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우한폐렴
2019년 12월.
중국에서 비정상적 독감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직은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전염성이 매우 강한 독감 정도로 알았다.
노인 치사율이 매우 높은 무시무시한 독감.
딱 그 정도.
독감은 매년 겨울 유행하며, 매년 변종이 발생하기에 끝나길 바라며 버티는 게 전부다.
12월 31일.
WHO가 우한폐렴을 경고했고, 한국에선 최초의 뉴스 보도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그 뿐이다.
-익명1 : 화난수산시장은 지옥
-익명2 : (사진) 우한엔 독감 안걸린놈이없다
-익명3 : 홍콩놈들이 괴질을 퍼트렸어
-익명4 : 우한에서 감기 걸리지 않은 이가 없어
-익명5 : 종합병원이 시체로 가득찼어. 화장하려 해도 나흘 기다려야 해 맙소사 여긴 멸망했어
인구 천백만 명이 넘는 초거대 도시 우한이 마비되었다.
뉴스가 통제되는 중국 언론과 달리 익명커뮤니티엔 우한의 소식이 생생이 흘러나왔다.
동영상, 사진, 통계자료.
날것 그대로의 정보가 중국내 익명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1년 넘게 싸우던 중국 공산당은 미래메신저를 제거하는 데 거의 손을 놓은 상황이고, 진짜 정보를 주워 모아 분석했다.
-동욱아, 우한 진짜 심각한데? 전염성이 장난 아니야.
채인수와 통화.
이건 전화로 해야 한다.
“그래요? 다른 지역은 어때요?”
-막 퍼지고는 있는데 아직 우한 정도는 아니야.
“외지로 퍼지지 않으면 좋죠. 우한 말고 다른 지역도 계속 살펴주세요.”
-어, 그래.
도청 잘하고 계신가요?
저흰 우한폐렴의 심각성을 지금 인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 돼요.
타우바트섬에 있는 CIA와 국정원과 필리핀 정보국에 취합한 자료를 넘겼다.
“우한에 이런 전염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우린 예의주의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정보를 줬다.
니들이 막든가, 못 막더라도 우리한테 화내지 말아라.
1월 4일 우한폐렴에 대해 홍콩이 비상조치를 선언했다.
우한통제보다 빠르다.
정치는 언제나 자기 이득이 최우선이다.
중국 중앙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 우한을 폐쇄하는 것보다 인류역사상 가장 긴 민주화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을 전염병 핑계로 폐쇄하는 게 공산당에게는 이득이다.
공산당의 인민이 전염병으로 죽든 말든, 골치 아픈 시위를 전염병 핑계로 폐쇄하는 게 정치적 이득인 것이다.
매일,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민주화시위를 하던 홍콩시민은 날벼락을 맞았다.
그 전까지는 침묵 속에 거리를 걷는 건 막지 못했지만, 이제는 막무가내로 잡아간다.
민주화운동은 폭력과 살인 앞에 멈춰 섰다.
“서드 어스 홍콩으로 오세요. 메타버스가 아니어도 접속할 수 있습니다. 서드어스 홍콩에서 만나요.”
민주화운동을 사이버 지휘하던 핀빙빙이 서드 어스를 외쳤다.
어나더 어스의 세컨드 어스는 관광, 미팅, 채팅이 주다.
그렇기에 비간섭모드가 있고, 사람이 겹쳐지면 시야에서 사라진다.
서드 어스는 게임용도이며 간섭모드만 가능하다.
밀면 밀리고, 길을 막고 서면 지나가지 못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게임운용사 입장에선 세컨드 어스보다 서드어스가 세배 무겁고, 데이터소모도 심하다.
그런 서드어스에서 모이는 이유는.
“와... 이게 다 사람.”
웅성웅성.
“검은옷! 검은옷과 노란 우산을 받아가세요. 민주홍콩 대책위에서 무료로 판매합니다.”
와글와글.
“언제나 하던 시위를 가상홍콩에서 합니다. 모두 행진합시다.”
철벅철벅.
서드 어스는 기본적인 도시 구획만 정해지고 화려한 홍콩 건물은 구현되지 않았다.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 한다.
널찍할 뿐, 기반시설이 없는 홍콩에 사람들이 모였다.
폐쇄되어 집에 갇힌 홍콩시민이 접속하고, 이름을 감춘 중국인들, 중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하는 티벳, 위그르인들, 세계 각지의 민주화인사들이 접속했다.
“3억.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인파가 3억을 넘었습니다. 서로 줄을 맞춰 행진합시다.”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노란 우산을 든 시민 3억명이 민주화 노래를 부르며 홍콩지역을 행진했다.
빈 땅 곳곳에 민주화를 상징하는 수많은 기념탑과 예술작품 건물 등이 건설되고 있다.
“죽어라 매국노들!”
“영국의 앞잡이들 죽었!”
곳곳에서 분탕종자가 등장했다.
게임에서 마린이 뭉쳐있으면 사이오닉 스톰을 갈기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
중국 공산당, 혹은 공산당인척 하는 분탕종자가 와서 공격하고 시위인파가 와르르 죽었다.
“무찌릅시다.”
와아아.
니들이 현실에서나 쎄지, 가상에서도 쎈 줄 아냐!
분탕종자는 노란우산 부대에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그래도 또 나타나 공격하고, 또 사망하고.
전투 자체에 흥미를 가진 놈들이 접속해 홍콩시민을 공격하고, 기존에 게임을 하던 고레벨 유저들이 시위대 외곽에서 호위하며 악당을 물리쳤다.
“와아아~”
“죽어라 중국놈들~”
“타이완남바완!”
가상홍콩에선 매일 24시간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1월 둘째 주.
우한은 이미 마비되었고, 중국에서도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외부엔 59명이 감염되었다고 보고했지만, 커뮤니티 자료를 모아보니 우한에서만 십만 명 이상이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공산당에서는 죽은 이가 독감으로 죽었다고 은폐하고, 아픈 이도 독감일 뿐 우한폐렴이 아니라고 속인다.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문제는 아직 우한폐렴의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없던 질병.
독감, 폐렴과 비슷한 증상의 전염병.
이것만으로 세계를 격리하기는 무리다.
중국이 확진자 수를 숨기며 별거 아닌 병으로 치부하니 중국의 언론통제에 속은 외국은 심각성을 인지하기 힘들었다.
치료약도 없고, 진단키트도 없고, 백신도 없으니 격리 말곤 조치할 것도 없다.
폐렴 증상을 보이는 이를 병원에 격리시키고 몸속의 바이러스를 찾아 기존 폐렴과 차이점을 찾는 게 한계다.
아직이다.
태국에서도 발생하고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한국의 확진자와 접촉한 이가 우수수 걸려 이게 엄청난 전염성을 갖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중국에선 상해, 북경, 다렌 등에서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중국 전체에 퍼졌음이 확인되었다.
그래도 아직이다.
매일 세계 각국에 확진자가 보고되는 사이 1월 24일이 되었다.
WHO에선 그간 조사를 바탕으로 우한폐렴에 대해 발표했는데, 메르스보다 전염성이 세고, 사스보단 전염성이 약하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모은 미래커뮤니티 익명 자료를 정리해 보내줬지만, WHO에선 비공식 자료라며 인정하지 않고, 중국공산당의 정보만 받아들였다.
금융맨은 모든 뉴스를 주가와 연결시켜 분석한다.
- 사스보다 약하면 별 충격 없네.
실제로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지금 주식을 빼고 싶지만, 혼자 그랬다간 나중에 음모론에 쳐 맞거나 해체당할 수도 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호주, LA, 멕시코, 캐나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26일 코트디부아르에서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전대륙에 모두 퍼졌다.
이제 사전 방역은 물 건너갔다.
이쯤 되자 세계 곳곳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타우바트 섬에서도 긴장의 분위기가 돌고 있다.
미래펀드는 매일 익명커뮤니티 자료를 취합해 중국내 진짜 감염자 수를 알기에 심각성을 빨리 받아들인 편이다.
“동욱아, 다 빼야하지 않을까?”
“아직, 아직이요.”
“그게 아니라면 마스크 관련주, 치료제 관련주에 넣을까?”
권순진의 권고가 옳다.
그게 돈 버는 길이고.
하지만 아니다.
음모론에 희생되고 싶지 않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지금은 욕심내면 안 된다.
“좀 더 지켜보죠. 사망률이 극도로 낮으면 충격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음.”
비상대책반이 세워지고, 타오바트섬에 따라온 의료진이 모여 미래병원의 자문을 받아 방역대책을 세웠다.
하루, 하루, 하루가 지나 1월 29일이 되었다.
주식에서 발을 뺄 확실한 신호.
스타벅스가 중국내 매장 2000곳을 폐쇄했다.
이런 걸 기다렸다구.
전세계가 우한폐렴의 위협을 실감할만한 뉴스다.
“전부 모여요.”
오늘을 위해 갖은 핑계를 대며 잡아둔 미래펀드 지사장 전원을 모았다.
“오늘부터 뺍니다. 전액 하락배팅합니다. 모든 회사에 공매도를 때리고, 풋옵션과 리버스 3배, 리버스 2배 우선 넣습니다. 모든 자금을 숏에 넣습니다. 열흘. 열흘에 걸쳐 포지션 교체하며 빠를수록 좋습니다.”
가진 돈이 1억이면 클릭 한 번에 포지션을 바꿀 수 있지만, 수백 조를 굴리면 그게 안 된다.
“절대 포지션이 노출되어선 안 됩니다. 최소한 열흘간은 절대 들켜선 안 돼요. 부하직원들에게 경고하고, 일부 페이크도 주세요. 샀다 팔았다 반복해서 혼란을 줘요. 다만 열흘 후에는 전부 하락포지션을 완성해야 합니다.”
“예.”
긴장한 지사장, 팀장들이 대답하고는 고글을 썼다.
메타버스로 전세계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매매한다.
전 세계 4000여 명 미래펀드 전직원이 하락포지션으로 움직인다.
“인수형.”
-어.
“마스크 사요. 최대한. 전 세계 모든 업체. 진단 키트도 최대한 사요.”
-매점매석?
“아뇨. 무슨 욕을 먹을라고. 이건 전부 무료로 뿌릴 거예요.”
-그래 이해했어. 최대한 확보할게.
“부탁해요.”
돈은 주식으로 번다.
현물, 마스크나 치료제로 돈 벌면 화형 당한다.
“바이오에 백신개발 시도해보라고 하세요. MRNA 전문가도 최대한 데려오고 RNA 연구소들도 사들어요. 돈도 얼마든지 지원해요.”
-그래.
“저도 금방 한국으로 갈게요.”
-오지마. 거기가 안전하잖아. 거기 방역 뚫리면 그 때 와.
채인수.
참 좋은 사람이다.
“네. 알았어요. 본사를 부탁해요.”
-어, 여기도 24시간 비상체제다.
“수고.”
-오냐.
포지션 변경.
하락 배팅.
초극단타 프로그램이 사고 팔고 사고 팔기를 반복하며 거래량을 늘렸고, 조금씩 지분을 줄였다.
상장한 미래그룹 자회사 지분도 조금씩 팔아 60%까지 낮췄다.
그러는 동안 주식시장은.
“Good is Good. Bad is Good,"
이 지랄하고 있다.
미국 주가만 본다면 2월 미국 주가는 폭등했다.
생각이 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현실이다.
이게 양적완화 시대의 주가다.
기업실적이 좋다면?
주가가 오른다.
기업실적이 안 좋다면?
주가가 떨어져야겠지?
하지만 주가가 오른다.
양적완화.
기업이 위험하면 정부가 돈을 지원한다.
이런 시대가 10년간 지속되었다.
그랬기에,
-우한폐렴? 호재네
-극악한 전염병? 개호재네
-스타벅스 폐쇄? 전세계 공장 폐쇄? 정부가 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겠군 쌉호재
이게 대중의 여론이다.
그게 주가에 반영된다.
전 세계적 질병이 퍼져 지구가 멸망하니 마니 하는 뉴스에 주주들이 환호하고 오히려 돈을 더 넣는다.
미친놈들.
이게 양적완화 시대 10년간 이어진 현상이고, 이번에도 그대로 따랐다.
“거래량 폭발. 생각보다 더 빨리 정리할 수 있겠어.”
엄청난 악재를 본 주식시장이 환호하며 상승했고, 하락에 배팅하는 리버스 상품들은 매도강세가 이어졌다.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잔고를 정리할 수 있었다.
외부 투자금 245조. 미래홀딩스 자금 395조. 미래IT 주식담보 대출 630조. 더하기 레버리지 상품까지.
총합 1370조의 숏 포지션이 정리되었다.
원유 하락에 320조가 들어갔고, 풋옵션은 시장규모가 작아서 9000억 뿐. 나머지는 주가하락에 배팅했다.
더 이상 공매도 칠 물량이 없어지자 기타 원자재 하락에 넣었다.
이제.
기다린다.
- 작가의말
풋옵션 500배에 1300조 배팅! 지구 모든 돈 다 내꺼어엉~ 하고 싶지만 ㅜㅜ
글속의 9000억은 주가 하락분 정도 수익 예상해요
풋옵션은 예기치못한 사건 + 타이밍이 맞아야 수백배가 터지고 그것조차 최대 100억 내외밖에 못 넣어요 ㅜㅜ
코로나는 너무 많이 보셨을테니 드라마적 요소는 적당히 스킵하고 금융시스템쪽 위주로 지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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