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미래쇼핑
20세기말 아이티 업계는 후끈 달아올랐다.
MS의 윈도우즈가 불티나게 팔렸고, 야후는 충격적인 상장가를 기록했으며 각종 컴퓨터 부품산업이 빛의 속도로 성장했다.
새 시대가 열린다는 걸 워렌버핏을 제외한 모두가 직감했고, 실제로도 열렸다.
다만 그들이 상상한 새 시대가 열리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야후에 검색엔진 서비스를 하던 구글이 포털을 지배하고, 아마존이 오프라인 상점의 파이 절반을 먹어치우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이다.
당연히 너무 일찍 열린 아이티 투자열기는 버블이 되어 수많은 자살자를 만들었다.
당시 버블의 중심에 선 새롬기술은 6개월 만에 150배 올라 순이익 4억짜리 구멍가게가 단숨에 재계7위가 되기도 했으니 버블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지 10년이 지났고 지난 해 하잘 것 없던 전자코드가 2만 달러를 찍었다.
다들 미래의 지배 기술이 무언지 직감한 것이다.
단지 너무 빨랐을 뿐이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야후의 가능성과 파괴력을 직감하고 자금을 쏟아 부은 것처럼 너무 빨리 뛰어든 이들이 폭락하는 비트코인에 울부짖고 있다.
자동차의 혁명을 이끌 테슬라는 2018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가능성만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으고 있듯이, 암호화폐 또한 미래 가능성을 담보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미래에 좋아질 거라는 기대만으로 전자코드들이 수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와중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얼마 전 공개된, 거래소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유니스왑이 탈중앙화에 한 걸음 나아간 진보라면 미래 그룹의 미래블록은 열 걸음 더 나아간 진보다.
과거 아이티 버블 당시 워렌 버핏은 의문을 품었다.
미래가 기대되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수익이 어디서 나오냐고?
워렌 버핏은 이 질문의 답이 나올 때까지 아이티에 투자하지 않았다.
블록체인 투자자 또한 똑같이 질문한다.
그래서 수익은 어디서 나오지?
나보다 더 바보가 나보다 비싸게 사 주는 것 외에 수익모델은 없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래그룹이 내놓았다.
녹음앱을 쓰고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광고수익을 얻는다.
음악앱을 쓰고 음악을 듣는 이에게 사용료를 받는다.
거기다 광고수익도 추가할 수 있다.
테더화폐처럼 스테이블 코인이기에 투자수익은 없지만, 뮤직에 들어가는 저작권 코인은 확실한 투자모델이 된다.
게다가 선거앱 또한 발표되었다.
부정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선거 서비스다.
실제 수익모델이 있는 최초의 암호화폐가 등장한 것이다.
결제대체수단으로만 파고들던 암호화폐업계가 충격을 받았다.
직접 관련자인 음악저작권자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자신의 곡을 등록하면 알아서 수익을 배분해준다.
등록하지 않을 리 없다.
메일로 음원과 저작권 증거를 보내면 미래 뮤직에서 알아서 등록해준다.
수많은 메일이 쏟아졌고, 미래 아이티의 자회사 미래 뮤직은 등록팀만 200명을 뽑았는데도 일이 너무 많아서 계속 사람을 뽑고 있다.
단순히 메일을 받아 등록하는 게 아니라, 저작권자가 맞는지 확인까지 해야 한다.
왠 중국회사가 이승환의 명곡을 자기네 곡이라며 등록하려 하는 등 온갖 사기꾼이 들끓기에 저작권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중이다.
소식이 알려지며 해외 각 지사에도 이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각국 음반사로부터 수천개에 달하는 곡이 쏟아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직원을 추가모집하고 있다.
그리고 은행의 협력제의도 줄을 잇고 있다.
저작권 코인을 사려면 미래블록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자체 거래소 앱을 통해 미래블록과 저작권 코인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금을 미래블록과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 그룹에선 이를 위해 은행과 협약을 맺었다.
- 현금을 결제하고 미래블록과 바꿔간 금액은 전액 은행에 예치 동결한다. 거래를 위해 발행한 미래블록은 절대 미래그룹의 수익이 될 수 없고, 요청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회수해줘야 한다 -
모든 은행이 쌍수 들고 환영할만한 조건이기에 모든 은행이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건 암호화폐시장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없애는 규칙이다.
암호화폐는 전자코드다.
중간에서 해킹이 불가능하지만, 전자코드를 복사해 붙여 넣으면 새로운 코인을 만드는 건 간단하다.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한 비트코인캐쉬.
하드포크란 암호화폐가 다음 블록을 생성하는 사이 그 전까지의 모든 정보를 똑같이 베낀 복사본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코드가 있으니 복사해 놓았다가 그걸 그대로 생성한다는 뜻.
복사 이후로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의 정보를 담아가며 생성되며, 비트코인캐쉬는 비트코인캐쉬의 정보를 담아가며 생성되듯, 갈림길로 가지만, 프로그램 상 기능적으로 완벽히 똑같은 블록체인이다.
이와 같은 하드포크 코인이 수없이 많다.
이더리움은 자체 하드포크로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복사본을 통해 무한 증식하는 형태다.
현명한 투자자는 여기서 의문을 갖게 된다.
‘비트코인캐쉬가 비트코인과 같다면 둘의 가격도 같아야 하는 거 아니야?’
비캐561층 아저씨가 이랬겠지.
이런 확신이 있었으니 복사본을 561만원에 샀겠지.
한걸음 더 나아간 투자자는 부정적 의문을 갖게 된다.
‘우지한이라는 남자는 비트코인을 복사 붙여넣기해서 하드포크한 것만으로 수조 원을 벌었네.
저 돈의 가치는 어디서 발생한 거지?’
암호화폐 투자자 모두가 갖는 의문이다.
‘복사해 붙여 넣은 것만으로 수천억에서 수조 원을 벌 수 있다고?
그럼 코인을 사느니 내가 전문가를 고용해 만드는 게 쉽겠네.
만들기 어렵나?’
쉽다.
몇 년 후 도지라는 코인이 펌핑하자 진도지라는 코인이 등장했다.
코드를 복사 붙여넣기해서 단숨에 만든 코인이다.
그 개발자는 잽싸게 팔아치우고 수십억을 벌어 잠적했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는 만들기 쉽다는 것이며, 두 번째 큰 문제는 쉽게 만든 코인의 가장 큰 파이를 제작자가 먹는 다는 것이다.
불로소득.
만들어 가격이 튀면 수천억을 번다.
땅집고 헤엄치기.
코드 복붙은 간단하고 비싸게 팔아치우기 위해 소각이니, 에어드랍이니 하며 돈을 뿌리지만, 그것 모두 폰지사기라는 증거다.
에어드랍이라니.
돈이 어디서 났다고 돈을 뿌려.
KS그룹이 KS캐쉬백조차 마구 뿌리면 상품으로 결제해줘야 하고, 중국집의 탕수육 쿠폰조차 수만 장을 에어드랍하면 탕수육 수천그릇을 제공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무슨 수익이 있다고 마구 뿌려.
뿌리는 순간 화폐가 아닌 거다.
대충 코드를 복사해 뿌려서 가격에 버블을 심어 팔아먹기 위함이다.
중국집의 탕수육 쿠폰보다도 못한 사기.
이게 가장 큰 약점이다.
하드포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에게 암호화폐는 더 이상 암호화폐가 아닌 가상화폐가 된다.
슈퍼마켓에서 주는 포도알 모양 스티커도 가상화폐고, KS그룹의 포인트인 KS캐시백도 가상화폐고, 중국집의 탕수육쿠폰도 가상화폐고, 카드사의 사용 포인트도 가상화폐고, 비행사의 마일리지도 가상화폐다.
언제든 하드포크해 똑같이 복사해낼 수 있는 암호화폐 또한 중국집의 탕수육쿠폰과 똑같은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이 미래기술이군. 미래 화폐야.’
여기까지 확신한 사람도,
‘비트코인이 미래기술이면 저걸 국가가 허가할까? 비트코인을 화폐로 삼느니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해서 기능이 똑같지만, 새롭게 만든 코인을 화폐로 정하는 게 낫잖아.’
복사 붙여넣기 한 우지한같은 제작자가 공돈 수조 원을 벌게 내버려두느니 기존 투자자가 잔뜩 들어간 암호화폐 대신에 하드포크한 깨끗한 암호화폐를 만들어 정부가 채택하는 게 당연하다.
이 불안감을 미래블록이 해소해줬다.
제작자가 한 푼의 이득도 챙기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 대가와 저작권 등록 수수료만으로 먹고 산다.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연락이 왔다.
상장하라고.
대신 소정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는 상장하는 코인에게 수수료를 요구해왔다.
대형거래소에 상장하면 가격이 펑펑 튀니까, 제작자는 다량의 코인을 주고 상장했고, 대신 펌핑 된 코인을 팔아 현금을 벌었다.
거래소 또한 보상으로 받은 코인을 팔아 돈을 챙겼고.
하지만 우리는
‘조까.’
거절한다.
펌핑이 목적이 아니니까.
자체 거래소가 있으니까.
한창 폭락하고 있는 이 때 신세대 코인이 등장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블록을 찾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가 수수료 없이 상장을 추진했고, 세계 곳곳의 작은 거래소에 미래블록이 상장했다.
상장해도 스테이블 코인이기에 가격변동은 없다.
그래도 하락장에서 버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후 대형 거래소들도 백기를 들고 상장했다.
미래블록은 순식간에 전 세계 코인거래소에 상장했고, 현 시점 암호화폐의 가장 큰 난제, 현금과 암호화폐의 교환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암호화폐를 각국 거래소에서 교환해 자국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며 101원에 무한발행, 100원에 무한매입하는 미래그룹 덕에 파산의 위기도 없다.
그리고 음원코인이 엄청난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
저작권이 없는 오래된 옛날 동요나 각국 민요, 옛날 클래식 등을 음원코인으로 올렸고, 기념 삼아, 혹은 투자 삼아 사는 이들이 널렸다.
비틀즈나 마이클잭슨 같은 레전드들의 노래들도 NFT코인으로 만들어졌고, 이것들은 만분의 1코인이 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미친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
투자대상으로도 괜찮다는 평가다.
언제든 복사할 수 있는 기존 코인보다는 저작권 수익이라는 수익모델이 있는 코인이기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반갑습니다. 유성주입니다.”
뼉다귀 인간이 발표한다.
“저희 미래그룹 자회사인 미래 아이티의 자회사인 미래쇼핑이 열렸습니다. 미래쇼핑은 모든 상품을 미래블록으로 거래하며 등록된 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1%만 얻습니다. 기타 쇼핑몰이 상품 가격의 10~50%를 수수료로 떼는 것과 전혀 다르죠.
대신 사기나 환불에 대해선 저희가 관여하지 못 합니다.
또한 고객이 카드결제를 할 경우 상품 가격의 9% 이상이 카드사에 넘어가는 데 저희 미래쇼핑은 1 미래블록이 수수료로 잡히며 이 수익은 서버를 유지해주는 개인사용자에게 돌아가며 본사는 얻는 게 전혀 없습니다.
상품 하나당 수수료가 100원이란 뜻입니다. 저희 미래쇼핑을 이용하면 판매자의 수익이 20에서 60% 까지 증가합니다. 당장은 판매자의 수익이 증대될 뿐이지만, 점차 판매자간의 경쟁을 통해 상품가격이 낮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전 세계 어느 쇼핑몰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쇼핑몰. 미래쇼핑에서 미래블록으로 거래하세요. 미래쇼핑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서비스하며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어...... 아직 국가와 협약이 되지 않았기에 세관이나 운송비 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구매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모든 국가와 협약이 완료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
미래 뮤직으로 각국 거래소에 상장하고, 미래블록을 뿌리고 이를 쇼핑과 연결했다.
각국 고객은 블록체인 거래소에 돈을 넣고, 미래블록을 구매해 똑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상인은 획득한 미래블록을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꿔 인출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현명한 진행방향.
수수료 적고,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상거래.
현재의 아마존보다 백배 큰 파이를 집어삼킨다.
당장 현명한 상인들이 자기들 상품을 등록하려고 줄을 섰다.
“결국 쇼핑이 먼저 시작됐네요. 메신저가 먼저여야 하는데.”
“내가 자빠져서 그렇지.”
바싹 마른 김상철이 힘없이 대답했다.
군자병원 중환자실을 나온 김상철은 미래병원 VIP실로 왔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해 줄 거긴 한데.
“아니 어제 일반병실로 온 사람이 뭔 코드를 보고 있어요. 아놔. 좀 쉬어요.”
누워서 목만 살짝 올린 인간이 대형 모니터를 보고 있다.
수발 들 사람 최대한 붙이라고 했더니, 한명은 모니터를 공중에 들어 김상철의 시야와 거리를 조절하고 있고, 한 명은 김상철의 오른손에 마우스와 마우스판을 올려주고 있고, 한명은 김상철이 불러주는 철자를 타이핑하고 있다.
이게 뭐야.
- 작가의말
즐거우려고 읽는 글인데 기분이 나쁘면 안되요... 혼날 거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한편 더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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