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농업이 근본이다2
“30일. 30일만 일하면 벼농사가 끝나. 모내기 전 논에 비료주고 정비하고 물대는 데 삼일만 나와서 일하면 되고, 모내기도 이틀 일하면 되고, 추수도 이틀만 일하면 끝. 자재 전부 사고 전부 임대한다고 했지? 장비 불러서 일 시킬 때 옆에서 잡일 좀 도와주는 거 30일만 하면 돼.
도시 사람의 가장 큰 착각은 농부들이 매일 논에 들어가 허리 부러져라 일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매일 뼈 빠지고 농사짓는 줄 알아? 며칠에 한 번씩 설렁설렁 논에 물대는 모터 한번 눌러주면 되고 나머지는 노는 거야. 야, 시발 대학 나와서 주말 없이 야근해서 실수령 2500 버는 게 좋겠냐? 아니면 완전 시골로 내려가서 30일 일하고 11개월 놀면서 2000 버는 게 낫냐?”
“어...... 야, 그래도 미래가 없잖아. 대기업은 진급하고 호봉 쌓이면서 점점 더 많이 받지만 농촌은 확 변하지 않잖아.”
“처음에 모든 걸 임대할 경우라고 말했지. 모판도 농협에서 사서 하는 거고. 그걸 직접하면? 대학 다니며 버릴 1억으로 완전 깡촌의 땅을 사면 땅주인이 되고 농지임대료도 아낄 수 있어. 8천만 원짜리 트렉터를 하나 사면 내 논을 공짜로 굴리고, 남는 날에 다른 논에 일하러 다닐 수 있어. 하루 일당 15만원으로 농사막노동으로 150일만 일해보자. 1년에 180일만 일하면 수익이 4000만원을 훌쩍 넘어. 이렇게 남의 논밭에서 일하면서 농사도 배우는 거고.”
“헐.”
“농촌에 미래가 없다고? 농촌은 지방소멸 단계야. 완전 깡촌엔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어. 청년회장이 60대고. 그런 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농사를 대신 지어주지. 그렇게 10만평 농사지으면 얼마 버는 지 알아? 장비도 다 갖고 있으니 임대비용도 없어서 매년 2억 3억씩 버는 거야. 5개월만 일해서 수억이야. 모내기나 추수 때처럼 일손 많이 필요할 때만 불체자 쓰거나 인근 군부대 간부에게 돈 찔러서 대민지원 받으면 수익이 더 늘어나지. 시발.
미래가 보이지? 시골에서 초보농부로 시키는 대로 하고 논밭 용역 나가다가 몇 년 지나 농사를 이해하고 나면 땅을 늘리면 되지.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사원이 3년 일해서 대리 달고 월급 오르듯 농사 3년 하면 이제 5~6000 버는 거야.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 한분씩 돌아가시고, 서울 사는 아들들이 파는 땅을 사들이면 수익이 계속 늘지. 서울에서 직장생활 해서 1억 버는 게 빠를까?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배우고 땅 사들이면서 1억 버는 게 빠를까?”
“시골. 시골이 훨씬 낫네. 지방소멸이라...... 결국 고령화가 문제네.”
“어. 농사는 원래는 힘들지만 한국은 비정상적 임금역전현상 때문에 농사가 오히려 더 잘 버는 사회가 되었어. 이걸 청년층에 알려야지. 세상에 무조건은 절대 없어.”
“농민이 무조건 가난한 건 아니란 거지?”
“어. 농민이 무조건 가난하진 않아. 가난한 농민도 있지만, 부자 농민도 있어. 그런 정보를 공개하고 추천해 줘야지. 비닐하우스 한 동만 관리해볼까? 딸기농사 두 달로 천만 원 벌고, 가지농사 한 달로 오백 벌고, 참외농사 두 달로 천 벌고 상추농사 두 달로 천 벌고.
일손 많이 필요할 땐 사람 부르고 작물이 자라는 기간엔 하루 한번 물 잘나오는지 확인만 하면 돼. 정작 일하는 건 두 달 중 20일이면 돼. 시발 뭐가 무조건 힘들다는 거야?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부농도 많아. 최소한 벼농사 3헥타르 지으면서 휴일 335일 중 100일만 용역 나가도 1500을 더 버는데. 계산이 딱 나오잖아.”
“어... 그러네. 일 년에 130일 일하고 서울 대졸하고 비슷하게 3000 버네.”
“농부은 무조건 못 살아요, 이딴 말에 속으면 안 돼. 계곡 장사치가 바가지 씌우면서 아이구 한철장사예요, 나머진 굶주려요 봐줘요. 이거랑 똑같잖아. 한철장사라는 말이 졸라 좆같지 않냐? 여름한철 동안 1억 벌고 나머지 9개월 동안 놀고먹겠다는 소리잖아. 20대들은 100대 1 취업경쟁을 하고 월 250 받으면서 일 년 내내 일하는데 말이야.”
“생각해보니까 좆같네. 농부도 한철장사 한다는 거네.”
“어. 알아보면서 제일 많이들은 소리가 그거야. 벼농사만으론 못 먹고 산다. 아니 그게 당연하지 시발. 전부 기계로 일하고 일하는 날짜는 30일밖에 안 되는데 벼농사만으로 먹고 살겠다면 30일만 일해서 1년 수익 거두고 11개월 동안 놀겠다는 소리잖아. 혼자 벼농사하는 한계 넓이를 10만평이라고 해. 33헥타르. 10만평 부농의 삶이 어떤지 알아? 일 년에 150일 일해. 2억 벌어. 200일 놀아. 졸라 짱 아니냐?”
“빡치네. 어... 그래서 그걸 장려하겠다는 거지?”
“그렇지. 농지는 너무 많아서 미래수산처럼 전부 내가 해줄 순 없어. 10조원은 기반시설에 들어가야지.”
“어떻게?”
이번엔 가오리가 끼어들었다.
지금까진 다 아는 얘기였으니 가만있었다.
“일단 임대료. 시골에선 핵타르당 임대료가 300~400만원이야. 졸라 크지. 게다가 정부보조금인 직불금도 땅주인이 먹어. 이걸 조져야지.”
“어떻게?”
“놀고 있는 농지가 10만 헥타르라고 하더라. 일단 그걸 사서 3헥타르 단위로 기계화 경작 가능하게 만들어서 원가 그대로 팔 거나 무료임대 해 줄 거야. 추가로 300평 비닐하우스 하나 관리하면 돼. 30일 논농사 100일 하우스 농사하면 5000만원 챙길 수 있어. 그렇게 계속 사서 경작지 정리해서 임대를 반복해야지. 어차피 한 번에 다 지방으로 가진 않을 거야.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무료임대를 하면 남의 땅 소작하는 분들이 먼저 들어오겠지.
그리고 국법에 따르면 직접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보유할 수 있어. 이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게 만들어야지. 농지를 구매해서 임대 돌리는 건물주 같은 이들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해. 그러면 불법 임대료를 낮추거나 우리에게 땅을 팔 거고. 그렇게 계속 농지를 구매해 기계화 편리하게 농지정리를 하고 농촌의 삶이 100대 1 취업경쟁보다 낫다고 홍보해서 300만 실업자를 지방으로 퍼트려야지. 4년 이상 걸리지 않을까.”
“음. 10조로 되겠냐?”
“아니 그보다, 돈만 보고 시골에 내려가진 않을 거 아니야? 완전 깡촌에서 살긴 싫을 텐데.”
닥똥이 끼어들었다.
“그렇겠지? 그래서 내 아픈 손가락한테 일시키고 있어.”
“응? 아픈 손가락?”
“미래건설, 미래설계사무소. 졸라 적자내는 놈들. 얘들이 지방거점 선정해서 상가랑 전원주택 호화주택 졸라 짓고 있어. 호화 주택 이래봤자 건축비는 평당 500이거든. 귀족이 살법한 30평짜리 집이 2억밖에 안 해.”
“졸라 싸네.”
“서울 아파트 값이 미친 게 땅값 때문인 거지, 정작 건축비는 평당 300에서 400 사이야. 미래수산이 지방에 5만 명 보내고 가족포함 20만이 가면 인근에 전원주택 팔아먹고, 호화주택 팔아먹고. 돈은 거기서 회수하는 거지.”
“그걸 그렇게 써먹네. 졸라 양아치다.”
“본전에 팔아요. 남는 것도 없어요.”
“아까 니놈이 말하길 상인이 남는 것 하나 없다는 거 전부 거짓말이라더라.”
가오리가 이때다 하며 물어뜯었다.
“아차. 크크크. 어쨌든 큰돈 남기려고 하는 게 아니지만, 본전은 챙겨야 지속사업을 하지.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가면 거점이 생기고 상점이 생기고 상가가 생기지. 그걸 가속화 하는 거야. 재택근무를 최대한 활성화 시켜서 지방에서도 일자리 구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최소한 지방에 한국사람이 조금이라도 남아야지 안 그러면 진짜 외국계 이민자들한테 지방이 귀속된대도.”
이거 정말 큰 문젠데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지.
불체자를 열심히 찾아 내보내고 있지만, 정부가 받아들인 외국계가 지방을 차지하는 건 막지 못한다.
힘든 일을 묵묵히 해주는 고마운 외국인 노동자들.
하지만 인구 소멸된 지방에 그들만 남은 후에 그곳은 한국이 아니게 된다.
인구절벽이 보이고 인구소멸을 매일 떠드는데 왜 지방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냐고.
“아 세금 아까워.”
“닌 얼마 안내잖아.”
“내가 내는 것만 세금이냐? 미래그룹이 내는 법인세랑 내가 월급 준 사람들의 소득세 다 합치니까 50조 나오더라. 돈 뜯어갔으면 일을 해야지...”
나에게서 파생되는 세금이 50조.
국정원 직원 둘이 날 따라다니는 이유다.
도움 되는 건 없지만 지들 나름대로 날 보호한다.
말이 끊어지자 다들 한잔 마시고 안주를 주워 먹었다.
오늘은 프랑스식 요리사인지 특이한 요리가 많았다.
한잔 마시고 국정원 직원들을 바라봤다.
둘이 움찔하더니 남자가 대표로 말했다.
“그... 할 말 있으십니까?”
“우리가 하는 말 들었죠?”
“예? 예.”
“기부형식으로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걸 실행하는 게 불가능해요. 관련법이 막아요.”
기업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기부금을 뿌리면 시골의 땅주인에게만 돈이 흘러간다.
정작 가난한 농부들은 혜택을 못 받고, 원래부터 지원을 넘치게 받던 부농들은 돈 잔치를 벌인다.
“웬만하면 정부에서 협조요청을 해 주는 형식이 되었으면 해서요. 우리가 감히 법을 고치네 마네 하면 건방져 보이잖아요. 정부가 지방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미래 그룹이 협조하는 걸로 하면 그림도 좋고 정치인의 업적도 될 테니 서로 좋겠죠. 안 그래요?”
“그... 렇겠네요.”
“그쵸? 그럼 한번 위에 말해 보실래요? 보고체계 따라 올려보면 대통령까지 가지 않겠어요?”
“그렇죠.”
“저 따라다니면서 성과 올린 것도 없을 텐데 이런 거 물어 가면 위에서도 이쁨 받을 테고요.”
“핫. 그렇군요.”
“어차피 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잖아요. 그때 말해요.”
“예. 알겠습니다.”
“자, 짠.”
“예. 예.”
진짜 어설프네.
내 일거수일투족 보고한다고 실토하고.
국정원에게 말하는 건 반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가 된다.
나로 인해 지방에 정착해 잘 살게 되는 이가 생길 수 있지만, 그로인해 농지임대료가 떨어지면 기존농민은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방의 진짜 부자들은 수백, 수천 헥타르를 가진 부농들이다.
땅을 임대해주고 헥타르당 임대료 300~400만원을 받는 알부자들.
그들이 거둬들이는 농지임대료를 줄이고, 수백 헥타르를 쪼개 팔 거다.
‘농지는 농사짓는 이만 보유할 수 있다.’ 라는 농지법의 기본취지를 되살릴 생각이다.
그들의 불만이 미래그룹을 향하지 않도록 정부를 앞장세워야지.
내 큰뜻을 전한다면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겠지.
청년층 20만 명이 지방으로 간다면 상인도 함께 이동하고 미래수산, 미래과수와 연계해 서로가 인력제공을 해서 다들 6000씩 벌 수 있게 된다.
4년.
미래과수가 심은 묘목이 자라 과일을 맺을 시간.
그때쯤이면 농어촌이 살아난다.
졸라 오래 걸리네.
“그런데 국정원은 어떻게 들어가요?”
가오리가 와인으로 잔을 바꾸더니 물어봤다.
노민우가 대답했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붙고 공무원 생활 1년이 지났을 때 스카웃 됐습니다.”
“우와. 성적이 엄청 좋으셨나보다.”
“에이. 성적으로 뽑는 게 아닙니다. 애국심만 봅니다.”
“네? 애국심이 있는지 알 수가 있어요?”
“주로... 집안을 봅니다. 증조부가 독립운동 유공자셨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교수님입니다. 형은 육사를 나와 현재 소령입니다. 즉, 애국심이 있는지는 알 순 없지만, 절대 국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게 정답이겠습니다.”
“아하. 그런 식이구나. 그럼 애국심이 필요한 일을 하시겠네요?”
“네. 본래는 산업스파이 잡는 일을 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술자에게 중국이 접근하는 걸 막아왔습니다. 그러다 미래그룹 회장님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국정원도 일을 하긴 하는구나.
“그쪽... 추상희씨는요?”
“저는 공채로 들어왔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가능해 뽑혔고, 당연히 집안도 안정적입니다.”
“아... 집안이 중요한가보네요.”
“안타깝지만, 국가를 배신할 확률이 낮은 사람을 가리는 거라.”
저 말 예전에 들은 거 같긴 하다.
집안의 재산에 비례해 배신할 확률이 줄어든다.
채인수가 한 말이었지.
좆같은 그게 국정원 직원 뽑는데도 적용되는구나.
좆같아도 세상이 그러한 건 그러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작가의말
제 외삼촌이 포도과수원을 하셨습니다
뼈빠지게 힘들다고 하셨죠
연 4000정도 버는데 일년 중에 과수일하는 건 60일 정도라고 합니다
이 글이 절대 정답이 아니며 모든 농업과 개인이 처한 환경이 전부 다를 것입니다
농업이 무조건 돈 잘버는 게 아니고 빚내서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저... 무조건은 절대 없다, 를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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