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사람은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한다2
싼샤댐의 7월 최대 유입량은 7만 6000톤이었다.
이는 싼샤댐 설계 당시 설정한 최대 유입량을 웃도는 양이다.
싼샤댐은 100만년만의 홍수를 견디게 되어 있는데, 그걸 넘겼다는 말은 올 여름 중국의 홍수가 100만 년 만의 홍수와 비견된다는 뜻이다.
구형재는 뒤늦게 준비해서 이 시기를 놓쳤다.
7월 이 후 싼샤댐의 수위가 서서히 줄었다.
구형재는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성격이다.
눈 여겨 보던 주식이 갑자기 폭등할 때 기다렸다가 사는 참을성.
폭락할때 팔지 않고 힘겹게 버티다가 반등에 파는 인내력.
구형재는 신중하게 기회를 기다리는 성격이다.
테러가 좋은 짓이 아닌 건 알지만 중국이 윤동욱을 죽이려 하는 건 테러보다 나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미수에 그치는 짓으론 더욱 강한 공격이 올 거라 생각했다.
적을 정했으면 확실히 끝장낸다.
드론을 더 사고, 화약을 더 구하며 기다렸다.
100만 중국군 중 화약을 뒷돈 받고 팔 이는 널리고 널렸다.
미래블록으로 비밀결제 하니 쉽게 쉽게 팔았다.
이건 중국군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문제일 뿐 큰돈에 무기를 파는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항상 있다.
포탄을 여기저기로 옮겨가며 꼬리를 잘라 충칭으로 수송했다.
7월보다 잦아들었을 뿐 비가 꾸준히 왔다.
다행히 싼샤댐 상류는 덜 왔지만, 하류에 비가 너무 와서 둥탕호 포양호 등 장강의 주요호수들이 가득 찼다.
제방 끝에서 간당간당 하는 장강.
중국당국은 중하류 물이 빠질 때까지 수위조절을 하기 위해 싼샤댐이 방류를 줄였다.
내려가던 수위는 서서히 올랐고, 10월 20일 173m를 넘겼다.
홍수위 145m는 한참 전에 넘겼고, 댐의 최대높이인 181m까지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드론 233대. TNT 11톤.
댐의 수위가 오르면서 콘크리트가 버텨야 하는 물의 하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보유한 TNT의 양은 계산보다 많아졌다.
구형재는 건설용 수중드론에 TNT 50kg씩 소분하고 군집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해 수중에서 수직 일렬 이동을 했다.
목표는 2300m의 댐을 삼등분한 중앙.
양쪽 강력한 지지선이 있는 곳을 타격한다.
드론들을 호수같이 고요한 물에 넣은 구형재는 산소통을 메고 함께 들어갔다.
원격 조정은 1km가 한계니 본인도 댐에 붙어서 조종해야 한다.
군부대의 순찰을 피해 9km를 잠수한 구형재는 드론 배열까지 끝냈다.
수위 173m.
댐이 받는 수압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
콘크리트 벽면에 수직으로 다닥다닥 붙은 드론.
스위치를 눌렀다.
두둥.
물속에서 둔중한 소리가 터지고 수면 위로 2m 가량 두꺼운 파도가 올라왔다.
강력한 수압이 구형재가 있는 곳까지 휩쓸었다.
구형재는 정신을 잃을 뻔 했다가 겨우 버텼다.
쩌적.
콘크리트 갈라지는 소리가 구형재의 귀까지 들려왔다.
TNT는 두꺼운 벽에 실금이 가는 정도밖에 효과를 내지 못했다.
쩍.
나머지는 수압이 할 일.
쩌저적.
쾅!
터졌다.
길이 800m 콘크리트 평판이 통째로 넘어갔다.
넘어진 콘크리트가 수압을 받아 뒷판을 강력히 때렸고, 충격받은 2차방벽에 균열이 생겼다.
작은 금이 생기면 거길 강력한 수압이 게걸스럽게 폭행했다.
쩍. 쩌적.
다음판도, 다음판도.
퍼어엉!
200m 높이의 댐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
작은 금이 큰 댐을 무너뜨린다.
성공했다.
잠시 마음을 다진 구형재는 준비한 문자를 윤동욱에게 보냈다.
적어도 한 동안 중국은 윤회장에게 신경 쓸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이 아예 망할 수도 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고무잠수복 안에서 새로운 스위치를 꺼냈다.
“영원하길......”
사고 발생 후 공산당이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할 것이다.
자신이 잡히면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충칭에서 준비할 때도 언제든 증거 인멸을 위해 온몸에 화약을 두르고 살았다.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틱.
촤솨사사사.
몸에 감은 소이탄이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맹렬히 타올랐다.
“끄그극.”
구형재는 한순간에 소멸됐다.
구형재가 보내준 링크에 들어갔다.
쌴샤댐이 무너졌다.
이걸 알려온 것은 구형재다.
구형재는 몇 달 째 연락이 없었다.
구형재에게 중국이 타우바트섬에서 습격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또.
원래는 이 댐이 무너진 일 없는데.
그리고.
에.
“아아아악!”
핸드폰... 핸드폰...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핸드폰을 찾다가 벽채의 인터폰을 들었다.
1초 만에 받는다.
-예 회장님 오늘 당직인 나선...
“당장 사장전부 깨워요 전부! 그룹 전직원 모두 깨우고 채형한테 전하하라가!”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인터폰을 놓쳤다.
30초 만에 드드드드 진동이 울렸다.
컴퓨터 옆에 있었다.
받자마자 소리쳤다.
“형! 싼샤댐 붕괴!”
-어?
예하다.
당장 끊었다.
드르르륵.
옆의 옆집의 채인수다.
“형! 싼샤댐 붕괴! 당장 전부 깨우고 중국에도 알려요. 그리고 ... 그리고.... 위그선 전부 보내고 미래수산어선들 전부 보내고 모든 배를 보내요. 한국해운의 배도 전부 보내요.”
-잠깐 침착해. 허가는?
“골든타임! 일단 보내요 보내고 나서 허가받아. 그리고 전직원 다 미래 커뮤니티로 알려요. 싼샤댐 붕괴. 피하라고. 전부 피하라고 당장 알려요 당장.”
싼샤댐 붕괴 시나리오는 너무 유명했다.
그래서 무너지면 어찌될 지 다 알고 있었다.
타다다다다.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
“구호물품 사요. 레토르트든 뭐든 다 사요. 예약된 것도 다 사고 최대한 생산하라고 해요. 한국 말고 전 세계. 캠핑물품도 다 사요. 침낭이든 텐트든 다 사서 비행기로 보내요. 최대한. 굶어죽고 얼어 죽어. 당장. 돈 생각 말고.”
타다다다다.
-어. 알았다. 그리고.
“전 세계에 알려요. 가능한 모든 채널로 알려요. 각국에서 최대한 지원하게! 최대한 빠르게. 한국 어선도 다 가요. 장강 넘친 물로 가서 사람 구해요!”
-그래. 알았다. 진정해.
“아니 내가 지금. 이건 내... 내......”
덜덜덜덜.
말할 수 없다.
말하면.
난 죽는다.
역사상 최악의 학살자가 된다.
난.
침묵해야 한다.
몸이 벌벌 떨린다.
내가 1억명을 죽였다.
모든 사람은 상황에 따른 최선의 선택을 한다.
언제나.
난.
내가 욕해왔던 그런 개새끼다.
“난... 개새끼예요.”
-진정해. 동욱아. 이건 사고야. 진정해. 일단 시킨 거 전부 했고, 나도 직접 전화 돌릴 게 우선 한숨 돌리고 메신저로 얘기하자.
채인수가 날 말로 다독일 때 뒤에서 누가 감싸 안았다.
움찔 놀랐다.
저승사자가 죽이러 온 줄 알았다.
“오빠. 사고야. 사고. 오빠. 동욱오빠. 우리 오빠. 우리 착한 오빠.”
“난... 착하지 않아.”
“아니야 오빠. 일단 심호흡 하자. 심호흡. 후... 하...”
내 책임도 있다.
구형재 혼자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뉘앙스를 풍겼다.
중국이 닥치게 될 방법이 있냐 물었다.
구형재는.. 구형재는... 자기 홀로 피를 묻히려 했다.
난...
내가...
후......
그래.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미래메신저 내 홈피에 들어갔다.
-싼샤댐 붕괴. 최대한 알리고 피하게 하세요.
왜 존재하는 지 모를 내 팬클럽에도 들어가 똑같이 썼다.
그리고...
내가 하는 걸 보던 예하도 자기 페이지에 가서 비슷하게 썼다.
반짝반짝.
개인메세지가 왔다.
권순진이다.
-싼샤댐 붕괴. 중국관련주 팔고 공매도. 수혜주 검색중.
중국 회사 대부분 망하고... 전세계 토건, 재건 뜨고... 식품, 특히 레토르트 뜨고... 그리고...
이런 생각 하면서 구형재가 보낸 메세지를 삭제했...
“아아아악!”
“오빠? 진정해. 사고야 사고. 그냥 사고.”
내가 너무 혐오스럽다.
구형재는 최악의 타이밍에 댐을 폭파했다.
댐 자체 저수량 최다.
장강 중 하류 전체에 물이 가득찬 상황.
욕조에 물이 가득 찼는데 욕조 위 풍선에도 물이 가득 찬 상황.
적은 폭약으로도 최고의 효과를 냈고, 최악의 피해를 입힌다.
“소식 들었죠? cctv 좀 볼 수 있을까요? 피해 입을 도시들. 이창하고... 우한하고...”
CIA 지부장 칼리 페르난도에게 전화해 부탁했다.
페르난도는 윤회장이시니 특별히 해 드린다며 링크를 보내줬다.
중국에서 공개한, 혹은 해킹한 시내 CCTV들이 켜졌다.
댐 바로 아래 존재하는, 인구 400만 명이 사는 이창시.
댐 붕괴 30분 만에 장강의 흙탕물이 이창시 제방을 넘었다.
시속 50km 덮친 강물이 1분당 1m 씩 상승했다.
골든타임은 10분 정도였던 것 같다.
그 10분 동안.
CCTV 안에서 사람들이 탈출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1분당 1m 상승.
싼샤댐 전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전체방벽의 1/6만 사라졌는데도 이렇다.
중앙부 위쪽 100m 가량이 무너진 건데 이렇게나 차오른다.
물위를 물이 덮고 그 위를 또 새로운 물이 덮으며 거칠게 쓸었다.
저지대의 집은 내부의 사람과 함께 잠겼고, 혹은 집과 사람이 함께 쓸려갔다.
노도처럼 거친 강물이 도시를 덮고 덮어 제방보다 30m 높아졌다.
물살이 너무 강해 파도 높이가 20m를 넘는다.
도시 최고층 아파트를 제외하곤 모두가 수몰.
고층도 파도가 쉴 새 없이 때렸다.
너무 빠른 수압 때문에 오래된 건물들이 줄줄이 붕괴되었다.
이창시는 붕괴 한 시간 만에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이창을 덮은 강물이 하류로, 하류로, 거칠게 흘러갔다.
장강은 강변을 따라 사람들이 사는 곳이 줄줄이 붙어 있다.
단순히 어부 한 두 명이 사는 게 아니라 소도시 규모로 두껍게, 많이 있다.
관광이나 어업, 강 양식을 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를 수장하며 넘친 강물이 내려간다.
이창에서 두 시간 거리에 징저우시가 있다. 삼국지게임에서 ‘강릉’으로 표시되는 고대도시이며 인구가 무려 650만이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인구 1500만인 우한이다. 무협지에서 ‘무한’이라 불리는 곳.
하류엔 난징, 상하이 등 초거대도시가 즐비하다.
징저우시를 비추는 CCTV상에 자동차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새벽치곤 차량이 많아 보이지만 도시 전체가 탈출한다고 볼 순 없다.
상황이 알려지고 시민들이 동시에 탈출했다면 지금쯤 도로가 마비되고 사람들이 달려서 고지대로 달려가야 한다.
저렇게 조용해선 안 된다.
“인수형!”
-어.
“중국은? 대피령 안 내려요? 설마 몰라요?”
-아니. 우린 알렸고, 자기들도 안대. 위그선이랑 소형어선은 일단 공해상에 대기하래.
“아니 지금 당장 강을 거슬러 사람을 구해야지! 심각성을 모르는 거 아냐?”
-심각성도 아는 것 같다. 강변 근처의 군부대가 철수하고 있고, 공산당도 간부 위주로 탈출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사람들은?”
-잘 안 믿어. 믿는 사람도 있고, 안 믿는 사람도 있고. 새벽에 자다가 전부 버리고 탈출하라고 하니까 스팸문자 받은 기분이겠지. 공산당의 공식 발표는 없고, 대신 공산당 입김을 받은 매체가 헛소문이라 일축하고 있어. 신문에선 붕괴된 동영상도 합성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도로가 마비될까봐 대피를 늦추는 것 같다. 다행히 상해와 난징은 사이렌 울리고 대피 시작했어.
“왜... 급한 건 중류... 아. 시발. 씨! 발! 시발새끼들! 개시발.”
좆같다.
새벽 도로는 여유가 넘친다.
새벽 차량들이 막힘없이 달려 고지대로 이동한다.
저 넓은 도로를 달려서 탈출하면 수십만 명이 더 살 수 있는데.
공산당 간부 우선 탈출.
군부대 탈출.
그 다음에 공산당 당원 탈출.
그 다음에 민간인 탈출.
질서 있는 탈출.
시발.
“아아아아아아아악!”
열 받는다.
사람의 이기심에 화가 나고, 내가 이 사태의 원인인 게 화가 난다.
열 받는다.
위급한 순간, 인간의 보편적 선택이 얼마나 잔인한지 소름끼친다.
모든 사람은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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