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결전! 애플!
애플이 무서운 점은 혼자 다해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자체 핸드폰을 제작하며 오직 애플 제품만 쓰는 충성스런 소비자 집단을 갖고 있다.
애플은 자체 핸드폰의 OS를 직접 만든다.
애플 폰에는 애플이 만든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깔린다.
애플 OS 안에는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가 있다.
애플 서버를 사용하는 앱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0% 이상은 애플에게 간다.
애플폰을 켜면 애플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있고, 애플이 운영하는 모든 것이 있다.
이것이 20%대 점유율인 애플을 시총 1위에 올려놓은 힘이다.
애플은 자기 생태계 안에서 황제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고, 황제가 미래 메신저를 범죄자로 선언했다.
“온갖 음란물과 범죄가 난무하는 미래 메신저를 차단합니다.”
황제 애플이 선언하자, 가벼운 업데이트를 거친 애플폰에선 미래메신저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다.
“미안.”
채인수가 사과했다.
기업들과의 조율을 맡은 채인수는 글로벌 기업들에 메일을 보내고 만나면서 쉴 새 없이 조율했다.
물론 양보한 게 아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임을 설명하고, 파티에 합류하길 설득했다.
그들에겐 협박으로 들렸으려나?
구글과 애플은 끝내 적이 되었다.
“상섬은 뭐래요?”
“간만 보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선 상관없는 문제.
애플에도 부품을 넘기고 있으니 고객과 싸우지 않겠다, 전략인가.
“지엘과 중국폰들은요?”
“그들도 보류.”
“구글은 지랄이고.”
“구글은 살짝 찔러보기야. 소송 자체가 너무 소소하거든. 잽을 날리고 반응을 봐서 우리가 준비된 게 뭔지 보고 싶다는 거야. 그러다가 애플이 행동했으니 뒤로 물러나 지켜보겠지. 지켜보다가 우리가 만만하면 물어 뜯을 테고, 우리가 무서우면 애플 쪽을 노리겠지.”
“음.”
글로벌 기업이라 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재의 모임이니 어쩌니 해도 그들 또한 인간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진짜 천재의 모임이라면 마소가 여전히 글로벌 1위일 테고, 어쩌면 코카콜라가 지구를 지배하겠지.
“애플하고 제대로 싸워야겠네요. 시나리오는 괜찮아요?”
기획실은 소설가의 모임이다.
타 기업이 난리칠 경우의 수를 미리 고민하고, 그에 완벽히 대응할 방법을 미리 짜둔다.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가 들어맞았다.
“준비는 끝. 그래도 제조사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는데.”
“지엘, 아니면 화웨이를 찔러봐요. 뒷돈 좀 줘도 되요.”
“그래. 협상해볼게.”
애플과의 전쟁에 파트너가 하나 필요하다.
미래 메신저는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설치하면 새로이 미래블록 지갑이 생성되지만, 비밀번호 외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익명성.
자유로움.
해방감.
많은 장점이 있고, 가입자를 모으기 편하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뭘까.
온갖 미친놈이 들끓는다는 것이다.
-함께 자살할 분 구함
-삼척해변강간범 신상과 얼굴
-나 14살 가출녀 재워줄분~
-북한공산당의 위대한 점 101가지
-성진국 노모동영상
이런 건 애교다.
-여자 목 자르는 영상.
-유아 강간하는 영상.
-시체를 해체해 요리해 먹는 영상.
진짜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영상이 다크웹에 올라온다.
미래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다크웹이다.
본인인증과 비밀보장의 경계에 서 있다.
본인 인증을 유도하기 위해 본인 인증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미래블록을 사용하거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지갑을 은행과 연결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각 은행이 갖고 있고, 블록체인으로 보호되지만, 본인의 신분도 노출된다.
은행과 연결한 사람이 미친 짓을 하면 즉각 각 나라에 고발된다.
메신저 오픈 이래로 각국 사이버수사대가 몸살을 앓을 정도로 신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부가 서비스를 거부하고 수익을 포기하면 완벽히 자유로워진다.
이를 막는 요소는 현상금제도지만 수익이 없는 비인증계좌에 대한 신고는 의외로 적다.
매일같이 양질의 노모동영상을 올리는 업로더.
수익도 포기하고 노모동영상을 올리는 위인에게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사용자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꼭꼭 숨기고 아끼며 보살핀다.
비슷하게 특이한 것, 잔인한 것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검색으로 힘겹게 찾은 영상을 신고하지 않는다.
그래서 잡기 어렵다.
게다가 철저한 회원가입으로 들어가는 커뮤니티는 우리도 들어갈 수 없다.
관리자 권한이 아예 없다.
-본 채널은 비인증 채널입니다. 내부에 어떤 불법적인 컨텐츠가 있을지 모르니 절대 주의바랍니다-
친구가 아닌 사람이나 커뮤니티를 방문할 땐 이런 경고문이 무조건 뜬다.
그 아래, 신고횟수, 경고횟수, 평점, 친구 숫자, 게시물 평점 등 개설자의 다양한 정보가 뜬다.
심할 경우 지갑을 폐쇄시키고.
이래도 피해자가 계속 생긴다.
속아서 범죄에 이용된 이도 있고, 끔찍한 영상에 혼절한 이도 있다.
심지어 신고한 이후에도 문제다.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이나 글을 정지시키고 해당 국가에 알린다.
수사는 해당 국가의 사이버수사대가 할 일.
하지만 업로더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 채널이 폐쇄된 이는 지웠다가 새로 깔면 새로운 지갑이 생성된다.
그리고 똑같은 짓을 한다.
이미지 서칭, 영상 서칭으로 금지된 영상이나 사진이 새로 업로드 되면 자동으로 금지하지만, 조금씩 훼손할 경우 전부 잡아내지 못 한다.
이건 큰 문제다.
애플은 이 문제를 핑계로 미래 메신저를 차단했다.
“동욱아, 차라리 비인증 계좌는 전부 막지 그래?”
“안 돼요. 이건 막을 수 없는 흐름이예요. 우리가 막는다? 세 달 후 선두자리를 뺏겨요.”
막아선 안 된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이과생을 갈아 넣으며 우리 프로그램을 열심히 베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이미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우리보다 저렴한 수수료의 쇼핑몰을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IT기업은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우린 통제를 선택했는데, 다른 이가 완벽한 자유 어쩌고 하면 사용자는 자유를 찾아 이동한다.
“통제 속엔 자유가 없어요. 자유를 누리려면 스스로가 보호해야 해요. 우리 사회도 평범한 사람, 착한 사람, 살인마, 연쇄강간범이 함께 모여 섞여 살잖아요. 이게 그거예요. 자유를 누리는 만큼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해요. 나라에 경찰이 있지만, 내가 당한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잡는 건 본인이 직접 해야 하잖아요. 완벽하게 통제당하는 안전이야말로 가장 위험해요.”
경찰은 공무원이다.
강력사건이 아닌 한 어쩌다 필 받은 경찰이 적극 수사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현장의 CCTV도 검사하지 않는다.
서류상 조치만 취하고 매뉴얼대로 행동할 뿐이다.
법적 조치는 경찰이 하되 수사는 원래 피해자 가족이 하는 거다.
경찰을 욕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이 그렇고 세계가 다 그렇다.
“애플이 지껄인 건 핑계일 뿐이죠. 소송 진행해주세요.”
“그래.”
글로벌 시총 2위, 본래 1위였다가 미래 메신저 출시로 하락하면서 아람코에 1위 자리를 내준 애플과 전쟁을 시작한다.
“저는 앱둥이 입니다. 아이폰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10년째 애플폰만 써 왔죠.”
미래 리츠의 정문우가 화면에 나섰다.
사장들 중 유일하게 애플 사용자라서 총대를 멨다.
“불행하게도 어느 순간 아이폰을 통해 미래메신저가 접속되지 않더군요. 문제는 제가 피씨에 깔지 않았고, 지갑주소를 적어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 제 전 재산 4억 원을 미래블록으로 갖고 있었는데 접속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피해배상 40억 원을 애플에 청구합니다.”
고발장을 보여주며 정문우가 빙긋 웃었다.
3월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는 뚱뚱한 형.
같이 운동해야겠어.
“추가로 저는 제가 원하는 앱을 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메신저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기타 수많은 앱이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당장 페북에 가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털려 고통 받고 있죠.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 살해된 이도 많고, 정보교환 커뮤니티에서 다단계가 성행하기도 했죠. 그 외에 애플에서 개발한 앱들 또한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모든 앱은 범죄에 이용될 수 있으며 이건 다이너마이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가 미래메신저를 사용하더라도 제가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플이 독점하는 운영체제가 일괄적으로 미래메신저를 차단한 것은 제 권리를 침해한 심각한 불법이라 생각합니다. 전 제 권리를 찾겠습니다. 제가 돈을 내고 구매한 애플폰이라는 상품에게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피해보상 1조 달러를 청구합니다. 이 돈은 저 혼자만의 피해가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애플을 사랑하는 앱둥이들의 상처를 헤아린 금액입니다.
본사에 건의했고, 본사는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애플폰을 사랑하며 지금 안타깝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손해배상 청구에 합류하십시오. 모든 소송비용은 미래그룹 본사에서 지원합니다.”
우리가 소송을 걸면 지저분해질 수 있고, 개싸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 얼굴과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일반 대중을 모아야 한다.
가장 약하지만 가장 강한 일반인.
개인 입장에선 크게 시간을 쓰지 않고 남이 대신해주는 소송에 이름만 쓰면 된다.
승소하면 돈을 벌고 패소해도 잃는 게 없다.
어떻게 해도 손해가 없다.
애플 사용자를 최대한 모아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주자.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숫자의 폭력이 된다.
숫자의 폭력.
이런 반격은 애플도 잘 알고 있다.
애플은 미리 수많은 사회단체를 파티로 끌어들였다.
“제 아들의 핸드폰에 미래 메신저가 깔려있었습니다. 아들이 가입한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아무런 심의도 거치지 않는 야한 동영상이 수천개 들어있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미래메신저를 막아야 합니다.”
영국의 어머니 단체.
“제 어머님이 사이비종교에 빠졌습니다. 전 재산을 빼앗고 단체결혼을 시키는 종교단체인데 미래 메신저 내의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더군요. 저희 가족은 미래 메신저를 고발합니다.”
이탈리아의 기독교 단체.
“제 남편이 취미삼아 살인 기술을 연마하더군요. 제 남편의 커뮤니티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정말... 사람을 칼로 죽이는 기술을 가르치는 동영상이... 흑.”
미국의 주부단체.
“끔찍한 여혐 커뮤니티가 전부 미래 메신저로 들어간 걸 알고 계십니까?”
“끔찍한 남혐 커뮤니티가 전부 미래 메신저로 들어간 걸 알고 계십니까?”
한국의 젠더 단체.
모두모두 손을 잡았다.
지구상에 일어나는 모든 안 좋은 일이 미래 메신저에서 일어난다.
사실 이런 일은 기존의 메신저와 커뮤니티에서 똑같이 일어난다.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하려고 마음먹은 이들은 해외 우회 아이피나 민증 도용을 통해 자신을 숨기기 때문에 신고한다고 해서 쉽게 잡는 게 아니다.
n번방 사건만 해도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설득하고 범죄자의 꼬리를 잡아냈지, 앱을 통해 신원을 알아낼 순 없었다.
즉, 미래 메신저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거다.
뉴욕 한쪽에 할렘가를 만들어 거지를 몰아넣듯, 쓰레기를 지들 놀이터에 몰아넣고, 경찰이 잠입해 잡아내는 게 검거율이 훨씬 좋겠지만.
미래메신저 지우기 캠페인 등 거센 불매운동이 불어온다.
성급하게 달려든 페이스북보다 애플의 공격이 훨씬 날카롭고 강력하다.
“소송은 이기는데.”
법리적 해석은 끝났다.
우리는 100% 이긴다.
애플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고, 거액의 배상을 해야 한다.
애플의 엘리트들이 이걸 몰랐을까?
애플 입장에선 그저 법정 소송을 길게 끌고 가면 된다.
소송비용이나 배상비용은 카드사나 아마존 등 다른 기업들과 분담할 것이다.
그저 긴 시간 애플폰에서 미래 메신저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미래 메신저가 차단된 동안, 세상엔 우리의 메신저를 카피한 메신저가 등장할 것이다.
접속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리를 그들이 차지하고, 사용자가 거기서 안락함을 얻고 나면, 재판이 끝나고 우리가 진입할 수 있게 되더라도 다시는 점유율을 얻지 못하게 된다.
최대 위기.
재판에서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애플의 차단공격에 안드로이드마저 합세하면.
모든 핸드폰에서 미래메신저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다들 반갑습니다.”
내 앞에 글로벌 핸드폰 제조사들과 구글의 관계자가 앉아있다.
“애플을 함께 무너뜨려봅시다.”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 작가의말
글이 너무 쳐지는 거 같으므로 연참... 이지만 날짜가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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