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벼락부자가 막 퍼줌4
트럼프의 자백 소리가 끝났다.
채인수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며 물러났다.
“트럼프형은 정확히 사태를 이해하고 있네. 이제 이해하기 쉬울 거야. 미국이 돈을 찍어서 뿌려. 전세계에 동등하게 뿌리는 게 아니라 미국 내에 뿌려. 그런데 달러는 기준화폐고 전 세계에서 쓰이지. 결국 새로운 달러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치는 전세계 모든 자산에게서 십시일반 모은 거야.
여기까지 이해했으면 다음 단계로 가자.
지난 10년 간 일본은 화폐를 미친듯이 찍었어. 이러면 일본의 엔화가치가 내려가. 엔저현상이야.
얼핏 들으면 엔화가치가 내려가니 안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국가 간 경쟁에 있어서 매우 유리해져. 자국 화폐의 가치가 내려가면 수출이 잘 되고, 수입은 망설이게 돼. 외국에 나가는 관광객은 줄어들고 자국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 그래서 모든 나라는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려고 노력해.
내가 유로화 통합의 효과에 대해 말했나? 유로화가 통합된 후 독일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낮아졌어. 덕분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었지. 반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관광으로 먹고 살던 국가들은 화폐가치가 오른 효과로 관광객이 줄었어. 덕분에 경제가 흔들리다가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국가가 박살났지.
자국화폐 가치 낮추기가 왜 중요한 지 이해되지? 그렇다면 미국이 달러를 찍을 때 각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이 달러를 찍으면 달러의 가치가 내려가. 반대로 각국 화폐가치는 올라가지.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무엇을 해야 하지? 환율방어를 위해 돈을 찍어야 해. 돈을 찍기 싫어도 억지로 돈을 찍어서 달러와의 환율을 조절해야 해. 이게 지난 10년 간의 양적완화 과정이야.
앞으로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을 거고, 계속 뿌릴 거야. 미국이 찍는 달러의 가치는 세계 각국에서 오며, 세계 2위 중국이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어. 즉, 미국이 달러를 찍을수록 경쟁국 중국이 약해져. 이러니 미국이 달러를 안 찍을 수 없어. 고래 둘의 싸움에 나머지 국가들도 모두 화폐를 찍어야 해. 발맞추지 않으면 자국 경제가 그리스처럼 무너지니 이건 필연적이야.”
결국 했던 말의 반복이다.
뻔한 말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세상은 설명할 수 있고, 대놓고 움직인다.
사람들이 직시하지 않을 뿐이다.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
환율을 낮춰 자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경쟁.
모든 나라가 이 경쟁에 돌입했고, 서로 경쟁하며 돈을 찍어내고 있다.
“모든 국가가 돈을 찍어 뿌리고 있어. 빚에 대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이게 버블을 만들지. 사람들이 시장 돌아가는 모습을 이해하고 돈을 빌려 집을 사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니 시장에 화폐 유통량이 수배, 수십배로 뻥튀기 돼.
알다시피 시총 1조인 회사가 시총 2조가 되기 위해 1조가 필요한 게 아니야. 1 더하기 1이 2인 게 아니라 1 더하기 뉴스가 2인거야. 주식시장이 과열되어 아무도 팔지 않으면 아주 적은 돈으로 주가가 폭등하게 돼.
지금 주식시장이 그렇고 부동산 시장이 그래. 그런데 버블인 거 알잖아. 버블은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돼.”
버블에 대한 경고.
물론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버블만의 문제라면 내가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지. 오르고 내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문제는 달러야.
화폐마다 신뢰도가 다른 건 알지? 한국사람 중에 서울의 아파트를 팔아 짐바브웨 달러로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없겠지. 왜? 믿을 수 없잖아.”
양적완화.
미국이 달러를 찍으면 각국도 따라 찍어야 한다.
찍기 싫어도 찍어야 한다.
따라가지 않으면 자국 경제가 망한다.
하지만, 잘못된 건 언젠가 문제가 생긴다.
특히, 화폐의 신뢰도 측면에서 약소국일수록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 대공황이 특정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어. 위험하다, 위험하다, 하다가 누군가 돈을 빼고, 여러명이 돈을 빼니 앞다튀서 돈을 빼면서 발생했어. 미국의 서프 사태도 마찬가지야. 2006년부터 금리와 부동산 상승폭이 역전되었는데 1년 더 올랐어. 위험하다 위험하다 하면서도 1년을 더 끌었지. 그러다가 하나둘 빼면서 폭락이 시작되었어.
양적완화 버블도 마찬가지야. 언젠가 사람들이 정신 차리고 하나 둘 돈을 빼기 시작하면 버블이 붕괴될 거야.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것의 100배 이상의 충격이 시장을 휩쓸 거야. 전 세계 모든 도시가 핵폭탄에 맞은 것처럼 경제가 무너지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게 될 거야. 모든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양적완화덕에 망하지 않고 버티던 회사들이 멀쩡한 회사들까지 무너뜨릴 거야.
버블의 붕괴정도는 얼마나 높이 올랐냐의 문제가 아니야. 미국은 기준화폐니까 기둥이고, 짐바브웨같은 나라는 끝에 달린 잎사귀야. 기둥이 가볍게 흔들려도 잎사귀는 우수수 떨어지지. 버블이 붕괴되면 미국은 2층에서 1층까지 떨어지지만, 중진국, 약소국은 지하 20층까지 수직낙하하게 돼. 그때가 되면 각국의 화폐는 믿을 수 없게 되어 모두가 달러를 찾는 일이 발생해.
증거가 있냐고? 그리스, 스페인이 망할 때 그랬거든. 경제가 힘들어지자 그 나라 화폐들이 가치를 잃고 모두가 달러를 찾아 헤맸지. 생존을 위해 국가가 가진 인프라자산마저 팔아치우고 달러를 구해왔어. 같은 일이 양적완화 버블 붕괴 때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발생할 거야. 너무 옛날이야기 아니냐고? 현재 일본을 봐. 내가 스테이블 포기 한마디 했을 뿐인데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망했잖아.”
양적완화 버블이 붕괴되면 모든 나라가 고통받고, 그 정도는 화폐 신뢰도 순서를 따른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가 달러를 찾고, 원-달러 환율이 세 배로 폭락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게 된다.
양적완화 버블이 붕괴하는 그날이 오면 미국이 전 세계의 부를 쓸어담게 된다.
“음모론은 없어. 누구 하나의 큰 그림이 아니야. 10년 전 금융사기인 양적완화를 슬쩍 해 봤더니 의외로 시장이 버티더라. 그래서 계속 찍어낸 거야. 하다보니 미국에 이득이고, 정치인에게 뒷돈이 되고, 기업가들에게 큰 돈이 되며, 노동가치는 그대론데 금융자산만 오르니 부자에게 너무 좋더라. 그래서 로비가 이어지고 계속 늘어난 거야. 금융자산가가 이득을 보는 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그건 아마 형들 같은 일반노동자일거야. 그 후 버블이 붕괴되면 부자는 더 큰 재산을 저렴하게 쓸어담고, 젊고 가난한 노동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성실하게 일하다가 거지가 되는 거야. 이게 양적완화 버블붕괴의 결말이야.
이제 내가 미래블록을 만든 이유를 알겠지? 미래블록은 피난처야. 달러에게서 형들의 재산을 지켜줄 방파재야. 미래블록이 달러의 발행량을 넘고, 함부로 찍지 못 하는 신뢰성을 모두가 공유하고 나면 이런 피해가 없어져. 미래블록은 각국의 환율조정 기능을 막고, 강국에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사람이 고의로 피해를 일으켜서 부자가 부를 독식하는 인재를 없앨 수 있어. 그래서 미래블록에 올인했고 기준화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거야. 미래블록 자체가 내가 퍼주는 가장 큰 선물인거지.”
긴 말이 끝났다.
지난 4년간 이뤄낸 미래그룹을 해산하고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이유를 말했다.
나는 신이 되고 싶다.
살아있는 신이 되기 위해 3경에 가까운 전재산을 기부한다.
나는 신이 된다.
“오빠!”
예하가 달려왔다.
그 표정엔 공포와 경악이 섞여 있었다.
베네수엘라 지하 방공호의 송출실. 사방에서 찍는 카메라로 예하가 들어오니 메타버스 화면에 제시가 등장하게 되었다.
-ㅗㅜㅑ
-이벤튼가?
-제시만세!
-눈나보고싶어서 개소리 참음ㅋㅋㅋ
갑작스런 예하의 난입에 메타버스 화면을 모니터링 하는데 예하가 소리질렀다.
“미국이 선전포고했대! 베네수엘라에! 당장 오빠를 내놓으라고! 공군이 이미 출격했대!”
예하가 소리쳤고, 난 정신이 멍해졌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알았지?
세상엔 무협지속 개방 같은 주인공 편의적 정보시설이 없다.
그런 게 있었으면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10년이나 걸릴 리 없지.
세상은 충분히 설명가능하고 초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주의한다면 미국은 절대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베네수엘라에 숨어있는 걸 어떻게 알고?
무슨 실수를 했나?
위층 형누나들의 배신?
그 외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나?
탈출해야 하나?
어떻게?
머리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오고 헝클어지고 흩어진다.
영흥도 서쪽 해안가.
닥똥과 가오리가 낚시대를 대충 던져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핸플 표정 얼빵한 거 봐라.”
“방금 말 절었지? 발음 이상했는데?”
술안주는 친구 뒷담화.
“근데 우리도 기부해야 하나?”
“어? 글쎄. 우린 좀 다르지 않을까?”
“저 새끼가 기부하면 우리도 해야 하지 않나? 솔직히 지돈 우리 준거잖아.”
“아... 그러네. 욕먹으려나.”
“에이 몰라. 일단 침묵.”
“내가 먼저 나서면 영주한테 등짝 맞겠지. 걸리면 그때 하자.”
짠.
“어 예하다.”
“여전히 예쁘네.”
“어? 뭐라고?”
“베네수엘라? 젠장.”
가오리가 빠르게 검색을 했다.
[미국 베네수엘라에 통신데이터 기록 조회요청.]
[베네수엘라 윤회장을 숨기고 있었다.]
[왜 베네수엘라인가? 미국의 국경봉쇄의 역설로 가장 안전한 은신처.]
[미국 베네수엘라에, 즉시 윤동욱을 내놓을 것, 최후통보]
[미항모 출격 준비. 고조되는 전쟁분위기]
화면 속 친구를 물고 뜯던 10분 사이에 뉴스가 도배되었다.
“저놈. 저기 있었나?”
“하, 새끼. 표정 관리 좀 해라. 아주 자백을 하네.”
“옆에 있으면 한대 때려서 정신 차리게 하고 싶네.”
“아...... 인수형 나왔다. 다행이다.”
“그거 큰일이네. 엉뚱한 사람들이 다치겠어.”
채인수의 목소리가 메타버스 방송화면으로 들어왔다.
멍하니 화면을 보니 채인수가 옆에 와 있었다.
가상세계에서 곁에 있는 채인수가 말했다.
“너흰 베네수엘라에 없잖아. 미국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이라크 전쟁처럼 또 엉뚱한 전쟁을 벌이고,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어.”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학살 무기가 있다고 했다. 그 무시무시한 무기로 미국의 죄없는 시민들을 다 죽일거라고 했다.
이라크는 그런 거 없다고 했고, UN의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미국은 적의 말을 듣지 않았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군부대와 도시를 폭격했다.
전쟁 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이라크와 후세인은 이미 죽었고, 무엇보다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똑같은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
채인수의 말에 이라크를 떠올렸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갑자기 채인수가 거짓말을 한 이유.
“맞아. 왜 베네수일라라고 착각했지?”
잡아떼기.
곧장 나왔어야 할 반응.
예하가 뉴스를 알리지 않는 게 가장 좋았고, 예하가 놀라서 소리쳤을 때 나는 곧장 ‘새끼들 헛다리짚고 있네.’ 하며 비웃었어야 했다.
아까 내 표정이 어땠지?
스스로 나 여깄소 하며 자백한 꼴이 아닐까?
난 회귀했다.
고작 5년 만에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뿐.
남들보다 20년을 더 살았고, 미래정보 일부를 알았을 뿐이다.
그뿐이다.
육체적 재능이 최고도 아니고, 지능이 높은 것도 아니다.
난......
그리 대단하지 않다.
이런 돌발 상황에서 표정관리 하나 하지 못하고 스스로 멍청한 짓을 해댄다.
난......
자괴감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자꾸 짐바브웨 얘기하지마. 괜히 의심할 수도 있어.”
“에헤헤. 짐바브웨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너무 아프리카로 몰아가니까 역으로 아프리카는 후보에서 빼지 않을까?”
“헤헤헤. 절대 못 찾아요. 여기가 어딘 지 알면 깜짝 놀랄걸요?”
메타버스 화면 속에서 예하와 채인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저게 자연스럽게 나왔어야 했는데 순간 머릿속에 굳어버렸다.
“예하야. 인수형.”
예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메타버스 화면 너머로 채인수가 대답했다.
“어, 동욱아. 너 베네수엘...”
채인수는 내가 어디 있는 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내가 베네수엘라에 없다고 연막을 치고 있다.
“형 괜찮아요. 무시해도 돼요. 예하 너도 들어가서 네 차례 준비해.”
“오빠...”
“그... 그래 알겠다.”
채인수와 예하가 망설이다가 화면 밖으로 나갔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 작가의말
자꾸 늦어서 죄송해요 ㅜㅜ
지난 40화가 전부 한 문단이다보니 정리할게 많고 중복 쳐내는 게 많고, 중복감안해서 정리할 것도 많아서 이게... 막 그래요... 처음부터 여기까지 전부 읽고 막 정리해야하는데 머리가나빠서 힝...
쓰다보니 공포론 조장하는 거 같은데 이게 만약 버블이라면 앞으로 더 갈겁니다 경고론이 더욱더욱 나와야 그 후에 폭락하겠죠... 아마 버블 아닐거에요... 참고로 저도 주식 하나도 안 뺐어요(마이너스인건 비밀) 괜히 뇌내망상 공포론에 사로잡히지 않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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