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비욘드 어쓰4
-이렇게 협상테이블에 앉게 될 줄은 몰랐군요. 제대로 붙어보기도 전에 항복이라니.
구글 아저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유투브 매출 반토막에 안드로이드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려 해임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름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급하게 준비하는 것들은 우리의 뒤를 따라가는 것 뿐 한판 뒤집기의 기대감이 없다.
그런 위험한 상황이기에 협상자리에 나온 거겠지.
“IT가 원래 그렇죠. 다음 변화를 먼저 잡는다면 다시 올라갈 겁니다.”
쓸데없는 덕담.
-그렇긴 하죠. 바쁘실텐데 바로 시작하죠.
“예. 첫번째. 미래 그룹은 구글의 검색엔진이 미래메신저 안으로 들어오길 바랍니다.”
미래메신저는 검색엔진이 필요하다.
라인톡이나 기타 5개 정도 되는 검색엔진을 쓰고 있지만, 구글과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직접 개발하려고 해도 수년 안에 구글을 따라잡을 수 없다.
-원칙적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주길 바랍니다.
동의하니까 들어왔겠지.
“독점은 절대 안 됩니다. 저희의 생태계는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공간입니다. 경쟁하되 강제할 수 없습니다.”
검색엔진끼리 경쟁하는 거 너무 짜증난다.
앱 깔 때마다 자꾸 홈페이지 바꾸고 자꾸 검색엔진 바꾸는 거 이거 트로이목마 아니냐.
-지구 대기권 너머 생태계 말입니까?
인도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예. 구글검색엔진이 들어와 모든 파생앱에 사용되더라도 아무 대가도 드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지금 개발중인 구글메신저가 미래블록 위에 올라타는 걸 전혀 제약하지 않겠습니다. 추가로 구글 포탈에 미래 커뮤니티에 들어와 주길 부탁드립니다.”
구글의 검색엔진을 쓴다.
대신 구글의 메신저가 미래블록 안에 들어오는 걸 허용한다.
이건 메일로 보낸 제안서엔 없던 내용이다.
구글 사장은 잠깐 사고가 멈춘 듯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뜻이지?
미래메신저의 경쟁자를 허용한다고?
구글의 메신저를 미래블록 생태계 안에 넣으면 파생효과는?
우리가 미래메신저를 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미래메신저가...... 메인이 아니었군요.
“오늘 발표를 들었다면 알 수 있겠지요. 미래메신저는 마중물입니다.”
인도아저씨는 정신이 아뜩해졌다.
미래메신저만으로도 까마득한데 미래그룹은 그 너머 어딘가를 보고 있다.
-그...... 회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당연히 기다려 드려야죠. 긍정적 답변을 들었으니 협상단을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공부 많이 한 엘리트들이 서로 피튀기는 협상을 하겠지.
“다음 안건으로 가시죠. 구글 AI의 미래메신저 공유와 타겟 광고 기술의 접목을 부탁드립니다. 이는 관련 매출 3%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이미 방침이 정해져 있었는지 시원하게 대답이 들어왔다.
세계 최고의 AI가 들어오고 세계 두 번째 타겟 광고 기술이 들어온다.
페이스북이 오면 좋겠지만, 걔들이 손을 잡을 리 없겠지.
이로 인해 전체 사용료가 3% 오르지만 광고주에게 광고비를 10% 올려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전보다 저렴해지고 전보다 수익이 많아진다고 느낄 것이다.
“세번째 제의입니다. 한 달 후 미래 게임즈가 정식 출시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구글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스트리밍이 위태로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구글 사장이 쓴 웃음을 지었다.
공개된 미래그룹 조직도를 보면 미래IT 옆에 미래게임즈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미래메신저 분석을 보면 아바타와 펫 시스템이 게임으로 연계된다고 한다.
언젠가 미래게임즈가 정식 데뷔한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돈을 쏟아 부은 구글의 게임스트리밍이 휘청일 게 뻔하다.
아니 이미 미래 커뮤니티에 파티로 들어간 게임만 해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위협이 된다.
유투브가 박살난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게임까지 뺏긴다면.
구글의 미래먹거리가 사라진다.
“저희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상호데이터 교환방식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승인방식의 원초적 문제죠. 끔찍한 반응속도를 잡고 싶은데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글과 손을 잡아야 한다더군요. 합작사를 제의합니다.”
우리 아저씨들이 일을 잘한다고 해도 우주인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선점한 업체들이 있고, 기능을 개선하려 해도 특허를 우회할 방법이 도저히 없는 것들이 있다.
스트리밍 게임이 그러하다.
내 제안에 구글 아저씨가 다시 한 번 제안서를 꼼꼼히 읽었다.
-미래 60%. 구글 15%. 나머지 25%는 어디로 가지요?
“비공개를 지켜주신다면 말해드리겠습니다.”
-...... 지키겠습니다.
화면 너머 구글 직원들이 부산해지더니 저마다 핸드폰을 치웠다.
폰로이어는 필수품이고 비공개를 위해 굳이 치운 것이다.
일부러 보여준 건 신뢰를 얻기 위함이겠지.
-됐습니다.
“예. MS에도 제안하고 페북에도 제안할 겁니다. PS도 필수기술이 있고, 한국의 기업 하나도 필수기술이 있습니다. 중국에도 필요한 기술이 있는데 협상이 불가능할 것 같고.”
-페북이 손을 잡아주겠습니까?
“일단 기술의 완성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최적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모으다보니 여러 회사들이 특허를 나눠 갖고 있더군요. 얼라이언스를 시도해보고 안된다면 다운그레이드 해야죠.”
지금은 게임산업의 격변기다.
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트리밍 게임을 준비 중이다.
MS는 아예 미래는 게임산업에 있다면서 모든 역량을 게임구독 스트리밍에 쏟아붓고 있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현재 세계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5년 후 시장점유율이 반토막 나고 10년 후 사망한다.
게임산업은 현재 200조 매출에서 10년 후 매출 2000조 영업이익 600조라는 미친것 같은 과실이 열리는데 한국은 거기에 전혀 끼지 못한다.
선점해야 한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시장이다.
이미 수많은 회사가 게임스트리밍을 시작했지만, 초기단계고 기술적 문제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자체개발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기술제휴는 필수다.
-일단 알겠습니다. 다만 지분구조는 조정해봐야겠죠.
“당연하죠. 합작사가 확정되면 모여서 각자의 기술 가치를 재고, 공동운용사를 세워야죠.”
-예, 동의합니다.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미래메신저의 등장과 함께 기업가치의 30%를 잃어버린 구글에선 오히려 저자세로 나와 적극 협조하고 있다.
한 번 슬쩍 찔러볼까.
“끝으로...... 구글의 자율주행기술을 판매하신다면 얼마......”
얼마면 돼? 얼마면 팔겠니.
-안 팝니다.
역시 바보가 아니군.
상대측 사장이 바보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히 그러시겠죠. 자율주행에 대한 퍼스트 파티를 제안합니다.”
제안서에 나와 있는대로 제안했다.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수익배분이나 지분구조에 대한 말이 없습니다?
“당연하죠. 합작이나 수직구조가 아닙니다. 순수한 동맹입니다.”
-동맹입니까? 이해할 수 없군요.
“현재로썬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다만 일이 진행되고 나면 구글에 절대 이익이 될 파티가 될 겁니다. 물론 비공개가 원칙이고요.”
또 정신이 아뜩해진다.
동맹이라고?
자율주행을 말하는 걸 보니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것 같은데 동맹이라니.
구글의 사장 선다 마두라이는 미래그룹이 바라보는 끝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입단속 하고 준비하겠습니다.
“예. 협상을 위한 인원은 미국으로 보낼까요?”
-아닙니다. 다양한 회사가 모여야 할텐데 중심이 될 미래로 가야죠.
“네. 준비하겠습니다. 사람을 보내주세요.”
적당한 인사치례가 이어진 후 연결을 끊었다.
“후아.”
“수고했어.”
옆에서 통역해준 유성주 사장이 어깨를 주물러줬다.
한쪽에선 기획실 직원들과 IT 중역들이 협상으로 받게 될 기술을 체크하며 할 일을 분석하고 있다.
“떨지 않고 잘 하네. 난 구글과 협상하라고 하면 떨려서 못 할 텐데.”
그런가.
그러고 보니 너무 편안했다.
엔돌핀이 머리를 가득 채워 폭주할 줄 알았는데.
회귀해서인지 동원 가능한 현금이 100조를 넘어서인지 모르겠다.
코인으로 10000배 수익을 내면서 심장이 단련된 건가.
“마소랑 협상도 네가 할래?”
“아뇨. 싫어요.”
일하기 싫어.
남이 해도 되는 거면 남이 하는 게 좋지.
구글은 그간 적대적이었으니 미래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상대 체면을 세워준 거고, 마소는 이미 협력관계잖아.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왜 줘.
뒤로 물러나서 유성주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상하는 걸 들었다.
메타버스.
마소가 돈을 들이붓고 있는 미래기술.
미래게임즈와 메타버스의 결합을 위한 협상이 길게 이어졌다.
협상을 보고 있으니 예하에게 메세지가 왔다.
방송 끝났다고 퇴근하자고 한다.
조용히 일어서는데 채인수가 따라온다.
“같이 가자.”
“오올. 칼퇴?”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지. 기술적인 건 나도 모르겠고.”
“크크. 어느새 IT가 다하고 있네요.”
“애초에 그런 설계였으니 뭐. 우린 보조일 뿐.”
채인수와 함께 내려가니 예하가 기다리고 있다.
“오빠 너무 멋졌어. 짱짱. 진짜 완전 잘생겼어.”
오늘 예하가 굉장히 업 된 것 같다.
자기 방송 얘기는 안하고 내 칭찬만 늘어놓았다.
내가 방송 데뷔한 게 이렇게나 좋은가.
채인수, 예하와 함께 하니 주위를 둘러싼 인원만 50명을 넘겼다.
비서진과 경호원들.
이제 요인경호는 공개로 바꿨다.
어차피 정체가 들통났으니 비밀경호를 할 이유가 없다.
근접경호를 하는 인원들이 주변에 벽을 치고 내가 옮기는 발걸음에 맞춰 군집이동을 한다.
이게 미안해서 잘 움직이지도 못해.
화장실 갈 때도 우르르 따라오고 먼저 들어가 수색하니 민망해서 집에 콕 박히게 된다.
웅성웅성.
“야 윤동욱!”
저쪽에서 누가 소리쳤다.
감히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가오리닥똥정도밖에 없는데.
“윤동우우욱!”
경호원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보니 한민선이다. 군대 가기 전 사귀다 헤어진 전여자친구.
그 옆에 얼핏 익숙한 얼굴이 있다.
그... 후배였는데... 날 마이크잭슨이라 부르던... 이름이 기억 안 난다.
경호원 벽에 막혀있는 한민선이 벽 너머로 소리쳤다.
경호팀장 도윤정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열어줘요.”
그제야 경호원의 벽이 열리고 둘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차정미입니다.”
차정미구나.
“고맙다고 말하려고! 고맙다고!”
한민선이 당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래 엔터에서 특별관리를 받는 둘은 연기 수업을 받으며 단역에 꾸준히 출연해 조금씩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내가 해준 건 딱 거기까지.
주연으로 꽂아주진 못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인생이 바뀔 기회인건 맞지.
“어. 별거 아니야. 신경쓰지 마.”
“받는 사람 기분은 그게 아니야. 스케줄 있어? 한잔할래? 누나가 쏠게.”
누나는 개뿔.
요래 보니 얘도 참 걸물이네.
내 재산을 알 텐데 이런 말을 하다니.
딱히 흑심은 없어 보인다.
예전 추억에도 나쁜 기억은 없었고.
올F 맞고 아빠한테 혼나고 곧장 군대 가면서 흐지부지 헤어졌지만, 이제 생각하면 풋풋하고 예쁜 사랑이었다.
“이쪽은 내 여친 예하.”
“안녕하세요. 한민선이예요. 편하게 노노노 라고 불러주세요. 왜 그런지 아시죠? 받침이 니은 세개라서. 참 유치하죠?”
“안녕하세요. 차정미입니다.”
“네. 반가워요. 전에 대학교에서 뵀죠? 오빠 학교. 우와. 전 대학 문턱도 못 밟았는데. 대단하다. 대학.”
예하야. 그거 아니야.
대학은 돈 내면 다 가는 곳이야.
대학은 천만 원짜리 입장료 내고 술 마시러 가는 곳이야.
“저녁 같이 드실 거예요? 저도 같이 가도 되요?”
예하가 눈을 반짝 거린다.
잠깐.
현 여친과 전 여친을 가까이 하게 만들면 위험할 거 같은데.
- 작가의말
메신저 편이 얼추 끝났네요
메신저로 세계 1위 하려니 넣을게 너무 많았어유
그랬는데도 아직 게임은 열지도 못했고
허구지만 나름 기술 가능성 따지면서 설계했어요 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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