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자동차 플랫폼
미래를 비추는 애니메이션이 끝나자 커다란 마당이 나왔다.
“공간. 조립할 공간. 광장입니다. 이것이 미래그룹이 할 일이죠. 솔직히 말해서 자동차 산업에 대해 미래그룹이 아는 건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판을 까는 역할만 합니다.”
마당에 자동차 바퀴 브랜드 서너개가 나타났다.
“디젤차든 전기차든 수소차든 타이어 산업엔 변화가 없죠. 참가하고 서로 경쟁하시게 됩니다.”
바퀴 다음엔 차축 브랜드, 일반인에겐 생소한 독일, 일본의 강소기업이 등장한다.
십여개 브랜드의 차축, 구동장치, 브레이크장치 등이 화면에 등장해 계속 교차된다.
다음은 엔진부.
가솔린, 디젤 엔진이 등장하고, 차량 하부를 가득채운 배터리가 등장하며 대표 브랜드들이 계속 교체된다.
“현재로썬 전기차니 가솔린이니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희는 선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엔진 이후론 차량 내부 인테리어와 각종 부가장치 기업이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차량의 껍데기가 씌워졌다.
이제야 사람들에게 익숙한 완성차 로고가 등장했다.
“여러분은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부품기업을 고르고 외부 케이스를 선택합니다. 잘 모르겠으면 기본 옵션을 눌러도 됩니다. 복스바겐이나 현기차 등 여러분에게 익숙한 회사를 최종적으로 선택하면 그 회사에서 차량의 조립을 책임집니다. 조립식 자동차, 이것이 미래자동차 플랫폼의 사업방향입니다.”
다양한 피씨 부품을 사서 조립하듯,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선택하고 조립을 의뢰해 차량을 인도받는다.
미래그룹의 역할은 말 그대로 껍데기 사업이며 플랫폼 사업이다.
“조립식 차량의 장점은 간편한 리모델링입니다. 앞으로 전기차와 디젤차는 20년간의 과도기를 겪습니다. 개개인 삶의 환경이 차량을 바꿔야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충전이 편한 아파트에서 전기차를 쓰며 살다가 충전 환경이 안 좋은 곳으로 이사 간 경우, 전기차를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 플랫폼에서는 전기계통을 디젤 계통으로 바꾸기만 하면 훨씬 저렴하게 차량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디자인이 질려서 새로 나온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도 쉽습니다. 급격하게 발달하는 차량 내부 환경을 업그레이드하기도 쉽습니다. 쓰던 차가 질려서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라 일부 부품, 일부 시스템만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새 차를 산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죠. 이를 위해 각 사는 부품의 규격화를 합의했습니다. 회사마다 부품 사이즈가 달라 모델마다 들어갈 수 없게 되는 일이 사라지며 부품 교체가 간단해졌죠.”
배경화면엔 로봇설비 분야 최고인 일본의 로봇기업들이 등장해 새로 깔리는 라인을 비춰주고 있다.
솔직히 차는 10년을 타도 크게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
질려서, 사회적 시선, 혹은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에 바꾸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조립식 차량이 강점을 가진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5년 후부터는 매년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이 튀어나오는데 그때마다 차를 바꾸긴 힘드니 참고 살게 된다.
하지만 조립식 차량이 등장하면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 줄 수 있다.
조립식 차의 개념은 테슬라의 선점과 기술력에 밀리고 밀리던 기존 완성차들이 연합해 반격의 카드로 내 놓는 것이지만, 한발 앞서 꺼낸다.
미래의 흐름을 아는데 굳이 시행착오를 거칠 필요가 없지.
윌리엄 핸리의 열변을 듣다가 무릎 위에 올린 노트북 화면 속 예하의 방송으로 시선으로 돌렸다.
-ㅋㅋㅋ그래서혁신은?
-껍데기뿐이라더니 이제 아예 하는 게 없네?
-미래가 주도하는 게 뭔데?
-판까는거 끝ㅋㅋㅋ
-가격은 내리나?
-난 매년 차량 디자인 바꿀듯 나한텐 좋은데
-글내려주세요 테슬라 못이긴다고 자백하는 중입니다
테슬라?
주가를 찾아보니 떡상하고 있다.
이런 성급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순진이 형이 알아서 정리하고 있겠지.
“여기까지가 현재 시장의 개혁방안입니다. 이제 미래를 보죠.”
배경화면이 바뀌고 테슬라의 전기장치가 등장한다.
수많은 이미지센서가 주변 환경을 0.1초마다 받아들이고 디지털화 해 자율주행을 한다.
“운전자가 필요없는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 그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미지를 디지털하고 AI가 매순간 그와 비슷한 상황 1000만개를 찾아내 그중 가장 안전한 옵션을 선택해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데이터 소모량과 전기 소모, 통신 전송량 등이 숫자로 표시된다.
“엄청 많죠? 이게 현재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자율주행은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자율주행은 페이크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발표장소인 한국의 예를 든다면 패스트앤퓨리의 도시 푸산에선 자율주행이 불가능합니다.”
-ㅋㅋㅋㅋ부산!
-마 니 부산택시 타밨나?
-대본이다 ㅋㅋ 대본
-ㅋㅋㅋ내가 안되니 테슬라 깎아내리기
-테슬라 로켓쏘자아아
-ㅋㅋㅋ
“지금은 시작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보다 통신능력이 100배 늘어나는 5G 시대, 3년 후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3년 후.
배경화면에 다들 아는 회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오라클, 소니, 상섬, 내가 산 NXP 등등 초거대 기업들이 각자의 장치를 차량 전체에 덮는다.
“각 AI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며 도로 위 모든 차량이 한몸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앞 뒤 차가 함께 자율주행 커플링이 되면 데이터 소모는 천분의 일로 줄어들며 이는 전기차의 연료소모를 줄이는 길이죠. 또한 도로위의 교통 상황이 30% 향상됩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3년 후입니다. 해당 국가에 5G 망이 깔리고 차량에 5G 시스템이 깔린 후에 자율주행을 시작할 겁니다.”
테슬라의 위대한 점은 자율주행에 있다.
배터리나 기타 부품들은 타 기업에서 사 왔을 뿐이다.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사 와서 조립하다가, 더 나은 한국 기업이 등장하니 한국회사로 배터리를 바꾸듯이,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제외하면 더 좋은 부품을 사서 조립한 조립회사다.
애플이 IOS로 거액을 벌어들이듯, 테슬라는 자율주행이라는 운영체제로 부품업체의 뼈를 깎아 성공한다.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삼키려면 자율주행 시스템을 잡아야 한다.
“현 시점부터 다양한 모델이 미래자동차 플렛폼에 출시됩니다. 여러분은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마음에 안 든다면 동일한 규격에 가격이 다른 부품으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배경 화면이 아직 오픈하지 않은 미래자동차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이 다양한 옵션 중에 비쥬얼시스템이 있습니다. 전후좌우 24시간 녹화되는 블랙박스이며, 주행 중 전방 후방 카메라를 지원합니다. 시스템 구축비용은 600만원인데, AI 정보 공유를 체크하시면 0원이 됩니다. 이 시스템을 깔 경우 당신의 주행정보와 도로 사정 등이 저희 AI 데이터베이스로 들어옵니다.
이 정보는 블록체인으로 보호되며 AI의 학습용도 외엔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없으며 세계최고의 해커조차 이 데이터를 훔치지 못합니다. AI는 당신의 주행정보와 돌발상황을 보며 학습하고 발전시킵니다. 그러다 3년 후, AI의 선택이 정답률 99.999%에 도달하면 그 때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현재 정보제공에 동의해주신 분들은 그 때 최신 비쥬얼시스템으로 무료 업그레이드 해 드립니다. 이것이 저희가 계획하는 자율주행 계획입니다.”
테슬라의 비리는 테슬라 운전자들에게 주행정보를 뽑아가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에게 시스템 테스트를 시키는 꼴이지만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의 주행기록으로 본인의 AI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댓가로 사용자들에게 테슬라 보유자라는 자부심을 주기는 한다.
이것이 테슬라 감성?
-어? 지금 무서운 말이 나온 거 같은데? 뭔소리냐?
-테슬라팔라고 ㅂㅅ아
-으아아 떨어진다아아아
-ㅋㅋㅋㅋ 테슬라 그래프봐라 졸라나로호네
-정보제공 믿을 수 있나?
-정보제공 동의하면 니 모텔 들어가는 거 걸린다
-ㅋㅋㅋㅋ 블록체인 해킹이 물로보이냐
-주행정보 제공하면 600만원 + 3년 후 천만원 받는 거네?
-테슬라도 똑같이 따라해야겠네
-돈을 못 따라감ㅋㅋㅋ
“1억 대. 3년 후 1억대의 동일규격 시스템을 갖춘 차량이 세계를 누비면 자율주행이 가능해집니다.”
미래AI, 마소AI, 구글AI.
저마다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옵션으로 깔린다.
각자 다른 AI지만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자율주행 시 자동으로 연동되어 군집운행을 하게 된다.
자율주행 차량 간의 연동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다.
테슬라는 규모의 경제에 무너질 수밖에 없고, 애플카는 시작도 못해보고 접을 것이며, 이제와 혼자 다해먹겠다며 탈주한 도요타는... 진짜 답이 없다.
생각할수록 도요타를 이해할 수가 없네.
미래자동차 플랫폼은 1년 8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미래그룹의 비전, 비욘드 어스를 발표한 때부터 구글 마소 등과 협의를 시작했고, AI사업을 준비했다.
앞으로도 3년이 더 걸리지만, 출시와 동시에 세계를 제패할 무기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테슬라와 애플, 도요타는 AI공유를 통해 자율주행 세계를 하루라도 빨리 오픈할 수 있게 함께 합시다.”
봐줄 테니까 친하게 지내자.
형은 관대하다.
“또한 최초 파티에 참가하지 않은 수많은 부품업체들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규격화 하시고, 수량제공 능력이 확인되면 언제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신기술로 더 나은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차량의 프레임과 규격을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언제든 장터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을 지배하겠다아아
-모든 부품사가 파티로 들어오면 지구 지배네
-캬... 이것이 윤형의 클래스
-진짜 신기하네 기술 하나 없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게 됬어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ㄹㅇ사기다 ㄹㅇ
어, 사기 맞긴 한데.
그래도 소비자한테 이득이잖아.
“이제 가격 면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부품의 가격은 전체 파이에서 비슷한 비율로 배분됩니다. 각 사는 2~3%의 이익률을 얻게 되겠죠. 미래 자동차 플랫폼은 전체 가격에서 0.01% 가량을 얻습니다. 소비자는 현재와 같은 성능의 차량을 살 경우 15% 가량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대신 주문 후 생산이기에 차량인도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박리다매 ㅋㅋ
-1억짜리 차 팔면 10만원 버네
-어쨌든 이익임 나한테 이익임
-고객이익이 최우선. 이 명제는 끝까지 지키는듯
“또한 최초의 파티에겐 미래자동차 플랫폼의 주식을 나눠줍니다. 주식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양도하는 겁니다. 전체 주식의 30%가 최초의 파티에게 주어지며 이 비율은 3년 후 자율주행이 시작될 때 그 간의 공헌도에 따라 배분됩니다.”
-어? 공짜?
-그냥 준다고?
-미래자동차는 찍어서 주는 거니까 손해 없지.
-그래도 쫌 아깝다
“그리고 AI기술 구축. 각 차량마다 600만원 가량의 장비 가격이 들어가며 데이터 비용 등으로 매년 100만원 가량이 들어갑니다. 이 금액은 미래자동차 주식 30%를 팔아 충당합니다. 현재 미래자동차 플랫폼은 1000조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며 22%의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얻은 투자금으로 AI환경을 구축합니다.”
-천조 ㅅㅂ
-입만 열면 천조야
-솔까 저건 미래 말고 딴 애가 해도 똑같은 건데
-ㅋㅋㅋㅋ 사기다 진짜 사기야
“이와 별개로 미래그룹에서는 자율주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래그룹에선 스페이스X와 협업을 통해 통신위성 70대 발사합니다. 반도체 제조사에 자동차용 반도체 전용라인 설비 투자가 100조 들어가며 과부화 될 데이터 안정화를 위해 수중 데이터 센터에 200조가 투입되며 5G 통신망 사업에 100조를 투입합니다.”
3년 간 500조 투자.
500조를 모두 통신망 사업에 쏟아 붓는다.
이건 기부가 아닌 투자다.
지금 투입되는 자금은 10년 안에 10배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리면 자율주행을 받치는 데이터산업이 돈을 더 번다.
“미래의 자동차는 이동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공간이 아닌, 인생을 즐기는 생활공간이 됩니다.”
3년 남았다.
- 작가의말
사업하기 참 쉽쥬? 뭐했다고 1000조야?
키리취님 매일 후원 감사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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