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피해자 vs 피해자
미래 메신저가 모든 IT 기업을 죽이는 건 아니다.
MS는 주가가 상승해 시총 1위가 되었고, 하락하던 아마존은 예전 주가를 회복했다.
아마존은 데이터 처리 능력이 세계 1위인데 그들이 미래블록의 트래픽을 삼키면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쇼핑몰은 매출이 줄었지만, 그간 거미줄처럼 꾸려뒀던 물류매출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리고 우버가 떡상했다.
“우버와 폰로이어의 합작을 발표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버 앱 대신 미래 커뮤니티에서도 우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통한다면 자동으로 폰로이어와 연결되며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으로 보호 기록됩니다. 공유차량을 사용하는 시간동안 모든 소리가 우버 본사에 임시 저장되며 훗날 분쟁이 생겨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의하면 출력됩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우버에 새로 생긴 비상버튼을 누르면 즉각 출동합니다. 이 기능을 위해 우버의 사용료는 1% 오르며 미래 그룹은 전체 매출의 1%를 가져갑니다.”
우버로 인해 생겨나던 시시비비를 90%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승객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운전자, 승객을 살인, 납치, 강간하는 운전자 등 수 많은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추가로 집에서 노는 차량을 제공하는 우버렌트를 실시합니다. 렌트 비용은 현 시세의 1/5 수준입니다.”
전 세계 차량의 90%는 주차중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렇기에 놀고 있는 차량을 필요한 사람에게 짧은 시간씩 렌트할 수 있다면 빌리는 사람이나 빌려주는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다.
우버가 꿈꾸는 미래이며 그렇기에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리길 목메어 기다리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던 우버는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는 순간 자동차의 개념을 바꾸게 된다.
“빌리는 이와 빌려주는 이는 차를 교환할 때 동시에 동영상을 찍어 우버 커뮤니티에 올립니다. 빌리는 이는 빌린 시간동안 반드시 폰로이어를 켜 놓아야 하며 중간에 끊을 경우 빌려준 이에게 알려집니다. 녹음된 내용은 분쟁이 생길 경우에만 쌍방 합의하에 공개합니다. 이 조건을 통하면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증거능력을 이용한 사례다.
발표와 동시에 우버의 주가가 세 배 올랐다.
같은 이치로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엔비도 떡상했다.
반면 전 세계 렌트카 회사가 폭락했다.
차 렌트 비용이 1/5로 떨어진 탓이다.
새로운 시대.
기술발전으로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해지는 세상.
미래 블록체인이 연다.
“아 그런데 한국은 안 되네.”
무수골 집에서 가오리와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한국의 택시업계가 다시 뭉쳤다.
전처럼 강력하게 저항할 게 무서워서 압박하지 못하겠다.
“렌트 시장은 열었잖아.”
“그게 연 거냐? 렌트 사업자 등록해야 하는 건데.”
한국에서 개인 차량을 우버에 맡기기 위해선 복잡하고 귀찮고 오래 걸리는 차량 렌트 자격증을 따야 한다.
그래야 우버에 등록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렌트카 회사들의 압박으로 서류처리 과정도 오래 걸린다.
기술발전은 언제나 법안 발전보다 빠르다.
개인의 편리함을 제도가 막는 형국.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잖아. 어차피 큰 돈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긴 하지.”
이 기능으로 우버만 떡상했지, 미래는 크게 얻는 것도 없다.
그저 점유율이 좋아진 것 뿐.
“우버 택시는... 하아. 답답하다.”
군대 가기 전, 그러니까 회귀 전 스무살 때 종로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 한시에 거리로 나왔다.
의정부 집으로 오는 지하철은 끊겼고 택시를 타려 하는데 두 시간동안 잡히지 않았다.
안 잡힌 게 아니지.
의정부로 간다니까 노골적으로 짜증내며 승차거부 했지.
승차거부 신고한다고 하니까 어떤 기사는 쌔앵 달렸고, 어떤 기사는 울며 하소연했다.
“이 시간에 반짝 하루 벌이 해야 하는데 의정부로 가면 시내로 빈차를 끌고 나와야 해요. 살려줘요.”
그래서 택시기사들은 종로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인근 번화가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때는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오기로 의정부로 태워주는 택시를 찾다보니 두 시간이 걸렸다.
그때의 기억이 참 생생해서 우버에 기술협약을 먼저 제시했다.
우버 입장에선 너무 좋은 조건이기에 바로 물었고.
우버의 발표와 한국 택시시장에 재진입하겠다고 선언하자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뛰어나와 데모하고 항쟁하고 휘발류를 몸에 끼얹는 퍼포먼스를 했다.
철회하지 않으면 몸에 불 지르겠다는 경고.
무섭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드는 걸까.”
“사납금 때문이지.”
가오리가 대답했다.
“택시회사에 사납금 내면 남는 것도 없어요. 이 말?”
“어.”
“그런데도 택시 운전사로 붙어 있잖아.”
“개인택시 자격 따려고 그러는 거잖아. 거액의 사납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개인택시. 회사택시 3년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오올. 가오리 잘 아네. 그런데 말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저기 아저씨들. 불쌍한 택시 운전사, 하루 벌어 하루 먹기 힘든 직업이라는데. 그래서 저렇게 시위하는데.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택시면허 가격이 얼만지 알아? 서울 개인택시 면허가 8000만원이고, 제주도 개인면허 가격이 1억 8000만원이야. 졸라 이상하지 않냐?”
“에... 그렇게 사고 나중에 그렇게 팔면 또이또이잖아.”
“야. 택시면허를 산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냐? 자격증을 사다니.”
“개인 면허를 제한하지 않으면 거리가 택시로 가득차 버리는 걸.”
“쯧쯧. 생각이 짧군. 이건 가장 단순한 시장원리를 역행하는 현상이야. 보이지 않는 손. 서로간의 경쟁을 통해 합리적 가격이 결정되는데 제도가 합리적 결정을 막은 거지. 택시면허를 왜 제한하지? 자격을 갖춘 모든 이가 택시를 몰면 되잖아.
택시가 너무 많아지면? 다른 일 하겠지. 택시가 너무 줄어들면? 돈이 되니까 다시 몰리겠지. 이런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택시의 숫자가 정해지는 거지. 새벽에 강남에서 서울 외각 가는 택시가 안 잡혀? 지랄.
시장에 맡기면 그거라도 벌려고 하는 이가 줄을 서게 돼. 새벽 두 탕만 뛰어도 5만원 버는데 그것만 해도 개이득이지. 새벽에만 잠깐 나오는 이들이 줄을 설 거야. 그런데 택시 시발 놈들이 떼돈 벌려고 외각 나가는 콜을 무시하는 거야. 그 지랄 같은 좆을 유지하려고 저렇게 시위하는 거고.”
새벽에 외각 나가는 택시가 없는 이유는 숫자가 제한된 택시기사들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코스만 노리기 때문이다.
숫자 제한이 풀리면 블루오션을 노리는 이들이 생겨나 자동으로 해결된다.
“너... 뭔가 쌓인 게 많구나.”
“어.”
종로에서 택시 잡으려 두 시간 허비한 게 회귀 전이니 거의 30년 전인데 아직도 빡침이 선하다.
“그래도 아무나 할 수 없지 않냐? 위험하잖아. 나쁜 마음먹고 택시를 몰면.”
“택시 면허를 주면 안전해? 강간 살인이 줄을 잇잖아.”
“에... 그래도 덜하지 않을까?”
“그래? 그런데 이젠 폰 로이어가 있잖아. 긴급버튼도 있고. 시대가 발전했어. 예전에야 핸드폰도 없으니 미친놈이 납치하려고 택시 몰면 막아야 했겠지.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폰이 있잖아. 그러면 바뀌어야지. 강북 가는 택시가 지금도 1시간씩 안 잡힌데. 이걸 시장에 맡기면 곧장 해결되는데 안 바뀌잖아. 아 짜증나.”
정치는 짜증난다.
기술이 발전했으면 따라와야 하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그러니까 저들이 잘못한 거란 말이야?”
가오리가 소주를 한잔 마시고 티비 속 시위하는 택시 기사들을 가리켰다.
“아니. 첫번째 택시가 잘못했지.”
“응 그렇구나. 넌 미친놈인데 오늘 특별히 더 미친놈 같구나.”
예하는 본사에서 일하고 있고, 닥똥 커플은 영국출장중이다.
가오리와 둘만 있어도 물어뜯기 화력은 여전하군.
“처음 택시는 면허를 주고 샀을까?”
“아니겠지.”
“처음에는 택시 할 사람은 다 했겠지. 그러다 제도가 만들어졌어. 택시가 넘쳐나자 택시기사들이 생존권이다 뭐다 시위하고 로비해서 면허에 제한이 생긴 거지. 그럼 첫 번째 택시들은 면허 가격이 없었겠지? 공짜로 택시기사가 됐겠지?”
“어. 그러겠지.”
“이후 승객이 늘고 택시기사의 수익이 늘어나니 너도 나도 택시기사를 하고 싶어해. 그런데 택시 총량의 숫자가 정해져 있어. 택시를 몰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 은퇴하는 기사가 자신의 면허를 팔기 시작해. 시발 이게 말이 돼? 이러니 뒷돈 거래가 시작된 거지.”
“택시 돈 못 벌잖아. 택시기사들 먹고 살기 힘들 대잖아.”
“지랄 쌉하지 말라고 하세요. 사람들은 돈 앞에서 한없이 냉정해. 택시 면허의 가격이 택시 기사의 수익이야. 1억 내고 면허를 사도 개인택시를 하는 게 이득이니까 그 가격에 면허가 거래되는 거야. 개좆같은 새끼들이 지껄이는 것처럼 택시 기사가 하루벌어 하루먹기 힘들다면 거래되는 면허 가격은 천만원 백만원으로 떨어져야 해. 경제는 한없이 냉정하니까.”
“아하. 스스로 돈 잘 번다고 광고하는 거네.”
“택시기사의 숫자가 너무 심하게 모자라면 조금씩 정부에서 늘려. 하지만 완전 자유화하지 못해. 왜냐면 기존 택시기사가 생존권 투쟁이라며 지랄하니까. 그 결과 언제나 택시기사는 부족하고 새벽에 외각으로 나가는 택시는 잡히지 않게 돼.”
“그러네.”
“택시가 돈이 되니까 자격증을 돈 주고 사는 이가 줄을 서고 자격증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 그 결과 제주도 개인택시 면허가 1억 8000만원에 팔리는 세상이 온 거고. 택시 면허의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과거에 면허를 사서 운전해 돈을 벌다가 나중에 오른 가격에 택시면허를 판 사람은 떼돈을 벌게 됐지.”
“개꿀이네.”
“그제? 이러면 저기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어... 피해자?”
“맞아. 저들은 택시면허를 1억씩 주고 샀어. 그런데 우버가 진짜 택시서비스를 하면 저 불쌍한 사람들이 전 재산을 주고 산 자격증이 똥값이 돼. 저 사람들 입장에선 진짜 생존권 때문에 투쟁하는 게 맞아. 택시가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통제로 돌아가려고 해도 저 사람들이 선불로 지불한 면허증가격 때문에 할 수가 없어. 택시 면허 자격을 늘리려고 해도 반대할 테고 우리처럼 새로운 사업이 진입하려 해도 반대할 수 밖에 없지. 저 사람들은 진짜로 전 재산이 걸린 일이니까.”
“시발스럽네.”
“어. 시발스럽지. 울분이 터져서 몸에 불 지른 분도 이해되는 거지. 결국 문제는 뭘까.”
“첫 번째 택시네.”
“면허증 팔아서 떼돈 번 누군가의 이익만큼 현재 저분들의 피해를 보게 되고, 저 극렬한 저항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손도 못 대지. 개인택시 면허를 돈 주고 사고 판다? 이게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제도인데 유지되는 거야. 택시는 항상 적정숫자보다 부족하고, 새벽에 외각으로 나가는 이는 영원히 고통 받을 수밖에 없고. 아오 빡쳐.”
“그럼 해결책은? 니가 돈 주고 모든 개인면허를 회수할래?”
“미쳤냐? 그 돈이 얼만데. 전국의 택시기사가 몇 십만이야. 수십조 원 부어야 해. 너무 커서 못 사.”
“헐. 그렇구나. 그럼 평생 이대로 가게 되냐?”
“아니. 잘못된 건 언젠간 터져. 성수대교는 언젠가 무너질 운명이었고, 삼풍백화점은 언젠가 무너질 운명이었지. 택시는 정치권에서도 바로잡지 못하니 결국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잡은 사람이 터져.”
“헐...... 그게 언젠데?”
“자율주행.”
“테슬라 그거?”
“어. 그게 시작되면 차량공유가 폭발해. 차에 타서 목적지 입력만 하면 익숙하지 않은 차라도 사고가 없으니까. 차에서 내릴 때 반납 위치를 찍으면 알아서 귀환하고. 그 때가 되면 버스, 지하철 이용객이 줄고 택시는 승객이 사라지지.
그때가 되면 정부에다가 제발 밥값이라도 달라고 하겠지만 되겠냐. 폭탄을 쥔 마지막 택시기사들이 차량 공유를 막아달라고 로비하지만, 그건 못 막지. 불법 공유가 판을 치다가 결국엔 인정하게 될 거야. 그 후엔 정부 보조금으로 세금을 퍼부어도 결국은 못 살리고 택시 면허증의 가치가 사라지게 되지.”
“헐. 그러네. 마지막 기사들 불쌍해서 어쩌냐?”
“첫 번째 택시부터 잘못된 제도가 피해를 축적한 거지. 개인택시 면허가격이 오르는 만큼 폭탄이 자라는 거고. 수십조짜리 폭탄이 터질 거야.”
“이제보니 그러네. 야 근데 넌 미래를 본 것처럼 말한다.”
“넌 안보이냐? 딱 보면 보이잖아. 강북 가는 택시가 안 잡히는 순간, 경제 규칙을 역행한 순간, 잘못된 제도가 시장경제를 막은 순간 결정된 거야. 이게 안 보이냐?”
멍청한 놈아.
“그래 너 잘났다 시발놈아.”
짠.
술이 달군.
가오리는 놀려야 제맛.
“결국 그때까진 택시면허 제도가 유지되겠네.”
“아 짜증나. 잘못된 제도가 생활의 편리함을 막는 거잖아. 시발. 직업제한이 문제야. 의사의 숫자제한이 문제고 변호사의 숫자제한이 문제고 변리사의 숫자제한이 문제야. 시발 치킨집은 왜 제한하지 않는데? 숫자 제한이 없어야 경쟁을 통해 잘하는 이만 남는 건데, 직업에 숫자를 제한하는 건 몽땅 다 문제야 시발. 나중에 한 번씩 다 터지게 되 있어.”
“어. 그래. 택시 나빴네. 한잔해.”
“어. 시발.”
숫자제한.
시발.
결국 하나씩 터진다.
모든 사람이 그 문제를 깨달은 후에 직업의 숫자제한이 사라진다.
그때가 오려면... 멀었네.
짜증.
- 작가의말
화나신 분들께선 다시 읽어보시면 택시기사님들도 피해자인걸 알 수 있을 거예요
택시기사 승객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