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미래 애니메이션
김포의 작은 야산.
넓은 밭이 있고, 작은 저택이 있다.
밭에는 가래떡을 닮은 농부가 서 있었다.
“뭇시엘......”
차에서 농부를 보며 가오리가 중얼거렸다.
뎀마를 너무 좋아하는 가오리는 작가를 만나자 가슴이 뛰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작전을 되새겼다.
-그냥 리메이크만이야? 아니면 큰 돈 벌고 싶은 거야?
“별 생각 없었는데. 팬심으로 그냥 제대로 완결 짓자 정도야.”
-대충 알아보니 인기 있더라고.
“어. 엄청나. 재밌어. 너무 굉장해.”
-니 목표대로 완결만 다시 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왕 하는 거 판을 키우자.
“판을? 얼마나?”
-최대한. 원피스 뛰어넘을 수 있다며? 그 이상으로 키워보자.
미친 새끼.
가오리는 자기보다 핸플이 더 또라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그래서요. 우린 스토리작가 백 명을 고용할 겁니다. 최대한 재밌고, 스토리가 완벽하고, 지루하지 않고, 모든 떡밥을 회수할 수 있게 리메이크 할 겁니다. 네버 베댓 중에 예언을 올린 이들과 팬클럽 등에서 작가를 뽑을 겁니다. 이미 많이들 결말 수정에 대해 글을 올렸죠. 아시죠?
또라인가.
가래떡을 닮은 뎀마의 작가는 팔짱끼고 앉아 입을 다물었다.
“추가로 그림작가 백명을 고용할 겁니다. 스토리가 나오는 대로 그림을 약간씩 수정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쭉쭉 그려서 웹툰을 하루 열편씩 연재할 겁니다. 이를 위해 양작가 페스티발을 열겁니다. 모작할 수 있는 재주꾼, 양작가님 그림체를 좋아하는 작화가를 모아 팀을 만들 겁니다. 백 명짜리 팀.”
농담이겠지.
“추가로 애니화를 합니다. 1편부터 쭈우욱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겁니다. 이를 위해 콘티 팀, 작화팀, 음향팀, 배경팀, 씨지팀이 추가됩니다.”
윤동욱이 말한 판을 키운다는 이거였다.
“동시에 극장판도 제작합니다. 가즈 러브와 캣냅을 잘라내 각각 하나의 영화로 만드는 거죠.”
“...... 미친.”
작가의 첫마디가 저거였다.
“작가님께선 원작자로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저흰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수익은 원작자님께 가도록 계약하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참여하고 싶다면, 메인작가, 메인작화가로 이름 올리셔도 되고, 저희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수정해드리겠습니다. 이건 그냥 성공한 팬의 팬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 판권은?”
“아직 없습니다. 성공한 팬이 말하길 돈 버리는 셈치고 쏟아 붓겠답니다. 영어판, 일어판, 중어판을 동시 녹음하고 나서 OTT에 판권계약 할 거라 합니다.”
“웹툰 저작권은?”
“알아보니 2차 저작권은 작가님께 있으니 상관없고, 웹툰은 완결 났으니 상관없습니다. 리마스터 버전은 따로 계약하거나 다른 사이트에 올려도 문제없습니다.”
법무팀이 해결해줬다.
“그 성공한 덕후는 마냥 돈만 쏟아 붓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수익 전부를 나에게 주겠단 말이네.”
“그렇습니다. 그저 이 작품이 원피스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만화가 되길 바랍니다. 믓시엘.”
가오리가 동그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준비한 서류를 보여줬다.
법인 미래 애니메이션의 재정.
어디선가 1000억원이 들어와 있다.
“이돈 다 쏟아 부을 거랍니다.”
...... 참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이렇게 미친 제안은 처음이다.
“알지 모르겠지만...... 내가 좀 지쳤어.”
“압니다. 스토리가 너무 커지고, 뎀마 놈은 등장할 타이밍도 안 보이고, 무혈사신이란 설정도 고치고 싶은데 못 고쳐서 자꾸 헛설명만 길어지고, 연재 늦는다고 별점테러당하고. 지치는 게 눈에 보였죠. 그래도 진짜 팬들의 마음은 딱 하나였습니다. 늦더라도 제대로 써주길 바랬죠. 가즈러버 챕터처럼 말이죠.”
“그래...... 후. 던져버렸는데 내가 어떻게 이익을 챙기나. 자네 회사가 갖게.”
“그건 안 되죠. 50퍼 챙기시죠. 수익의 50퍼.”
가오리가 자기돈 아니라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막 퍼주려 한다.
“... 1퍼.”
“49퍼!”
“뎀마 리마스터로 나오는 순수익의 2퍼! 더 주려고 하면 계약 안하고 리마스터 못하게 하겠네.”
“2퍼 좋습니다. 대신 스토리 팀장으로 와주십시오. 원작자도 양작가님이고, 리마스터 메인작가도 양작가님으로. 그게 조건입니다.”
“그냥 이름만 올리겠네.”
“괜찮습니다. 슬쩍 구경 와서 훈장질 하면 됩니다.”
“크크크. 훈장질. 나랑 딱 어울리네. 그렇게 계약하고 한잔 하세.”
“좋습니다.”
법무팀 직원이 2%로 수정된 계약서를 작성해 사인했고, 둘은 밤새 술을 마시며 죽마고우가 되었다.
다음날 경영지원팀이 준비한 자료를 뿌렸다.
뎀마 리마스터 작가 모집
모집인원 100명, 년 4천만원 보장
뎀마 모사작화가 모집
모집인원 100명, 년 4천만원 보장.
뎀마 음향...
뎀마 씨지...
뎀마 애니화에 관심이 있으신...
웹툰과 팬카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뿌려진 모집광고를 사람들은 처음엔 농담이거나 바이럴마케팅인줄 알았다.
하지만 팬이 먼저 나섰다.
용두사미 결말에 분노했던 찐팬이 이력서에 결말 수정방향을 좌라락 써 제출했다.
애초에 작가 모집 요강은 단 하나였다.
뎀마를 어떻게 수정하고 싶은지 쓰시오.
경력도 나이도 필요 없다.
바로 채용.
뽑힌 사람은 월급에 기뻐하기보다 결말을 고칠 수 있다는 데 더 기뻐했다.
그렇게 하나 둘 채용되고 그 인증이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스토리팀이 기존 스토리를 가다듬고 복선을 정리하는 동안 사무실과 작화팀을 꾸린다.
직원 연봉만 매년 450억. 사무실과 소모품을 합치면 매년 500억이 소모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술김에 한마디 했다가 프로젝트를 떠안은 가오리는 바싹 쫄았다.
“야. 시발. 이건 너무 큰데? 너 좆망 하는 거 아니냐?”
-가오리. 너 미래가 어떻게 되는 지 아냐?
“어떻게든 되겠지.”
-훗. 픽사가 얼마에 팔렸는지 아냐? 토이스토리 회사.
“... 비싸게.”
-8조에 팔렸어. 21세기 폭스 팔릴 때도 심슨이 수조원으로 평가받았고 겨울왕국 혼자 수조원 벌었고. 슈렉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는 4조에 팔렸어. 일본 지브라 스튜디오는 과거의 애니를 재상영하는 방영권만 2조에 팔았어. 일본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방영하는 자격만 2조원이지.
“헐...... 졸라 비싸네.”
-니 말 듣고 조사해보니까 시장이 크더라고. 게다가 앞으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그 외 OTT들이 경쟁하면서 값이 더 올라. 그런데 요즘 웹툰 세계 1위가 어딘지 아냐?
“한국이냐?”
-몰라. 아마도? 시장 점유는 낮아도 성장세만 따지면 한국 웹툰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애니메이션의 가치는 더 올라갈 테고.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게 세계에 동시 송출을 하는데 각 나라의 영화가 잘 팔릴까? 아니면 국가색이 덜한 애니메이션이 잘 팔릴까?
“애니.”
-어. 한국은 지금이 기회야. 훌륭한 웹툰이 넘쳐나고,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어. 그걸 애니화 해서 오티티에 뿌리자. 매년 1조를 넣어서 10조를 벌자.
미래를 알기에 하는 말이다.
OTT의 의미를 몰랐던 한국은 이미 진입할 시기를 놓쳤다.
세계 송출이란 파괴력 덕에 NBA, EPL에 쏟아지는 자금이 5배로 늘어나는 등 미래를 알려주는 단서가 수없이 많이 나타났지만, 한국 정부는 자국 방송사를 보호한다며 해외 OTT를 규제하는 병신테크를 밟았다.
앞으로 10년 후 몇 개의 OTT가 전 세계 모든 방송사를 통합한다.
지금 따라잡기엔 늦었고, 대신 컨텐츠에라도 발을 넣어야한다.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웹툰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지금 자금을 쏟아 부으면 오니짱 애니만 만드는 일본을 제끼고 미국과 맞서 싸우는 세계 1위 애니메이션 강국이 될 수 있다.
OTT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금, 명작까진 아니라 평작만 만들어도 최소 본전 이상 벌 수 있다.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사업이다.
-매년 1조다. 뎀마 프로젝트 팀 구성 끝나면 다음 팀도 구성해.
“어. 시발. 좀 무섭다.”
-크게 넣고, 크게 먹자. 단순히 우리가 돈 버는 게 아니라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는 거야. 애국하자.
“어. 그래. 하자. 시발 해 보자고.”
미래 애니메이션 사장 가오리.
뎀마 프로젝트 팀 1200명이 구성중이고, 그와 별개로 기획발굴팀이 만들어졌다.
한국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국가색, 특정 문화색이 덜한 웹툰을 찾아 무엇을 애니화 하고, 무엇을 명작으로 다듬을지 고민하는 팀.
“올해 안에 열 개 팀 발굴합니다.”
“킹치만... 스무개도 넘게 만들고 싶은걸...”
“우쓰!”
“맡겨 달라구!”
다른 의미의 오타쿠 집단이다.
비트코인은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1700만원에서 시작된 추락은 1300만원에서 잠시 머물며 헛된 희망을 주다가 하락하고 있다.
-5%
-9%
-3%
-4%
-9%
9거래일 만에 1300만원이 670만원까지 떨어졌다.
-50%
1700만원을 기점으로 보면 -60% 하락.
가장 무서운 거래량 없는 하락이다.
보통 큰 하락이 나오면 주식 좀 하는 사람들은 곧장 내리지 않고 반등 때 탈출한다.
거의 모든 주식은 하락이 시작되면 하락의 시작점 근처까지 한번은 올라갔다가 더 크게 떨어진다.
비트도 그러리라 믿고 버텼는데 9일 연속 멈추지 않고 질질 빠진다.
이건 이제 포기한 거다.
박상조 이슈로 폭락한 것보다 더 무서운 현상.
법무부 이슈는 검토 중이라는 소문일 뿐이지만, 이건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 거다.
버티고 버틴 이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게시판에서 하루 종일 행복 론을 전파하던 익숙한 아이디가 하나둘 사라진다.
시장참여자가 사라지고 있다.
고점 2900만원을 찍은 비트코인이 한 달도 안 되서 700만원이 되었다.
대락 75%하락.
주식 초보가 헷갈리는 게 있는데 50% 상승과 50% 하락은 같지 않다.
숫자가 같으니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50% 하락한 가격이 본전으로 오려면 100% 상승해야 한다.
75% 하락이 본전으로 가려면 무려 300% 올라야 한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하락이 가장 순한 맛이라는 것.
대부분의 개미들은 비트코인보다 가볍고 크게 점프하는 알트코인에 돈을 넣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인이 사랑한 에이다를 보면 2000원이 400원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한겨울 내내 씹스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아인슈타이늄은 4000원에서 200원까지 떨어졌다.
아인 고점에 1억 물린 사람은 500만원만 남은 것이다.
95% 하락이 본전을 찾으려면 2000% 올라야 한다.
낙화의 계절.
동백꽃 피는 2월은 강력한 낙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난 800만원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정확한 날짜는 몰랐다.
그저 700만원 터치하고 두 배 반등한다는 것만 안다.
그래서 9거래일 하락하는 동안 긴장해서 계속 봐야 했다.
이제 시작이다.
주식고수들이 기다리는 데드캣 반등이다.
이 반등은 무려 하락 시작점인 1400만 원까지 갔다가 온다.
이걸 기다린 고수는 절반이라도 건지고 탈출하며, 못 버티고 절망해 바닥에서 던진 이는 나중에 두 배 후회하게 되지.
타다다다닥.
내수익률1500배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아직 안탄 흑우 없제 ?
니들이 안타까워서 말해주는 거야.
절망에 사고 환희에 팔아라.
지금 절망적이고 진짜 죽을 것 같지?
그럼 사.
미래를 아는 현인께서 스포해 준다. 타라.
반등기다리던 너희들. 무려 1400까지 다시 오르니까 타라.
내글 밑에 댓글이 달린다.
ㄴ 이 새끼 세력임. 지 내리려고 개미 꼬시는 거임
ㄴ 십원에 입 벌림
ㄴ 2000% 잘 먹고 갑니다 꺼어억
ㄴㄴ 인증 없으면 뭐다?
ㄴ 가서 현실채굴이나 해라
드디어 시장에 상승론보다 하락론의 우세가 시작되었다.
그간 남 오르는 거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던 하락론자들이 때는 이때라는 듯 튀어나와 온갖 방법으로 패배자를 놀리며 즐겼다.
분명 하락론자는 가격이 떨어지면 사야지 마음먹었을 텐데 지금 살 생각은 못한다.
이런 절망적 분위기에서 사는 건 웬만한 야수 아니면 할 수 없지.
바로 그 야수가.
나다.
띠디디디.
“샀다아아아.”
“오빠. 동욱오빠. 핸플오빠.”
“어? 왜? 넌 거래 안 해?”
“백제 그룹 사장 만날 시간 됐는데.”
“바빠! 며칠 후에 보자고 해! 너도 당장 사!”
정확한 날짜를 몰랐기에 오늘 약속을 잡았지만, 버리지 뭐.
조준선 따위 만날 시간 없다.
기다리라고 해.
난 야수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남자.
- 작가의말
글 속에 등장하는 미래 이야기는 전부 아무런 근거없는 글쟁이의 뇌내망상입니다
저런 개소리도 있구나 하며 코웃음치며 넘어가주시면 되엽
그래도 ott콘텐츠에 1조 쏟아붓는다던데 웹툰 애니화 했음 좋겠당 좀비물 그만찍고
덴마는 팬으로서 너무 아까워서 넣었는데 문제된다면 수정하겠습니다
예하의 롤모델은 덴마 속 피기어 암컷입니다
신이 예하를 만들고 그걸 자랑하려고 인간을 만들었..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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