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울오빠가 해줄거예요
5월 첫날.
무수골 자택에 격리수용 되었다.
타우바트섬에 있을 때도 3일에 한 번씩 콧구멍을 찌르며 완벽 방역했으나, 한국 정부는 다른 이와의 형평성 때문에 무수골에서 보름간 나오지 말아 주기를 당부했다.
집에 갇혔지만 딱히 바뀔 건 없다.
평소에도 집에서 빈둥거리며 메신저로 일을 처리했으니까.
타우바트 섬에 남은 권순진의 펀드팀과 연락하고 채인수의 기획팀과 연락하며 일처리 하면 된다.
5월이 되었을 때 주식은 계속 반등해 바닥에서 25% 상승했다.
코로나사태 직전과 비교해도 거의 회복했다.
한편 세상은 더욱 개판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고 사망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미국은 중국에게 사망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협박하고 있다.
핵전쟁 직후 같은 세기말 분위기.
이런 분위기는 오르고 있는 주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베스트글)<기사님아 나 안탔다고. 내려와서 나태우고가!>
-간담 : 실물경제 씹망이잖아. 왜 오르는데?
-마드리드 : W반등이다 쌍바닥 찍으러 가즈아~
-존버 왕 버핏 : 난 내렸다 니들도 내려라
-난향 : 버블임 폭락은 예정된 것
경제지표는 세계 2차 대전 당시보다 안 좋다고 말하는데 주가는 매일 오른다.
모든 주가 지표가 말도 안 되는 괴리율을 말하고 있다.
심지어 상장폐지가 예정된 종목이 폭등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미쳐 날뛰고 있다.
덕분에 미래펀드 아재들은 매일 머리카락 흘려가며 차트분석을 하고 있고, 권순진은 제발 위험햇지 좀 하자고 매일 우는 소리를 한다.
난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좋다.
“ARM 얼마에요?”
경제지표가 거지같으니 회사를 사기 좋다.
-소뱅에선 41조 달라고 한다.
“소뱅이 얼마에 샀었죠?”
-33조원.
“좀 깎아 봐요.”
-깎은 거야. 솔직히 소뱅이 궁지에 몰려서 파는 거지 그게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 멀티플 스무 배도 안 돼.
“알았어요. 분할 지불은 동의 받았죠?”
-어.
“영국의 반대는요?”
-미래그룹 영국지사 아래 편입하기로 했어. 영국 입장에선 일본 기업보단 자국 기업으로 돌아오는 거니 환영하는 입장이지. 적극 협조하고 있어.
ARM은 원래 엔비디아가 인수하는데 이땐 영국의 반대가 매우 심했기에 인수절차를 마무리 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
국가의 핵심기업이 외국에 팔리면 언제나 정부의 반대와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래 그룹 각국 지사 하부에 붙이는 거지.
ARM은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데 스마트폰 칩의 95%가 ARM에서 나온다.
PC에 인텔이라면 스마트폰엔 ARM이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기에 영업이익은 크지 않다.
ARM은 그 외에도 반도체 설계 모든 분야에 진출해있다.
이 경험이 필요하다.
“NXP는요?”
NXP는 자동차용 반도체가 주 분야이며 전기차 시대가 열린 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지금이 최저가다.
-66조 부른다.
“졸라 비싸네.”
-크크 멀티플 30배 정도야. 기술주에선 딱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
“그럼 사요. 네덜란드에선 반대하지 않죠?”
-어. 자국 지사로 남긴다고 하니까 협조한다고 한다.
“됐네요. 사요. 대금은 최대한 분할 지급으로.”
-그래.
미래펀드는 3월 중순 2200조가 들어갔고, 50일 지난 현재 25%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락할 때 공매도로 먹은 건 기부할 거지만, 상승장에서 먹은 건 다 내거다.
50일 동안 500조를 벌었고 앞으로 1년 동안 2000조 더 벌 수 있다.
미래펀드의 수익률이 알려지며 매일 10조에서 50조의 자금이 펀드로 들어오고 있다.
이 자금의 수익률까지 계산하면 3000조 이상 벌 수 있다.
막 사도 된다.
저가인 지금 협상하고 대금 지불을 최대한 늦추면 늦출수록 이득이다.
매일 상승할 주가를 생각하면 어떤 기업을 사든 이득이다.
막 사야지.
돈 쌓아둬서 뭐해.
“한국해운 인수는요?”
-산은에서 공짜로 주겠대. 대신 부채 6조 떠안으래.
“조까라고 해요. 누굴 호구로 보나.”
-크크크. 그래도 최근 해운호황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배짱부리고 있다.
“회사 자산이 얼만데요?”
-5조야. 부채가 6조고.
“우리가 부채2조까지 떠안고 나머진 나라에서 탕감하라고 해요.”
한국해운은 한국 유일한 대륙 간 원양해운사로 규모는 세계 8위다.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중이지만, 시총 2조 중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은 13% 뿐이다. 시장가로 팔아봤자 2600억만 받는다는 뜻.
2600억 가치의 지분을 2조원에 산다는 뜻이니 어거지 협상은 아니다.
물론 물류섹터 폭등으로 현재 가격에서 스무 배 상승한다는 걸 아니까 사는 거지만.
“부채 2조로 사되 자산 팔지 않고, 배 구입으로 5조까지 투자한다고 말해보세요. 그 정도면 허락하겠지. 나머지 부채 탕감하는 거 싫다고 하면 언론에 알리고 장내구매만 해요. 나중에 차익실현 하죠 뭐.”
-그래. 팔수밖에 없을 거다.
“선주들하고 협상해서 용선하지 말고 배를 최대한 사요.”
한국해운 외에도 세계 각국의 근해 해운사 스무 곳과 조선사 다섯 곳을 인수했고, 수많은 배를 사 들였다.
2008년 중국 상하이지수 붕궤와 함께 침몰한 후 12년 째 사망 직전인 조선해운을 휩쓴다.
인수가 전부 마무리되면 미래그룹엔 세계 2위 조선해운 분야가 들어오게 된다.
거의 무료로.
“아시안 항공은요?”
이것도 산업은행이 관리중이다.
-공짜로 주겠대. 대신 부채를 본사에서 보증해 떠안으래.
“부채가 얼만데요?”
-4조.
“시총 1조 짜리를 4조에 사라는 거네요. 조까라고 해요.”
-크크큭 그래. 계속 깎고 있다.
저가격에 살 사람은 지구상에 누구도 없다.
차라리 회사를 부도내 해산하고 비행기와 사람을 사서 새로 고용하는 게 싸지.
“공짜로 살 수 있어요. 계속 찔러요.”
-어.
해운에 이어 항공사도 11군데 찌르고 있다.
세계 항공업계를 지배하는 아랍권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세계2위까진 올라갈 수 있다.
3000조.
웬만큼 들어본 기업들은 1조에서 10조 사이에 살 수 있다.
한국에서 대기업이라 불렸던 백제그룹 전체가 19조였으니 3000조는 정말 어마어마한 자금이다.
“사요. 다사요. 엔비디아 꼭 사요. 테슬라도 사요.”
-그건 불가능해.
“네, 알죠. 쳇. 고생해요.”
-어.
광산업에 400조. 해운항공에 300조. 반도체에 300조. 5G통신에 200조. 기타 등등.
3000조면 세계를 거의 다 살 수 있다.
[윤동욱의 장바구니]
미래그룹으로부터 매일 글로벌기업 인수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3000억, 7000억 규모의 인수 소식도 2개월씩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는데 윤회장의 장바구니는 크기가 다르다.
어제는 NXP를 66조에 사더니 오늘은 세계 4위 종묘업체를 39조에 샀으며 세계 7위 종자특허를 갖고 있는 농촌진흥청과 특허스왑계약을 맺었다.
8조, 9조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각 섹터 대장주인 기업을 5년 분할 현금박치기로 사들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수금액만 1100조이며, 그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타진하고 있다.
시장에선 미래그룹과 접촉한다는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장미빛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미래메신저 계열사 주식을 보증으로 잡히고, 5년 분할 현금 지불을 약속하고 있는데 누구도 미래그룹의 부도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 비접촉, 비대면 시대가 열리며 미래 메신저, 특히 미래게임즈의 가치가 2000조 이상으로 폭등하고 있다.
더 사도 된다.
그리고 더 살 분위기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따지자면 미래그룹은 비철금속 광산 세계 1위, 농업 종자 세계 2위, 해운조선 세계3위, 반도체 설계 세계 2위에 올라섰다.
과연 윤동욱(25)이 꿈꾸는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본 기자는 4차산업의 선두에 선 IT기업의 쇼핑목록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종자. 광업. 해운.
1차, 2차 산업이다. 무언가 느낌이 온다. 농작물을 수확해 직접 팔고 직접 해운으로 옮기고 뿌린다. 이렇게 될 경우 미래그룹은 홀로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단순히 메신저만 만든 게 아니라 1차산업부터 4차산업까지 모든 걸 연결할 수 있다. 여기까지 분석한 본 기자는 3차 산업의 꽃, 미래쇼핑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저 잘나가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세계 유일한 상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느낀 본 기자는 잽싸게 나스닥증시에 들어갔고, 미래쇼핑은 이미 60% 상승한 상태였다.
-어... ㅅㅂ 뭔개소리냐?
-미래쇼핑 사려고했는데늦었대
-ㅋㅋㅋㅋ기래기클라스
-기래기보다 앞서가는사람 많쥬?
ㄴ적어도 넌 아닐거야
훗 들켰네.
나 혼자 다 해 먹을 거야.
모든 국가가 적대해도 미래그룹 홀로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야, 야. 시작한다.”
옆에서 닥똥이 툭툭 쳤다.
“어.”
닥똥 가오리와 함께 메타버스 헬멧을 썼다.
세컨드 어스 공연장 무대에 예하와 루비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소울충만한 알앤비 반주가 흘러나오고 루비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태어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래
온세상이 멈췄고 모두가 끝났다고 해
하지만 멈추면 안 돼
좌절하면 안 돼
포기하는 순간이 끝이야
주저앉는 순간이 끝이야
루비의 음역대는 1옥타브 반.
일반인보다 약간 나은 정도다.
다만 오래 음악계에 있으면서 자기음역대에서 차분히 노래 부르는 건 가능하다.
느리고 한의 정서가 담긴 소울 충만한 반주 틈에 하나의 악기로 추가되는 건 자연스럽게 해냈다.
이제 예하 파트.
-우린 해낼 수 있어요
막막하게만 보이나요?
울오빠가 도와줄 거예요
모두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어요
우린 해낼 수 있어요
막막해도 멈추면 안 돼요
울오빠가 도와줄 거예요
모두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어요
......
뭐야 이거?
옆에서 닥똥가오리놈이 헬멧을 벗는 게 느껴진다.
헬멧을 못 벗겠다.
“야.”
가오리놈이 옆구리를 찌른다.
수치스럽다.
“예하가 말하는 울오빠가 너지?”
“......”
“안 쪽팔리냐?”
“평생 헬멧쓰고 다닐래.”
“크캬캬캬캬. 시발 이거 뭐냐. 완전 그 노래 같잖아. 우린 한화되어 이겼어, 그거 같잖아.”
“아 맞네 그거. imf응원송.”
“...... 저작권 샀대. 일부 차용했다 하더라.”
“노래는 좋은데 가사가......”
“예하가 작사했다고 했어. 예하한테 일러야지.”
“힉. 이르지마. 그보다 하이바 벗어 새끼야. 술먹자.”
예하야. 날 수치사 시키려는 음모냐? 내가 뭐 잘못했니?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한숨을 쉬며 헬멧을 벗으니 닥똥가오리놈이 얼굴까지 시뻘개져서 삿대질을 한다.
“캬하하. 이새끼 귀까지 빨개졌어.”
“크크크. 울오빠가 해줄거에요. 크크크. 귀빨갱이.”
이 개새끼들.
하아.
예하야.
“마셔 새끼들아.”
무수골 연못 앞 정자. 5월초의 적당한 날씨와 중국 공장이 닫히면서 미세먼지 없는 하늘도 좋고, 벌레 없는 환경과 시원한 바람까지 모든 게 좋다.
그래, 예하의 작사 빼고 모든 게 좋다.
메타버스를 나오니 테이블 위 노트북에서 일반방송 같은 라이브가 켜져 있다.
-모두 힘을 내면, 모두 힘을 내면, 모두 힘을 내면, 이길 수 있어요.
하아......
예하야. 노래는 참 좋은데.
멜로디도 좋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코로나 시국에 딱 맞는 노래 같은데.
왜 가사를......
“마셔. 먹고 죽자!”
잔을 들었지만, 닥똥가오리는 둘이 부둥켜안고 웃고만 있다.
대신 초대 손님 둘만 눈치 보며 잔을 들었다.
국정원소속 내 전담직원 노민우, 추상희.
둘과 어색한 짠을 하고, 소주를 들이켰다.
아오 쓰다.
코로나 시국이 여럿 힘들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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