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버블 붕괴3
한국시간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아침 8시 42분.
미래블록 발행이 중지되었다.
블록체인을 해킹하지 않는 한 누구도 임의발행이 불가능한 코인이 되었다.
1년 전 발표하기로는 2022년 9월에 은행을 통한 발행을 중지하기로 했는데 갑작스럽게 중지된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비서실의 공은진은 출근하자마자 모니터를 켰고, 경고신호가 뜬 걸 실시간으로 봤다.
잠시 멍했다.
왜 이러지? 렉인가?
어? 설마? 진짜?
이건 금융계에 제3차 세계대전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 줄 사건이다.
5초정도 렉에 걸려 멈춰있던 공은진이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
사장실을 발로 박차듯 열었다.
방금 출근한 채인수가 슈트를 벗다가 눈쌀을 찌푸렸지만, 사과할 시간조차 없었다.
“사장님! 미래블록 발행이 중지되었습니다. 마스터코드를 통한 기능정지입니다.”
공은지가 그랬던 것처럼 채인수 역시 잠시 멈춰섰다.
“어... 일단... it팀에 연락해서 사실확인하라고 하시고... 어... 내가 회장님과 접촉해볼게요. 임원급 전원 연락 돌리고 회의 잡아요. 최대한 빨리.”
채인수는 공은진이 힘차게 대답하고 뛰어나가는 걸 보다가 윤회장과 접촉을 시도했다.
미래메신저로 부르고, 미래커뮤니티로 부르다가 전화번호를 눌렀다.
급하다.
띠링띠링.
노트북에서 미래메신저 알람음이 울린다.
극히 가까운 사람만 들어온 중요한 방이기에 따로 알람을 켜 논 방이다.
드르르륵.
핸드폰에서 최중요 인물이 미래커뮤니티로 호출을 한다.
드드드드.
전화가 진동을 한다.
단 세 명만 알고 있는 전화번호가 울린다.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소리에 머릿속이 더 혼란스럽다.
없던 일로 할 수 있나?
불가능.
이 일의 파급력은?
모르겠다.
누가 손해를 보지?
...... 달러.
어... 그리고... 설마 날 죽이려나?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오빠, 나 들어갈게.”
예하 목소리가 들렸다.
드드드드.
진동하는 전화기에 채인수라는 이름이 떠 있다.
예하한테 동시에 전화했나.
“어 들어와.”
전화기를 들면서 말했다.
문이 열리니 도윤정이 먼저 들어오고 그 뒤에 예하가 머뭇거리며 따라온다.
도윤정은 활짝 웃고 있는데 예하는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도윤정 뒤에 반쯤 숨어있다.
“회장님 축하해요.”
도윤정의 목소리가 너무 밝다.
그에 반해 예하는 벌 받기 전의 아이처럼 숨으려 하고.
“뭐가요?”
“그... 아니다. 예하씨가 직접 말해야죠.”
도윤정이 한발 피하니 뒤에 있던 예하가 따라 피하며 숨으려 한다.
뭐 하는 거지?
“직접 말하셔야죠. 제가 말해요?”
“네? 네. 아뇨아뇨. 그... 오빠...”
접시를 깼나.
각방 쓴 데 대한 사과?
망설이던 예하가 막대기를 내밀었다.
아이스크림 손잡이처럼 생긴 저건... 어... 그... 테스터기?
“나... 임신했어.”
“어... 어?”
곧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멍하니 있으니 예하가 울려고 한다.
“힝. 난 키울 거야. 절대 지우지 않을 거야. 낳을 거라고.”
“어... 응. 축하해. 아니. 아니 잠깐. 내 애야? 어 그렇겠지. 내 애구나. 아... 그래서 축하하는구나. 지우다니? 어? 와... 지울 리가. 와...하하. 하하.”
바보가 된 것 같다.
기쁜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 지울 거지? 우리 낳아서 키울 거지?”
“당연하지. 와! 예하야! 아! 축하해. 아니다. 고마워. 어 그래 고마워. 아 그래서 각방썼구나. 난 또 네가 나 싫어졌는줄 알고.”
우주파괴버튼을 눌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럴 리가! 생리가 끊긴 게 수상해서 언니한테 말했는데 테스터기 구하는 데 오래 걸려서. 혹시 잘못될까봐 잠깐만 따로 잔 거였어. 미리 말했다가 아니면 실망할까봐 말도 못하고. 힝. 미안.”
도윤정이 끼어들었다.
“나라꼴이 이래서 임신 테스터기 구하는데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도사장님. 아. 고마워요.”
“그...런데 아닐 수도 있대. 병원 가서 확인해보는 게 확실하대.”
“어? 어. 그래. 그래야지. 아... 그러면.”
말을 멈췄다.
띠링띠링.
드르르륵.
시끄러워.
발로 차서 쪼개 버리고 싶다.
드드드드.
손에선 여전히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면 100% 감청당하고 위치가 확실해진다.
미래메신저를 열었다.
채변 : 동욱아!
채변 : 미래블록 왜이래?
채변 : 무슨 일 있어? 공격받았어? 괜찮아?
채변 : 혹시 동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는 거면 죽인다. 그룹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찾는다.
채변 : 괜찮은거지? 카라카스는 조용하던데?
채변 : 전화라도 받아봐!
채변 : 살아있지? 죽으면 안 된다!
채팅이 주주주 달려있다.
나 : 형!
즉시 핸드폰의 전화가 끊겼다.
채변 : 어! 무슨일이야!
나 : 예하 임신 나 아빠되여
채변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미래블록은?
나 : 한국가야겠어요. 의사는... 일단 최태수 선생님과 접촉해서 보내주셍쇼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글고 베네수엘라에 말해서 한국행 타진해봐요 예하가 안전하게.. 미군이 미친척하고 나포할 수도있으니 비밀리에 돈 좀 주죠 얼마든지 줍시다 일단 한국가는걸루
오타가 작렬한다.
1분 정도 기다리니 말이 끊긴 채인수의 채팅이 날아왔다.
채변 : 그래.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다른 문제는 없지? 미래블록은 왜멈췄어?
아?
맞다.
그딴 사소한 건 잊은 지 오래다.
나 : 미국재수없어서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합시다 내가 아빠가 됐다고요. 예하를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해야 해요
채변 : ...... 어... 발행능력이 없어졌으니 미국이 욕먹으면서 까지 널 노릴 이유가 줄어들었지.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래 이해된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나보다.
그딴 거 알게 뭐냣.
“예하야. 한국 가자. 아차차. 배 차가운 거 아니야? 괜찮아? 두꺼운 옷 입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실내공기가 몇 도죠? 아니 지하실에만 있으면 안 좋은 거 아니야? 공기는...”
내 호들갑에 예하가 난처해했고, 도윤정의 눈이 쌜룩해졌다.
“적정온도입니다. 공기의 질은 최상입니다. 적어도 서울공기보단 천 배 좋을 겁니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도윤정이 나가고 예하를 조심조심 모셔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그간 있었던 사정을 떠들었다.
내가 왜 싫어해? 지우다니 무슨. 와... 엄마가 되는 거네. 아빠라... 어... 난 또...
떠들다가 왠지 예하가 자야할 거 같아서 억지로 불을 끄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불을 끈 채로 예하와 또 한참 떠들었다.
다음날 최태수와 여의사 한 명이 비밀리에 방문했다.
지하실에 내려온 후 스페인계 의사가 예하와 이런저런 테스트를 했고, 99% 임신이 맞다는 확인을 해 주었다.
“초음파가 없어서 100%는 아니지만 임신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산모께서는 안정기가 될 때까지 성행위나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시고 그리고...”
통역을 한참 듣는 와중에 비행기가 준비되었다.
얼마를 주기로 약속했는지 몰라도 베네수엘라 군의 정중한 호위를 받으며 공항으로 이동해 미래의사회가 준비한 전용기에 올라탔다.
미국의 위성이 지켜보고 있겠지만, 외부로 노출한 적은 없으니 긴가민가 할 것이다.
다행히 비행기는 공격받거나 나포되지 않고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미래블록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 원화와 연동해서 100원당 1미래블록으로 발행했다.
중간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미래블록 : 달러를 10:1로 고정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만큼 미래블록을 발행하는 것이다.
원화 연동을 달러 연동으로 바꾸면서 미국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지난 해 9월의 선언. 1년 후 모든 발행기능을 중지시키겠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올해 9월 전까지는 달러 교환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은행에 맡긴 돈은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다는 약속이 있었다.
지금에야 아무도 되찾으려 하지 않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미래블록을 버리고 자기 돈을 찾아갈 시간이 있어야 했다.
더 중요한 이유로, 미래블록의 발행량이 유로화보다도 적으니 그 상태에서 발행기능을 포기하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마감 일자를 정해 세계의 모든 화폐를 미래블록으로 바꿔야 미래블록이 기축통화로써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년이라는 기간은 각국의 재산을 정리해 미래블록 생태계로 들어오는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
미래블록과 달러의 교환비율은 고정이다.
그런데 달러와 타국 화폐와의 환율은 매일 변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블록과 타국 화폐의 환율 또한 달러와 연동되게 된다.
개별 경제가 미래블록체제로 들어오는 와중에 각국 화폐가 가치를 잃었고, 달러와의 환율에 맞춰 미래블록 가격도 올라갔다.
애초부터 화폐신뢰도가 높은 미국의 달러는 떨어져도 덜 떨어지겠지만, 미래블록-달러 연동으로 인해 떨어져야 하는데 전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래블록으로 인해 약간의 가치하락조차 없이 공중에 둥둥 매달린 상황.
달러의 축제는 9월이 되면 대폭락 엔딩으로 결말을 맺겠지만, 그 전까지 달러로 세계의 자산을 쓸어 모은 후 미래블록 생태계로 들어오면 크게 이득을 보는 상황.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캐치했고,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 이득을 본 후 새로운 시스템으로 들어가자는 포지션을 잡았다.
달러의 세계 사냥.
미래블록이 없다면 수년에 걸쳐 사냥하겠지만, 미래블록 덕에 기간은 짧아졌고, 대신 달러의 가치하락이 막혀 더 좋은 가격에 사냥할 수 있다.
일부는 더 저렴한 가격을 노리며 기다렸지만, 일부는 사냥을 시작해 알짜배기만 골라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런데 축제가 갑자기 끝났다.
세 달 후까지 예정된 미래블록 발행이 전면 중지되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제 누구도, 윤동욱 본인조차도 미래블록을 발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미래블록을 거래하기 위해선 주식거래를 하듯이 살 사람과 팔 사람이 서로 원하는 가격을 맞춰서 교환해야 한다.
소식이 알려진 순간 달러화가 폭락했다.
그간 억지로 가치하락이 멈춰졌던 달러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미래거래소에 들어오지 않는 달러 거래소의 주식들은 삽시간에 -50%찍었고, 이날 하루 달러가 받은 충격은 역사상 최악이었다.
주식 시장, 선물시장, 원자재시장 전부 원자폭탄을 맞은 듯 헤롱거렸다.
시장을 얼리고, 대통령까지 나와서 달러는 안전하다고 떠들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반대로 너무 폭락하던 세계의 화폐들은 약간씩 반등했다.
제자리 찾아가기.
달러가 하락하고 긴 조정을 받던 세계의 화폐들은 과거 환율 근처로 이동했다.
달러보다 발행량이 세 배 많은 미래블록만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서 있다.
미래블록의 전체 가치는 나머지 모든 화폐의 가치총합보다 높아졌다.
- 작가의말
우리애는요 태어나기도 전에 달러를 박살냈고요... 태명은 박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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