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미래바이오
DNA에는 인간의 선천적 운명이 적혀 있다.
키 160이 되면 성장판을 닫아라.
이런 명령이 DNA에 적혀 있다면 그 사람의 운명은 160이다.
나이 25세가 되면 두피로 가는 영양공급을 줄여라.
라는 명령이 DNA에 적혀 있다면 그 사람은 20대 탈모의 운명이다.
DNA사슬이 신체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mRNA다.
DNA사슬이 쪼개져 단백질 합성기관으로 들어가 DNA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RNA인데, 전달,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고 해서 메신저RNA라고 부른다.
mRNA 연구는 다른 신약 개발과는 완전히 다르다.
동식물이나 석유에서 특정 성분을 발견하고 다양한 조작과 실험을 통해 약을 만드는 게 기존의 신약개발이었다면, mRNA 신약 개발은 외계인의 프로그램 코드를 해석하는 것과 같다.
DNA가 특정 명령어를 mRNA를 통해 배출한다.
그를 통한 신체변화를 추적해 특정 mRNA의 명령어가 뜻하는 바를 찾아낸다.
인류는 이를 통해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해냈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아먹으라는 명령어를 얻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모든 유전적 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코드만 해석할 수 있다면 지금껏 인류가 포기한 수많은 질병을 치료,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 질병이 아닌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사실 이쪽이 대박이다.
두피로 계속 영양을 공급하라는 명령어를 찾고 그걸 대량 배양해 꾸준히 투여하면 유전적 탈모로부터 해방된다.
mRNA 기반의 약은 부작용도 적다.
특정 명령어를 몸에 넣어 신체가 명령어대로 수행할 뿐 다른 약처럼 독성 물질이나, 약화된 바이러스를 넣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안심하고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지.
“나도 임상한다고 소문내요. 우리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사진도 인터넷에 떴드만. 어차피 다 들켰어. 제길. 내가 참여하면 광고도 되고 임상도 빨리 끝나겠죠.”
“그래. 크크큭. 너 절박하구나.”
“네. 그래서 mRNA 연구소 위주로 사 모은 거죠.”
날 위해 개발한 거다. 날 위해.
몇 년 후 이 약이 개발되는 걸 알기에 그 회사를 산거고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냈다.
역시 시간과 예산만 추가하면 개발이 되는구나.
“이 약의 시장 가치는요?”
“추정하기로 최소 20억 명이 꾸준히 복용할 거라 치면 매년 매출 400조, 영업이익 200조. 열 배 비싸게 팔면 영업이익 2000조.”
“헐. 와... 오빠... 그게 가능해?”
예하의 입이 떡 벌어졌다.
“후후후후.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으셈.”
“이게 왜 가능하나면 이건 1회성 발모제가 아니라 두피에 영양을 공급하라는 명령어야. 그래서 복용을 중단하면 그 순간 탈모가 다시 시작되는 거지.”
“후후후. 영원히 복용해야하지.”
“그렇다고 비싸게 파는 것도 아니야. 1년 치 약값이 2만원 밖에 안 해. 별 부작용 없는 약을 1년에 2만원만 투자해서 먹으면 늙을 때까지 탈모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비싸게 팔아봤자 20만원. 그렇다면 먹을래? 말래?”
채인수와 번갈아가며 약을 팔았다.
“에... 먹을래요.”
남성과 여성의 탈모비율은 비슷하다.
아줌마들이 괜히 뽀글뽀글 파마를 하는 것이 아니지.
잠재 고객의 절반은 여성이다.
예하 너도 먹어라.
“그래. 이게 탈모약의 위대함이야. 신약 특허 기간 동안 돈을 쓸어 담고, 그 후에도 선점효과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겠지. 우린 비아그라를 뛰어넘는 기적의 신약을 만들어낸 거야.”
“앞으로 다른 신약이 계속 나올 테고요.”
“그래. 동욱아. 이번 보고 받고 놀랐는데, mRNA쪽에 연구진 추가하자.”
“무한히 추가해요. 돈 걱정 말고.”
지금 사 모은 바이오기업들의 개발라인도 대부분 성공할 테지만, 더 빨리 더 많이 성공시키고 싶다.
성장판을 닫지 말아라, 라는 명령어를 찾는다면?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이 약을 먹이게 될 것이다.
2차 성징 중 고추 길이를 18cm까지 크게 만드는 명령어를 찾는다면?
안 먹을 남자가 있을까?
잉여지방을 가슴에 보관하라, 라는 명령어를 찾는다면?
세상 모든 여자가 이 약을 먹게 된다.
mRNA는 보물섬이다.
온갖 보물이 DNA 프로그램 코드에 숨어 있다.
실제로 20년 후 돈을 쓸어 담는 제약사는 대부분 mRNA신약을 보유했다.
“형. 미래바이오 상장하죠.”
“그럴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은데.”
“상장한다면 가치는 어느 정도 될까요?”
“최소 2000조. 내 예상엔 5000조.”
“미쳤네.”
“그래. 미쳤지. 탈모약 하나로만 이정도고 다른 약이 추가된다면 두 배씩 뻥튀기 되겠지.”
“그러니까 상장하자고요. 너무 비싸고 너무 대단하잖아요. 혼자 못 지켜요.”
“그래. 이해했다.”
혼자 먹으면 탈난다.
상장하고 각국에 지분을 흩어놔야 뺏기지 않는다.
“대신 미래거래소에 상장하고, 미래증권이 주관. 미래바이오를 사고 싶으면 그 나라가 미래거래소를 허가하게 만들어요.”
“어. 그렇게 연결하는 구나.”
“네. 지금까지 상장하지 않은 자회사들도 미래거래소를 통해 상장합시다.”
“알았다. 음... 시간은 1년 정도 필요할 거야. 탈모약 2상쯤 가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테니까.”
“임상 오래 걸리겠네요. 예방효과니까 당장 느끼기도 힘들 테고. 차라리 우리가 보증하는 건 어때요?”
“음. 보증하되 약값을 올리자?”
“그렇게 해 봐요. 특허기간 생각하면 임상이 긴 것도 괜찮겠네요. 약값 비싸게 내고 임상 받게 만들어요. 무료 임상이 아니라. 돈 내고 임상 참가하라고 해도 자원자는 넘쳐날 거예요.”
“그래. 차라리 그게 낫네. 크크큭.”
형. 웃지마.
내가 20년 후 형의 사진도 봤거든? 형도 먹어야 해.
“그래요. 상장하면 지분의 49% 판다고 알려요. 세계 곳곳에 지분이 흩어져야 미래바이오가 안전하겠죠.”
“오케이.”
채인수가 대충 메모한 걸 들어올렸다.
“유료 임상 모집. mRNA 연구진 최대한 확대. 미래바이오와 기타 자회사들 상장.”
“네. 그리고 1년 안에 다른 자회사들도 미래거래소 소속으로 옮기는 거 고민해 봐요.”
“알았다.”
폭풍 같은 회의가 끝나고 채인수가 떠나갔다.
“오빠, 우리 뭐할까?”
“글쎄.”
세상 모든 걸 내가 할 필요는 없지.
“배드민턴 칠까?”
“웅... 바람 없네. 좋아.”
예하와 배드민턴을 치며 한가하게 놀았다.
미래바이오의 탈모예방약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소식보다도 큰 소란을 불러왔다.
탈모예방약.
치료제가 아니다.
mRNA 탈모약은 탈모예방의 효과만 있다.
이미 모근이 죽은 신체에 명령어를 넣어봤자 새로운 모발이 샘솟지 않는다.
모근에 영양공급이 끊어져 M형탈모나 O형 탈모가 오지 않도록 계속 두피에 영양을 공급하도록 만드는 약이다.
그렇다면 고객층은?
완벽 대머리를 제외한 전인류다.
탈모가 오기 전에 주사를 맞아야 하니 훗날엔 지구인 모두가 이 주사를 계속 맞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약의 가치는?
비아그라의 열 배다.
약값은 비싸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싸게 팔 생각도 없다.
치료제가 아닌 건강보조제다.
돈 많은 사람에게 많이 받아서 좋은 데 쓰는 게 낫지.
임상실험자를 모집하는데 온갖 독소조항을 넣었다.
참가비를 받는 게 아니라 거액의 참가비를 내야 하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없다.
그런데도 자원자가 너무 많아서 커트하는 게 일이다.
그 정도로 위대한 발명이라는 거지.
여기서 벌어들인 돈 절반을 의료개혁에 쓰기로 했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직접 톱으로 다리를 절단하다가 사망하는 미국.
의료비가 공짜인 대신에 진료를 받으려면 반년 기다려야 하는 영국.
의료보험이 잘 정비된 대신에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들이 죽어나가는 한국.
전 세계 어디든 문제투성이다.
이걸 고친다.
미래 대학에서 간호인력이 충원됐듯 미래 대학에서 의사인력을 키우고 늘린다.
의사는 재능직이 아닌, 성실함과 노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기술직이다.
치킨집처럼 얼마든지 많아져도 괜찮은 직업이다.
의사가 돈을 못 벌면 범죄를 저지를까봐 무섭다?
지금 의사가 돈을 잘 버는데 범죄가 없나?
의료사고를 없애고 의사의 성추행, 성폭행을 막는 방법은 소수의 의과생을 뽑아 열심히 교육시키는 걸로 안 된다.
차별 없고, 선처 없는 강력한 법집행만이 답이다.
의사라고 봐주고 성폭행을 해도 여전히 의사 짓을 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른다.
탈모약 발표와 의료개혁 지원방안이 나오자 전 세계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각국의 의사협회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불만을 갖고 있다.
그들의 특권을 없애는데 모두가 기뻐한다.
의사만 빼고.
동시에 미래바이오의 상장 계획도 알렸다.
다만 해당 국가에서 미래거래소를 허가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추정가치 5000조의 제약회사가 50%의 지분을 뿌린다.
이 또한 각국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국민의 관심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진다.
딱 내가 원하는 그림.
멍청하게 호구소리 들으려고 기부한 거 아니다.
내가 방향을 잡으면 세계의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해 도와주는 것.
이걸 원해서 그 많은 기부와 선행을 해왔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수준의 영향력을 얻었다.
제 3세계를 중심으로, 특히 내 덕에 무료 코로나 백신을 얻게 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미래거래소가 허용되고, 미래블록이 공식화폐로 인정되고, 탈모예방제 임상실험이 시작되었다.
영향력.
곧 다가올 최악의 파도를 뛰어넘기 위한 영향력을 모은다.
- 작가의말
무인도로 뇌비우는 여행을 떠나면서 비축분 전부 예약하고 가는데요...
퇴고도 안해서 여러모로 문제가 있을 것 같네요...
원래 퇴고는 기억에서 잊혀질 정도로 3일 정도 묵혀둔 후에 읽어봐야 수정할 부분이 보이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네요
다녀와서 다시 읽어보고 뒷부분도 써본 후에 문단 배열이나 문장 등등을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다음 연재가 늦어진다면 파도가 강해 배가 뜨지 못하는 걸로...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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