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스테그플레이션
화폐.
돈이라는 건 물물 교환을 편하게 해주는 교환 수단일 뿐이다.
단지 그뿐일 진데, 거기서 파생되는 힘이 너무도 크다.
2021년 12월이 되었다.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빨갱이를 처단하는 동안에도 세계는 격동하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일본에서 일어났다.
미래블록의 비율교환을 멈춘 게 일본뿐이니 이는 정해진 절차였다.
사람들이 엔화를 보유하는 대신 미래블록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
엔화의 안정성보다 미래블록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엔화를 주고 미래블록을 사고 싶은데, 신규 발행이 사라지니 미래블록 가진 자와 협상해야 한다.
덕분에 미래블록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말하면 엔화 가격이 떨어졌다.
3달이 지난 지금에 와선 엔화와 미래블록의 교환비율은 36:1로 정착되었다.
미래그룹의 스테이블 포기 이전과 비교하면 엔화의 가치가 2.5배 하락한 것과 같다.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 때 달러-원 환율이 800원에서 3000원까지 치솟은 것과 비슷한 충격.
이는 엔화와 미래블록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현대 금융은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엔화로 미래블록을 사기 힘들어?
그럼 다른 화폐로 사자.
일본의 현명한 투자자들이 돌파구를 찾았다.
엔화를 달러로 바꿔 미래블록을 사면되지.
엔화를 달러로 바꾸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했다.
다행히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왑이 체결되어 있다.
일본이 보유한 달러량이 줄어들면 엔화를 미국에 주고 달러를 가져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만 환율은 매일 조정된다.
엔화를 미래블록으로 바꾸는 가격이 11엔 : 1미래블록이었는데, 36 : 1까지 폭락했다.
그런데 달러와의 환율이 그대로일 수는 없다.
매일매일 조정되던 환율은 미래블록 교환비를 따라갔다.
달러 대 엔화 가치가 2.5배 폭락한 것이다.
Beggar-Thy-Neighbor Policy.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
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이며 일본의 양적완화 옹호자들이 돈 찍어내는 근거로 삼은 긍정론이다.
정책의 시행은 간단하다.
국채를 대량 발행하든 돈을 잔뜩 찍든 해서 자국화폐의 가치를 낮추는 게 끝.
화폐 가치가 낮아지면 해외여행 비용이 올라간다.
반대로 외국에서 자국으로 여행 오는 비용은 저렴해진다.
그 결과 아베노믹스 10년간 한국에서 일본으로 여행가는 여행객은 꾸준히 늘어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여행객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자국화폐의 유출을 막고 해외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훌륭한 효과를 본다.
또 국제수출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게 된다.
판매 가격은 그대로지만, 자국 화폐 가치가 낮아지는 것만으로 국제 거래에서 가격인하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덕분에 수출이 늘어나고, 반대로 수입이 줄어듦으로 이 또한 이익이 된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가 엔화 절하였던 만큼, 난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베를 도와주었다.
엔화의 2.5배 하락.
덕분에 일본의 수출제품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했다.
한국 돈 6000만 원이었던 도요타 승용차가 2000만원에 팔린다.
당연히 불티나게 팔린다.
일본의 수출품이 폭탄바겐세일을 맞아 불티나게 팔렸고, 쌓여 있던 재고가 순식간에 동났다.
다만 이건 일시적 현상이다.
철강 부품 반도체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3배 이상 올랐으니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전히 낮은 가격이므로 수출은 잘 된다.
하지만 일본 내부의 사정은 끔찍해졌다.
엔화-미래블록 폭락은 곧장 사람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국민 입장에선 100만원에 살 수 있던 애플폰 가격이 350만원이 되었다.
고작 석 달 만에 물가가 250% 오른 것이다.
애플폰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 가격이 올랐고,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제품들 또한 가격이 올랐고, 물가가 오른 세상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본 내 서비스업의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는 순간 일본의 누구도 손 쓸 새 없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임금이 폭등하고, 국제 거래가 계약된 회사들이 한진해운처럼 줄줄이 무너졌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사람을 내보내고, 급변한 환율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줄도산을 맞았다.
3개월.
미래그룹의 스테이블 포기선언 3개월 만에 일본 경제가 무너졌다.
미래블록의 스테이블 포기선언이 일본이라는 세계 3위 국가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 결과를 논평하는 말은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각자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말을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미래그룹을 맹비난하고, 미래그룹 일본지사에 대한 모든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일본 언론은 미래그룹을 비난하고, 미래그룹의 모태인 한국을 맹비난한다.
일본인은 일본 총리를 욕하고, 미래그룹을 욕하고, 한국을 욕한다.
하지만, 누구도 스테이블 포기의 근본적 원인인 양적완화를 입에 담지 않는다.
이 또한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주가는 고점 대비 50% 하락한 후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화폐 가치가 2.5배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수량이 제한적인 주식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트상으로는 30% 상승한 모습이지만 엔화 가치가 대폭락했기 때문에 달러 기준으로는 60% 가치 하락한 상태다.
입으로는 미래그룹을 욕하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돈을 생각하면 주식을 사는 게 이득이다.
저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6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금융은 언제나 더없이 냉철하다.
일본의 주가는 오히려 폭등했고, 무너진 시장경제 속에서 진실을 깨달은 이들이 빚투를 시작했다.
일본은 제로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순간 일본 재정이 무너지니 절대 금리를 올릴 수 없다.
그렇다면 빚을 늘릴수록 좋다.
빚을 내 엔화를 획득하고 이걸 외국 화폐나 주식과 바꾸는 게 이득이다.
순진하게 일본국채를 사들이던 개미 같은 일본 국민들이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빚으로 돈을 받아 투자하고, 주식을 담보삼아 추가대출을 받아 또 투자하는 갭투자가 시작되었다.
일본의 빚투가 증가하고, 덕분에 주식과 부동산이 오히려 폭등했으며 일본의 엔화를 팔아 달러나 위안화 등 해외 화폐를 구매하는 게 유행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난다면 세상은 깜짝 놀라는 것으로 끝나겠지.
스테이블 포기선언이 첫 번째 파도였다면 두 번째 파도는 더 크고 강하다.
일본 정부가 어버버버 하면서 정신을 놓은 사이 연말이 되었고, 일본 정부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갚아야 한다.
선택 방안은 세 가지.
국채를 추가 발행해 일본국민의 돈을 모아 빚을 갚거나, 양적완화를 추가해 돈을 갚거나,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거나.
국채를 발행했지만, 역시나 판매율이 낮다.
엔화가 폭락했는데 국채 이자를 높일 수 없으니 누구도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선택지 하나가 사라졌다.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수는 없으니 남은 방법은 사실상 돈을 찍어 뿌리기뿐이다.
12월. 일본이 양적완화를 추가한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일본 주가가 폭락했다.
엔화는 달러와 미래블록에 쏠렸고, 교환 비율은 44:1까지 치솟았다.
엔화의 2차 가치폭락.
금융 전문가가 입 다물고 있던 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전 세계 정부는 벌벌 떨면서 이 현상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일본뿐이지만, 9개월 후 전 세계가 함께 겪을 일이다.
국가마다, 그리고, 국가에서 자신이 하는 직업, 지식, 가치관에 따라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대응을 한다.
[유로화는 안전한가?]
일본은 현재 극심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독일과 짐바브웨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 하지만 전혀 다른 인플레이션이다.
원인 분석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대응책을 보자.
보통 화폐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국채를 팔기 위해, 혹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가는 일시적으로 시장을 통제한다. 시장을 통제하는 방법은 달러비 환율고정과 금리인상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애석하게도 첫 번째 환율고정은 쓸 수가 없다. 일본의 피해를 달러화에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절대 용납할 리 없다.
그렇다면 두 번째만 남는데 이 또한 쓸 수가 없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순간 자신이 쌓은 빚에 깔려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승자박.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니 딱 한 가지 방법만 남았다.
일본이 가진 재정적자, 1경 6000조 원 만큼의 공기업을 팔아 빚을 없애야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IMF구제금융이라고 부른다.
이미 도마 위에 오른 일본은 제쳐두고 유로화를 보자. 이유 또한 일본처럼 막대한 양적완화를 했고, 빚이 늘어났으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빚을 내 투자를 하는 게 이득이며 빚을 많이 질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이 비정상적인 현상을 깨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기준 금리를 올려야 버블이 꺼진다. 문제는 EU또한 일본처럼 무지막지한 양적완화를 했다는 것이며, 기준 금리를 올리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고, 국가마다 피해 입는 정도가 달라, 수많은 정부의 연합체인 EU 특성상 이런 중대한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자승자박.
EU 또한 고장 났다.
일본 다음으로 무너지는 것은 어디일까?
누구나 알 수 있다. EU다.
언제 무너질까?
이 또한 누구나 알 수 있다. 내년 9월, 미래블록이 스테이블을 종료하는 순간이다.
-ㅋㅋㅋㅋ개소리정말 길게썼네
-유럽망함?
ㄴ ㅇㅇ 흑형이 지배하는 세상이온다아 경배하라 와칸다포에버
-왜 기준금리를 못 올린다는 건데?
ㄴ 난독이냐? 읽고도 몰라?
-제로금리 개꿀. 절대 금리 못 올림 개꾸르
-저도 빚투합니다
-앞으로 무조건 주식 오를거란 소리네
일본의 폭락과 대응, 거기에 대한 언론의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미래그룹 욕만 줄창하지만 가끔 문제의 본질을 꼬집는 글이 나온다.
일본과 EU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다.
양적완화로부터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점.
금융 전문가와 교수님들이 애써 눈감고 있던 문제.
그게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한 명이 말을 하면, 다른 이가 추가 조사를 해서 보강기사를 내고, 블로그에 구체적인 증거와 관련자료가 쏟아진다.
일본의 엔화 폭락을 계기로 세계가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진실을 알게 된 대중은 두 가지 행동패턴을 보였다.
자신의 자산을 미래블록으로 바꾸거나.
돈을 더 빌려 갭투자를 하거나.
(베스트글)<우리가 빚투를 해야하는 이유>
현재 일본의 상황을 바보도 알 수 있게 설명해준다.
일단 일본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어. 이유는 알아서 찾아 보고.
(관련글 링크1)
(관련글 링크2)
(관련글 링크3)
EU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어.
(관련글 링크4)
(관련글 링크5)
이쯤되면 느껴지는 거 없냐?
형들이 코인하는 이유가 뭐냐? 미래에 귀중한 보물이 될 것이 뻔하기에 평생 간직하다가 자자손손 가보로 물려주려고 샀어? 아니잖아
지금 비싼지 싼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한번쯤은 지금보다 비싸질 거 같으니까 비싸게 팔아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거잖아
나도 바보지만, 나보다 더 바보에게 더 비싸게 넘기려고 코인하잖아
그럼 지금 투자해. 코인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상관없어. 빚 내서 사.
왜냐? 말했잖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불가능해. 앞으로 영원히.
그러니까 빚내서 투자하면 무조건 이득이야. 절대 금리를 올릴 수 없으니까.
불안하다고? 국제금융이 요동친다고? 뭔 상관인데? 원래 위기에서 기회가 오는 거야. 지금이 기회야. 과감하게 빚 늘려서 돈을 벌어야지 하잘 것 없는 월급에 의존해서는 평생 노예로 사는 거야.
지켜봐. 니가 바보같아? 지금이 빠른 거야. 너보다 더 바보가 뒤에 있어.
-ㅋㅋㅋㅋ오늘만 사는 주갤럼들 마인드
-횽들 그래서 주식이야? 코인이야?
ㄴ뭐든
-너보다 더 바보가 존재한다고?
-아몰랑 바이오몰빵이다
-속보 델타변이의 변종등장ㅋㅋㅋㅋ
-월급 3년 모아 3000천 만들었는데 허무하네ㅅㅂ
세계 증시가 이상하다.
오른다.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증시가 오르고 올라 전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원자재 채굴이 멈춰 전 세계 에너지가격이 폭발하는 지금, 누가 봐도 코로나 이전보다 힘든 상황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른다.
눈여겨볼 지표는 단 하나. 가계부채.
전 세계 가계부채비율이 폭증하고 있다.
빚투.
빚내서 투자안하면 바보.
금융 버블은 붕괴 직전에 가장 화려하게 폭발한다.
양적완화 버블이 최종장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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