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울타리3
전쟁 위기가 지나가고 카라카스에 모인 의인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냥 떠난 건 아니다.
생사람이 굶어죽는 지옥.
수많은 단체가 그 현장을 실제로 본 후 각자 돈을 마련해 식량을 가져왔다.
“우와아. 배다. 저게 전부 옥수수래.”
“어. 기아 문제는 조금 해결되겠네.”
“다행이다. 다행이야. 진짜...”
예하가 티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봉쇄조치는 그대로다.
그렇지만 식량을 가져오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미국 입장에선 카라카스를 초토화하려던 죄가 있으니 큰 소리 내기는 힘들겠지.
식량 이외의 물품은 금지한다고 떠들었지만, 당장 사람들에겐 한끼의 밥이 가장 소중하다.
식량이 공급된다 해도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면 내년에 또 기아가 찾아올 테지만 당장은 한 끼의 밥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뭐라도 했으면 좋겠네.”
엄청난 석유 수익을 전부 복지에 쓴 나라.
일하는 걸 잊은 사람들.
문제를 심화시켜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를 날로 삼키려는 미국도 문제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영원히 식량을 지원할 수는 없잖아.”
예하가 똑같은 걸 생각했나보다.
“일단... 베네수엘라가 먼저 주먹을 날렸어. 외국에서 들어온 자본을 전부 몰수해 공산화했고, 그들의 시설을 강탈했거든. 이에 대한 사과를 하고 보상부터 해야지.”
“보상? 돈이 없잖아.”
“석유가 있지. 문제는 외국에서 석유 전체를 내 놓아라 이러는 거지. 미국 등 타국이 너무 뜯어먹지 말고 적절한 보상을 받아주면 되는데 아마 안 될 거야.”
“왜?”
“베네수엘라 정부는 먼저 사과할 수 없어. 그러면 지금 국민이 굶어죽는 게 자기들 실책임을 인정하는 거니까. 그랬다간 맞아 죽을걸. 끝까지 미국 탓이라고 우길거야. 그렇다고 석유 기업들이 양보해서 싼 값에 용서할 리 없지. 최대한 뜯어낼 거야. 베네수엘라 사정을 보면 빵 한쪽에 석유 전체를 바꿀 지경이니까.”
“힝... 못 됐다. 평화는 정말 어려운거네.”
“각자 최선의 선택이 전체의 최선이 아닌 거지. 결국 베네수엘라 정부가 무너지고 다 죽고, 신정부가 들어서고 베네수엘라 석유가 외국에 헐값으로 넘어간 후에야 기아사태가 끝날 거야.”
“씁쓸하네. 우울하다.”
“경제는 그래서 독립해야 하는 거야. 경제에 정치가 묻으면... 정치가 미친 짓을 하면 이 풍요로운 나라에서 사람이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해.”
둘 다 잘못했다.
하지만 둘 다 각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
이건 쉽게 고치지 못한다.
그때까지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계속 굶을 것이다.
뉴스에서는 옥수수빵을 받은 아이가 활짝 웃고 있다.
뼈에 가죽만 씌운 듯 깡마르고 배만 뽈록 나온 아이.
그 뒤편에선 진료를 하는 최태수가 보인다.
미래의사회에서 지원한 식량이구나.
“그래도 이번 일로 관심이 높아졌으니... 조금은 좋아질 거야. 적어도 식량을 무기로 압박하는 일은 없어지면 좋겠네.”
“어... 그랬으면 좋겠네.”
그리고 앞으로는 화폐가 탈중앙화 했으니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다.
여전히 지하실에 숨어 시간을 보냈다.
뉴스를 보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게임을 하면 하루가 간다.
예하의 신곡 하루살이의 꿈은 세계 음원 1위가 되었고, 메타버스를 통해 음악가들을 만나 영어버전, 중국어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을 연습해 올렸다.
베네수엘라 정부에선 식자재 들어오는 것만 체크해도 내가 숨은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텐데 모른 척 하는 건지 접근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오는 식량들 때문에 날 향한 여론이 좋아져서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듯하다.
내 재산에 대한 처분이 시작되었다.
무수골 집과 각종 차량 등 자산을 미래경매에 올렸는데, 상징성 때문인지 가격이 수십 배씩 폭등하고 있다.
저거 낙찰 받으면 박물관에 보관하려고 저러는 건가.
각국 정부와 미래그룹 지분에 대한 블록딜을 논하고 있는데 모든 국가가 난색을 표했다.
반면 매일 소량씩 판매하는 시장 지분은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
온갖 세력들이 매집하려 하니 미래그룹 전체가 상승하고 있다.
권순진의 분석에 의하면
“정부들도 붙었어. 일단 시장 물량을 먹은 후 자기 지분을 빚내서 사려나 봐. 미래그룹 지분이 많을수록 기부 받는 액수가 커지니 비싸게 사도 이득이라는 거지.”
주식 판매대금 전액을 기부한다.
그렇기에 더 쉽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금 주가로는 3경 이상의 기부금이 마련될 수도 있다.
나조차도 이게 가능한 건가 싶다.
새로 만든 자회사 미래AI는 적정가 5조원을 예상했는데 50조원을 돌파했다.
미친 건가.
그리고 텐센트가 탈중국했다.
이게 가능한 건가.
“주석님. 텐센트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최근 일본이 무너지고 미국이 흔들리며 유럽이 도미노처럼 박살나는 걸 보던 시진핑은 기분이 좋았다.
저 모든 걸 자기의 공적으로 찬양하니 인류 역사상 최강의 사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보좌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텐센트가? 미국상장 되어 있는 거?”
“상장이 아니라 그룹 자체를 미국 국적으로 바꿨습니다.”
인류 최강의 사나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응? 회사... 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 갔나?”
“아닙니다. 전부 그대로입니다. 그냥 서류작업을 통해 저희에게 내던 세금을 미국에 내는 걸로 바꿨습니다. 개인이 국적을 바꾸듯 법인이 국적을 바꾼 것입니다.”
“감히! 자금을 동결해!”
“그게... 불가능 합니다. 텐센트는 100% 미래블록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게 뭐?”
“위안화는 막을 수 있지만 미래블록은 저희가 임의로 막을 수 없습니다.”
“하... 사람은? 사주를 데려다가 지도해.”
“주요인물 전부 진작에 출국했고, 텐센트 회장이 바뀌었습니다. 남아공의 투자회사가 사주입니다. 애초에 지분 비율도 저희보다 외국 지분이 더 큽니다. 중국 회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외국 회사였던 것이죠.”
“그런! 감히! 나의 연임에 걸림돌이 되려는 건가! 죽여! 사원들 전부 잡아다가 족치고 건물들 압수해. 한 번이라도 관련된 일을 한 놈들 다 잡아다가 죽여.”
“그랬다가는 1억 명 이상 죽여야 합니다. 게다가 주요 부서들 전부 해외로 이전한 상태여서 큰 타격을 줄 순 없을 것입니다.”
“그놈들이 하는 게임은? 위챗은? 큐큐페이는? 다 막아.”
“막을... 수 없습니다. 전부 미래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손 쓸 방도가 없습니다.”
“막을 수 없다고? 통제가 안 된다고?”
“그...”
미래블록은 블록체인이고 외부에서 변형시킬 수 없습니다. 사람을 족쳐서 규제해야 하는데 회사 운영진이 외국에 있어서 손 쓸 수 없습니다. 당연히 자금을 건드리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우리가 미래메신저를 허용한 것처럼 텐센트의 온라인 사업 모두 규제할 수 없습니다. 우린 망했다고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바로잡겠습니다.”
“빨리 해야 할 것이야. 나의 지도력이 의심받기 전에 말이지.”
중국 주석 영구재임. 이것만이 시진핑의 관심사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보좌관은 텐센트 대주주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탄 후 잠적했다.
자기 목숨이 먼저니까.
중국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텐센트의 탈중국 작업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텐센트는 중국 회사다.
하지만 지분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는 남아공의 투자펀드인데 무려 30% 이상을 들고 있으며 회장 지분의 4배 이상이다.
이쯤 되면 외국계 회사라고 해도 좋다.
텐센트를 실제로 들고 있는 외국계 대주주들 입장에선 중국의 규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임규제, 미성년자는 1주일에 1시간만 게임할 수 있다는 극악한 규제와 각종 사업에 투자하라는 돈 뜯기는 명령에 텐센트는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났고, 대주주는 중국 공산당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텐센트의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왔었다.
따르지 않으면 한 때 세계 6위까지 올라갔던 알라바바 그룹처럼 공중분해 된다.
하지만 미래그룹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중국을 지배하던 텐센트 메신저 위챗을 밀어낸 미래메신저는 공산당에 대한 적대행위를 했는데도 공산당에선 기술적으로 막아내지 못했으며 끝내 항복, 미래메신저의 반공산당 행위를 인정했다.
이것이 텐센트에게 다른 마음을 먹게 해줬다.
세계 10대 기업 텐센트의 힘은 중국을 장악한 메신저 위챗에서 나온다.
위챗에서 결제하고 위챗 아이디 하나로 모든 게임과 연결되니 위챗이 모든 매출의 중심이다.
그런데 중국은 위챗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경쟁자인 미래메신저를 허용했다.
그래놓고 각종 규제로 텐센트의 주가만 박살냈으니 대주주들이 열 받을 수밖에.
우리도 미래블록 기반으로 옮기자.
다른 이유도 있다.
공산당이 알라바바를 해체해 먹어치운 것처럼 텐센트를 해체해 먹어치울지도 모른다.
외국 국적의 텐센트 주주들 입장에선 중국내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텐센트를 공산당 영향력 바깥으로 옮길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때마침 공산당 당국이 미래블록을 적극 수용하고 주식, 온 오프라인 결제 등을 미래블록으로 옮기는 걸 추천했다.
텐센트는 위챗을 미래블록 생태계에 넣었고 익명성을 보장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후 중국 내에 있던 필수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고, 낌새를 눈치 챈 공산당원에게는 거액을 안겨 시간을 벌었다.
그 덕분에.
[중국 시총 1위 기업 텐센트.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다.]
[각종 기업에 투자한 투자회사 텐센트. 탈중국의 타격 없다.]
[위챗 익명성 강화.]
텐센트 메신저 위챗이 미래블록 생태계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통해 위챗은 중국당국의 감시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90%는 위챗의 변화가 중국에 큰 위기를 안겨주는 매우 반국가적인 행위라고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트래픽 양을 보면 가입자가 1억 명이 늘었고, 데이터 전송량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겉으로는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실제로는 익명성을 환영한다고 받아들여도 좋은 것이다.
[미래블록이 장악한 중국 메신저 시장]
지금껏 미래메신저와 위챗이 중국의 메신저 시장 94%를 장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메신저를 함께 쓰며 익명성이 필요한 대화는 미래메신저를, 공개적인 활동을 할 때는 위챗을 써 왔다.
그런데 위챗이 미래블록 안으로 들어오고 미래메신저와 똑같은 익명기능을 추가하여 혼란에 빠졌다.
한편 메신저와 게임, 온오프라인 결제 등 중국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텐센트가 미래블록 생태계에 들어오면서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따르는 건 이제는 망해버린 알라바바만 남았다.
최대 매출 절반을 포기할 각오로 회사를 이전했는데 중국 공산당의 대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껏 미래메신저와 싸우며 패배한 게 중국 아닌가.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에 남아있는 텐센트 사원들을 고문하는 사이 텐센트의 기반 전부 해외로 이전했고 텐센트의 매출은 되려 떡상했다.
이는 수많은 중국 기업들에 영감을 주었다.
<다다추싱 탈중국했다아아>
중국최대 차량공유업체 다다추싱은 미래거래소 대만시장에 상장했다. 발표회 자리에서 다다추싱 회장은 중국 내에서 차량공유를 하더라도 공산당은 전혀 추적할 수 없으니 안심하라고 이용자를 설득했다.
또한 왜 하필 대만 시장에 상장했느냐는 질문에 회장은 ‘타이완 남바완’ 이라는 대답을 남겨 중국공산당을 분노케 했다.(펌글:미래일보)
ㅋㅋㅋㅋㅋ중국 멸망각?
-패기보소 ㅋㅋㅋㅋ
ㄴ졸라 쌓인거 많았을거야ㅋㅋㅋㅋ
-미국이 걱정하던 게 이거였네
-어떻게 중국이 먼저 문어지냐?
-그런데 진짜 못잡아? 조회하는 수단 같은 거 없나?
ㄴ일단 화웨이 방화벽 바깥에 있고 미래메신저 못 잡은 거 보면 모르냐?
ㄴㄴ위안화결제면 계좌를 막는 걸로 해결되는데 미래블록 결제는 막을 수 없지
ㄴㄴㄴ중국인민 전원의 전자기기를 빼앗으면 해결 됨
ㄴㄴㄴㄴ 다죽이는 게 더 간단할듯 ㅋㅋㅋㅋ
ㄴㄴㄴㄴㄴ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걔들은 진짜 죽일지도 몰라
<바이트댄스 틱톡. 구글에 매각 확정>
야! 틱톡 팔렸다! 구글이 사갔다
-저게 될 리가 없잖아 중국이 허가할리가 없지
ㄴ이미 인수 끝났는데?
-중국이 허가했다고?
ㄴ허가가 필요 없는데?
-그거 팔아봤자 중국이 계좌 압수하면 의미없는 거 아니야?
ㄴ미래블록으로 받았대 회장은 모나코로 도주했고
ㄴㄴ아하 그걸 먼저 말해야지
-구라뉴스 좀 껒여
ㄴ이미 팔렸대도 구글 유트브 떡상하는 거 안보이냐?
-저게 될 리가 없지 중국이 허가하겠어?
ㄴ아놔 이미 팔렸다고요!
ㄴ이미 팔렸대도 미치겠네 인수작업 다 끝났어!
중국의 IT 기업들의 탈중국 러쉬가 이어졌다.
경제에 탈중앙화의 가치를 심어준 순간 정부의 막무가내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중국의 알짜배기 IT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매각되자 중국내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외국의 것이 되었다.
울타리를 걷어주자마자 사회정의가 실현되었다.
- 작가의말
일본은 이미 망했어요... 중국 망하는 중
전 중국사람 싫어하지 않아요 앞서 적었듯이 개별사건으로 전체를 혐오하는건 끔찍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인들이 조두순 사건으로 날 욕하면 진정 빡칠것 같아요
그러나 국가는 싫어해요. 중국 싫고 일본 싫고.
단, 국가에 대한 혐오를 개별 사람에 대한 혐오로 확장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중국이 블록체인을 막는 걸 보면 화폐 탈중앙화가 공산당에 왜 위협적인 것인지 설명될 것 같습니다. 화폐 통제력을 잃으면 정치적 간섭력도 약해지는 거죠
매일매일 후원 너무 감사합니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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