의 전체 가치는 무려 4경원을 기록했다.
탈모방지약, 성장판 보호약을 연달아 개발하며 시총 7000조를 기록한 미래바이오를 비롯해 시총 10위 기업 안에 7개를 이름올린 미래그룹. 총액 4경원의 자회사들 중 미래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은 평균 62%. 3조원으로 출발한 미래홀딩스가 불과 3년만에 일만 배, 2경 4000조의 가치상승을 이룩해냈다.
그렇다면 윤동욱의 재산은 얼마일까?
그가 만약 미래홀딩스 지분을 10%만 갖고 있다해도 그의 재산은 2400조원이 된다. 공식 1위 부자 머스크보다 10배 많은 재산이다.
그런데 고작 10%로 미래그룹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소 30%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를 걸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인류 역사상 다시 볼 수 없는 부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끝이 아니다.
미래블록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그의 재산은 열 배로 뛰어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개인이 미국을 구매하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아닌데? 나 100% 보윤데?
ㄴㅋㅋㅋ24살에 3조. 가능하겠냐?
ㄴㄴ예능을 다큐로 보는 놈이네
-윤형 전재산 2경. 윤형 돌아가시면 상속세 1경. 빨리 한국으로 모시자.
ㄴ그걸 다 내겠냐? ㅋㅋㅋ
ㄴㄴ 안내면 어쩔?
ㄴㄴㄴ 1경원을 상속세로 내느니 나라를 사서 상속세 제로로 만들겠다
ㄴㄴㄴㄴ 호오 그럴듯하군요
ㄴㄴㄴㄴㄴ 몰타같은 나라면 상속세 0 만들어 줄듯
-저 형 어쩐지 돈 뿌리는 레벨이 달랐어
-미래바이오 1주주주다 질문받는다
ㄴ 다음약은 뭐에요?
ㄴㄴ 다이어트약 발표직전이라는데
-결국 답은 바이오인가
내 재산도 대신 계산해주는구나.
하지만 내 지분이 100%라는 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다.
이 거대한 기업을 나 혼자 갖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겠지.
회귀자라면 이 정도 벌어야지.
미래그룹에 부정적인 기사와 긍정적인 기사가 서로 반박하며 쏟아진다.
사람들은 입맛에 맞는 기사만 찾아다니며 자기 생각을 강화한다.
펌글(트럼프 트윗) <제발 미국인이라면 미래블록을 버려라>
이제 다 알잖아! 달러가 기준화폐인 이상 미국은 무조건 승리해! 너희가 달러를 버리고 미래블록을 쓰는 건 미국이 미국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를 버리는 거야! 당장 미래블록을 지우고, 미래블록 반대 시위에 참여해!
논쟁을 할수록 진실이 알려진다.
“어머어머! 이 아저씨 또 트윗했어요.”
민지민지와 모닥불은 트윗을 캐치해 바로 방송으로 반박한다.
“미국 대 세계라면 미국의 이득이 맞지.”
“하지만, 월가 금융가와 미국의 가난한 서민이라면?”
“월가 금융가가 다 가져가지.”
“왜죠?”
“양적완화로 뿌리는 돈은 각국에게서 빼앗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가치를 빼앗거든.”
“그게 왜 월가로 가요?”
“코로나 이후 2년. 2년 동안 부도난 대기업 있어?”
“어... 알리바바?”
“중국 빼고.”
“없죠.”
“그치. 망해야 할 기업이 국가에서 뿌린 돈으로 살아남고 있어. 경제역사상 가장 악조건이 발생했는데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국가가 돈을 찍어서 뿌리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죠?”
“차라리 전국민에게 공평하게 뿌리는 건 괜찮아. 그런데 미국은 서민에게 뿌리는 것보다 수배의 돈을 미국 기업에 퍼주고 있어. 덕분에 코로나라는 힘든 시국에도 망하는 회사가 없지. 그리고 그 회사를 살리는 가치는?”
“세계 모든 나라가?”
“추가로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가치도 빼앗고 있지.”
“하아. 결국 미국의 부자에게만 좋은 거네요.”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경제 구조가 이어지면 안 된대. 동욱이가 그랬어.”
“아... 언니. 회장님인데.”
“에? 전에 술 마시면서 말 놓기로 했는데. 아무튼! 미국 대 세계라면 미국의 이득이지만, 미국 안에서도 보면 금융가들만 좋은 게 양적완화야!”
“그 불공평한 걸 미래블록이 해결해준다는 거죠?”
“그치.”
해명이 이어지고, 논란이 이어질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
누가 착한지 나쁜지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상대는 트럼프의 떼쓰기가 아닌 이상 거짓말밖에 할 게 없어진다.
- 작가의말
왜 안 끝내고 질질 끄냐고 하실까봐 변명하건데... 이 과정자체가 중요한검미다... 살려주셈...
이 글은 100% 망상입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