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게임 스탑3
로빈후드가 매수 버튼을 없앤 건 미친 짓이다.
10분도 안 되어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상원, 하원 의원이 비판을 했고, 경찰조사가 예고되었다.
로빈후드는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한 시간여 만에 바이버튼을 활성화했다.
“매수버튼 생겼네요. 기사님 동영상 찍어주세요.”
“예.”
인증샷을 위해 달려온 프로 기사님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화면을 동시에 찍었다.
서킷브레이크가 풀리자마자 150달러에 4조 원어치 매수를 눌렀다.
김하나 팀장이 숨이 멈출 것 같이 헉 소리를 냈지만, 화면엔 5주 매수만 체결되었다.
“어?”
재시도.
4조 원어치 매수 시도. 5주만 매수된다.
“미쳤네. 5주밖에 못 사요.”
“이것도 장난쳤나보네요.”
“기사님 바로 영상 월스트리트베츠에 올려주세요.”
“예.”
옆의 컴퓨터에서 1분 만에 영상을 편집해 레딧에 업로드.
영어자막은 능력자들이 알아서 달 테고, 한국 주식사이트에도 올렸다.
-와 미친 5주 한계매수
-윤형 2000만주 매수하려고 했는데 5주만 구매됨
-진짜 빡쳤나보다
-이개새끼들아!
-전부감옥가라
-정부도 한패임 믿지 마
분위기 좋고 좋고. 느낌이 와요 와요.
이걸로 오늘의 할일은 끝났다.
“쉬죠. 오늘은 내내 장난질에 휘둘리겠네요. 오늘은 빨리 끝내고 내일 다시 합시다.”
“회장님!”
“들어간 돈 2000억 밖에 안 돼요. 그 가격 아래까지 갈 것 같아요?”
“아... 뇨. 알겠습니다. 이미지는 확실히 챙겼으니. 쉴게요. 아예 저희팀 회식할게요.”
“그러세요. 수고하셨어요.”
두 시간 만에 일을 끝냈다. 시간은 오전 한 시.
김하나가 팀원들과 함께 퇴장.
“오빠, 끝이야?”
“응.”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야?”
“큰 문제가 있었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단다.
그리고 난 역사의 중심에 섰고.
“좋은 일인가보네.”
“응? 아닌데? 당했는데?”
“오빠 표정이 웃고 있거든요?”
내가 웃고 있다고?
화난 척 인상 찌푸리고 있었는데.
“후후. 큰 이득 보긴 했지. 루비는 퇴근 했으려나?”
“언니 아직 일 할걸? 전화해야지. 전화 안하면 일만 하잖아.”
“에휴. 걔는 진짜 미친것처럼 일 만 하네. 빨리 불러. 맛있는 거 먹자. 오랜만에 한잔 하자.”
본관의 식당은 24시간 운영한다.
30분 만에 루비가 도착해 셋이 소고기 구워먹으며 한잔하고 잤다.
이제 작전이 끝나가니 시차적응 해야지.
2021년. 1월 29일. 금요일.
월스트리트배츠가 최종목표일로 선언한 날이다.
옵션 계약이 만료되는 날짜이며.
공매도 만기일.
사실 여기에서도 개미의 허접함이 보인다.
옵션은 하나의 기관이 발행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금융사가 제각각 발행한다.
그렇기에 옵션 만료 날짜도 제각각이다.
가끔 수많은 옵션만료일이 겹칠 때가 있지만, 개미들은 그것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공매도 또한 빌리는 순간부터 3개월이며 그렇기에 딱히 만기일이 몰려있지도 않다.
오늘이 만기인 공매도 수량이 있겠지만, 아닌 물량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굳이 오늘로 날짜를 잡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구체적인 목표 날짜가 없었다면 개미들이 이렇게 어깨동무하고 끝까지 버티기 힘들었겠지.
한국시간 29일 밤 10시 본관 작전실에 모였다.
“오늘 최대한 정리할게요. 330달러 위로 팔아주세요. 가격 터트리진 말고 대규모 물량만 먹어주세요. 그리고 200달러 아래론 매수할게요.”
“예. 월스트리트베츠의 분노를 보면 고점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세팅을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전날 200달러에서 끝난 게임스탑은 장 시작과 동시에 130% 상승한 379달러를 찍었다.
물량을 던진다.
숏 기관들이 던지고 나까지 던지니 가격이 하락한다.
330달러 밑으로 가면 프로그램이 매도를 멈춘다.
개미와 롱 기관이 가격을 올린다.
다시 매도.
내려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작전 최종일답게 거래량이 폭발한다.
사람이 할 건 얼마 없다.
프로그램 돌아가는 거 보며 인터넷 반응과 기사를 긁어모은다.
그게 일이다.
250달러까지 하락한 주가가 서서히 상승해 320 달러까지 왔다.
“장 종료 한 시간 남았습니다.”
막내 형이 우렁차게 외쳤다.
끄응차 기지개를 폈다.
이제 일할 시간이네.
“팀장님 프로그램 세팅 다시해주세요. 310달러 아래로 100주씩 매수 거미줄 쳐 주시고요, 320달러 위로 매도 거미줄 쳐주세요. 자리 비면 자동으로 거미줄 쳐질 수 있게. 해당 가격대에서 만주이상 뜨면 바로 잡아먹고요.”
“예.”
가격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매수하고, 가격이 오르면 자동으로 매도한다.
“계좌 제 화면으로 옮겨주시고요. 영상 촬영해 주세요.”
“예.”
프로촬영기사님이 또 출동해 날 찍는다.
나와 화면이 다 나오게 잘 찍으셔야 한다.
1월 마지막 장 마감 30분 전.
최후의 고지점령전이 시작된다.
20달러를 한 번에 긁어내리는 매도폭탄.
한 번에 30달러를 긁어 올리는 매수폭탄.
주가가 10% 상승했다가 5초 만에 8% 하락한다.
1초 단위로 10달러가 변한다.
오르고 내리고 미친 듯이 널뛰기를 한다.
초단위로 표시한 차트가 지진계에 지진이 난 듯 번개를 그린다.
격전.
내리려는 세력과 올리려는 세력이 한판 붙는다.
거기서 난 꼽사리다.
수수수숙.
220만주를 샀다.
“와... 대박.”
스스스슥.
30초 만에 350만주를 팔고.
“헐. 한방에!”
수수수숙.
400만주를 5% 싸게 사고.
“아.. 오늘 못 팔면 손해가 분명한데.”
스스슥.
1분 만에 400만주의 5%를 먹는다.
“다 팔렸네.”
“와우! 대박!”
팀원 전부 뒤에 와서 구경하며 한마디씩 했다.
“거래량 터질 줄은 알았는데 더 크게 터졌네요. 팀장님 틱당 300주로 올려주세요.”
“옙!”
돈을 벌면 신난다.
나보다 김하나팀장과 팀원들이 더 신난 것 같다.
세력이 낮추려고 하면 내가 집어 삼키고, 세력이 올리려고 하면 내 것을 받아먹다가 힘이 빠진다.
와리가리 치는 와중에 수익은 계속 늘어난다.
격전 30분.
1분마다 100억의 수익을 올린다.
싸게 사고, 비싸게 팔고, 팔자마자 또 싸게 사고, 바로 비싸게 팔고.
모든 물량을 정리했다.
21달러부터 매수한 주식을 최고 411달러에 팔아 1조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마지막 30분 동안 30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장이 끝났다.
1월 마지막날 게임스탑은 327달러 고지에 멈춰 섰다.
“와아아!”
“끝났다.”
“회장님! 최곱니다!”
“진짜 한수 배웠습니다.”
후훗.
머쓱하게 진짜.
“에이. 너무 크게 말씀하시지 마시고, 나중에 두고두고 소문내주세요.”
“후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김팀장과 팀원들이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컴퓨터 로그아웃과 화이보드 등을 정리했다.
게임스탑 작전, 끝.
하지만 난 할 일이 남아있다.
콜을 하니 사람들이 올라왔다.
조명시설까지 갖춘 촬영팀과 비서실, 그리고 꽃단장 한 예하가 나왔다.
“예하야. 너 그렇게 꾸미면 내가 더.”
“오빠. 예뻐. 멋져.”
비서실의 나선혜씨가 대본을 주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피곤해 보이는 게 오히려 좋으니 예하씨 옆에 있으면 대조되어 오히려 더 좋습니다. 메이크업도 피곤해 보이게 하겠습니다. 다크서클도 만들고.”
저기요. 그거 위로가 아니거든요. 예하 옆에 있으면 더 못생겨질 거란 소리잖아요.
에휴.
대본은 어제 로빈후드 사건을 겪은 후 비서실에 지시했다.
머릿속엔 애초부터 작전이 있었지만, 지시하는 건 사건 발생 후다.
대본을 한 번 훑어보고 예하와 말을 맞춘 후 방송을 시작했다.
만들어 놓기만 했던 내 개인 채널과 예하의 개인 채널에 동시 송출된다.
라이브 방송.
제목은 게임스탑 사태 설명.
예하와 나란히 앉았고, 배경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모니터 8개짜리 거래컴퓨터다.
“안녕하세요. 윤동욱입니다.”
“여자친구에요~ 굿모닝!”
예하가 방실방실 웃으며 팔짱을 꼈다.
예하가 바싹 붙으니 모니터속 내가 대왕오징어처럼 보였다.
나도 못 생긴 게 아닌데. 하...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해야 될 거 같아서 방송을 켰어. 라방은 반말이 대세라고 하니까 말 놀게. 일단 시작은 보름 쯤 전, 월스트리트베츠의 글을 보고 나서야.”
보름 전, 공매도 죽이자는 베스트 글을 보여줬다.
로빈후드 계좌는 그 후에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해명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진행했다.
물론 모든 작전은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
“물론 내가 진입한 건 공매세력을 조지기 위한 건 아니었어. 딱 보니까 공매세력 물린 것 같고, 한참 더 오를 것 같아서 들어갔어. 내가 숭고한 뜻을 갖고 진입한 건 아니니까 막 칭찬하지는 마.”
계좌를 열어 최초 거래일을 보여줬다.
21달러부터 꾸준히 매집한 기록이 화면에 표시되었다.
20달러, 40달러, 30달러, 50달러, 30달러, 150달러, 90달러, 300달러.
-헐. 저점매수
-대박 ㅅㅂ 내돈 다 저기 빨렸네
-나도 저때 살걸
-껄무새등판ㅋㅋㅋ
“여기서도 내릴까 생각했어. 내가 내리려 했다고 욕하지는 마. 난 평생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을 생각은 없고, 쌀 때 사서 비싸게 팔 생각으로 들어온 거니까. 팔려고 했는데 느낌 상 더 오를 것 같았어. 그래서 450달러일 때 한 주도 팔지 않았어.”
그랬는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이버튼 비활성화. 미친 거 같네. 사실 이날은 오르면 조금씩 팔려고 했는데 팔 생각이 사라졌어. 전쟁하자는 거지. 7연속 하방 사이드키 올라가고, 바이버튼이 생긴 후 빡쳐서 다 긁어올리려고 했는데 한번에 5주씩만 구매가 되더라. 이것도 미친 것 같고. 그래서 어제는 접었어. 그리고 열 받아서 인터넷에 올렸지.”
전날의 매매기록을 화면에 비춰줬다.
나중에 편집되어 영원히 인터넷에 떠돌겠지.
-ㅋㅋㅋㅋ5주 매수
-한방에 2000만주 신청한게 레게노
-진정한 돈지랄을 보여주려 했는데 막았누
-딥빡친게 보인다
“그리고 오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정리했어. 대주주 공고도 곧 뜰거야. 정리 이유는 차익실현.”
결론을 말한 후 거래내역을 한칸씩 올리며 비춰줬다.
330 달러 이상에서 판매하다가 막판 유동성이 폭주할 때 사고판 흔적을 보여줬다.
-헐 ㅅㅂ
-내돈 다 저기 빨렸네
-막판 3000억번거 실화야?
-잔고 늘어나는거 봐라
-개잘한다 시바 미친새끼
-아... 내 평생 벌 돈의 수백 배를 30분 만에 버네
-나도 차트 보면서 와리가리 생각은 했는데
-미친. 그 유동성에서 저걸 계산할 수가 있어?
-스킬이 다르네 개개끼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를 반복했어. 잘하지? 어? 욕이야? 욕하기 전에 잠깐.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생각이 없는 사람만 욕해. 복수를 위해 고가에 사서 끝까지 팔지 않을 사람만 욕해. 수익실현이 목표인 사람은 나랑 똑같은 사람이니까 욕하지 마. 그리고 게임스탑이 너무 좋은 회사라 사서 영원히 묵혀둘 생각인 사람도 욕하지마. 그 사람은 주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잖아. 난 싸게 사서 비싸게 판 것 뿐이야.”
논리적 변명을 했다.
이만하면?
-내돈 물어내!
-개미들의 단결을 짓밟는 놈
-461층에 사람있어요~
-내돈내놔
-ㅋㅋㅋㅋ지들이 물려놓고 보따리 내노라고 하네
욕하네.
엄청난 욕이 쏟아지네.
욕 안 먹으려고 친구비도 잔뜩 냈는데.
“그래. 많이 화났구나. 아무튼 나도 많이 화났거든. 어제장난질 당해서 1조 손해봤어. 그래서 이번에 번돈 1조 4000억원을 전부 화풀이에 쓰려고. 내가 빡친 걸 풀다 보면 형들 빡친 것도 좀 풀릴 거야. 그러니 일단 들어봐.”
벌 땐 악착같이 번다.
대신 쏠 땐 기대한 것보다 더 화끈하게 퍼준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 작가의말
한 동안 이틀에 하루 연재로 갈게요 ㅜㅜ
후반이라 떡박회수해야 하고, 그래서 앞부분 돌아가보기도 해야하고, 여기저기 놀러갈일 많고(중요!) 비축분도 없고,
봐조요!
데헷!
키리취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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