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스테이블 포기
일본이 테이퍼링을 시사한 날, 조용히 부모님을 만났다.
셋만 모여 조용조용 대화하고, 아버지, 어머니께 술을 따라드렸다.
다음날 부모님은 양평집을 떠나 무수골 내 집으로 들어왔다.
예하와는 대화가 끝났고, 루비와의 대화는 잘 안 풀렸다.
닥똥가오리와 셋만 조용히 술을 마시며 밤새 대화를 했다.
그 후에야 미래그룹의 초기멤버를 모았다.
채인수 미래그룹 총괄사장.
황영석 미래그룹 재무책임자.
권순진 미래자산운용 사장.
정문우 미래리츠 사장.
김상철, 유성주 미래IT 공동사장.
미래그룹의 시작을 함께한 초기멤버들.
오마카세 집에서 백제그룹 사냥을 선포했던 인물들.
그들에게 내 의사를 밝히고 1년간의 계획을 설명했다.
동의를 얻었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1주일 후.
일본의 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사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변이가 맹위를 떨치며 전세계에 급속도로 번지는 사이.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다.
일본의 테이퍼링 시사와 취소선언은 작은 해프닝이었다.
테이퍼링을 언급한 순간 일본증시가 폭락했지만, 취소하고 더 큰 양적완화를 선언하면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다.
그 후 서서히 떨어지던 주가가 갑자기 폭락했다.
왜?
다양한 말이 나왔다.
건강한 조정이다.
더 큰 도약을 위한 물갈이다.
역대 최악의 폭락이 온다.
전문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말한다.
그중 하나는 맞겠지.
사람들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를 뿐이다.
폭락의 원인을 찾아 의견이 분분할 때 채인수가 예고 없이 녹화된 영상을 송출했다.
“미래그룹은 일본의 재무건전성에 큰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 미래블록은 전 세계 모든 화폐와 교환되고 있으며 미래블록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엔화를 마음껏 찍어내 그 모든 것을 미래블록과 바꾼다면 타국에서 미래블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저희는 전 세계 미래블록 이용자 모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에 엔화에 대한 교환비율 안정화를 포기합니다. 이 순간부터 엔화에 대한 교환방식은 시장원리를 따르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엔화를 맞기고 미래블록을 가져간 수량에 한해서 그 수량만큼은 책임지고 회수하겠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
미래그룹 공식방송을 통해 갑자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
-뭔소리야?
-?
-???
-갈고리들 치워라 근데 뭔소리냐?
-돈 벌 기회닷 ㅋㅋㅋ
-엔화 떡상한드아
-ㅋㅋㅋㅋ
-ㅋㅋㅋ
-이해 안돼? 니들 거지된단 소리야
-전쟁선포네 ㅋㅋ
채인수의 선언은 전세계 모든 국가에 자막이 붙어 동시에 나가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또한 저희 미래그룹은 세계 화폐에 대한 스테이블(안정화) 기능을 포기합니다. 향 후 1년 간 현재의 달러-미래블록 교환비를 유지하되 이후부터는 기준 교환비율을 포기하고 시장경제에 맡기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미래블록은 하나의 블록체인 코인으로 남아 임의로 발행할 수 없는 암호화폐가 됩니다. 1년 후부터 미래블록은 총량의 2%가 데이터 제공자에게 제공되며 지갑에 보유한 미래블록의 비율에 따라 총량의 1%가 이자 개념으로 배분됩니다.”
-???
-어쩌라고?
-아 그래서 뭔 소린데?
-올라? 내려? 누가 요약좀
-내가 주식 30년찬데 내리래.
-ㅋㅋㅋ 아직 안내린 흑우없제?
짧다면 짧은 영상.
라이브로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시장에 혼란이 찾아왔다.
방송즉시, 미국 전체 주가지수가 3% 올랐다.
일본의 증시도 올랐다.
특히, 대규모 미래블록 매도가 이어졌다.
미래블록을 교환비에 맞춰 팔고 엔화로 바꾸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 은행에서 엔화를 받아 미래블록을 발행하는 기능이 정지되었다.
이제 일본 엔화로 미래블록을 사려면 팔려는 사람과 개인적인 거래를 해야 했으며 이는 시장 경제의 원리에 맞춰 주식 거래하듯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의견과 수량이 맞아야 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반전했다.
전 세계 모든 주가가 15% 폭락했으며 엔화 매도 - 미래블록 매수가 이어져 엔화의 교환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비율교환을 포기한 지 2시간 만에 10엔과 1 미래블록을 바꾸던 것이 21엔으로 1미래블록을 교환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알아챈 사람은 몇 없다.
다만 사람들이 달려들자 너도 나도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날.
주가는 여전히 폭락했고, 엔화 교환비율은 31엔 대 1미래블록까지 치솟았다.
바꿔 말하면 엔화 가치가 3분의 1로 폭락한 것이다.
이쯤 되자 깨우친 사람이 생겨났다.
1년 후 모든 화폐에 대한 안정화를 포기한다.
즉, 현재의 엔화처럼 달러나 원화, 유로화들도 비율교환이 종료되고 시장원리에 따른 교환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지금 사 둔다면 1년 후 비율이 변했을 때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줄을 이으며 전 세계에서 자국화폐를 은행에 넣고 미래블록으로 교환하는 행위가 줄을 이었다.
채인수의 선언 다음날 미래블록은 역대 최대 발행량을 기록했다.
99%의 사람들은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몰랐다.
하지만 1%는 안다.
CIA 요원 칼리 페르난도.
한국 지부장이었다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윤동욱 회장님과의 관계를 잘 형성해 윤회장님께서 미국 국적을 선택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바 동아시아 총괄부장으로 승진했다.
일본에 있던 페르난도는 랭글리 본사의 분석을 받고 허겁지겁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곧장 무수골로 달려간 페르난도는 면담을 요청했고 채인수와 연결되었다.
“윤회장은? 윤회장은 어딨소?”
“지금 이 자리에 없습니다.”
“불러오시오. 당장. 퓨쳐블록은 스테이블을 유지해야 하오!”
“애석하게도 불가능합니다. 모든 프로그램 코드가 넘어갔고, 정해진 때가 오면 자동으로 변환됩니다. 소스는 공개되어 있습니다.”
흥분한 페르난도와 달리 채인수는 차분하고 공손하게 설명해주었다.
“당신들! 이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오? 이건 선전포고요. 아니. 선전포고도 없이 선제 포격한 짓이오!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소? 죽기 싫으면 당장 취소하고 원상복구 하시오!”
페르난도의 격한 고함에 채인수가 차분히 바라보다가 따뜻한 커피를 타 와서 그 앞에 내려놨다.
“일단 한잔 마시고 진정하세요. 흥분한다고 바뀌는 건 없습니다.”
“감히! 달러를 교체할 생각이라니! 우리가 두고 볼 리 없지 않소!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으오?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싶소? 이건 전쟁선포요. 미국의 모든 항모가 한국을 타격할 수도 있는 짓이라고!”
“그렇다면 어떤 복안이 있습니까?”
32세 채인수가 차분히 물었다.
“복안? 원래대로 하는 게 복안이라니까!”
“그 후엔. 시장에 풀린 양적완화를 회수하는 복안 말이오.”
“그건 내 일이 아니오. 정부와 FRB에서 할 일이지.”
페르난도의 대답에 채인수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저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소스는 이미 입력되었고, 1년 후 바뀝니다. 수정할 수 있는 마스터 코드는 윤회장에게만 있습니다. 소스를 분석하고 빼앗아 가는 건 괜찮습니다만 미래블록의 선언은 바꿀 수 없는 미래입니다.”
“당신...”
페르난도가 태연한 채인수를 노려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미국은 새벽시간이었지만 곧장 연결이 되었다.
페르난도는 상황을 설명한 후 지시를 받았다.
페르난도가 채인수에게 말했다.
“돈을 창구에 맡기면 미래블록이 발행되고, 돈을 회수하면 미래블록이 소각되오. 은행에서 말이오. 우린 전 세계 모든 은행에 모든 미래블록을 소각하라 말하겠소. 이건 막을 수 없겠지?”
채인수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부정한 교환이 일어날 경우 윤회장은 오프라인 발행, 소각을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즉시 안정화 기능이 사라집니다. 다량의 소각이 신청될 경우 자동으로 소각이 중지됩니다. 절대 그러지 않기를 요청합니다.”
금융전문가가 아닌 페르난도는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본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 한참 통화한 후 채인수를 노려봤다.
“이대로. 이대로 끝나리라 생각지 마시오! 감히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걸어온 것이오. 이건 진주만 공습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오. 우리가 이대로 넘어가리라 생각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채인수가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페르난도는 동아시아 지부로 돌아가 윤동욱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
돌 맞은 벌집 같은 CIA에선 윤동욱의 위치를 찾기 위해 정보분석에 들어갔다.
“부모님 확인. 현재 윤회장의 거처에 머뭅니다.”
“주요 사장들 전원 한국에 있습니다.”
“BJ제시. 본명 이예하가 1주일 전부터 행방이 묘연합니다.”
“윤회장과 함께 정원을 거닐던 게 마지막 입니다.”
“미래그룹 사장 중 도윤정 미래경호 사장이 안 보입니다. 그도 1주일 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1주일이라니! 1주일동안 놓쳐놓고 보고도 없다니!”
“자택에 박혀 사는 일이 많아서...”
“닥쳐! 당장 찾아! 찾아야 해!”
미국이 할 수 있는 분석은 전 세계에서 모두 할 수 있다.
전세계 정부 또한 비슷한 분석을 내놨고, 미래그룹의 선언이 가져올 파급력을 예측했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땅 무수골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 모든 정보부가 화이트 스파이로 파견되어 윤회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 윤동욱을 찾아 헤맸지만,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채인수는 한가지 선언을 더 했다.
“미래그룹은 견고합니다. 시가총액 3경에 달하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6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폐경제가 흔들리는 여파로 주식가치가 24% 폭락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주주들의 자산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1주일 후 모든 자회사를 미래거래소로 이전 상장하겠습니다. 1주일 후 미래거래소로 이전한 후에는 모든 자회사 주식은 미래블록으로 거래되며 배당 또한 미래블록으로 나갑니다. 이 결정에 반대하시는 주주분들은 1주일 안에 자국 화폐로 교환하고 빠지시기 바랍니다. 1주일간 모든 미래그룹 자회사 주식에 대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무한 매입해 드리겠습니다.”
충격 선언의 연속.
각국 정부와 금융계는 반대를 표시했으며 강력한 규제를 선언했다.
그리고 주식을 팔고 나가는 사람이 속출했다.
미래그룹은 현재가를 기준으로 대량의 매수주문을 미리 걸어뒀기에 그 모든 물량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모든 자회사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미래그룹 주식은 그야말로 떡상했다.
원래 가격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
미래그룹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킨 국가를 제외하면 모든 거래소에서 미래그룹 주식의 가격이 폭등하고 매도세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살래야 살 수 없는 주식이 되었다.
세계가 격동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 이번 사태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 작가의말
글의 주제이자 최종장에 왔네요
글의 구상때부터 여기를 목적으로 준비했으나... 내용이 복잡하고 길어요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읽다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 볼게요...(자심없뜸!)
어제 올려야 하는데 지각했으므로 내일 써보도록 해 볼게요... 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므로(ㅋㅋㅋ) 지각할 가능성이 농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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