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좀 치사해서 그래
주식 차트 용어 중에 데드캣 바운스라는 말이 있다.
급격히 하락하면 절반이상은 조정을 받는다.
주식시장에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용어.
미래펀드의 지사장들은 이걸 걱정하고 있다.
과연 진반등일까?
다시 추락하면?
약간 올랐으니 이제 더 큰 추락이 오지 않을까?
시장 분위기를 보면 -50% 이상 가야할 것 같은데.
이탈리아에서만 하루 사망자가 400명 넘었다는데?
이런 걱정을 안고 하루 종일 뉴스만 검색한다.
나야 미래를 아니까 이대로 쭉 오르는 걸 알지만 이 아저씨들은 모른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해줄 수도 없고.
데드캣 바운스.
절반 조정 후 재차 하락.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하락세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락세가 끝났다면?
데드캣 바운스가 아니라 진 반등이다.
그렇다면 둘의 차이를 어떻게 아느냐?
모른다.
차트는 미래를 모른다.
과거의 흔적을 말할 뿐이다.
그래서 열린 결말인 것이다.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약조정 후 더 큰 하락이 올 수도 있고, 바닥 찍고 올랐다가 재차 바닥을 때려 두 번 건드린 후 상승하는 W반등이 올 수도 있고 이대로 쭉 올라 V반등이 올 수도 있고, 옆으로 흐르면서 완만히 오르는 나이키반등이 올 수도 있다.
졸라리 열린 결말.
그래서 차트만 보고 주식을 하면 안 된다.
뉴스를 누구보다도 빨리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계속 봐주세요. 더 큰 하락이 올 수도 있으니.”
“예. 맡겨주십시오.”
어느새 날 존경하게 된 지사장과 팀장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정보통제 신경 써주시고요.”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다들 이등병처럼 됐네.
나스닥 지수 기준 6800을 찍은 지수가 14% 올라 7800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심리가 섞인다.
- 난 데드캣 바운스임을 확신해. 버텼으니 탈출해야지.
이런 사람은 하락할 때 빼지 않고 지금 뺀다.
- 난 W반등이라 생각해 쌍바닥은 기본이지.
이런 사람은 일단 내리고 바닥 저점을 잡으려고 한다.
-미국이 해줄거야 천조국 고고고
이런 사람은 산다.
여러가지 심리가 합쳐져 차트를 그린다.
6거래일동안 나스닥 지수가 7700~7500을 오가면서 엄청난 거래량이 발생했다.
그리고 뉴스도 쏟아졌다.
[폭락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내리라고!
[서프사태가 반등하는데 2년 걸렸다, 이번엔 4년 이상 걸릴 것]
바닥에서 입벌리고 있다고!
[박살난 실물지표, 괴리된 주식시장]
내려와 쫌! 나 못탔다고!
이런 뉴스가 매일 뜬다.
유명투자가. 유명펀드매니저들이 줄지어 비관적 기사를 쏟아낸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투자금을 빼고 현금관망하면 무조건 이렇게 된다.
하락한 걸 주워야 이득이니까.
심지어 버핏형마저 아직 더 떨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현금보유고를 공개했다.
하락론자와 낙관론자의 격렬한 싸움이 거래량으로 드러난다.
둘의 백병전.
미국 무제한 양적완화.
EU, 일본 무제한 양적완화.
한국형 양적완화란 무엇?
재난지원금 살포규모.
콰콰콰콰.
용오름처럼 치솟는 주가.
결국에 주가를 정하는 건 차트가 아닌 팩트다.
양적완화는 모든 것보다 쎄다.
3월 30일.
기다리던 뉴스가 떴다.
[IOC, 일본. 도쿄올림픽 1년 연기하기로 합의]
-헐 ㅅㅂ
-선수들 어떡해?
-전성기 놓친 애들 불쌍타
-그보다 내년엔 할 수 있냐?
ㄴ백신 개발중이라잖아
-일본 연기발표와 동시에 7조원 손실 추가ㅋㅋㅋㅋ
ㄴ대박ㅋㅋㅋㅋ
ㄴㄴ잘됐닼ㅋㅋㅋ
ㄴㄴㄴ일본이유치해서 다행이얔ㅋㅋ
ㄴㄴㄴㄴ 폭탄은 내가안고 간다아아아
ㄴㄴㄴㄴㄴ 고마워 아베 사요나라
올해 7월로 예정된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다.
정확한 날짜를 몰라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늘이었구나.
기다렸어.
“인수형. 뉴스 봤죠?”
-어. 선수들 참 불쌍하다. 이러다 전성기 놓치면.
“그쵸? 그러니 우리가 열어주죠.”
-응?
“비대면 가능한 종목만 가상올림픽 하죠. 농구나 축구 같은 구기종목이나 태권도 같은 대결종목은 불가능하니까 빼고, 양궁이나 수영이나 육상 같은 건 메타버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 그러니까 선수 각자 고향에서 달리고 그걸 짜집기한다는 거지?
“정확해요.”
-일단 기술적인 건... 물어보마. 기다려 사람 모으고 메타버스에서 말하자.
“넵.”
한 시간 후 메타버스 회의실에 들어가니까 채인수, 김상철, 유성주, 그리고 메타버스 팀장급들이 와 있었다.
“다들 오랜만이에요. 몸조심하세요.”
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한데 다들 표정이 없어서 무섭다.
표정구현은 아직 어렵다.
인사가 끝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 생각엔 경기장만 구현해두면 될 거 같은데요. 선수가 달리면 찍어서 메타버스로 전송하고, 메타버스에선 구현된 경기장에서 선수가 달리는 모습으로 만드는 거예요. 100M 달리기면 여덟 명이 각자 자기 국가에서 달리되 메타버스 경기장에선 8명이 동시에 달리는 걸로 보이는 거예요.”
내 말에 다들 생각에 잠겼다.
“기술적으론 가능한데 딜레이가 최소 0.5초 나. 실제 달리는 순간하고 메타버스로 송출하는데 0.5초의 시간이 차이난단 뜻이지.”
“기록경기는 차라리 쉽습니다. 심사가 필요한 체조 같은 종목은 메타버스 안에서 보고 심사해야 하는데 저희 프레임을 보고 정확히 심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라톤은 수백 명이 동시에 달리는데 그걸 메타버스로 구현하려면 충돌현상이 빚어집니다. 비간섭모드로 겹침 삭제가 안 됩니다.”
“그보다 마라톤 경기장 구현하려면 우리 다 갈려나가겠는데?”
유성주의 마지막 말에 다들 헛웃음을 지었다.
“그냥 배경은 복붙해요. 첫 시도고 기부사업으로 할 거에요. 환경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것도 감안해서 비공식 이벤트 대회로 만들죠.”
양궁이나 사격 같은 경우 각자 나라에서 쏘면 바람이 안 부는 곳에서 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런 것 하나하나 다 따지면 공정한 경기는 불가능하다.
그저 단순한 이벤트 경기로 남아야 한다.
“그보다 IOC와 일본은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거야.”
“에? 왜요? 기부인데. 선수들을 위한 건데.”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 없으니까 이쯤에서 25세 청년다운 순수함을 가장해 물어봤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내년 대회의 흥미가 떨어지니까. 스폰서 비용이 줄어들 수도 있고.”
“돈 문제네요.”
“그렇지.”
“제 생각인데요.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갈 정도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돈의 논리 때문에 무산된다면 참 슬플 거 같아요.”
“협회는 무시하자고?”
“네. 오직 선수 중심. 올림픽 날짜에 올림픽 일정에 맞춰 가상 대회를 진행하되 선수가 거절하거나 각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면 못하는 걸로 하죠. 참가자 전원 천만 원 주고, 음... 동메달 천만 원, 은메달 오천만원, 금메달 일억 상금 주죠. 덤으로 메달은 전부 순금으로.”
김상철이 놀랐다.
“동욱아, 순금이면 돈이 얼만지 알아?”
“300그람이니까 이천만원 안 되네요.”
“어... 상금보다 싸구나.”
이 형은 역시 뭔가 조금씩 나사가 풀려있어서 좋아.
“심판도 그대로 섭외하고 거절하면 따로 하고, 종목별로 비대면 메타버스 대회 방안 짜고 각국 지사에서 중계진 섭외하고 메타버스 경기장 만들고... 7월까지 되겠어요?”
“해 보지 뭐. 그런데 돈 엄청 깨지겠는 걸?”
“2조 안팎으로 되지 않겠어요. 관중수익하고 광고판 팔면 본전도 가능할지도.”
“그래. 단위가 다르니까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올해 기부하는 게 얼만데. 해보자. 재밌겠다. 코로나로 지친 지구촌 가족들을 위로하는 대회. 딱 좋네.”
2020 메타버스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었다.
가장 먼저 IOC와 일본에 대회개최의사를 밝혔고, 그쪽은 적극 거부했다.
나도 니들 도움 필요 없어.
선수들에게 대회 의의와 상금 등을 설명했고, 각국 선수협회에 협조를 구했다.
선수들 대부분은 승낙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방역이 박살난 국가의 선수들은 경기장을 못 구해서 보류되었고, 대부분 국가의 선수협회는 거절했다.
거절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는데 국대 선수들은 지금도 계속 훈련하는 걸 생각하면 결국 돈의 논리로 젊은 선수를 희생시키는 거다.
개새끼들.
일단 허접하더라도 해보자.
닥똥과 함께 메타버스 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열을 올리며 메타버스 회의실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고글을 벗으니 신곡연습을 하던 예하가 곁에 붙어있었다.
“오빠, 일본하고 싸우려고?”
“응? 싸우다니?”
“지금 하는 게... 전에 일본 방문도 그렇고. 일본 싫어하는 거 같아서.”
“그런가...... 사실 일본 시장에 들어갈 수 없으니 본보기 삼는 건 있지.”
일본은 외국 기업의 무덤이다.
애플 제외하면 재미 보는 회사가 없다.
상섬 지엘 등 세계최고의 가전이 유일하게 맥을 못 추는 곳이 일본이다.
마찬가지로 미래 메신저도 유독 일본에서 점유율이 낮다.
“일본 강대국이잖아. 안 무서워.”
“흠... 강대국이라... 일본이 뭐로 강하지?”
“에? 소재부품장비? 소부장. 이라고 들은 거 같아.”
“생각보다 약해. 예하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훠얼씬 약해. 소재 부품? 최첨단의 끝이라는 애플폰12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한국산이 26%로 세계 1위야. 일본부품은 10%밖에 없고. 이번에 아베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한국 수출 규제를 했을 때도 빼든 카드가 고작 세 개였잖아.”
“에이. 카드를 아낀 게 아닐까?”
“아니야. 아베의 독단적 수출규제는 자본주의에 있을 수 없는, 전쟁을 제외하면 진짜 최후의 수였어. 다음을 위해 아끼고 뭐 할 형편이 아니었어. 그런데 규제 품목이 고작 세 개밖에 없었지. 일본의 소재 장비가 좋다 해도 대부분 대체가 가능해. 일본의 제조업은 그 정도로 망했고 내세울게 없어. 만약 한국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일본 수출을 거절하면 오히려 일본의 전자산업이 망해.”
예하는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는데, 사막여우 새끼 같다.
예쁘단 소리다.
“생각보다 약하다는 거야? 일본은 엄청난 강대국 아냐?”
“강대국은 맞지만 뭐랄까. 좀 양아치처럼 돈을 벌어. 한국은 무역수지 흑자로 세계에서 손꼽히거든. 세계최고의 제조업 국가이며, 전 국민이 뼈 빠지게 일해서 돈을 벌어. 미래그룹 빼고 무역수지 흑자가 매년 70조에서 100정도야. 엄청 많이 버는 거야. 그런데 일본은 매년 금융수익으로 200조원을 벌어. 해외에 투자한 일본자금이 3500조 이상이거든. 아무것도 안하고 해외에 투자한 금융수익으로만 그 정도 버는 거야.”
“엄청나잖아!”
“그치? 게다가 지난 7년간 미국은 양적완화로 4000조를 찍어서 뿌렸어. 그런데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7년간 6500조를 찍어서 뿌렸어. 세계최고의 전자회사인 한국의 상섬이 10년간 500조 벌 때, 일본은 금융수익 2000조와 찍어낸 돈 6500조를 벌었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좀 치사하잖아.”
“대단하네.”
“아니지. 노력 없이 8500조를 번 거야.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
“어? 그런가. 문제가 생기는 건가요?”
“어. 문제가 생겨. 비상식적인 일은 반드시 바로잡히게 되어 있어. 다만 어떻게 처리하냐의 문제지.”
지금도 빚이 미쳤는데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재정적자는 미쳐버린다.
노력 없이 공짜로 번 돈은 그대로 버블이 되고 언젠가는 터진다.
문제는 혼자 터지냐 아니면 세계를 다 터트리냐다.
글로벌 양적완화 버블은 일본에서 터지기 시작된다.
“내가 잘 터트리려고. 최대한 피해 없이.”
“아하. 세계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오빠가 희생하는 거구나.”
“...... 어.”
꿈보다 해몽이 좋네.
나는 돈 벌려고 일본 건드리는 건데.
타우바트섬 남쪽 보홀섬 해안.
100명의 사내가 해안가 바위지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저기군.”
“거리는 25km이며 보트로 5시간 걸립니다.”
“윤동욱 얼굴은 전부 숙지했지?”
“그렇습니다.”
“1순위 생포, 2순위 사살. 나머진 전부 사살. 실시하라.”
“예.”
해질 무렵 백 명의 사내가 고무보트를 둘러매고 바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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