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농업이 근본이다
노래를 마친 예하가 루비와 손을 잡고 진행석으로 이동했다.
-저희 오빠가 말하길 지금 멈춰서면 안 된다고 해요. 힘들고 무섭지만, 지금 멈추면 더 큰 아픔이 올 거래요. 올해 생산을 멈춰서 내년에 식량위기가 온다면 코로나 사망자의 몇 배나 많은 아사자가 나올 거래요. 그래서 우리는 멈춰서는 안 된대요. 움직이세요. 미래그룹에서 1500억 달러를 추가 기부하기로 했어요.
가오리가 힉 했고 닥똥이 질문했다.
“야 천오백억 달러가 얼마냐.”
“160조.”
“힉.”
“후후후. 술이나 마셔 새끼들아.”
-세계 80개국에 비료 만드는 화학공장을 만들어 각국 정부에 기부하고, 농장조성과 관계수로 개선에 1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멈추면 안 돼요. 지금 멈추면 굶주리게 되요. 모두 힘을 내요. 울오빠가 도와줄 거에요.
또 반주가 나온다.
아까 그 노래다.
아... 예하야.
“크크크. 또 때린다.”
“크햐햐햐. 깐데 또 까기.”
가오리닥똥만 신났다.
“다 들었네. 끄자.”
“워. 워. 진정해. 예하의 중대발푠데 들어야지.”
아웅다웅하는 사이 노래가 시작되었다.
루비 예하 말고도 다섯 명의 가수가 더 나왔는데 외국인들이다.
이번엔 영어버전이다.
그래 영어버전은 다르겠지.
예하도 영어 못하니까 직접 작사하지 못했을 거야.
“울오빠가 영어로 모냐?”
“마이 브라더? 마이 허즈번드? 마이 달링?”
“마이 딸링이겠네. 크크큭.”
닥쳐 이새끼들아.
문제의 그 부분이 되었다.
-유어 유니 윌 워크위쥬.
아......
“캬. 당신의 윤이가 함께 걸을 거에요.”
“여~ 마이 유니!”
힘 빠진다.
내가 이러려고 기부한 게 아닌데.
예하야 넌 날 두 번 찔렀어.
찌른데 또 찔렀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아......
새끼들이 배를 잡고 웃는 틈을 타서 노트북을 연못에 던졌다.
풍덩.
허벅지만큼 자란 자치들이 먹이인가 해서 와르르 몰려왔다가 쳇 하고는 흩어졌다.
“야. 너 돈 많다고 이따위로 돈 지랄 하면 안 된다.”
“닥쳐 새끼들아.”
“넵.”
덥다.
“에어컨.”
“추운데요?”
“썰렁한데요?”
“아 열불나.”
“크하하하하.”
아.
한참 열 내다가 본관에서 배달 온 치즈 라따뚜이와 갓 구운 버터빵이 테이블에 올라온 후에 좀 진정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기부하냐? 전에도 90조 줬잖아.”
닥똥이 물었다.
가오리는 아직도 헐떡이며 웃고 있고.
“공매도로 번 돈 빼는 거야. 공매도로 먹은걸 개인적으로 쓰면 욕먹어. 사실 무시해도 되긴 하지만......”
지금 기부한다고 해서 당장 돈이 나가는 게 아니다.
기부내역에 따라 분할 결제하니까, 주식 상승기에 돈을 벌고 빼면 된다.
“시발 졸라 많이 벌었네.”
“시드가 워낙 크니까. 20% 번 거 기부하는 거야.”
“그렇게 들으니까 또 얼마 안 되는 거 같네. 상한가 한번 맞은 거만큼 기부하는 거네.”
“그렇지.”
잊자.
예하의 배신은 어서 잊는 거야.
“그런데 왜 농업이냐?”
“위험하니까.”
올해, 내년 연속으로 코로나로 인해 식량생산량이 줄어든다.
게다가 올해, 내년 연속된 이상기후로 인해 식량생산량이 줄어든다.
추가로 올해부터 해운운임이 폭등한다.
내년엔 수출,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해운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고 이로 인해 식량수입가격이 폭발한다.
결국 2021년 말,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유래 없는 기근, 아사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어딘가에선 풍작을 거둬 식량이 남아돌지만, 운반할 배가 없거나 운임이 비싸서 가난한 나라에 전달하지 못한다.
“식량난이 온다는 거지?”
“어. 농업이라는 게 참 힘든 거거든.”
농업은 힘들다.
그리고 사회로부터 천시 당한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가 다 그렇다.
사회평균보다 힘들게 노동하며 사회평균보다 적게 번다.
세계가 다 그렇다.
식량이 많이 생산되면 남는 것은 썩어버리게 되므로 서로 팔려고 해서 가격이 폭락한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하면 수입해 와야 하는데 수입비용이 엄청나게 비싸다.
썩지 않게 보관하면서 항구에서 배로, 배에서 항구로 운송하는 비용이 식량생산 비용보다 비싸다.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는 그 비용이 크지 않지만 필리핀 수준의 가난한 나라는 물류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여기에 상대의 어려움을 이용하는 식량기업의 장난질이 더해지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 경우 그 나라 정부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농민의 생산물을 일괄 수매하고 해외수입물량과 섞는 정책을 편다.
농민 입장에선 풍년엔 수익이 확 줄고 흉년이어도 딱히 비싸게 팔 수 없고, 정작 시장에선 폭등된 가격을 보게 된다.
이래저래 좆같은 거다.
“워낙 거지같아서 다들 하지 않으려 하지. 게다가 세계 각국이 재난지원금을 뿌리니 차라리 1년 농사 쉬는 걸 택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래서 문제가 커지지.”
내년에 식량위기가 오는데 당장 놀고 있는 경작지가 넘쳐난다.
멈추지 않고 식량을 길러야 수백만 단위의 아사자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괜찮냐?”
“한국에 10조 쏟을 거야. 농민에게 현찰을 배포하는 건 아니고 농촌새마을 운동을 일으켜야지.”
말을 하며 국정원 떨거지 둘을 슬쩍 봤다.
국정원의 전담 연락원이라지만 딱히 친하거나 대화를 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래서 둘은 왜 갑자기 자기를 초대했는지 의문일 것이다.
농업얘기를 해 정부에 말을 전하라고 부른 거다.
그게 아니면 쓸모없는 놈들을 부를 이유가 없지.
“새마을운동?”
“지금 농촌은 동맥경화로 멈춰버렸잖아. 뚫어줘야지.”
“너 자꾸 농촌에 신경 쓰는 것 같다. 전에 불체자도 그렇고, 미래수산이나 미래과수도 그렇고.”
“지방을 살려야 나라가 살지.”
“거 참 시골적인 놈일세.”
“이 새끼가.”
큰 뜻을 몰라요, 큰 뜻을.
가오리 대신 닥똥이 끼어들었다.
“결국 젊은 층을 지방에 보내겠다는 거네. 그런데 가겠냐? 나라도 시골에서 살기 싫겠다.”
“살기 싫으니 살기 좋게 만들어줘야지. 우리세대 실업자가 300만이잖아. 통계실업자 130만에 공시준비생 등이 170만. 이 사람들이 다 지방으로 가면 모든 게 좋아져. 정부가 매일 헛발질하는 부동산가격도 잡히고, 인구절벽도 잡히고, 지방소멸도 잡히고. 이건 한국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야.”
뭘 해주려고 해도 나라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사개혁도 그렇고 지방부흥도 그렇고 일단 반대한다.
짜증나서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결국 나라를 위해 지방에 가면 혜택을 주겠다는 건데 10조원으로 되겟냐? 국가예산이 500조인데 그걸로도 안 되잖아.”
“안하니까 안 되지. 내가 10조를 내면 나라에선 100조 써야지. 미래수산 양식장 만개 조성에 10조원 들어가는데 지방 전체를 내 돈만으로 바꾸려면 수백조 써도 힘들지.”
국정원 떨거지들을 슬쩍 봤다.
둘은 이제야 내가 왜 불렀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농업... 현금 뿌리는 건 아닐 테고.”
“홍보해야지. 농업이 그렇게까지 좆같은 건 아니라고 알려야지.”
“에이. 다들 말리잖아. 농촌은 항상 힘들잖아.”
“그라제... 장사꾼도 항상 힘들고 남는 거 하나 없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모를 지경이제.”
코로나로 인해 모든 회사가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쓰는 돈의 총량은 늘었다.
양적완화 덕에.
누군가 잘 벌다가 못 벌게 되었다면 누군가는 전보다 많이 벌게 된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더 잘 버는 자영업자도 넘쳐난다.
하지만 모두가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가장 상황이 안 좋은 사람만 찾아 인터뷰하며 자영업자 모두가 죽을 것 같은 걸로 광고한다.
99%의 편의점 매출이 올랐는데 1% 망해가는 편의점을 찾아가 인터뷰한다.
장사꾼이 남는 것 없다고 우는 소리 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로 모두가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야 떡 하나 더 얻어먹으니까.
“농촌이 살기 좋다는 거야?”
“전에 말했잖아. 임금역전. 시발 대학졸업하고 자격증 잔뜩 딴 건설현장 정직원이 신호수보다 못 받아. 모두가 대학가고 모두가 전문가가 되니까 오히려 전문직 임금이 병신이 되었어. 이게 농업에도 똑같이 적용돼. 농촌이 좋다기보다 서울에서 대기업 아닌 을 회사에 취직해 갈리는 것보단 낫다는 거지.”
“어? 아닌데. 지금도 다들 죽지 못해 산다고 하는데.”
가오리는 뭔 말하는 지 알아들은 거 같은데 닥똥은 못 알아듣는다.
미래대학 준비하면서 가오리도 세상의 현실을 많이 알게 된 거 같다.
“멍청한 놈. 설명 좀 해 주마. 가로 100메타, 세로 100메타의 땅이 1헥타르야. 3000평이고, 조선시대의 1결이야. 이 땅에 벼농사를 지으면 1100만원 벌어.”
“많이 버는 거냐? 1헥타르가 얼마 정도냐?”
“축구장이 110에 45지? 축구장 두 배 넓이네.”
프리미어리그 구단 콜체스터의 구단주인 닥똥이 확 알아들었다.
“힉. 졸라 넓잖아.”
“게다가 내가 아무것도 없어서 모든 걸 임대하고 모종까지 사와야 한다면 들어가는 비용이 700만 원 정도 돼. 헥타르 당 400만원 남네.”
“어 시발. 축구장 두 배 넓이를 경작해서 400 벌면 죽지. 어떻게 사냐?”
“그치? 그게 일반적이지? 농부들은 다들 죽을 것 같다고 하고. 농사짓지 말고 서울에서 주말 없이 야근하며 월 250받는 게 낫다고 하지.”
“당연하지. 누구나 알아듣겠다.”
“그런데 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모내기용 트랙터를 하루 빌리는데 40만원 정도야. 그런데 내가 1헥타르만 짓는 게 아니라 3헥타르, 그러니까 만평을 농사지어도 똑같이 하루면 돼. 기계로 하는 거니까. 이러면 제반비용이 줄지.”
“그래도 부족한데?”
“모종을 내가 기르면? 헥타르 당 100만원이 절약돼. 한 달 관리해서 300 더 버네.”
“그래도 부족하지. 3헥타르 농사지어도 2000남을까 말까네. 그 돈으로 어떻게 지방에서 사냐?”
닥똥놈.
멍청하군.
예상대로의 반응이야.
후후후.
이제 공격할 차례다.
“그런데 벼를 수확하기 까지 총 며칠 일하는 지 아냐?”
“어?”
- 작가의말
글속의 미래이야기는 전부 상상입니다
농업이야기는 말 꺼내기 정말 무섭네요
통계와 수치만으로 상상한 것일 뿐 절대 사실이 아니오며 잘버는 사람 있다면 못 버는 사람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립니다
틀린점 말씀해 주신다면 전부 수용하고 언제라도 사과와 함께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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